☕️☕️ 기존 공식이 깨진 대형마트 산업

[조디의 리테일 우화] 11화. 물가와 금리가 오르면서 보이는 차이
과거부터 경기가 좋거나 안 좋거나, 물가가 오르거나 내리거나 식료품을 비롯한 필수 소비재를 판매하는 대형마트를 포함한 유통업체들의 실적은 꾸준하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커머스의 등장 이후 시장에서 이런 공식은 더욱 들어맞지 않게 되었습니다. 잘 나가던 월마트도 아마존의 등장 이후 그 위용이 흔들렸고, 기업들은 부랴부랴 이커머스를 시작했죠. 모두가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미래를 걱정했고요.

하지만 미국 시장의 경우, 식료품 등 필수 소비재의 이커머스 침투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습니다. 월마트와 같은 사업자는 여전히 오프라인 리테일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니 최근에는 물가가 오르거나 금리가 오르거나 계속해서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죠. 주가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요.

월마트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특별한 비결이라기보다는 잘하는 것을 계속 더 잘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리테일 거인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은데요.

오늘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월마트의 이런 모습을 (특수한 시장 상황과 더불어) 물가와 대형마트의 상관관계, 금리와 대형마트의 상관관계를 파헤치면서 살펴보고, 어떻게 경쟁 기업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지를 살펴봅니다.

이번 주 정기 뉴스레터에서도 인스타카트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면서 미국 시장의 식료품 등 필수 소비재의 이커머스 사용 비율이 아주 낮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죠. 오늘 이야기는 미국 시장과 한국 시장이 어떻게 다른지, 기존에는 모든 시장에서 통하던 공식이 지금은 왜 모든 시장에서 적용될 수 없는지도 명쾌하게 설명해 줍니다.

[조디의 리테일 우화] 11화.
기존 공식이 깨진 대형마트 산업
물가와 금리가 오르면서 보이는 차이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평소에 입버릇처럼 늘 하던 말이 현실이 되었다. 진짜 물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무려 8%에 달했는데 이런 물가 상승률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기억 속에는 없는 상승률이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긴 했다지만 여전히 우리는 고물가를 체감하며 신중하게 선택적 소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비싼 물가에 사치품 소비는 당분간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필요한 물건을 사러 마트에는 간다. 그럼 이 고물가 상황에서 어떤 대형마트가 소비자들을 흡수하고 있는가? 마트에서는 그래도 물가에 덜 부담을 느끼고 있는가? 

현재의 고물가 상황에 대형마트들은 각기 다른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다른 상황에 처해 있는지 각각의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은 물가와 마트 산업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회고: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마트
이제 아득한 이야기 같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했을 때 전염병 감염에 대한 우려로 사람들은 집 밖 출입을 자제했다. 학교도 제때 학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학생들은 집에서 줌으로 온라인 수업을 듣고, 많은 직장인들은 재택 근무를 시작했다. 쉬는 날 밖에서 누군가를 만나 식사하는 일도 크게 줄었다. 

이때 이른바 집밥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물론 배달 음식이나 집에서 간단히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 수요가 급증하기도 했지만 배달 요리와 간편 요리를 사다 먹더라도 기본적으로 마트에 가서 장을 봐서 가정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횟수가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식구들 모두 집에서 식사를 하다 보니 한번 장을 볼 때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식재료를 구입했다. 팬데믹 초기 마트에 가면 식재료와 생필품을 한가득 채운 카트들이 계산대 앞에 매우 길게 줄지어 서 있던 모습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2020년 2, 3분기 미국의 대표 대형마트인 월마트의 구매단가 상승률을 살펴보면 전년 동기 대비 27%까지 상승한다. 보통의 경우 대형마트의 구매단가 상승률은 3~5%, 특히 월마트처럼 식료품 매출 비중이 큰 생필품 중심의 마트의 경우 구매단가 상승율은 1~2%에 불과한데 이 당시 27% 상승률은 상상을 초월한 수치였다.
월마트의 구매건수 중가율, 구매단가 상승률, 점포당 매출액 성장률 (데이터: 월마트 실적 보고서)
월마트는 팬데믹 이후에도 성장하는 흐름을 이어 나가고 있다.

반면 구매건수 증가율은 -10 ~ -14%를 기록했다. 이는 사람들이 감염 우려로 외출을 꺼리니 마트를 가는 횟수도 크게 줄었지만, 집에서 끼니를 만들어 먹고 거주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한번 마트를 방문할 때마다 생필품 등의 쇼핑 금액이 증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즉 장바구니 가격(basket price)이 크게 상승하며 대형마트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었는데 같은 시기에 한국 대형마트 업계도 전에 없었던 큰 폭의 구매단가 상승률을 기록하는 현상이 똑같이 나타났다. 


비록 마트에 방문하는 횟수는 크게 줄었으나 한 번에 가서 사는 금액이 크게 늘며 팬데믹 시기에 대형마트 매출 성장률은 평균 1~2% 대비 월등히 높은 8~10%를 기록했다. 


집밥 수요의 증가가 만들어 낸 성장률이었다. 이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마찬가지였다.

한국 대형마트의 구매건수 증가율, 구매단가 상승률, 점포당 매출액 성장률 (데이터: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의 마트도 미국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매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진폭이 상대적으로 큰 것은 식료품을 비롯한 필수 소비재의 이커머스 침투가 한국 시장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물가와 대형마트의 상관관계 
그러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팬데믹 2년 차부터는 집밥 수요가 줄어들었다. 여전히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들은 많았지만 2021년에는 집에서만 식사를 하던 것과 달리 외식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이 많이 줄면서 1년 전만큼 대형마트에서 한 번에 잔뜩 쇼핑을 하지는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시중에 풀린 유동성 영향으로 물가가 뛰기 시작했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공산품 물가가 오르고 러시아의 침공으로 벌어진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하자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게 된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는 팬데믹 이전 평균 2% 정도였다. 2020년 코로나로 1.2%까지 하락했던 물가 상승율은 2021년에 4.7%을 기록하더니, 급기야 2022년에는 8.0%까지 치솟았다. 

8%의 물가 상승률은 1980년대 초반 이후 근래 40년간 미국에서 보지 못했던 물가상승률이다. 그런데 물가가 이렇게 오른다는 것은 대형마트에서 파는 물건의 값이 상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1년과 2022년 월마트의 구매단가는 전년 대비 각각 3.6%, 5.2% 상승했다. 이 수치는 2020년의 월마트 구매단가 상승율 27% 보다는 낮은 수치이나 2020년의 단가 상승은 한꺼번에 장을 많이 봐서 생기는 장바구니 효과 때문이었고 사람들이 물가 급등을 본격적으로 체감하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그렇지만 물가 급등에도 2021년과 2022년 월마트의 구매건수는 전년 대비 각각 2.9%, 1.2% 증가했다. 물가가 올라 소비하는 데 심리적으로 위축은 되었지만 필요한 물건들은 구매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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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샷 추가하고 이어서 보세요!
대형마트 사업자들은 물가가 오르고, 연이어 금리도 오르는 상황을 잘 극복할 수 있을까요? 나아가 이커머스 시대에도 계속 성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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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조디의 이름은 유정현이다. 증권사 리서치 부문에서 20여 년간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국내외 소비 시장을 분석하며,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소비재 기업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경제 주간지들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매년 선정되기도 했다.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소비재 산업과 그 안의 주목해야 할 지표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하는 롱폼(Long-form) 아티클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소비하는 상품의 산업이 어떤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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