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계획이 있다고는 했지만
이번 사태 이후 나온 계획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큰 광고주들은 필요없다. 우리는 중소 기업들이 광고를 많이 하는 플랫폼이어야 한다. 언제나 중소 기업들이 아주 중요한 엔진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계획이 있었다. 이제 그 계획을 실행하면 된다"라고 했죠. 또한 앞으로는 월에 최소 3달러인 엑스 구독제와 데이터 라이센싱 사업을 통해 수익을 다변화한다는 입장이었고요.
하지만 엑스의 광고 성과는 메타와 구글에 비해 늘 좋지 않았고, 이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늘 받아왔습니다. 지금 여러 대기업들이 이탈하는 선택을 쉽게 한 것도 이 때문이죠. 이들이 엑스에서 광고를 하면서 (다른 플랫폼 대비) 얻는 것이 컸다면 광고를 빼는 결정은 더 어려웠을 것입니다. 대부분의 선택이 그러하듯, '사업적인' 결정이기도 하죠.
중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 전략을 만든다 해도 이를 실행해서 얼만큼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예상이 나와야 하는데, 없는 상황입니다. 조직적으로 이런 큰 변화에 대응할 역량은 현재 있는 상황인지도 불확실하고요. 광고는 엑스의 핵심이자 사업 모델의 거의 전부이고, 이 모델의 기반이 되는 고객들에게 효율이 나는 광고 툴과 플랫폼을 제공하고 고도화해야 하는 것이 주요 사업입니다.
구독제 모델로 당장 빠져나가는 광고 수익을 메꿀 수도 없습니다. 단순하게 계산을 해서 당장 구독자가 100만 명이 생겨, 일년에 이들이 (아주 넉넉하게 잡아서) 한 달에 10달러, 1년에 120달러를 낸다고 해도 그 수익은 연간 기준으로 1억 2000만 달러(약 1580억 원)에 불과합니다. 지금 수억 달러가 빠져나간 광고를 구독제가 채우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아주 좋은 제품을 지속 제공하면서요. 지금 광고가 빠져나가는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트위터 시절부터 쌓은 어마어마한 데이터는 AI 시대에 아주 소중한 자원입니다. 지금 쌓이고 있는 데이터도 마찬가지이고요. 하지만 데이터는 업데이트될 때 그 가치가 계속 유지됩니다. 얼마 전 xAI를 통해 발표한 챗봇인 그록(Grok)의 성장을 위해서도 앞으로 엑스가 계속 다양한 사용자들이 소통을 하는 공간으로 성장하는 것이 좋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결국 광고밖에 없는 현실을 봐야
(다시 강조하지만) 엑스에게 현재로서는 광고밖에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딜북 서밋에서 머스크는 한발 더 나아가 엑스가 파산하면 그건 광고주들 때문이라면서 탓을 돌렸는데, 광고주를 떠나게 한 건 누군인지를 다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에 그가 갑자기 광고주들을 향해 욕설을 하고 탓을 돌린 데에는 근거가 전혀 없었습니다.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에게 확실한 점은 한 가지입니다. 광고를 하고 안 하고는 그 플랫폼을 통해 기업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느냐로 결정하는 것인데, 엑스는 최근 많은 기업들에게 그런 플랫폼이 아니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현재가 없으면 미래가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 보여지는 일론 머스크의 모습은 엑스의 과거부터 현재를 만든 자원을 부정하면서 새로운 비전은 못 만들어내고 있죠.
물론 엑스가 파산에 이르지 않도록 하고, 오랜 기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자원이 머스크에게는 있어요(혹은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근데 그렇게 큰 리스크를 지고, 비용을 내면서까지 이어가야 할 '사업'이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이런 비즈니스의 생리는 일론 머스크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테고요.
그는 현재 "(지금 일어나는) 광고 보이콧이 회사를 죽일 거다"라고까지 했는데, 보이콧을 안 하게 만들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함이 당연합니다. 보이콧을 하는 기업들이 모두 잘못되었고, 대중들이 잘못되었다고 해서는 안 되고요. 아울러 다른 사업을 운영할 때는 스스로 어떤 태도와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도 돌어봐야 할 것입니다.
그가 이 비즈니스의 생리를 다시 엑스에 적용하지 않으면 사용자들뿐만 아니라 직접 엑스에 투자하고, 엑스를 운영하는 이해관계자들로부터도 머지않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결국 엑스도 사람들이 운영해 가고 있으며, 사람들이 투자한 자산입니다. 그저 한 사람의 소유가 아닌 플랫폼이죠.
다만, 큰 히트가 될 넷플릭스 시리즈보다 흥미진진하고, 전개가 순식간에 이어져 며칠간 쉬지 않고 '몰아보기'를 하게 만든 이 드라마는 앞으로 전개가 느려지고, 더 자세하게 봐야 할 포인트가 많아질 예정이에요. 시즌1의 인기를 시즌2가 이어 나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사실 모두가 AI 개발의 위험성을 인지했고, 더 적극적인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는 시사점도 발견한 시즌1의 결론이 다소 재미없는 시즌2로 이어질 것이라는 건 어찌 보면 뻔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늘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실리콘밸리에서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드라마틱한 요소들은 앞으로 전개가 지루할 수 있는 AI 개발과 규제에 대한 논쟁에 더 불을 붙이는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오픈AI 사태에 대한 최종 정리를 넘어, 규제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준 AI에 대한 실제 규제 움직임은 무엇인지를 살펴봅니다. 규제가 어떻게 조직되는지, 오픈AI뿐만 아니라 특히나 대관 업무에서는 넘사벽인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빅테크는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여요. 물론 뒤쫓아오는 구글과 메타 등은 이 기술의 개발과 산업의 가속에 어떤 역할을 할지도 함께 봐야 하죠.
이번 사태는 대중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한 것일까요? 그리고 대중은 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차근히 복기해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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