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추가] ☕️☕️ 7월 16일. 오랜 라이벌의 뒤바뀐 위치

1. 환상의 듀오?, 2. 애플의 BNPL, 3. NYT의 CTO
2021년 7월 16일 금요일

오늘은 최근 주목받은 에어버스와 보잉의 엇갈린 성적이 첫 번째 이야기이고요. 이어서 애플이 BNPL(선구매 후결제) 서비스에도 나설 예정이라는 소식과 실리콘밸리에서 CTO를 모셔온 뉴욕타임스의 이야기를 담았어요.

[항공우주] #상용비행기 #듀오폴리
1. 뒤바뀐 에어버스와 보잉의 자리
유럽의 에어버스 그리고 미국의 보잉, 두 기업은 세계 항공기 제조 시장의 듀오폴리(Duopoly, 한 시장 내 두 기업이 지배적인 사업자인 복점 상황)이자, 세계 최대의 듀오폴리를 구성하는 기업들인데요. 보잉이 늘 한발 앞서 있었지만, 이번 팬데믹을 기점으로 에어버스가 상용 비행기 제조 분야에서 선두를 굳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요.

팬데믹 와중에도 에어버스는 공격적으로 나섰어요..
보잉이 힘들어하는 동안
보잉의 737맥스는 앞서 출시되어 점유율을 높여가던 에어버스의 A320neo와 대결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신규 내로우-바디(narrow-body, 기내 복도가 하나인 비행기) 기종이었어요. 하지만 지난 2018년과 2019년에 총 346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2건의 추락 사고는 이 기종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알렸죠. 사고 이후에도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고치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계약되어 있던 물량을 대부분 인도하지 못했어요. 여기에 팬데믹까지 발생하며 보잉은 아주 어려운 시간을 맞이했죠

올해 5월엔 FAA(미국 연방항공국)의 승인을 다시 받아 737맥스 기종의 생산과 인도가 가능해진 상황이지만, 안 좋아진 평판에 팬데믹까지 겹쳐 보잉은 별 저항을 해보지 못하고 항공사들의 계약 취소를 받아들여야만 했어요. 작년에만 655대의 계약 물량이 취소되었고, 추가로 남아 있는 계약 중 700대가 넘는 물량도 취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에요. 항공 여행이 다시 활발해져 계약은 증가하고 있지만, 최근엔 와이드 바디(wide-body, 기내 복도가 두 개인 비행기) 비행기인 787 드림라이너(Dreamliner)에도 생산 품질 문제가 또 발견되었어요. 생산 문제로 지난해부터 올해 봄까지 5개월간 인도가 이미 멈춰있었고, 또다른 문제가 발견되어 다시 5월 말부터 인도가 멈춘 상황이었는데요. 이슈는 계속 발생하고, 보잉은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요.

에어버스의 버티기 전략
에어버스도 마찬가지로 팬데믹 기간 동안 항공사들로부터 계약 변경/취소와 인도 연기 요청이 줄을 이었어요. 하지만 이들은 계약 물량 중 단 115대만이 취소되면서 손실을 최소화 했는데요. 이렇게 계약 취소를 받아준 물량도 파산을 선고한 항공사의 물량이 대부분이었다고 해요.

비행기 구매 계약은 보통 장기로 맺어지고, 제조 기간과 금액 규모의 특성상 제조사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항이 촘촘히 담겨 있어요. 제조사들은 업황이 안 좋아진다 하더라도 장기간 걸쳐 있는 계약 물량을 통해 실적을 채우면서 업황이 좋아지기를 기다리죠. 하지만 이번과 같이 업계 전체에 위기가 발생한 상황이나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업계 관행상 제조사들은 보통 유연함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에어버스는 오히려 독일의 루프트한자와 같은 대형 항공사들이 기존 계약대로 물량을 이행하도록 밀어붙였다고 해요

그 결과, 작년에 보잉이 157대의 비행기를 인도한 반면 에어버스는 총 566대의 비행기를 인도하면서 선방을 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296대의 비행기를 인도하면서 737맥스의 생산과 인도를 다시 시작한 보잉의 156대를 한참 앞섰어요.

737맥스 사고가 일어난 2018년부터 격차가 줄었죠. (데이터: 보잉 및 에어버스 연간 실적 리포트)
뒤바뀐 지형은 유지될까?  
2018년까지만 해도 보잉은 매년 비행기 인도 수에서 늘 에어버스를 앞서고 있었어요. 하지만 737맥스 사고를 기점으로 에어버스는 반사이익을 얻기 시작했어요. 2019년엔 총 863대의 비행기를 인도하면서, 737맥스의 여파로 345대를 인도하는데 그친 보잉에 크게 앞서나가기 시작했고요. 에어버스가 팬데믹 와중에도 항공사들을 밀어붙인 것은 자신들의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함은 물론이고, 이 기회에 보잉과의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취한 것이라고 분석돼요.

듀오폴리가 이루어진 시장은 한쪽이 실수를 저지르면 한쪽이 이익을 취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죠. 보잉은 지난해 119억 달러(약 13조 59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에어버스는 손실을 11억 유로(약 1조 4850억 원)로 막으면서 실적도 극명하게 엇갈렸는데요. (참고로 보잉은 늘 주력이던 상용 비행기 매출이 지난해 59%나 하락하며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방위/우주/보안 부문에 뒤지게 되었어요.)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생산 문제를 하루빨리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뒤바뀐 지형은 오랜 기간 이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됩니다.
☕️ 듀오폴리는 언제까지 유지될까?
에어버스와 보잉이 차지하는 상용 비행기 시장의 점유율은 모든 사이즈의 기종을 통틀어 90%가 넘어요(대형 비행기 시장은 99%를 차지하고요). 이 듀오폴리는 1970년대 초부터 오랜 기간 이어져 왔는데요. 최근 중국의 국영 항공우주 제조사인 코맥(COMAC)의 내로우-바디 기종인 C919가 상용 비행 승인을 앞두고 있고, 이들은 내수 수요를 바탕으로 상용 비행기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에요.

아직 엔진 제조를 비롯한 핵심 기술의 대부분은 미국과 프랑스 및 독일 제조사들에 의존하고 있지만, 미래엔 중국이 자체 개발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요. 향후 세계적으로 확장을 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미국과 유럽 당국으로부터 비행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우선은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요.

+ 미국과 EU는 보잉과 에어버스가 정부 보조금을 받는 것은 부당 경쟁 행위에 해당한다며 서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서로의 상품에 보복 관세를 부여할 수 있는 분쟁으로 이어졌는데요. 지난 6월에 2004년부터 17년간 이어온 이 분쟁을 5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고, 향후 항공기 제조사에 대한 보조금 상한액 설정 문제 등을 논의하며 영구적인 해결 방안도 마련 중이에요.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려는 코맥을 견제하기 위한 합의로 보고 있죠.

[빅테크] #BNPL #페이서비스
2. 애플의 BNPL 진출 의미
애플이 BNPL(Buy-Now-Pay-Later)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어요애플 페이에 더한 이 서비스는 "애플 페이 레이터(Apple Pay Later)"가 될 것으로 알려졌고요. 애플의 진출은 기존 업체들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지만, BNPL 시장이 확실히 크고 있다는 또 하나의 큰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번 서비스는 애플 카드와는 다른 임팩트를 줄까요?
잠시 BNPL 리뷰를 하면
BNPL은 말그대로 "지금 사고, 나중에 지급해라"는 의미의 서비스인데요. 고객이 물건을 사면 연계 금융사가 공급자에게 일시불로 구매대금을 지급하고, 고객은 서비스 제공 업체와 합의한 기간과 횟수에 걸쳐 대금을 갚아 나가면 됩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총 구매대금을 2주마다 총 4번에 걸쳐 갚는 무이자 방식과 이자가 붙는 월별 상환 방식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알려졌어요.

BNPL은 유럽과 호주 시장을 중심으로 그 인기가 커왔고, 현재는 미국에서도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요. 별도의 신용 정보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관련 앱을 다운받아 설치만 하면 사용할 수 있기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그 인기가 확산했죠. 신용카드의 할부 결제가 제한적이거나, 없는 국가들에서는 특히나 각광을 받고 있고요.

애플이 들어가려는 이유
이미 많은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이지만, 애플의 핵심 경쟁력은 역시나 많은 사람이 이미 아이폰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죠. 애플은 하드웨어 외에도 서비스 부문의 성장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데, 애플의 BNPL 서비스는 아이폰을 이용한 결제가 가능한 리테일 상점이 85%에 이르는 미국에서 빠른 확장을 할 수 있으리라 예상돼요. 이 서비스를 통해서는 결제마다 수수료를 받는 매출이 발생하죠. 그뿐만 아니라 애플의 하드웨어 상품 구매를 촉진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시장에 끼칠 영향
현재 BNPL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예요.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연초에 내놓은 관련 리포트는 BNPL 거래액이 2025년에는 6800억 달러(약 77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해요. 핀테크 업체들인 어펌(Affirm), 애프터페이(Afterpay), 페이팔, 클라르나(Klarna) 외에도 비자, 마스터카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의 대표적인 신용카드 회사들도 모두 시장에 진출했죠. 쇼피파이도 작년부터 어펌과 협업하며, 쇼피파이를 이용하는 브랜드와 상점들이 BNPL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어요.

애플이 실제 진출한다면 어펌과 애프터페이 등의 스타트업에 특히 큰 영향을 끼치리라 예상되지만, 이미 수많은 업체가 커지는 시장 속에서 경쟁하고 있어요. 애플의 온오프라인 생태계를 고려하면 그 임팩트는 분명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펌이 쇼피파이의 BNPL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듯이 이들이 각각 어떤 시장을 타겟해 선점해 나가느냐가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 이번에도 파트너는 골드만삭스
애플은 이번 서비스를 골드만삭스와 함께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골드만삭스가 할부에 필요한 대출자의 역할을 맡는 것이죠. 골드만삭스는 애플 카드의 파트너이기도 한대요. 이들은 애플과 같은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 시장에 진출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어요. 기존의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 사업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 금융 시장에서도 영역을 확장할 기회를 찾고 있어요.

[미디어] #실리콘밸리CTO
3. 뉴욕타임스의 새로운 채용
뉴욕타임스가 CTO(Chief Technology Officer)로 페이스북과 퀀티파인드(Quantifind)를 거쳐 에어비앤비의 인프라스트럭처 헤드였던 제이슨 소벨(Jason Sobel)을 채용했어요. 점점 테크 회사가 되어가는 뉴욕타임스는 핵심 사업 모델인 구독제의 성장 책임도 실리콘밸리에서 날아온 인물이 맡게 되었어요. 지난 2019년 디지털 프로덕트를 책임지는 CPO(Chief Product Officer) 선임에 이은 CTO의 채용은 테크로 무게 중심을 더 가져가는 움직임입니다.

지난 2021.1Q에 성장이 확연히 둔화되었는데요. 2021. 2Q 실적이 어찌될지 더 주목받고 있어요. (데이터: NYT 실적 리포트)
뉴욕타임스 현황부터 리뷰하자면
  • 뉴욕타임스는 지난 1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디지털 유료 구독자만 700만 명(프린트 포함 총 구독자는 782만 명)에 이르렀어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팬데믹 뉴스의 영향이 줄어든 가운데, 크게 늘었던 유료 구독자의 성장세는 한풀 꺾인 상황이죠. 하지만 본래 2025년까지 1000만 명의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는 훨씬 빨리 달성할 것으로 예상돼요.
  • 현재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한 유무료 구독자 수가 1억 명을 넘겼어요. 이제 퍼스트 파티(first-party) 데이터를 활용해 타겟 광고도 늘리면서, 주요 사업 모델인 구독제를 뒷받침할 광고 사업을 더 키울 방법도 만드는 중이에요.
  • 뉴스 구독제 외에도 쿠킹(요리)과 낱말퍼즐, 스도쿠 등이 포함된 게임의 별도 구독제 성장도 밀고 있는 중이고요. 오디오와 비디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뉴스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나가는 중이에요. 페이스북과 손잡고 AR 콘텐츠 개발도 진행하고 있죠
저널리즘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비즈니스의 성장도 함께 잡으려는 이들은 빅테크가 장악한 플랫폼의 세계에서 테크에 기반해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독립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노력 중이죠. 이제 CPO와 CTO가 모두 있는 조직이 되었고, 이들이 리더십의 핵심이 되면서 테크 조직은 계속 강화되리라 예상돼요. 현재도 뉴욕타임스의 새로운 채용은 저널리스트를 제외하고 엔지니어가 가장 많다고 해요.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환경
앤드리센 호로위츠와 같은 벤처캐피털을 등에 업은 서브스택(Substack)은 이제 작가들이 구독제를 키울 방법에 대한 강의도 제공하며 뉴스레터 플랫폼을 점점 확장해 나가는 중이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모두 뉴스레터를 포함한 퍼블리싱 플랫폼을 시작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구독제 사업에 나서고 있죠. 특히 플랫폼에서 파생된 크리에이터 경제가 커지는 흐름은 이들을 또 새로운 도전에 놓이게 할 것으로 예상돼요. 

개인이나 소규모 그룹이 공식적인 매체를 만들고 수익을 내면서 오디언스 베이스를 확장해 갈 수 있는 환경이 되기에, 약 10여 년 전 모두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된 것과는 또 다른 파급 효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해요. 개인 저널리스트를 비롯해 수많은 경쟁자가 생기는 상황에 현재 미디어 매체들은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죠.

당장 새 방향이 나오진 않겠지만
뉴욕타임스도 미래 준비를 꾸준히 해왔지만, 뉴스의 구독제 모델은 (이번 펜데믹과 같이) 큰 계기가 있지 않는한 사용자 증폭이 어렵기에 안심할 수 있는 수익 드라이버를 만든 상황은 아니에요. 또 다시 바뀌는 환경이 이를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고요.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전략이 또 나와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죠.

CEO인 메레디스 코핏 레비엔은 이번 CTO 선임 발표를 하면서 "저널리즘을 기반으로 비즈니스의 성장을 추구하는데 테크가 중심에 있으며, 구독제 성장의 가장 중요한 드라이버 중 하나이다. 우리의 다음 기술 여정을 이끌 이상적인 리더이자 최고의 파트너를 찾았다"라고 했는데요테크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답을 찾겠다는 이들이 CTO와 CPO도 중심에 둔 조직을 앞세워 더 힘들어진 환경 속에서 성장을 계속 이어나갈 방법을 만들 수 있을지, (이전에도 늘 그러했듯이) 업계가 따라갈 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업데이트) 디애슬레틱 인수합병은 없던 일로
(일전에 전해드린) 뉴욕타임스와 디애슬레틱의 인수합병 추진은 결국 가격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논의가 중단되었다고 디인포메이션을 통해 지난달에 알려졌어요. 120만 명의 유료 구독자가 있는 스포츠 전문 매체인 디애슬레틱의 인수는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이번엔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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