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5화. 디폴트 위기가 이번엔 다른 이유 본래대로라면 미국 정부는 1월 19일인 오늘 부채 한도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돼요. 미 정부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피하고자 우선 일부 할 수 있는 지출 유예 등의 '특별 조치'를 시행해 최대 6월 초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하루빨리 의회의 협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입니다.
2021년에도 같은 일이 있었는데요. 1960년 이후 한도를 총 78번이나 상향한 미국의 부채 한도 문제는 무엇일까요? 왜 계속 반복되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번엔 왜 더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일까요?
오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현재 상황과 함께 풀어줍니다. 국가 경제, 나아가 전 세계 경제에 큰 충격파를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 곧 협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을 이유까지 살펴봅니다. |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5화. 대혼돈의 미국, 디폴트 정국의 종착지는? |
"이러다 미합중국 정부를 디폴트 시키고 심장마비로 죽는 최초의 재무장관이 될지도 모르겠다"
2021년 여름, 간절하게 기다렸던 여름휴가를 맞아 캘리포니아 버클리에 있는 자택을 찾은 미국 재무장관 자넷 옐런이 한 말이다. 팬데믹과 전국적인 락다운으로 질식 직전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역대급 재정 지출을 단행한 미국 연방 정부는 당시 부채 한도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을 디폴트(채무 불이행)에서 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재무부 장관으로서의 부담감을 비튼 농담이었다.
그해 12월 16일, 미 의회는 간신히 31조 4000억 달러(약 3경 8622조 원)로 부채 한도 상향을 승인했지만, 불과 13개월 만인 2023년 1월, 또다시 디폴트 정국에 돌입했다. 그리고 상황은 재작년보다 훨씬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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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한도가 뭐냐면...지금 심각한 상황이거든"이라고 옐런은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CBS 60 Minutes) |
부채 한도가 뭔가요. 바람 나오는 건가요. 부채 한도(debt limit, 또는 debt ceiling)란 간단하게 말해, 정부가 빌릴 수 있는 돈의 총량이다. 지난주 금요일, 의회에 보낸 공개서한(번역문 링크)에서 옐런 장관은 부채 한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부채 한도란, 미합중국 정부가 아직 지불 전인 법적 채무를 이행하기 위해 빌릴 수 있도록 그 권한을 승인받은 금액의 총액입니다. 이 법적 채무에는 사회 보장(Social Security)과 고령자 의료비 지원(Medicare), 군대 급여,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 세금 환급, 그 외의 여러 지출이 포함됩니다."
미 연방 정부는 전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손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나라 살림은 물론이고, 해외 곳곳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국제 질서를 유지시키기 위한 천문학적인 국방/외교 지출, 국내외 금융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각종 수단에도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 당연히 이 돈의 출처는 미국 국민과 기업들이 내는 세금이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미국 정부는 줄곧 적자 상태였다. 즉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돈보다 쓰는 돈이 항상 더 많았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으면 모자라는 돈은 어떻게 충당할까? 답은, 빌린다. 바로 국채 발행이다.
근데 무한정 빌릴 수 있는 것은 아니야 국가 부채 한도를 아예 헌법에 박아 넣은 독일만큼은 아니지만 미국 역시 무려 제헌 헌법에서 국가가 돈을 빌리려면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만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그 후 200년이 넘도록 미 의회는 국채가 발행될 때마다 일일이 개별 법안을 입법하는 방식으로 직접 승인했다.
미국이 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전쟁 비용을 대기 위해 국채 발행의 유연성이 필요해지자 그제서야 의회의 별건 승인 없이도 정해진 한도 내에서 재무부의 재량에 따라 국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제정했다. 국가 부채 한도 관리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은 1939년에 공공부채법(Public Debt Act)이 최초로 제정되면서부터다. 이후 경제 성장과 불황, 이에 따른 재정 정책에 따라 미 의회는 지속적으로 부채 한도를 증액시켜 왔다.
아래 표를 보면 역사적으로 미국의 국가 부채가 급등한 때마다 전부 전쟁, 질병, 경제위기 등 정부가 대규모 재정 지출을 해야만 하는 당위성이 충분히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세기 이후 GDP 대비 국가 부채가 가장 급격하게 증가했던 시기는 제 2차 세계대전, 코로나 팬데믹,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공황 순이었다. 전쟁을 제외하면,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해야만 했던 사건들이다.
또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부채 한도를 상향한다고 해서 기존 예산에 없는 신규 지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이미 승인되어 예산에 반영된 지출을 이행하도록 해줄 뿐이다. 또한 부채 한도 상향 후 발행한 국채는 (당연히) 새 한도의 적용을 받는다. |
미국 부채 증가율은 최근 십여 년간 또 급격히 커졌다. (이미지 출처: Visual Capitalist) |
2021년과 상황이 완전히 다른 이유 문제는 전쟁, 질병, 경제위기 등의 이유로 예기치 못했던 지출이 추가로 필요해져도, 부채 한도가 그만큼 자동적으로 인상되지 않고, 의회가 증액된 새 부채 한도를 승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애초에 대부분의 정부 지출이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므로, 자연히 부채 한도 증액 역시 군말없이 승인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에 맹점이 있다. 미국은 2년에 한 번씩 의회가 바뀌는 나라라는 것이다. (하원은 의원 임기가 2년이고, 상원은 6년이지만 역시 2년에 한 번씩 선거를 해서 의원의 3분의 1을 교체한다.) 즉, 지출을 승인한 의회와 부채 한도를 승인해야 하는 의회의 구성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다.
위에서 언급한 2021년 12월 당시는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었기 때문에, 비록 막 취임한 바이든 정권이 야심 차게 내세운 추가 예산을 일부 포기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치기는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무사히 부채 한도를 증액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2년 11월 공화당은 예산 편성과 집행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하원 다수당 탈환에 성공한다.
전통적으로 여당에 불리한 중간선거에서 대법원의 임신중단권 합헌 판례를 뒤집은 데 대한 반발과 공화당의 자중지란으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은 간신히 유지했지만, 사실상 50:50에 가깝다. 즉 그때의 의회와 지금의 의회는 완전히 다르다.
사실 미국의 국가 채무 불이행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일이고, 여당 야당을 막론하고 의회 전체에 정치적 부담이 막대하다. 그리고 전 회기에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 대표가 1조 7000억 달러(약 2090조 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에 합의해주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큰 탈 없이 합의를 끌어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변수가 이게 다라면 클린턴 정권 때 백악관 수석 경제 고문, 오바마 정권 때 연준(Fed) 의장을 거치며 산전수전 공중전 다 치러본 옐런 장관이 심장마비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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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주목해야 할 거시 경제 변화와 그에 따라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각 산업의 이야기를 전하는 롱폼(Long-from) 아티클입니다. 급격히 변하는 거시 경제 지형 속에서 놓치지 않고 주목해야 할 이야기를 전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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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과 전국적인 락다운으로 질식 직전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역대급 재정 지출을 단행한 미국 연방 정부는 당시 부채 한도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을 디폴트(채무 불이행)에서 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재무부 장관으로서의 부담감을 비튼 농담이었다.
그해 12월 16일, 미 의회는 간신히 31조 4000억 달러(약 3경 8622조 원)로 부채 한도 상향을 승인했지만, 불과 13개월 만인 2023년 1월, 또다시 디폴트 정국에 돌입했다. 그리고 상황은 재작년보다 훨씬 나쁘다.
미국이 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전쟁 비용을 대기 위해 국채 발행의 유연성이 필요해지자 그제서야 의회의 별건 승인 없이도 정해진 한도 내에서 재무부의 재량에 따라 국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제정했다. 국가 부채 한도 관리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은 1939년에 공공부채법(Public Debt Act)이 최초로 제정되면서부터다. 이후 경제 성장과 불황, 이에 따른 재정 정책에 따라 미 의회는 지속적으로 부채 한도를 증액시켜 왔다.
또 한 가지 유의해야 할 것은, 부채 한도를 상향한다고 해서 기존 예산에 없는 신규 지출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어디까지나 이미 승인되어 예산에 반영된 지출을 이행하도록 해줄 뿐이다. 또한 부채 한도 상향 후 발행한 국채는 (당연히) 새 한도의 적용을 받는다.
미국은 2년에 한 번씩 의회가 바뀌는 나라라는 것이다. (하원은 의원 임기가 2년이고, 상원은 6년이지만 역시 2년에 한 번씩 선거를 해서 의원의 3분의 1을 교체한다.) 즉, 지출을 승인한 의회와 부채 한도를 승인해야 하는 의회의 구성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다.
위에서 언급한 2021년 12월 당시는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었기 때문에, 비록 막 취임한 바이든 정권이 야심 차게 내세운 추가 예산을 일부 포기하는 등 우여곡절을 거치기는 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무사히 부채 한도를 증액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22년 11월 공화당은 예산 편성과 집행에 막강한 권한을 가진 하원 다수당 탈환에 성공한다.
전통적으로 여당에 불리한 중간선거에서 대법원의 임신중단권 합헌 판례를 뒤집은 데 대한 반발과 공화당의 자중지란으로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은 간신히 유지했지만, 사실상 50:50에 가깝다. 즉 그때의 의회와 지금의 의회는 완전히 다르다.
사실 미국의 국가 채무 불이행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일이고, 여당 야당을 막론하고 의회 전체에 정치적 부담이 막대하다. 그리고 전 회기에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 대표가 1조 7000억 달러(약 2090조 원) 규모의 2023년도 예산안에 합의해주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큰 탈 없이 합의를 끌어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변수가 이게 다라면 클린턴 정권 때 백악관 수석 경제 고문, 오바마 정권 때 연준(Fed) 의장을 거치며 산전수전 공중전 다 치러본 옐런 장관이 심장마비를 걱정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