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고의 경쟁자는 레고다

[조디의 리테일 우화] 9화. 본질을 유지하며 성장하는 모두의 장난감
긴 세월이 흐른 후에도 레고는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연령대의 어른들에게도 여전히 사랑받는 제품입니다. 한때 레고도 디지털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며 존폐의 기로에 놓인 적도 있었지만, 새로운 시대와 변화에 그 어떤 레거시 기업보다 잘 대처하고 녹아들며 성장했습니다.

여전히 우리가 아는 모습의 브릭(Brick)이 가장 큰 경쟁력인 레고는 어떻게 성장을 이어왔을까요? 본질을 유지하면서 사업 구조를 탄탄하게 다듬어 온 모습을 오늘 [조디의 리테일 우화]가 전해드립니다. 

+ 한 기업이 쌓은 레거시를 현재의 사업 구조와 숫자를 기반으로 분석합니다. 샷 추가하고 끝까지 살펴보세요.

[조디의 리테일 우화] #레고의리테일
레고의 경쟁자는 레고다
본질을 유지하며 성장하는 모두의 장난감
어릴 적 많은 이들의 방바닥에 뒹굴었을 레고 조각. 레고는 1932년 덴마크 빌룬의 목수였던 올레 키르크 크리스티안센(Ole Kirk Christiansen)이 나무 장난감들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1935년 그는 사명을 '레고(Lego)'라고 지었는데 이는 덴마크어로 "재미있게 놀다"라는 뜻을 가진 "Leg godt"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1947년 레고는 플라스틱 장난감 제작으로 영역을 확대했고 1949년 오늘날 조립 '브릭(Brick)'의 초기 버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흔히 '블록 장난감'을 '레고'라고 통칭하곤 하는데, 레고는 90여 년 전 덴마크에서 시작된 기업을 일컫는 고유명사에서 오늘날 블록이나 브릭을 지칭하는 일반 명사로 자리 잡았다. 레고는 블록 놀이를 대표하는 기업이 된 것이다.
정교함이 꾸준한 확장의 원동력
1958년, 창업자의 뒤를 이어 2세 경영이 시작되면서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브릭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2세 경영을 시작한 창업자의 셋째 아들 고프레드 키르크 크리스티안센(Godfred Kirk Christiansen)은 대표에 취임한 후 기존 제품이 단단히 결합되지 못했던 단점을 개선하고 현재와 같은 규격을 도안하여 그 해 레고 브릭 최초로 특허를 출원했다. 

특허를 받게 된 이후 현재까지 지난 60여 년간 생산된 모든 레고 브릭은 디자인과 상품명과 무관하게 완벽히 호환되는데 이는 제품을 사출할 때 0.0005mm 오차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의 옥스포드 블록, 캐나다의 메가블록 등 아류 제품들이 쏟아지고 중국의 모조품이 범람하고 있지만 레고 기업이 추구하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원칙은 이후 다양하고 정교한 시리즈로 확장해 가는 데 매우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무엇을 조립하든 설계도(설명서)와 블록만 있으면 레고로 다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레고의 디테일의 정교함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사람이 직접 탑승하고 운전까지 가능한 슈퍼카인 부가티 시론(Bugatti Chiron)을 만들어 내는 위엄을 보인 적도 있다. 

레고는 확장성도 매우 뛰어나다. 각종 영화와 소설을 주제로 끊임없이 시리즈(스타워즈, 해리포터 등)들이 탄생하고 블록 조립을 통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와 같은 세계적인 명화를 구현해 내기도 한다. 이러한 확장성은 정교함을 토대로 발현된다. 몇천 개의 조각으로 구성된 스타워즈의 밀레니엄 팔콘(품번 75192)이나 영국 런던의 빅벤(품번 10253)과 같은 복잡한 기계 장치, 건축물을 표현하려면 정교함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레고는 레고와 함께 자라온 어른들이 계속 수집하는 장난감이자, 지속하는 놀이이기도 하다. 세미나와 워크샵에서도 많이 쓰인다.
'어른이들을' 위한 장난감이기도
전 세계 완구 시장을 주름잡는 3대 기업으로 레고 그룹을 비롯하여 바비 인형과 유아 완구 브랜드인 피셔 프라이스(Fisher-Price)로 유명한 마텔(Mattel), 그리고 모노폴리 보드게임과 트랜스포머 자동차 완구로 잘 알려진 해즈브로(Hasbro)를 꼽는다. 

일반적으로 완구 기업은 유아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며, 이 중 0-5세의 유아 대상의 완구는 성장 발육 과정에 맞게 연령대별로 사용하는 장난감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 주기가 매우 짧은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완구 기업은 연령층별로 여러 가지 다양한 브랜드를 갖추게 마련이며 완구 사업 외에도 보유 캐릭터의 인기를 활용한 비디오 게임, 영화 제작 등의 사업을 영위한다. 

보유 IP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 전개는 마텔이 올해 개봉한 영화 <바비(Barbie)>를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레고는 마텔과 해즈브로처럼 연령대별로 수많은 브랜드를 갖춘 대신, 오로지 레고 한가지 브랜드만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연령대별로 난이도를 조절한 여러 버전의 동일 시리즈 제품을 출시하고는 있지만, 장난감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단일 브랜드를 운영하는 독특한 사업 구조이다.

이러한 구조는 블록 놀이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놀이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0~5세를 대상으로 한 레고 듀플로(일반 레고 사이즈의 2배)부터 16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레고 테크닉과 같은 높은 난이도의 제품까지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로 전 연령 아우름
고객이 특정 연령층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소매기업으로서는 매우 큰 강점이다. 특히 어린이가 주요 고객인 타사와 비교할 때 이는 매우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레고는 높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품일수록 조립의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부품의 개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제품 가격을 기업이 원하는 만큼 높게 책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레고 테크닉 시리즈는 1977년에 보다 정교한 레고 모델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인데 단순한 브릭뿐만 아니라 빔(beam), 기어(gear), 엔진, 모터, 배터리 박스 등까지 포함하여 유명 슈퍼카, 비행기, 모토 바이크, 이외 기계 장치 등을 실제와 매우 유사하게 제작이 가능하며, 가격이 20~30만 원대부터 100만 원대에 달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이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신제품 출시 전부터 팬들이 출시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비단 테크닉 시리즈뿐만 아니라 다른 고가 모델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지난 2017년 전 세계 동시에 출시된 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도 출시 당시 110만 원이라는 가격이 무색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제품이다. 레고는 흔히 키덜트 3대 품목으로 함께 꼽히는 건프라, 피규어들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넘사벽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장 오래되고, 가장 많이 쓰이는 2 x 1 브릭이다. 오차가 없는 이 브릭에 레고 성장의 답이 있기도 하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사업 구조
레고 블록 중 직육면체의 2x1 블록(가로 2줄, 세로 1줄)이 가장 일반적인 브릭이라고 한다. 2x1 브릭은 1952년부터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구성품이기도 하다. 레고 블록은 다양한 시리즈에 맞게 수많은 디자인의 브릭으로 구성돼 있지만 2x1을 기본으로 2x4 등 가장 클래식한 브릭들이 기본을 구성하고 있다. 

연간 약 360억 개의 브릭이 생산(1분에 약 6만 8000개 생산)되고 있다고 전해지는데 레고가 생산하는 브릭의 모양은 수만 가지가 있지만 가장 기본 사이즈의 직육면체의 클래식 브릭을 양산한다는 점에서 매우 효율적인 생산 관리가 가능하다. 이는 다양한 브랜드의 여러 제품(다품종)을 그때 그때 필요한 만큼만(소량) 생산해야 하는 마텔과 해즈브로와는 매우 큰 차이점이다. 

간단한 공정과 양산 = 높은 이익률 
레고 브릭의 제작 공정도 비교적 간단하다. 용해된 플라스틱 입자를 브릭 모양의 금형에 붓고 식히는 작업이 주요 공정인데 이는 냉장고의 얼음 트레이에서 얼음을 얼리는 원리와 비슷하다(물론 제작 공정이 비교적 간단하다고는 해도 매우 정밀하게 처리해야 하는 과정이다).

'공정이 간단'한 것과 '양산이 가능'하다는 것은 제조 과정의 효율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곧 높은 이익률을 뜻한다. 

레고의 매출총이익률은 평균 70% 수준으로 마텔과 건담으로 유명한 반다이남코(Bandai Namco)의 35~45% 수준에 비해 월등히 높다. 판매를 위한 마케팅비, 그리고 경영에 필요한 일반 관리비 등 판관비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매출총이익률이 월등히 높아 영업이익률이 30% 수준에 이른다.

소비자를 상대하는 B2C 소매 기업으로 제조와 유통을 아웃소싱에 의존하지 않고 거의 직접 관리하고 운영하는 브랜드 기업인데 영업이익률이 30%라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높은 마진이다.
레고의 넘사벽 영업이익률 (데이터: 각 기업 실적보고서)
레고의 영업이익률은 넘사벽 수준이다. 생산 비용이 적어 마케팅 등에 활용할 비용도 더 많다. 
재고자산 회전도 압도적으로 빠름
레고의 재고자산 회전율을 타사와 비교하더라도 높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매출액의 재고자산에 대한 비율을 의미한다. 다르게 말하면 재고자산이 1년 동안 몇 번이나 매출로 전환되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재고자산 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자산이 활발하게 소진되어 재고가 매출액으로 빠르게 반영된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해당 기업의 사업이 양호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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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조디의 이름은 유정현이다. 증권사 리서치 부문에서 20여 년간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국내외 소비 시장을 분석하며,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소비재 기업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경제 주간지들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매년 선정되기도 했다.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소비재 산업과 그 안의 주목해야 할 지표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하는 롱폼(Long-form) 아티클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소비하는 상품의 산업이 어떤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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