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을 준비하는 중국의 자세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13화. 과연 미국과의 이별은 가능할까?
지난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이별을 준비하는 미국의 자세에서는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과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모습을 다뤘다면 오늘은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과 이별을 준비하는 자세를 살펴봤습니다. 미국은 중국이 (특히 기술적으로) 자신들의 '턱 밑'까지 쫓아올 수 있는 틈을 주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중이고, 중국은 어떻게든 기술 굴기를 이루어 내 미국과 견주는 슈퍼 파워가 되겠다는 마음을 보이는 중이죠. 

하지만 양쪽이 지속해서 이러한 대치 상황을 유지한다면, 얽혀 있는 것이 너무 많은 두 국가와 주변국가들 그리고 전체 산업과 그에 속한 기업들에 결코 좋지 못한 상황이 이어지리라고 예상됩니다. 최근 애플의 아이폰에 대한 중국 정부 일부 기관의 사용 금지를 바라보는 우려 섞인 시선은 이러한 걱정의 일부분이죠.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중국의 화웨이는 이미 이 대결의 희생양이 되었고, 비록 최근 발표한 최신 스마트폰 기종이 큰 기대를 불러일으켰지만, 새로운 기술을 보급받지 못하는 타격을 입은 후 회복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중입니다.

어제 커피팟은 안젤라 님과 함께 <미국과 중국은 이별할 수 있을까?>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모임에서는 현재 미국과 중국이 대결하는 상황이지만, 쉽게 이별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별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다각도로 나누었는데요. 

오늘 전해드리는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에는 이에 대한 해답이 되는 이야기도 담겨있습니다. 최근에 이어진 상황들을 정리하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두 국가의 경제 및 기술 경쟁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명료하게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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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을 준비하는 미국의 자세>와 <이별을 준비하는 중국의 자세> 모두 커피팟에 샷 추가하시면 끝까지 보실 수 있어요. '모임'에도 참여하실 수 있고요. 지금 미국과 중국이 왜 디커플링 하려는지 단숨에 이해하고 싶다면 샷 추가해 보세요!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미국에이어
이별을 준비하는 중국의 자세
고래 싸움에는 애플도 장사 없다
지난주, 신제품 아이폰 15의 출시를 앞두고 고공 행진을 거듭하던 애플의 주가가 급락했다. 중국 정부가 관공서와 국영 기업에서 애플 제품 사용을 금지했다는 보도가 터져 나오면서 애플의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에 2000억 달러(약 268조 원)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인 금지는 부인했지만, 다음날 외교부 논평에서 아이폰 관련 "보안 사고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모든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데이터 보호 및 정보 보안법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정보 및 네트워크 보안을 매우 중요시하며, 국내외 기업을 모두 동등하게 대우하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시장 지향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이번 조치는 중국의 국내 경쟁사인 화웨이의 신규 5G 스마트폰 발표 직후에 나왔다. 수년째 미국의 지속적인 견제를 받아온 화웨이가 야심 차게 내놓은 신제품 메이트 60 프로에 중국 반도체 기업 SMIC가 제조한 7나노미터 칩이 탑재된 것으로 공개되면서 미국은 충격에 빠졌고 중국은 열광했다. 

미국이 충격에 빠진 이유는 반도체 관련 각종 기술과 장비까지 수출을 규제하면서 중국이 미국은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지 못하도록 견제해 왔는데, 무려 절반 수준인 7나노급 칩을 탑재하면서, 적어도 지금까지는 미국의 전략이 수포가 되었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댄 허치슨 테크인사이트 부회장은 "중국에게는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며 "SMIC의 기술 발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7나노 생산에서 수율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을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메이트 60 프로가 5G폰이라는 점도 화제가 되었다. 화웨이는 2020년 이후 미국의 제재로 5G 칩 조달이 어려워 4G 칩만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메이트 60 프로의 통신 속도가 애플의 최신 아이폰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의 부품 구성 하나하나를 직접 뜯어보면서 분석하는 영상도 올렸다. 미국 언론 전체가 이번 화웨이 신기종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이미지 출처: 블룸버그 영상)
길었던 허니문의 종언?
사실 지금까지 중국에서의 아이폰의 약진은 애플과 중국의 밀월의 결과물이었다. 지난 3월, 팀 쿡은 중국의 제로 코비드 정책이 완화된 후 서방 기업 경영진 중에서는 최초로 베이징을 방문해 애플과 중국이 "공생 관계"로 성장해 왔다며 중국을 한껏 치켜세웠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팔리는 아이폰 5대 중 1대가 중국에서 팔리며, 일각에서는 애플이 중국에서 창출하는 일자리가 150만 개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무엇보다 스티브 잡스 이후 명실상부한 애플의 리더로 자리매김한 팀 쿡이 애플의 중국 시장 진출의 "설계자"였다. 

구글, 메타, X(구 트위터) 등 미국의 다른 IT 대기업들이 줄줄이 중국 정부의 철퇴를 맞고 시장에서 철수해 왔지만, 애플은 신중하면서도 교묘한 기업 외교를 통해 그 어떤 서방 기업, 아니 웬만한 중국 기업보다 더 많은 매출을 중국 시장에서 끌어냈다. 중앙 정부는 물론 아이폰 제조업체인 폭스콘을 통해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정저우를 중심으로 지방 정부들과의 관계에도 폭넓은 '투자'를 했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앱을 앱스토어에서 삭제하는 등 중국 정부가 불편해할 만한 부분에서 선제적인 '배려'를 해왔다. 

덕분에 화웨이, 샤오미 같은 자국 스마트폰 업체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중국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현재 애플의 중국 의존도는 '아주' 크다)

글로벌 전략 자문사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의 중국 테크 전문가 폴 트라이올로는 애플과 중국의 관계가 양쪽 모두에게 '윈윈'이었다고 진단했다. 애플 덕분에 중국 기업들은 생산 표준과 프로세스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고, 애플은 공급망을 다각화하여 특정 공급업체가 자사 제품을 복제하는 것을 방지하여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애플은 중국에서도 (당연히) 전방위 로비를 벌여왔고, 애플과 중국 각급 정부의 관계는 '윈윈'이었다. 그 결과 중국에서도 가장 사랑 받는 브랜드 중 하나의 지위를 유지해 왔다.  
일회성 플렉스일 수도 있지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이번 중국의 조치가 미중간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다른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이 드디어 애플에게까지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과 함께 "우려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중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애플의 전 직원들은 이번 조치가 애플을 겨냥했다기보다는 날이 갈수록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맞대응으로 나선 것으로 보았다. 중국 정부가 자신들이 쥔 카드를 과시(flex)한 사례라는 것이다. 

트라이올로는 "중국 내 애플의 입지가 약화되는 것은 비즈니스 환경 전반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애플에 대해 추가 조치를 취하는 데에는 매우 주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미국의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며 사실상 중국 내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퇴출당하는 제재를 당했을 때와는 대조적으로, 중국 정부는 이번에는 "특정 국내외 기업 제품의 사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한 적은 없다"며 한발짝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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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안젤라는 한국과 일본의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IPO, M&A, 지분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한 후, 현재는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자본 시장, 거시경제 관련 기사를 큐레이션하여,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등 여러 책도 우리 말로 번역한 바 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주목해야 할 거시경제 변화와 그에 따라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각 산업의 이야기를 전하는 롱폼(Long-from) 아티클입니다. 급격히 변하는 거시경제 지형 속에서 놓치지 않고 주목해야 할 이야기를 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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