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의 레거시는 무엇이 될까? (2편)

[키티의 빅테크 읽기] 26화. 좋고, 나쁘고, 이상한 레거시는 어떻게 이어질까?
앞서 전해드린 1편에서는 일론 머스크가 지금까지 이루어온 업적, 즉 레거시를 살펴보면서 트위터 인수까지의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오늘 전해드리는 2편에서는 월터 아이작슨이 독자들을 위해서라면 던졌어야 하지만 던지지 않은 질문들은 무엇이었는지를 전합니다.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마땅히 받아야 했을 질문들이고,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라면 역시 마땅히 받아야 했을 질문들이에요. 크게 4가지로 정리됩니다.

트위터 인수는 머스크에게 오점이 될까? 
"명목화폐는 사기예요." 머스크가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은 10월 2일 한 트윗에 남긴 언급이다. 이런 짧은 언급이 기사화되는 이유는 그의 야심 때문이다. 머스크는 직원 80%를 해고한 트위터('엑스'로 사명이 변경됐지만 본 글에선 편의상 트위터로 지칭)를 블록체인 기반 '에브리씽 앱'(중국 위챗과 비슷한)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자신이 23년 전 CEO 자리에서 쫓겨났던 페이팔 전신 엑스닷컴(X.com)으로 트위터 사명을 변경한 것부터가 그렇다. 그가 생각하는 트위터는 소셜미디어라기보다는 누구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고 보상을 받는, 아마도 도지코인 기반의 결제 플랫폼이어야 한다. 

동생인 킴벌은 트위터 인수 대신 아예 블록체인 기반 앱을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일론은 결국 인수로 가닥을 잡았다. 트위터는 일론에겐 (아이작슨의 표현에 따르면) '놀이터'였고 이미 플랫폼에 모여 있는 유저 기반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9월 말 트위터 사용자는 (머스크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인수 전보다 11%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도 큰 타격을 받았다. 가장 큰 이유는 머스크의 변덕스런 콘텐츠 조정 정책 변화로 인한 논란이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이유를 "인류가 지구 외 다른 행성에서도 살아갈 수 있게끔 하려면 인류의 지능을 보호해야 하며 그러려면 집단사고(Groupthink)에 인류가 빠지는 걸 막고 각성주의 문화를 트위터에서 뿌리 뽑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알쏭달쏭한 말은 트위터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과거에 혐오 발언 등의 이유로 쫓아냈던 일부 우파 논객들과 정치인(트럼프 전 대통령 포함)을 복권하는 형태로 나타났다. 복권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게 더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 복권을 트위터 설문조사로 정한다던지, 똑같이 반유대주의 혐오 발언으로 규제당한 유명인 중에서도 일부는 복권시키고 일부는 계속 금지하는 식이다. 

머스크의 사적 감정이 특정 유저를 제재하기도 한다. 자신의 전용기 동선을 알려주는 '일론젯(elonjet)' 계정을 "가족을 위협한다"라며 트위터에서 쫓아낸 게 그런 사례다. 이 과정이 트위터로 실시간 중계되며 그와 회사의 평판에 악영향을 끼쳤다.
트위터(엑스)의 CEO가 된 린다 야카리노의 존재감은 아직 그리 크지 않다. 사용자 수도 점점 하락 중인 와중에 자신의 전문인 광고 유치를 통해 반전을 꾀하며 실적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미지: 코드 컨퍼런스 2023)
이렇듯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취약성은 예민하다(thin-skinned, 얼굴이 두껍지 못하다는 것)는 것, 즉 건전한 비판조차 잘 못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머스크와 단독 인터뷰를 여러 번 했고 머스크가 여러 사안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던 언론인 카라 스위셔에게도 스위셔가 머스크 비판 기사 하나를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욕설을 하면서 관계를 끊어 버렸다. 

머스크가 ADL(Anti-Defamation League: 반명예훼손연맹)이란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명예훼손 소송을 하겠다는 선언은 그의 취약성을 잘 드러낸다. 머스크가 반유대주의적 음모론을 자신의 트윗으로 증폭시키는 등의 행동으로 트위터 내 반유대주의 혐오발언에 대한 신고가 늘어나자 ADL이 문제제기를 했는데 이를 두고 "트위터 매출을 60% 떨어뜨린 데 ADL이 책임이 있다"며 머스크가 고소하겠다고 위협한 것. 

"머스크가 선을 넘었다(뉴욕타임스)", "머스크가 반명예훼손연맹의 명예를 훼손했다(더 힐)" 등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아이작슨도 이 부분에 대해 "머스크의 잘못"이라며 선을 그었다.  

스위셔는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1억 4000만 명에 달하는 소위 '팬보이' 팔로워들에게 무얼 하든 환호를 받으며 그의 명민함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아이작슨과의 인터뷰에서 스위셔는 "일론에게 직언할 수 있는 최측근이 누구냐"고 묻는다. 아이작슨은 "안토니오 그라시아스(VC, 밸로 캐피털(Valor Capital)), 데이빗 색스(VC, 크래프트 벤처스), 여자친구 그라임스, 동생 킴벌 등 몇 명이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없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일론 머스크의 가장 충직한 팔로워이자 투자자로 평가 받는 안토니오 그라시아스에 대한 디인포메이션의 지난 8월 기사. 그의 회사인 밸로 캐피털은 테슬라의 초기 투자자이며, 개인적으로도 테슬라 주식을 상당량 보유한 이사회 멤버였다. 안토니오 그라시아스는 트위터 인수에도 개인적으로 투자를 했다. (이미지: 디인포메이션 기사)
아이작슨이 던지지 않은 질문 
1. '후계자'와 '팀빌딩'
아이작슨의 책을 읽고 나면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머스크 주위엔 어떤 사람이 있을까, 또는 "머스크는 어떻게 팀빌딩을 한 걸까"에 대한 이야기다.

전기니 머스크 이야기에 집중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아이작슨의 전작인 벤자민 프랭클린에는 프랭클린이 다른 동료를 모아 미국을 건설하는 '팀빌딩'의 과정이 그려져 있다. 머스크와 비슷하게 냉혹하고 독단적이며 직원들에게 잔인했던 스티브 잡스 전기에서조차도 자신의 후계 구도에 대해 골몰하고 직원들을 어떻게 고무하는지의 과정이 그려져 있다.

머스크 전기에선 머스크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가운데 이 과정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물론 아이작슨에게도 이유는 있다. 머스크가 6개의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분절적으로 일하는 상황을 스케치하다 보니, 머스크가 없는 상황에서 실제로 각각의 기업이 하루하루 어떻게 움직이고 가끔 회사를 방문하는 머스크의 존재감이 얼마만큼인지 엿보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책에서 가장 자세히 언급된 직원 중 하나는 2002년부터 스페이스엑스에서 일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그윈 샷웰(Gwynne Shotwell) 스페이스엑스 사장 겸 COO다. 아이작슨은 샷웰에 대해 한 챕터를 할애하고 있다. 샷웰은 일론 머스크의 단점을 잘 보완하는 핵심 참모로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걸로 유명한 머스크를 설득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원이기도 하다.

이 챕터에선 자신의 남편이 머스크처럼 아스퍼거증후군을 갖고 있어 머스크와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언급이 보인다. 책에는 샷웰이 머스크 때문에 그만두려는 직원을 설득하는 대목도 나온다. 머스크가 심하게 직원들을 몰아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샷웰은 중간에서 직원들을 다독이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챕터에서조차도 숏웰의 리더십 이야기보다는 "머스크와 어떻게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한다.

머스크의 회사에서 독보적인 여성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샷웰이 어떻게 조직을 꾸려왔는지 아이작슨이 다루었더라면 어땠을까? 머스크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윈 샷웰은 스페이스엑스의 성공에 큰 기여를 했고,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역량과 역할만큼 조명을 받지 않는다.
아이작슨이 던지지 않은 질문
2. 머스크 리더십의 사내 영향은?
아이작슨이 전기 작가가 된 데에는 자신의 리더 경험이 큰 영향을 줬다. 타임지와 CNN 사장 시절 아이작슨은 누구나 좋아하고 공감 능력이 풍부한 온화한 리더였다. 그러나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성격 덕분에 변화가 필요했던 CNN에 과감한 변화를 일으키는 데 실패했다. 

아이작슨이 머스크나 잡스와 같이 '혹독한 리더'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했던 이유다. 머스크의 여자친구 그라임스가 "머스크가 악마 모드에 들어가면...아무튼 목표는 달성하거든요"라는 표현도 책에 들어간다. 

그런데 리더로서의 머스크에게 아이작슨이 던지지 않은 질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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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리드했고, 소셜임팩트를 담당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에 정기 기고 중이며, 장애-유니버설 디자인-ESG-사회혁신 등의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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