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멈출 기색 없는 고금리 모먼트

[부엉이의 차트피셜] 12화. 빅테크도 버티기 어려운 시간의 도래
금리가 또 요동치고 있습니다. 10월 3일 현지 시간을 기준으로 미 국채 금리는 10년 만기를 기준으로 4.8%를 넘어서기도 하면서 2008년의 미국발 전 세계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죠. 금리 상승세가 멈추면서 안정세에 접어들 것만 같았던 투자 시장도 이에 따라 다시금 흔들리는 중입니다. 

이제 시장에서는 높은 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도 퍼지고 있습니다. 미 연준은 높은 금리에도 경제가 예상보다 잘 버티는 중이고, 금리를 더 높일 여력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상황 속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금리 상승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시장을 이끌어 온 성장주 즉, 테크 기업들입니다. 고금리 상황이 예상보다 더 길게 이어진다면 이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금리가 더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크게 쏠려 있는 시장의 투자는 유지될 수 있을까요?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이 현재 요동치는 금리 상황에 큰 힌트가 되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떤 산업의 밸류에이션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금리의 원리와 시장의 작동 방식을 들어 차근히 설명하면서요. 숫자를 보는 방법을 전해드리면서, 현재 투자 시장의 흐름을 살펴봅니다. 

+ 마침 10월 18일에는 부엉이의 차트피셜과 함께하는 [모임] 금리는 어떻게 투자 시장에 영향을 미치나도 진행합니다. 지금 금리가 결국 시장과 나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에 대해 부엉이 님이 준비한 별도 강연과 토의를 진행합니다.

오늘 이야기에 대해서도 팔로우업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예정이에요. 샷 추가하시고 참여해 보세요!

[부엉이의 차트피셜] #성장주가치주
계속 이어지는 고금리 모먼트
빅테크도 버티기 어려운 시간의 도래
황야의 7인, 금리의 역습을 받다
올해 주식시장 주인공은 황야의 7인(Magnificent Seven)*이 차지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는 시총 상위 7개 기업(전부 미국의 빅테크)은 연초 이후 80% 이상 상승하여 S&P500 지수 전체를 끌어올렸다. 특히 AI 관련 주식들이 각광을 받으면서 AI 연산에 핵심적인 칩을 공급하는 엔비디아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르면서 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 Magnificent Seven: 1960년대 영화 ‘황야의 7인’과 동명의 신조어. 2023년 주가 상승을 주도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페이스북) 7개 빅테크 기업을 지칭한다.

연초부터 8월까지 S&P500 지수 중 매그니피센트 세븐을 제외한 나머지 493개 기업의 주가는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시총 상위 종목이 상승을 주도하면서 시총 상위 7개 종목이 S&P500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과거 평균 15~20% 내외에서 현재 28%로 올라왔다. 현재 시총 상위 종목이 전체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2000년 IT 버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매그니피센트 세븐과 S&P500 연초 이후 수익률 (자료: 블랙록, Factors & the Magnificent Seven)
7개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률은 연초 대비 80%가 넘는다. 이들을 제외한 S&P 전체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9월부터 장기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대형 기술 주식을 중심으로 지수 전체가 조정받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대형 기술주 붐으로 시총 상위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대형 기술주 움직임에 증시 전체가 흔들렸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작년부터 기준금리를 거침없이 인상하면서 대형주, 소형주 가릴 것 없이 거의 모든 종류의 기술 기업이 큰 폭으로 조정받았다. 2022년 한 해 S&P500의 테크 섹터는 29% 하락하여 2013년 이후 처음으로 S&P500(19.9% 하락) 지수 대비 저조한 성과를 시현했다.
S&P500 지수와 미 국채 10년 수익률 추이 (자료: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연방준비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부터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인상하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주식 밸류에이션 조정과 경기침체 우려로 2022년 증시는 부진했다. 

2023년 3월까지 금리와 주가지수는 음의 상관관계(금리가 오르면 증시가 하락, 혹은 금리가 떨어지면 증시가 상승)를 보였으나, 2023년 4월 이후 내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AI 붐이 일면서 장기금리와 주가의 동반 상승이 나타났다. 하지만 상반기부터 기준금리가 5%대에 머물고 있음에도 경제가 예상보다 단단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했다. 9월부터는 장기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대형 기술 주식을 중심으로 재차 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년간 지속된 기술주 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회사의 기술 혁신뿐 아니라 초저금리(ultra-low rate)에 힘입은 바가 컸다. 금리가 한없이 낮아지면 당장 돈을 벌지 못해도 미래에 막대한 이익을 약속하는 기업들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기준금리를 최저까지 인하하고, 국채 매입을 확대하면서 거의 모든 만기의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점으로 떨어졌었다. 금리가 사실상 제로에 수렴하면서 수익성이 우수한 대형 테크 기업 뿐만 아니라, 적자 상태인 스타트업까지 버블이 옮겨붙었다.

2022년부터 시작된 금리 정상화로 빅테크와 소형 성장주를 포함한 거의 모든 주식 밸류에이션이 조정받았지만, 2023년 AI 붐과 함께 시총 상위 종목들의 밸류에이션만 과거보다 더 부풀어 오른 상황이다. 

앞으로 장기간 높은 금리가 유지된다면 대형 기술주 투자가 여전히 유효할까?
AI 붐으로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랠리'는 연내 계속되었다. 과연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성장주(기술주)가 금리 상승에 취약한 이유
작년처럼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성장주가 불리하다. 우선,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기간에 투자자들은 배당 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진다. 경제 성장률과 기업 이익에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기대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더 확실한 투자처를 선호한다. 

주로 가치주 영역에 속하는 에너지 및 철강 산업의 기업들은 인플레이션 기간에도 배당 수익률이 유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더 유리하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시기에 주식 시장 자금은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이동한다.

이자율 또한 성장주와 가치주 선택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일반적으로 성장주가 가치주에 비해 금리 변화에 민감하다.

에너지, 유틸리티 및 경기 방어주처럼 배당금을 많이 지급하는 주식은 배당금을 지급하고 현금흐름 패턴이 시간에 따라 거의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금리가 오르더라도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가 덜 감소한다. 하지만 기술 기업들이 많이 포함된 성장주의 경우 주가에 먼 미래에 발생할 현금흐름까지 할인되어 있기 때문에 금리 변동에 더 민감하다.

유명 투자 전략가 리처드 번스타인은 저서 <순환장세의 주도주를 잡아라>에서 아래와 같이 수익 구조가 완전히 동일한 A와 B 기업의 예시를 통해 현금흐름 구조와 금리 민감도 변화를 설명한다. 동일한 기업도 투자자가 받아야 할 현금이 먼 미래에 쌓여 있으면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하다.
예를 들어 전체 수익이 10%로 같은 주식 A와 B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주식 A의 전체 수익은 7%의 자본 차익과 3%의 수익(배당수익)으로 구성된 반면, 주식 B의 전체 수익은 10%의 자본 차익으로 구성되었다고 하자.

배당수익률은 비교적 확실하지만, 자본 차익은 상대적으로 불확실하다.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는 금리가 오를수록 감소하므로 금리가 오르면 주식 A의 주가가 주식 B의 주가를 넘어설 것이다.

이는 주식 B의 전체 수익은 미래에 일어날 사건에 따라 달라지는 반면, 주식 A는 일부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가격이 전적으로 금리 변화에 달린 채권과 달리 주식 가격은 인플레이션과 이자율뿐만 아니라 명목 이익 성장과 배당률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만약 경제 성장률이 개선되어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라면 기업 이익도 증가하여 주가는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번스타인은 다양한 산업의 주가와 금리 사이의 역사적 관계를 분석한 결과 금리 상승에 민감하지 않은 산업들은 금리 상승기에도 주가가 올랐음을 밝혀냈다. S&P500 지수 전체는 금리 상승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나, 철강, 석유 등 경기에 민감한 산업은 금리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올해 '황야의 7인'도 금리 상승기에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면서 주가가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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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리가 지속되면 잘 나가던 테크 기업들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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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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