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할 필요 없는 피그마 어도비가 피그마를 인수하겠다고 한 2022년 9월 당시 일각에서는 너무 많은 돈을 주고 떠오르는 스타트업을 인수한다며 걱정이 많기도 했어요. 인수 발표가 나고 어도비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초기의 반응은 좋지 않았죠. 하지만 피그마가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개발자와 기획자 그리고 프로덕트 개발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선호하는 이유를 늦지 않게 파악하고, 장기적으로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고 봤을 어도비의 판단은 대체로 틀리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피그마의 실적도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피그마는 올해 연간반복매출(ARR, Annual Recurring Revenue)로 6억 달러(약 7850억 원)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이는 지난해 대비해 40% 증가한 금액입니다. (연간반복매출은 구독 기반의 SaaS(Software-as-a-Service)인 피그마의 실적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이죠) 피그마는 지난 몇 년간 수익도 내고 있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물론 200억 달러라는 금액은 현재 기준으로 피그마가 받을 수 있는 가치 평가보다 훨씬 높게 책정된 금액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그마의 실시간 협업 디자인 툴은 주고객이 기업들이었기에 그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고 판단되기도 했어요. 역시 프레젠테이션과 소셜미디어 포스팅 등에 특화한 그래픽 디자인 플랫폼인 캔바(Canva)는 개인 사용자들이 주고객층이고 연간반복매출이 이미 (피그마의 3배를 훌쩍 넘는) 20억 달러(약 2조 6160억 원)에 이르지만, 최근의 가치평가는 250억 달러(약 32조 7000억 원) 수준이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물론 피그마에 투자를 하기 원하는 이들은 여전히 줄을 서 있는 상황입니다. 피그마는 장기적으로도 시장에서 좋은 포지션을 잡는 사업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큽니다. 지금은 주력하는 영역이 다르지만, 향후 어도비와 경쟁 체제를 만들어 나간다면 디자인 소프트웨어 시장의 개발 혁신에 있어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둘의 합병을 반대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이죠.
어도비에게는 안 좋을까?
소식이 전해진 이후 어도비의 주가는 2.5% 상승했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피그마에 대하 인수 금액이 너무 크다고 보는 중이었습니다. 사업 확장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죠. 어도비는 이미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로 한 시장의 영역을 장악한 사업자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최근에 발표한 2023년 회계연도 4분기의 실적도 기대치를 상회했어요. 매출은 50억 5000만 달러(약 6조 6000억 원)에 순수익은 14억 8000만 달러(약 1조 936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역시 각 기업과 전문가들에게 필수적으로 자리 잡은 소프트웨어의 위력을 보여주는 숫자들이죠.
주요 제품들에도 통합된 생성 AI 제품인 어도비 파이어플라이도 좋은 평가를 받는 중이고, 소프트웨어 업계에 불고 있는 AI 통합 경쟁에서도 늦지 않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죠. 어도비는 어도비만의 경쟁력을 특히나 강화시켜 나가는 중입니다.
피그마 인수는 시장 전체를 바라보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두 서비스 모두 B2B 시장을 바라보고 있고, 어도비가 주력하지 않은 영역에서 플러스가 되어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만들어 갈 수 있었죠.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이 이미지 포스팅에 특화된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비유입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과 함께 소셜미디어 제국을 만들죠) 어도비 입장에서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시장 전체에서 지배적인 사업자가 (빠르게) 되는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에는 무슨 의미일까?
알파벳과 메타 그리고 아마존 등 빅테크의 무궁한 성장은 테크 시장 전체에 혁신을 위한 플러스 요소로 작용했고, 기술 발전과 테크 산업의 확장에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각 영역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가진 기업들이 탄생하는 결과이기도 했죠.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적어도 빅테크 기업들이 지배적인 위치를 점한 기업들이라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습니다) 이들이 족족 인수한 새로운 기술과 스타트업은 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들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지만, 새로운 기술로 이들에 필적할 기업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은 점차 사라져 간다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빅테크와 빅테크가 만든 환경을 바라보면서 각국의 경쟁 당국은 미래에 한 영역에서 지배적인 사업자가 탄생하면서 낼 수 있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결정들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유럽 경쟁 당국 그리고 미국이 기업 간 인수합병에 더 엄격한 잣대를 댈 것이라는 것은 확실해졌습니다.
물론 빅테크의 자금을 수혈 받거나 빅테크에 인수되어 더 좋은 환경에서 제품 혁신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스타트업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도 예상되죠. 결국 현재의 빅테크 기업들이 혁신을 이끌어 가면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활발해진다고 보는 시각이고요.
앞으로도 두 가지 시각은 계속 충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번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 결렬은 당분간 시장에서 어떤 논리가 더 강하게 작용할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
영국 경쟁시장청은 두 회사의 합병은 시장의 대표적인 프로덕트 디자인 툴이 합치는 것으로 혁신을 감퇴시키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 대표적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어도비라는 지배적인 사업자와 유력하게 경쟁할 피그마를 시장에서 없애는 것이라고 짚었어요. 이들이 아니었어도 미 법무부도 이들에 대한 반독점 소송을 검토하는 단계였습니다. 그대로 합병이 진행되기는 사실상 힘든 상황이었죠.
이제 둘은 다시 각자의 길에 서게 되었습니다. 두 회사가 제공하는 툴의 차이도 분명하지만, 영역이 겹치는 이들이 장기적으로는 필연히 경쟁하면서 개발 혁신을 이어갈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미래의 경쟁과 그로 인한 혁신을 막고, 독점 시장이 만들어져 고객들에게 종국엔 높은 가격이 전가된다는 경쟁 당국의 논리는 이번에 통한 것으로 보이죠.
큰 반향을 얻으며 떠올랐던 피그마는 기존의 기세를 유지하면서 성장해 갈까요? 장기적으로는 시장 지배력을 더 높인 것으로 평가 받았던 어도비에게는 이번 합병 무산은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그리고 전체 시장에는 무슨 의미일까요?
피그마의 실적도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피그마는 올해 연간반복매출(ARR, Annual Recurring Revenue)로 6억 달러(약 7850억 원)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이는 지난해 대비해 40% 증가한 금액입니다. (연간반복매출은 구독 기반의 SaaS(Software-as-a-Service)인 피그마의 실적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이죠) 피그마는 지난 몇 년간 수익도 내고 있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물론 200억 달러라는 금액은 현재 기준으로 피그마가 받을 수 있는 가치 평가보다 훨씬 높게 책정된 금액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그마의 실시간 협업 디자인 툴은 주고객이 기업들이었기에 그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고 판단되기도 했어요. 역시 프레젠테이션과 소셜미디어 포스팅 등에 특화한 그래픽 디자인 플랫폼인 캔바(Canva)는 개인 사용자들이 주고객층이고 연간반복매출이 이미 (피그마의 3배를 훌쩍 넘는) 20억 달러(약 2조 6160억 원)에 이르지만, 최근의 가치평가는 250억 달러(약 32조 7000억 원) 수준이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물론 피그마에 투자를 하기 원하는 이들은 여전히 줄을 서 있는 상황입니다. 피그마는 장기적으로도 시장에서 좋은 포지션을 잡는 사업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큽니다. 지금은 주력하는 영역이 다르지만, 향후 어도비와 경쟁 체제를 만들어 나간다면 디자인 소프트웨어 시장의 개발 혁신에 있어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둘의 합병을 반대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이죠.
어도비에게는 안 좋을까?
어도비는 이미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로 한 시장의 영역을 장악한 사업자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최근에 발표한 2023년 회계연도 4분기의 실적도 기대치를 상회했어요. 매출은 50억 5000만 달러(약 6조 6000억 원)에 순수익은 14억 8000만 달러(약 1조 9360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역시 각 기업과 전문가들에게 필수적으로 자리 잡은 소프트웨어의 위력을 보여주는 숫자들이죠.
주요 제품들에도 통합된 생성 AI 제품인 어도비 파이어플라이도 좋은 평가를 받는 중이고, 소프트웨어 업계에 불고 있는 AI 통합 경쟁에서도 늦지 않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죠. 어도비는 어도비만의 경쟁력을 특히나 강화시켜 나가는 중입니다.
피그마 인수는 시장 전체를 바라보고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두 서비스 모두 B2B 시장을 바라보고 있고, 어도비가 주력하지 않은 영역에서 플러스가 되어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만들어 갈 수 있었죠.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이 이미지 포스팅에 특화된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것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비유입니다.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과 함께 소셜미디어 제국을 만들죠) 어도비 입장에서는 디자인 소프트웨어 시장 전체에서 지배적인 사업자가 (빠르게) 되는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에는 무슨 의미일까?
빅테크와 빅테크가 만든 환경을 바라보면서 각국의 경쟁 당국은 미래에 한 영역에서 지배적인 사업자가 탄생하면서 낼 수 있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결정들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유럽 경쟁 당국 그리고 미국이 기업 간 인수합병에 더 엄격한 잣대를 댈 것이라는 것은 확실해졌습니다.
물론 빅테크의 자금을 수혈 받거나 빅테크에 인수되어 더 좋은 환경에서 제품 혁신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스타트업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도 예상되죠. 결국 현재의 빅테크 기업들이 혁신을 이끌어 가면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활발해진다고 보는 시각이고요.
앞으로도 두 가지 시각은 계속 충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번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 결렬은 당분간 시장에서 어떤 논리가 더 강하게 작용할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