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데도

1. 파운드화 급락 영향, 2. 스타트업이 매긴 VC 순위, 3. 전통 미디어의 IP
오늘은 영국 파운드화가 속절없이 하락한 배경을 먼저 간략히 살펴볼게요. 이어서 스타트업들이 평가해 매기는 벤처캐피털 순위, 그리고 새로운 IP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전통 미디어의 이야기를 볼게요.

+ 커피팟에는 샷 추가이야기들이 계속 발행되고 있어요. 최근 새로운 아티클도 발행되었고요. 목요일과 금요일에도 찾아올 예정이에요.

[국제경제] #달러강세 #단신

1. 영국 파운드화의 속절없는 하락

영국 파운드화가 오늘 역대 최저치의 달러 환율을 기록했어요. 어제 한때 1파운드당 1.035달러를 찍기도 했고, 조금 회복하면서 1.07달러 이하를 기록했는데요. 마거릿 대처가 총리이던 1985년 당시의 수준으로 돌아갔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파운드화는 1971년 이후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요. 일각에서는 통화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대응을 해나가는지 더 지켜봐야 합니다.

감세는 하되, 재정은 확대?

영국은 지난주 금요일에 '경제를 살리기' 위해 450억 파운드(약 483억 달러, 한화 약 69조 원), GDP의 1.2%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감세안을 내놓았어요. 런던의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 Institute for Fiscal Studies)에 의하면 1972년 이후 최대 규모의 감세안이에요. 팬데믹 대응으로 과도한 재정 사용을 충당하기 위해 기존 정부가 계획했던 법인세 증세도 포기했고, 고액 소득자의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도 없앴으며, 소득세 기본 세율 구간도 깎고, 부동산 취득세도 낮추는 등 전방위적으로 세금을 깎는 것이죠.

이번 정책은 신임 총리인 리즈 트러스 정부가 선거 기간 동안 공언한 내용을 이행하는 것이기도 해요.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 그리고 이어진 인플레이션의 영향에도 경제 성장을 이룰 방법을 찾았다면서 내놓은 것이 1980년대를 회상케 하는 세금 감면, 규제 완화, 그리고 자유 시장 경제 논리를 뛰어넘지 못한다는 평가이죠. 정책을 발표하자마자 파운드 환율은 더 떨어졌고, 주식 시장과 채권 역시 크게 떨어졌어요. 

장기적으로 '낙수(트리클다운(Trickle-down)) 효과'를 노린 것으로도 분석되지만, 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불투명해요. 급등한 에너지 가격에 대한 보조금까지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기로 해 세금은 깎지만 수백억 파운드의 추가 재정을 더 마련해야 할 상황이기에 지금 발표한 정책 방향 자체에도 모순이 있어요. 대부분 주요 미디어들은 안 그래도 안 좋은 상황에서 "영국이 투자자들을 도망가게 만들고 있다"라고 표현하는 등 일제히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죠.

금리는 올리되, 부동산 부양?

지난주 발표 이후부터 시장의 반응이 너무 좋지 않자 오늘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부랴부랴 (현재 주요 국가가 모두 그러하듯)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했어요. 하지만 이는 현재 정부가 발표한 정책에 모순을 더해요. 금리가 계속 올라가면 기업과 가정들에 약속한 에너지 보조금 확대를 위한 추가 재정 등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죠.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겠다는 정책 방향과도 반대로 가는 방향이고요.

본래 감세 정책을 시행하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긴축 정책도 따라와야 하는데, 이런 계획이 현재는 없는 상황이에요. 뉴욕타임스는 새로운 정부가 소위 '대처리즘(Thatcherism)'을 표방하지만, 대처리즘은 그래도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한 계획이 있었다는 점을 짚었어요. 

영란은행과 '성장'을 강조하는 새로운 정부의 기조가 반대로 가고 있다는 점은 이미 지적되어왔는데요. 이번 계획을 발표한 재무장관인 크와시 쿠르텡(Kwasi Kwarteng)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고, 주말까지도 "(세금 감면을 통해) 국민들이 자신의 소득을 더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전하면서 시장 반응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

하지만 영국 자산에 대한 시장 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의 계획을 상세하게 담은 '중기 재정 계획'을 내놓겠다고 또 부랴부랴 발표하게 되었어요. 국가 부채가 어떻게 관리될지에 대한 방법도 포함해서요. 안 그래도 시장에서는 기존 계획이 쉬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모순되는 재정 계획에 이를 실현할 제대로 된 방안도 없이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하니 불안감이 증폭된 것이었죠. 

불안감을 빨리 거둬야 하는 상황

영국 정부는 이번에 각종 경제 정책과 예산안을 검증하는 독립 기관인 영국의 예산책임청(Office for Budget Responsibility)을 통해 새롭게 발표한 정책들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어요. 시장에서는 재정 책임에 대한 검증을 받지 않은 발표에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보고 있기도 합니다

세금은 깎되, 재정 건전성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영란은행은 앞으로 예상보다 더 큰 폭의 금리 인상 발표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감세안이 나오기 전에 기준 금리는 0.5%포인트 올라 2.25%가 되었는데요. 다음 기준 금리 발표인 11월에는 최소 0.75%포인트 인상을 고려할 것으로 바클레이스(Barclays)는 예상했어요. (현재 일각에서는 1.5%포인트 인상 이야기도 나오는 중이에요)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다르게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에요.

현재 영국의 상황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이 아니에요. 영국의 경상수지적자는 이미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 계속 유입되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투자자들이 돈을 계속해서 빼고 있죠. 안 그래도 좋지 않던 상황에 이해되지 않는 정책이 불에 기름을 붓게 된 격이에요.

이번 발표대로 영국이 인플레이션도 잡고, 시장을 부양시키며 더 큰 경제 성장도 하겠다는 목표를 이루려면 지금까지 보지 못한 혁신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만들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단계인 시장을 안심시키고 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영국의 정책 방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거의 없습니다.


[벤처캐피털] #파운더스초이스

2. 스타트업이 매기는 VC 순위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벤처캐피털(VC)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창업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많은 분들이 "VC 투자를 받는 것은 오래 함께할 파트너를 찾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특히 시드(seed)나 시리즈A처럼 초기 단계일수록 그렇다고 해요. 가설을 검증하고 시장에 진입하여 어엿한 하나의 기업으로 우뚝 설 때까지 초기 VC들이 주주로서 모든 의사결정을 함께 하게 되니까요.

스타트업들은 투자자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선택에 필요한 정보가 별로 없다

전 세계적으로 벤처 생태계가 커지면서 VC도 굉장히 많아졌죠. 이제 사모펀드(PE)나 대기업, 중견기업에서도 스타트업 투자 조직을 앞다퉈 만들고 있고요. 1인 VC나 개인투자조합도 많아요. 스타트업만큼이나 VC가 많아지면서 창업자 입장에서는 '어느 VC로부터 투자를 받느냐'도 중요해졌습니다. 합리적인 비즈니스모델(BM)로 지표 성장을 입증하고 있는 창업팀이라면 결국엔 여러 투자 기회 중에서 고르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를 선택해야 하죠.

그러나 VC라는 분야가 대중적으로 드러난 지가 얼마 안 된 만큼, 어떤 VC가 좋은 파트너인지에 관한 정보는 별로 없습니다. 언론이나 소셜미디어에서는 전문적인 이미지로 PR하면서 실제로는 제품 성장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는 VC도 많죠. 우리 회사에 투자하더니 얼마 후에 우리 경쟁사에도 투자를 하는 VC도 있고요. 과도하게 잦은 보고나 정보 접근권을 요구하는 VC도 있습니다.

창업가들이 매기는 VC 순위 사이트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웹사이트가 등장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VC들 순위를 매긴 파운더스초이스(Founder’s Choice, 창업가들의 선택)입니다.

파운더스초이스가 공개한 첫 순위에서는 2003년 설립된 초기 투자회사 유니온스퀘어벤처스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유니온스퀘어벤처스는 트위터, 스트라이프, 코인베이스, 텀블러, 킥스타터 등에 투자한 곳입니다.

2~3위는 B2B 투자에 전문성을 가진 바워리캐피털과 본파이어벤처스가 차지했습니다. B2B 스타트업이 많은 미국이라서 결과에 영향을 미친 거 같아요. 와이콤비네이터(5위), 세콰이아캐피털(11위)도 상위권에 올랐고, 소프트뱅크 비전펀드(41위), 그레이락(70위) 등은 겨우 체면치레를 했습니다.

앤드리센 호로위츠가 339위를 기록하여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주기도 했어요. a16z는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테크 기업들이 포함된 광범위한 투자 포트폴리오는 물론 두 공동창업자가 창업 생태계에 미치는 발언권과 영향력으로도 유명하죠. 그런데 실제 창업자들이 VC 순위를 매겨보니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것이에요.
 

"먹지 못한 포도를 욕하는 여우"는 없다

파운더스초이스는 유펜(UPenn)에서 함께 공부했던 제리 예(Jerry Ye)와 다니엘 타오(Daniel Tao)라는 젊은 개발자들이 만든 사이트입니다.

이들은 첫 순위를 내기 위해 창업자로 확인된 388명이 419개의 VC를 평가하도록 했어요. 단순히 평점을 매기고 평균값을 내는 식이 아니라 '엘로 평점 시스템(Elo Rating System)'으로 시스템을 설계했죠.

엘로 평점 시스템은 체스 같은 2인제 대결 종목에서 많이 쓰는 순위 책정 방식이예요. 헝가리계 미국인 물리학자 아르파드 엘로(Arpad Elo)가 만들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요. 쉽게 설명하자면 경쟁을 시작할 때 각자에게 같은 점수를 준 다음, 이기는 쪽이 점수를 획득하며 조금씩 점수를 쌓아가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나보다 적인 점수를 가진 상대를 이기면 점수를 별로 얻지 못하고, 나보다 더 많은 점수를 가진 상대를 이길수록 더 큰 점수를 획득해요. 약자를 여러 번 이기는 것보다 강자를 한 번 이기는 게 더 순위를 끌어올리는 방법인 거죠.

파운더스초이스 평가에 참여하려면 VC 투자를 받은 사실을 인증해야 하는데요. 웹사이트에 링크드인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시스템이 가입자의 링크드인과 크런치베이스 기업 정보를 대조하여 창업자인지 확인해요.

가입에 성공하여 평가를 시작하면, 자기 회사에 투자한 VC 중에서 랜덤하게 2곳이 제시되면서 “어느 VC를 투자자로 가지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제시되는 2곳 중 1곳을 선택해야 하죠. 엘로 시스템은 이런 답변들을 계산해 VC들 순위를 매기고요.

이를 통해 파운더스초이스는 두 가지 특별한 장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 파운더스초이스에는 텍스트 코멘트가 없습니다. 모든 '평가 사이트'는 '먹지 못한 신 포도(sour grapes)' 문제에 봉착하게 됩니다. 자신이 먹지 못한 포도를 두고 신 포도일 거라며 손가락질하는 여우가 많은 거죠. 이용자들은 나를 채용하지 않은 기업을 괜히 깎아내리고, 내게 투자하지 않은 VC를 두고 투자설명(IR) 경험이 별로였다며 욕하기 마련입니다. 파운더스초이스는 텍스트 코멘트 없이 VC 순위를 매기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 파운더스초이스에서는 '주주이자 파트너로서의 평가'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는 창업자에게 자기 회사에 투자한 VC들끼리 비교하게 했죠. 평가 참여자는 투자 유치를 위한 IR 경험으로 VC를 평가하지 않고, 주주이자 이사로서 어떤지를 평가하게 됩니다. 이는 투자 유치를 준비하는 다른 창업자들이 정말 궁금해하는 정보이면서 정말 알기 어려웠던 정보였습니다.

파운더스초이스는 앞으로 3개월마다 순위를 갱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음 순위는 내년 1월에 공개될 예정이에요.

투자자 정보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데

운영진은 이 사이트를 만든 이유에 대해 “창업자가 자신에게 맞는 투자자를 찾을 수 있도록 하여서 VC 관련 정보 접근의 민주화(democratize)를 이루고 싶었다"라고 밝혔어요.

파운더스초이스는 웹사이트 공개 방식도 흥미로웠는데요, 론칭일인 9월 13일에 테크 전문 1인 미디어로서 영향력이 큰 에릭 뉴커머의 뉴스레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론칭 사실을 알렸어요. 영리 목적의 서비스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별도 소셜미디어를 만들거나 보도자료를 뿌릴 수 없었을 텐데, 생태계에서 가장 유명한 1인 저널리스트를 통해 바이럴을 하다니 영리한 전략으로 보였습니다. 시스템 설계에 도움을 준 VC인 블룸버그베타의 수장 로이 바하트(Roy Bahat)도 트위터 등으로 홍보에 힘을 보탰고요.

물론, 파운더스초이스도 평가 방식에 맹점과 한계가 있어요. 창업가이자 투자자인 브레드 펠드가 지적했듯 ‘표본 편향'의 우려가 대표적으로 있죠. 평가에 참여하는 창업자들에게 더 많이 투자한 VC일수록 표본이 편향되는 거예요.

파운더스초이스를 생태계에 소개하는 데 앞장선 에릭 뉴커머 역시 시스템 설계에 도움을 준 블룸버그베타, 런칭 전에 포트폴리오 스타트업들에게 해당 사이트를 소개하며 간접적으로 자신들을 홍보한 파운드리그룹 등이 상위권에 오른 점을 지적했어요. VC들이 굳이 "우리 잘 찍어줘"라고 하지 않더라도, 포트폴리오 회사들에서 조사에 참여하면서 해당 VC를 좋게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이런 지적에 대해 로이 바하트는 "창업자가 자기 회사에 투자한 VC 중에서만 비교하므로 (다른 평가 시스템보다는) 표본 편향이 해결되는 모델이라고 본다"면서 "더 많은 창업자가 참여할수록 표본 편향은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어요.

그는 다른 채널에서는 "어떤 VC가 좋은지'에 관한 지식은 너무 사적 네트워크에 묻혀 있었다"면서 "이것은 더 공개되어야 한다"며 파운더스초이스의 가치를 강조했고요.

에릭 뉴커머는 "VC 순위는 늘 논쟁의 대상이었다. 포브스 마이다스 리스트는 늘 논쟁거리고, 벤처투자자들이 가장 높게 치는 순위는 와이콤비네이터에서 포트폴리오 회사들에게만 공개하는 'YC 인베스터 디렉토리'일 것"이라며 "파운더스초이스는 이처럼 독점적이었던 정보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평가했답니다.

파운더스초이스가 앞으로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거 같아요. 생태계에 바이럴이 됐으니 내년 1월 발표 때는 수천 명 이상이 평가한 순위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요. 창업가들에게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지, VC들도 스스로를 돌아보는 모습을 보일지, 흥미롭게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By 데니스

*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이야기를 전합니다.


[미디어] #콘텐츠IP사업 #디애틀랜틱

3. 오랜 시사 매거진의 필요한 베팅

165년 된 미국의 시사 매거진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이 할리우드에 진출해요.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Peacock)을 통해 TV 시리즈를 공개하기 시작했고, 내년에는 장편 다큐멘터리도 공개하기로 했는데요. 팬데믹 이후 누적되는 적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디 애틀랜틱이 이런 선택을 한 건, IP 사업이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인 피콕을 통해 다큐멘터리 <섀도우랜드>가 공개되었어요. © 피콕

구독제로 부족한 상황

디 애틀랜틱은 1857년 보스톤에서 ‘디 애틀랜틱 먼쓸리(The Atlantic Monthly)’라는 이름으로 창간됐어요. 미국의 거장으로도 불리는 시인 랄프 윌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 올리버 웬델 홈즈(Oliver Wendell Holmes) 등이 만들었는데 교육, 노예제 폐지, 주요한 정치적 이슈에 대한 작가들의 생각을 잡지로 내보냈죠. 이후 1999년 데이비드 브래들리(David G. Bradley)가 디 애틀랜틱을 사면서 종합 시사 매거진으로 성격이 한 차례 바뀌었고요. 현재 디 애틀랜틱의 주인은 로렌 파월 잡스(Laurene Powell Jobs)*가 설립한 에머슨 콜렉티브(Emerson Collective)예요.
* 로렌 파월 잡스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배우자이자, 비영리 자선 단체 에머슨 컬렉티브의 회장이에요. 에머슨 컬렉티브는 디 애틀랜틱을 만든 랄프 윌도 에머슨의 이름을 딴 건데요. 악시오스(Axios), OZY 미디어 등 미디어 스타트업과 영화 및 TV 제작사 등에 투자하며 미디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디 애틀린택은 심도 깊은 정보와 해설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해요. 특히, 2020년 트럼프 정권 및 팬데믹 정국에서 큰 폭의 구독자 성장을 이뤄냈죠. CEO 니콜라스 톰슨(Nicholas Thompson)에 따르면 현재 인쇄 잡지와 애플 뉴스 제휴를 통해 판매되는 디지털 구독을 더해 84만 3000건의 구독 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그중 절반에 가까운 38만 8000명이 디지털 전용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대통령이 바뀌고 팬데믹으로 인한 제한 조치들이 풀리면서 디지털 구독의 성장이 정체되었고, 계속해서 성장을 이어 나갈 기반을 마련하지는 못했어요. 

적자 탈출하기 위한 방법

디 애틀랜틱의 수익 90% 이상은 구독과 광고로부터 나오고 있어요. 브래들리가 주인이 된 1999년부터 10년간의 적자를 견딘 후, 2010년 첫 수익을 냈죠. 이후 매년 이익을 내며 2017년에는 연간 1000만 달러(약 142억 원)의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고요. 계속되는 성장세에 힘입어 2018년 초, 워싱턴 D.C., 테크, 할리우드 등 더 넓은 분야를 커버하고 기고 콘텐츠와 행사를 확대하기 위해 약 100명을 채용했지만(당시 전체 직원 수의 30%에 해당해요), 이는 디 애틀랜틱이 다시 적자로 돌아서는 계기가 됐어요. 

그뿐만 아니라 팬데믹으로 광고 시장이 침체되면서 광고 수익이 크게 줄어 적자가 계속됐고요. 결국 2020년에 연간 2000만 달러(약 285억 원)의 손실을 기록한 후 전체 직원의 20%인 68명을 해고했지만 2021년에도 1000만 달러 손실을 기록했어요. 

좋지 않은 상황에 놓인 디 애틀랜틱이 영화와 TV 시리즈를 제작한 건 IP 확보를 통한 수익 흐름을 구축하기 위해서예요. 톰슨은 "올해도 약 1000만 달러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광고와 구독 이외에도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수익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IP 제휴(affiliate IP)는 분명하게 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어요. 이미 복스*나 뉴욕타임스** 등은 자체 콘텐츠를 IP화해서 좋은 사업 기회로 활용하고 있죠.
*복스 미디어 스튜디오를 만들고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Explained)> 등의 시리즈를 만들어 넷플릭스에 공급하고 있어요. 

** 뉴욕타임스는 2011년 오핀니언 칼럼 섹션인 <Op-Docs>의 영상화를 (오스카에 세 번이나 노미네이트될 만큼) 훌륭하게 해냈어요. 이후 뉴욕타임스 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장편 다큐멘터리 <아버지, 군인, 아들>, <더 정글 프린스 오브 델리(The jungle prince of delhi)> 등을 제작해 각각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제공했어요. 

디 애틀랜틱도 165년간 쌓아온 기사와 팟캐스트를 기반으로 IP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많은 매체에서 광고, 구독 이외의 수익 흐름을 찾으려는 시도로 커머스나 제휴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톰슨은 라이선스로 수익을 내는 게 디 애틀랜틱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디 애틀랜틱의 IP 사업이 성공한다면, 스트리밍 서비스로부터 받는 라이센스 수익에 더해 향후 2차 저작 비용, 관련 커머스 등으로도 사업이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요.

IP 사업을 시작점으로

지난 9월 21일, 피콕에는 디 애틀랜틱의 첫 번째 작품 <섀도우랜드(Shadowland)>가 공개됐어요. 음모론과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에 어떤 위협을 가하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디 애틀랜틱에 연재되었던 시리즈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어요. 2023년, 마찬가지로 피콕에서 공개될 장편 다큐멘터리 <론데스 카운티 앤 더 로드 투 블랙 파워(Lowndes County and the Road to Black Power)>는 1960년대 흑인 투표 행동주의에 관한 내용이에요. 

이외에도 최소 12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요. 최근, 필름과 TV 시리즈를 만드는 걸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처음으로 자사의 모든 기사를 온라인에서 볼 수 있도록 사이트를 열었어요. 이는 곧 (이상적으로) 2만 9000개 이상의 스토리를 가진 IP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톰슨은 밝혔죠. 

디 애틀랜틱은 영화 TV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책과 경험에 대한 IP 라이선스도 취득하는 중이에요. 내년에 독립출판사 잔도(Zando)와 함께 임프린트(imprint) 출판사 애틀랜틱 에디션스(Atlantic Editions)를 론칭할 예정이고, 이미 6개 작품의 제목이 발표됐어요. 지난 5월에는 디 애틀랜틱의 시리즈인 <누가 미국의 자연을 지배하는가?(Who Owns America’s Wilderness?)>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를 기업의 후원을 받아 진행했고요. 앞으로 어린이 구독이나 국제 라이선스 파트너십과 같은 다른 유형의 수익 흐름도 실험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요. 

디 애틀랜틱은 깊이 있는 퀄리티의 콘텐츠로도 유명하죠. 심도 깊은 취재 덕분에 사랑을 받아왔고요. 지금까지 추구해온 저널리즘의 결에 맞는 콘텐츠만을 IP화하고 라이센싱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에요. 디 애틀랜틱이 자신들만의 콘텐츠와 방식으로 의미 있는 사업적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새로운 시대에 기존 미디어가 생존 혹은 성장하는 방법을 또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By 핀핀

* 미디어/콘텐츠 분야 이슈를 전해드려요.

☕️ 같은 길을 먼저 간 타임(TIME)
또 다른 미국의 오래된, 대표적인 시사 주간 잡지 타임(TIME)도 IP 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어요. 약 2년 전에 시작한 영상 콘텐츠 사업 ‘타임 스튜디오'는 다큐멘터리를 직접 제작한 후 스트리밍 서비스와 방송사에 공급하면서 매출의 25%를 책임지는 사업이 되었죠. 타임은 최근 미디어가 사업을 전환한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가 되었고요. 디 애틀랜틱도 시도를 넘어 IP 사업을 실질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게 할 수 있을지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샷 추가'하고 꾸준히 받아보세요

"글에 전체적으로 흐름이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읽고 나니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 뿐만 아니라 이해 관계, 그리고 미국이 움직이고 있는 동향까지 연결하며 마무리하는 글이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미국과 중국은 다양한 방면에서 서로 얽히고 얽혀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갈등이 심해지면서 얽혀져 있는 실타래들이 더 눈에 잘 들어오는 느낌인데 이것들을 풀어내는 방식 또한 미국과 중국이 가지고 있는 외교, 정치, 경제적 관점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특히 오늘의 이야기가 그런 느낌을 많이 받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두 나라가 또 어디서 어떻게 얽혀진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지 궁금해 집니다."

"이번 이야기는 지금 전 세계 정세 흐름이 어떻게 바뀌어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바뀔수도 있을지에 대한 힌트가 되는 이야기라서 좋았어요. 또 반도체 산업의 지형이 어떤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잘 설명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우와아 너무 잘 읽었어요! 이거 분명 제가 다른 곳에서 여러 기사들 봤을때는 이해가 안가고 너무 어려웠던 내용인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이해가 되죠?? 좋은 공부 되었습니다!"

샷 추가하시면 이 모든 이야기들 꾸준히 받아보실 수 있어요. 빅테크, 스타트업/벤처캐피털, 전기차, 기후위기, 에너지, 미디어 영역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려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아카이브에도 기다리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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