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의 빅테크 읽기] 14화. 파타고니아와 빅테크의 차이 오늘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새로운 신탁과 비영리 단체를 세워 회사를 통째로 기부하기로 한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결정을 다르게 바라보는 일각의 시선을 시원스레 해소하는 이야기로 시작을 합니다. 이어서 빅테크가 유사한 종류의 각종 단체를 세워 진행하는 로비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반독점 조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11월에 있을 미국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대응이 어떻게 이어질지를 전해드립니다.
향후 빅테크가 움직일 방향을 다시 세팅할 시간이 다가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빅테크를 통해 정치를 움직이는 돈이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보고, 파타고니아는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그리고 이는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
[키티의 빅테크 읽기] 14화. 파타고니아와 빅테크, 정치를 움직이는 돈의 흐름 |
"우리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라는 파타고니아의 선언, 즉 창립자 이본 쉬나드 가족이 회사를 통째로 기후위기 대응에 기부하겠다는 선언은 비즈니스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쉬나드 일가의 기부 방식도 특이하다. 회사를 팔아서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식의 전통적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커피팟이 앞서 전한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펼칠 홀드패스트 컬렉티브(Holdfast Collective)는 파타고니아 주식의 98%를 넘겨받았다. 향후 회사의 의사 결정은 파타고니아 목적 신탁에서 하게 되는데, 전체 주식의 2%에 해당하는 회사의 모든 의결권을 양도받았다. 이본 쉬나드가 신탁에 자신의 지분을 기부하면서 1750만 달러의 세금을 납부하지만 배배 꼬아서 본다면 목적 신탁에 넣은 소수 지분으로 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1750만 달러(약 250억 원)의 세금은 이 증여에 대한 것이다. 반면 면세가 되는 비영리 재단에 98%의 주식을 기부했다. 파타고니아의 기업 가치가 30억 달러(약 4조 3100억 원)이므로 원칙적으론 40%에 해당하는 12억 달러(약 1조 7240억 원)의 증여세가 부여되었어야 하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을 피해 간 셈이다. 잠깐, 그렇다면 파타고니아의 이 통 큰 결정이 사실은 증여세 회피 전략에 불과한 걸까?뉴욕대에서 세법과 비영리 단체를 연구하는 다니엘 헤멀(Daniel Hemel)은 쉬나드의 결정이 이타적이긴 하나 분명히 세법의 어떤 부분을 이용한 건 사실이라고 말한다. 쉬나드 가족이 세금을 회피하겠다는 일념으로 이번 결정을 내린 건 아니다. 지배구조를 유지한 이유는 기업공개를 하거나 기업을 타인에게 매각하게 되면 파타고니아의 기업 신념을 지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뉴스를 최초로 전한 뉴욕타임스를 통해 이미 언급되었듯 이본 쉬나드는 본인이 포브스 부자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고, 자녀들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회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억만장자일 필요가 없다"는 신념을 고수한다. 그렇다면 쉬나드 일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아마 가장 큰 의도는 파타고니아의 수익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용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세법 규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NGO 중 일반에게 더 익숙한 형태는 미국 세법 501(c) 3조에서규정하고있는 '자선단체(charitable organization)'다. 게이츠 재단 등 상당수의 기업인이 설립한 공익재단이 이에 속한다. 재단 기부금에 대해 세제 혜택이 있어서 기업가들이 은퇴 후 이 형태로 공익법인을 만든다. 이 형태의 단체는 기업 지분을 20% 이상 소유할 수 없다. 또한 기부 내역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홀드패스트 컬렉티브는 미국 세법 중 501(c)(4)(이하 "501c4") 규정에 의해 설립된 ‘사회복지단체(social welfare organization)’다. 501c4 단체중에는 '미스 아메리카' 재단이나 지역 스포츠리그 등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광범위한 NGO가 들어있다. '사회복지단체’는 집행 비용 중 50% 미만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단체 설립 목적에 맞는 정치 후보자를 후원할 수도 있고 로비에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기부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기부자는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볼 수 없다. |
파타고니아의 기부 방식과 의도를 '다르게' 보는 보도도 물론 나왔다. |
브레이킹 '배드(Bad)' 아닌 '굿(Good)' 그동안에도 파타고니아는 매출의 1%를 기후위기 대응에 쓰고 공급망에서의 탄소배출을 공격적으로 줄이는 한편 공정한 공급망 구조를 구축하는데 힘써 왔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국립공원의 면적을 축소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반대 광고를 게재하는 등의 정치적 목소리도 내왔다. 그런데 이번 결정으로 아예 파타고니아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정치 활동의 전진 기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사실 501c4 단체는그동안 '검은돈(dark money)’, 즉 출처를 알 수 없는 후원금을 모으는 수단이란 악명을 떨쳐왔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보수 세력의 반발로 지역에 기반을 둔 풀뿌리 보수주의 조직인 (그 유명한) '티파티(Tea Party)' 운동이 2009년부터 펼쳐졌는데 501c4 단체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지역 정치에 자금을 공급해왔다. 이를 견제하려는 흐름은 정치적 반발을 사기도 했다. 2013년 오바마 정부 하에서 미 국세청이 501c4 단체들에대한조사에나섰는데보수 정치인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한편 진보적 언론에서도 ‘'501c4 전체가 문제인데 보수 단체만 타겟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비판했다. 결국 2015년 공화당이 주도한 의회는 501c4 단체들의 설립 요건을 오히려 더 완화하고 혜택을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킨다. 이번 쉬나드의 결정은 '음험하게활용될수도있는' 501c4 단체설립목적을신선하게비튼사례다. 누가 단체에 기여금을 냈는지 밝힐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 규정이 검은돈의 온상으로 비판 받아왔는데 그런 선례를 시원하게 깨버린 것이다. 그래서 NPR에서는 쉬나드의 홀드패스트 설립에 대해 평범한 교사가 마약 거래상이 되는 유명 넷플리스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 빗대서<브레이킹 '굿(Good)'>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기업이 소위 ‘좋은일’을 하기 위해 사기업이 흔히 걷는 길을 과감하게 박차 버렸다는 의미다. 그러나 다니엘 헤멀 교수는 여전히 501c4 세법 규정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홀드패스트의 경우 기부자인 파타고니아를 투명하게 이미 공개했지만, 501c4 단체는 여전히 누가 준지 모르는 돈을 정치적 목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검은돈(dark money)’은 미국의 정치 환경을 현저히 왜곡시켰다. 앞서 티파티 등 보수 단체들이 501c4 규정을 활용했다지만, 사실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로 이 규정을 활용해 실질적인 정치 캠페인을 벌여 왔다. 2020년 미국 대선 때는 501(c) 세금 코드로 설립된 공익단체, 자선단체를 통해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더 많은 모금을 했다는 뉴욕타임스의 분석도 있었다. |
스콧 갤로웨이는 미국 연방거래위원장인 리나 칸이 지금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
501(c) 단체가 본래 활용되는 방식 "리나 칸의 업적은 지금으로서는 빈손이다." 카라 스위셔와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피벗(Pivot)>에서 스콧 갤로웨이 뉴욕대 교수는 연방거래위원회(FTC) 리나 칸 위원장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최연소 위원장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칸은 1년 넘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물론 위원회의 인원 구성 자체가 미루어지면서 중요한 결정 자체를 위원회 표결 자체에 부칠수 있게 된 것이 얼마 안 된 탓도 있다. 위원회 내부의 직원 만족도가 연방 정부 기관 중에서도 하위권이라는 보도를 비롯해 '리나 칸 흔들기'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악조건을 고려하더라도, 칸이 임명 전부터 '빅테크 저승사자'로 알려지면서 그가 위원장이 되면 당장 알파벳이나 아마존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지나치게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칸의 발목을 잡은 건 결정적으로 '자원 부족'이다. 지난 9월 20일 미국 상원 법사위에서는 연방거래위원회의 칸 위원장과 법무부 반독점국 조나단 캔터(Jonathan Kanter) 국장을 불러 지금까지의 반독점법 집행 사항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는데, 두 사람 모두 '자원 부족'을 호소했다. 이에 법사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에이미 클로버샤(Amy Klobuchar) 상원의원이 한 말이다. "인원 부족이라는 말, 무슨 말인지 잘 압니다. 상원 법사위에도 담당 변호사가 3명이 있는데, 이분들이 빅테크 기업의 로비스트와 변호사 수천 명을 상대해야 하죠. (현재 FTC가 아마존을 겨냥해 조사 중인) 자사 상품 우대(self-preferencing) 분야에만 최소 2700명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야말로 인해전술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기관을 압박하는 ‘로비스트’는 어디 출신일까?빅테크 기업에서 직접 파견되거나 이들이 고용한 로펌 변호사들도 있고, 501(c) 코드에 의거해 설립돼 빅테크의 후원을 받는 사회단체 소속 로비스트나 연구자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리나 칸의 전 직장인 오픈 마켓 연구소(Open Markets Institute) 또한 501(c)(3)에 의거한 단체다. 오픈 마켓 연구소는 빅테크의 문제점을 의회를 통해 지적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빅테크의 노골적 로비에도 활용 빅테크들이 후원하고 있는 여러 비영리 단체 중 가장 노골적으로 반독점법, 제재 추진에 반대하는 곳은 '반독점 연합(Alliance on Antitrust)'이다. 의회와 FTC, 법무부의 흐름에 조직적으로 반대해 왔다. 이 조직은 보수 법관 임명과 옹호를 위해 설립된 501c4 비영리 단체인 '정의를 위한 위원회(Committee for Justice)'의 부속 단체이기도 하다. 구글로부터 '가장 실질적인 기여'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단체들은 때로는 연구소의 형태로, 때로는 이익단체의 형태로, 때로는 익명의 기부자에게 기부금을 받아 특정한 정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엄청난 로비를 마주하는 건 입법부, 행정부를 막론하므로 빅테크 기업들을 효과적으로 제재하지 못했다는 평판을 칸이 뒤집어쓰는 건 부당한 부분이 있다. 미 의회도 작년에 빅테크 제재 법안들을 야심 차게 선보였지만, 이 중 실제 통과에 가장 가까운 법안은 아마존의 PB 상품이나 구글의 자사 서비스가 검색에서 우선시되는 '자사 상품 우대'를 규제하는 내용이 핵심인 '온라인에서의 혁신과 선택 법안(AICO: 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 한 가지에 불과하다. 클로버샤 의원은 카라 스위셔와의 코드 컨퍼런스(Code Conference) 인터뷰에서 "엄청난 (로비) 자금과 맞서 싸우는 실정(It is an incredible amount of money I’m up against)”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상하원 양원 본회의 투표와 대통령 서명을 마치면 되는데, 상원에서는 1월부터 본회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으며 하원에서는 1년 이상을 기다리는 중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아직 투표 일정을 잡지도 않았다. 실제로 클로버샤 의원이 입 밖에 내서 말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진보 언론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소재한 캘리포니아주 의원 중 상당수가 이번 법안을 찬성하지 않는 데다 민주당의 상하원 거물급 의원조차도 빅테크 로비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빅테크가 반독점법 로비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금을 대는 비영리 단체들은 많기도, 겹치기도 한다. (출처: 오픈시크릿.org) |
그래도 할 일은 하고 있다 그렇다면 FTC는 그저 로비스트들에게 무력화되어 정말 아무 성과도 못 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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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소셜임팩트를 담당한 바 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 KBS 제3라디오, IT뉴스 미디어인 아웃스탠딩 등에 정기 기고와 출연 중이다.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미국 빅테크와 테크 산업이 끼치는 경제사회 및 정치적인 영향에 대해 다루는 롱폼(Long-form) 아티클이에요. 전체 경제와 정치 영역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의 맥락과 행간을 놓치지 않는 시선을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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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라는 파타고니아의 선언, 즉 창립자 이본 쉬나드 가족이 회사를 통째로 기후위기 대응에 기부하겠다는 선언은 비즈니스계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쉬나드 일가의 기부 방식도 특이하다. 회사를 팔아서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식의 전통적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커피팟이 앞서 전한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펼칠 홀드패스트 컬렉티브(Holdfast Collective)는 파타고니아 주식의 98%를 넘겨받았다. 향후 회사의 의사 결정은 파타고니아 목적 신탁에서 하게 되는데, 전체 주식의 2%에 해당하는 회사의 모든 의결권을 양도받았다.
이본 쉬나드가 신탁에 자신의 지분을 기부하면서 1750만 달러의 세금을 납부하지만 배배 꼬아서 본다면 목적 신탁에 넣은 소수 지분으로 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셈이다. 1750만 달러(약 250억 원)의 세금은 이 증여에 대한 것이다. 반면 면세가 되는 비영리 재단에 98%의 주식을 기부했다. 파타고니아의 기업 가치가 30억 달러(약 4조 3100억 원)이므로 원칙적으론 40%에 해당하는 12억 달러(약 1조 7240억 원)의 증여세가 부여되었어야 하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을 피해 간 셈이다.
잠깐, 그렇다면 파타고니아의 이 통 큰 결정이 사실은 증여세 회피 전략에 불과한 걸까?뉴욕대에서 세법과 비영리 단체를 연구하는 다니엘 헤멀(Daniel Hemel)은 쉬나드의 결정이 이타적이긴 하나 분명히 세법의 어떤 부분을 이용한 건 사실이라고 말한다.
쉬나드 가족이 세금을 회피하겠다는 일념으로 이번 결정을 내린 건 아니다. 지배구조를 유지한 이유는 기업공개를 하거나 기업을 타인에게 매각하게 되면 파타고니아의 기업 신념을 지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뉴스를 최초로 전한 뉴욕타임스를 통해 이미 언급되었듯 이본 쉬나드는 본인이 포브스 부자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고, 자녀들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회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억만장자일 필요가 없다"는 신념을 고수한다.
그렇다면 쉬나드 일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아마 가장 큰 의도는 파타고니아의 수익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용하기 위함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세법 규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NGO 중 일반에게 더 익숙한 형태는 미국 세법 501(c) 3조에서규정하고있는 '자선단체(charitable organization)'다. 게이츠 재단 등 상당수의 기업인이 설립한 공익재단이 이에 속한다. 재단 기부금에 대해 세제 혜택이 있어서 기업가들이 은퇴 후 이 형태로 공익법인을 만든다. 이 형태의 단체는 기업 지분을 20% 이상 소유할 수 없다. 또한 기부 내역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홀드패스트 컬렉티브는 미국 세법 중 501(c)(4)(이하 "501c4") 규정에 의해 설립된 ‘사회복지단체(social welfare organization)’다. 501c4 단체중에는 '미스 아메리카' 재단이나 지역 스포츠리그 등도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광범위한 NGO가 들어있다.
'사회복지단체’는 집행 비용 중 50% 미만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단체 설립 목적에 맞는 정치 후보자를 후원할 수도 있고 로비에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기부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기부자는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볼 수 없다.
브레이킹 '배드(Bad)' 아닌 '굿(Good)'
그동안에도 파타고니아는 매출의 1%를 기후위기 대응에 쓰고 공급망에서의 탄소배출을 공격적으로 줄이는 한편 공정한 공급망 구조를 구축하는데 힘써 왔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국립공원의 면적을 축소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반대 광고를 게재하는 등의 정치적 목소리도 내왔다. 그런데 이번 결정으로 아예 파타고니아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정치 활동의 전진 기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사실 501c4 단체는그동안 '검은돈(dark money)’, 즉 출처를 알 수 없는 후원금을 모으는 수단이란 악명을 떨쳐왔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보수 세력의 반발로 지역에 기반을 둔 풀뿌리 보수주의 조직인 (그 유명한) '티파티(Tea Party)' 운동이 2009년부터 펼쳐졌는데 501c4 단체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지역 정치에 자금을 공급해왔다.
이를 견제하려는 흐름은 정치적 반발을 사기도 했다. 2013년 오바마 정부 하에서 미 국세청이 501c4 단체들에대한조사에나섰는데보수 정치인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한편 진보적 언론에서도 ‘'501c4 전체가 문제인데 보수 단체만 타겟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비판했다. 결국 2015년 공화당이 주도한 의회는 501c4 단체들의 설립 요건을 오히려 더 완화하고 혜택을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킨다.
이번 쉬나드의 결정은 '음험하게활용될수도있는' 501c4 단체설립목적을신선하게비튼사례다. 누가 단체에 기여금을 냈는지 밝힐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 규정이 검은돈의 온상으로 비판 받아왔는데 그런 선례를 시원하게 깨버린 것이다. 그래서 NPR에서는 쉬나드의 홀드패스트 설립에 대해 평범한 교사가 마약 거래상이 되는 유명 넷플리스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에 빗대서<브레이킹 '굿(Good)'>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사기업이 소위 ‘좋은일’을 하기 위해 사기업이 흔히 걷는 길을 과감하게 박차 버렸다는 의미다.
그러나 다니엘 헤멀 교수는 여전히 501c4 세법 규정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홀드패스트의 경우 기부자인 파타고니아를 투명하게 이미 공개했지만, 501c4 단체는 여전히 누가 준지 모르는 돈을 정치적 목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검은돈(dark money)’은 미국의 정치 환경을 현저히 왜곡시켰다. 앞서 티파티 등 보수 단체들이 501c4 규정을 활용했다지만, 사실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로 이 규정을 활용해 실질적인 정치 캠페인을 벌여 왔다. 2020년 미국 대선 때는 501(c) 세금 코드로 설립된 공익단체, 자선단체를 통해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더 많은 모금을 했다는 뉴욕타임스의 분석도 있었다.
501(c) 단체가 본래 활용되는 방식
"리나 칸의 업적은 지금으로서는 빈손이다."
카라 스위셔와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 <피벗(Pivot)>에서 스콧 갤로웨이 뉴욕대 교수는 연방거래위원회(FTC) 리나 칸 위원장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최연소 위원장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칸은 1년 넘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물론 위원회의 인원 구성 자체가 미루어지면서 중요한 결정 자체를 위원회 표결 자체에 부칠수 있게 된 것이 얼마 안 된 탓도 있다.
위원회 내부의 직원 만족도가 연방 정부 기관 중에서도 하위권이라는 보도를 비롯해 '리나 칸 흔들기'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악조건을 고려하더라도, 칸이 임명 전부터 '빅테크 저승사자'로 알려지면서 그가 위원장이 되면 당장 알파벳이나 아마존이 쪼개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지나치게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칸의 발목을 잡은 건 결정적으로 '자원 부족'이다. 지난 9월 20일 미국 상원 법사위에서는 연방거래위원회의 칸 위원장과 법무부 반독점국 조나단 캔터(Jonathan Kanter) 국장을 불러 지금까지의 반독점법 집행 사항에 대한 청문회를 열었는데, 두 사람 모두 '자원 부족'을 호소했다.
이에 법사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에이미 클로버샤(Amy Klobuchar) 상원의원이 한 말이다.
"인원 부족이라는 말, 무슨 말인지 잘 압니다. 상원 법사위에도 담당 변호사가 3명이 있는데, 이분들이 빅테크 기업의 로비스트와 변호사 수천 명을 상대해야 하죠. (현재 FTC가 아마존을 겨냥해 조사 중인) 자사 상품 우대(self-preferencing) 분야에만 최소 2700명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야말로 인해전술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규제기관을 압박하는 ‘로비스트’는 어디 출신일까?빅테크 기업에서 직접 파견되거나 이들이 고용한 로펌 변호사들도 있고, 501(c) 코드에 의거해 설립돼 빅테크의 후원을 받는 사회단체 소속 로비스트나 연구자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리나 칸의 전 직장인 오픈 마켓 연구소(Open Markets Institute) 또한 501(c)(3)에 의거한 단체다. 오픈 마켓 연구소는 빅테크의 문제점을 의회를 통해 지적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빅테크의 노골적 로비에도 활용
빅테크들이 후원하고 있는 여러 비영리 단체 중 가장 노골적으로 반독점법, 제재 추진에 반대하는 곳은 '반독점 연합(Alliance on Antitrust)'이다. 의회와 FTC, 법무부의 흐름에 조직적으로 반대해 왔다. 이 조직은 보수 법관 임명과 옹호를 위해 설립된 501c4 비영리 단체인 '정의를 위한 위원회(Committee for Justice)'의 부속 단체이기도 하다. 구글로부터 '가장 실질적인 기여'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단체들은 때로는 연구소의 형태로, 때로는 이익단체의 형태로, 때로는 익명의 기부자에게 기부금을 받아 특정한 정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엄청난 로비를 마주하는 건 입법부, 행정부를 막론하므로 빅테크 기업들을 효과적으로 제재하지 못했다는 평판을 칸이 뒤집어쓰는 건 부당한 부분이 있다. 미 의회도 작년에 빅테크 제재 법안들을 야심 차게 선보였지만, 이 중 실제 통과에 가장 가까운 법안은 아마존의 PB 상품이나 구글의 자사 서비스가 검색에서 우선시되는 '자사 상품 우대'를 규제하는 내용이 핵심인 '온라인에서의 혁신과 선택 법안(AICO: 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 한 가지에 불과하다.
클로버샤 의원은 카라 스위셔와의 코드 컨퍼런스(Code Conference) 인터뷰에서 "엄청난 (로비) 자금과 맞서 싸우는 실정(It is an incredible amount of money I’m up against)”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상하원 양원 본회의 투표와 대통령 서명을 마치면 되는데, 상원에서는 1월부터 본회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으며 하원에서는 1년 이상을 기다리는 중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아직 투표 일정을 잡지도 않았다.
실제로 클로버샤 의원이 입 밖에 내서 말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진보 언론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소재한 캘리포니아주 의원 중 상당수가 이번 법안을 찬성하지 않는 데다 민주당의 상하원 거물급 의원조차도 빅테크 로비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래도 할 일은 하고 있다
그렇다면 FTC는 그저 로비스트들에게 무력화되어 정말 아무 성과도 못 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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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