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11화.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동안 중국에서 울리는 경고음이 심상치 않습니다. 내수와 수출 모두 상황이 좋지 않고, 2분기 경제성장률(GDP)이 모두의 기대보다 크게 낮은 6.3%에 그치면서 세계를 걱정하게 하고 있죠.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과 여전히 씨름하는 중에 중국은 이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의 전 세계 경제 상황은 온다던 경기 침체는 오고 있지 않고, 미국 주식 시장은 활황이고, 소비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았죠. 하지만 늘 그렇듯 위기는 많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던 신호가 강해지면서 어느덧 다가오는데요. 중국에서 보내온 소식은 앞으로의 세계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 빠질 것이라는 예고편이기도 합니다.
세계 2위인 중국 경제의 위기는 이제 전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되었어요. 과연 중국은 스스로를 위기에서 구하고, 세계적인 영향도 최소화할 방법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오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중국이 빠르게 스스로를 구해야 하는 상황을 진단합니다. 현재 위기에 이르게 된 과정을 짚고, 중국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명확하게 전하면서요.
|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11화.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동안 |
성장 모멘텀 잃어버린 중국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중앙 은행들이 지난 2년 동안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벌이는 동안,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발목을 잡혔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발표된 중국의 공식 경제 지표들은 충분히 우려할 만했다. 우선 6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보합세를 보인 반면 생산자 물가는 5.4% 고꾸라지며 2016년 이후 가장 빠른 하락세를 보였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생산자 물가는 도매가격, 소비자 물가는 소매 가격을 반영한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생산자 물가는 소비자 물가를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 즉 6월 중국의 물가 지표는, 중국의 소비 심리가 지금도 별로 좋지 않은데 앞으로는 더욱 급격하게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주에는 2분기 경제성장률(GDP)이 발표되었는데 전 분기 대비 0.8%로 1분기의 2.2%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상하이 등 경제 대도시들이 장기간 락다운으로 마비 상태였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6.3%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수출 감소, 소매 판매 부진,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원인으로 지목되는 팩터들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발 인플레이션이 잡히기 시작하며 한숨 돌린 세계 경제가 이번에는 중국발 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과감한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다.
|
상하이 등의 경제 대도시는 작년까지만 해도 락다운 상태였다. 그런데도 경제성장률이 6.3%밖에 되지 못했다. |
원인이 다르면 결과도 다르다 작년 12월까지 중국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거의 1년이나 더 엄격한 제로 코비드 정책을 유지했다. 14억이 넘는 인구의 경제 활동이 대폭 축소되었으니, 그에 걸맞은 대응책이 필요했다. 2020년 중국 정부는 국채 발행, 적자 재정 운영, 정책 금리 인하 등 다른 선진국들이 취한 것과 비슷한 재정 완화 정책을 내세워 팬데믹 위기를 돌파하고자 했다. 하지만 미국, EU와 비교하면 부양책의 규모 면에서도 못 미쳤을 뿐 아니라, 예산 집행 방식에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미국과 EU가 일반 시민 소비자들에게 직접 지원금을 지급했다면, 중국은 인프라 지출, 법인세 삭감, (급여에서 원천 징수되는) 사회보장보험료 감액, 지방채 발행 한도 증액 등을 통해 기업의 생존 유지 쪽에 초점을 맞췄다. 한 마디로 미국과 EU의 지원책은 수요, 중국은 공급 측면에 집중되었다.
그 결과 미국과 EU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거나 더 많은 급여를 주는 곳으로 이직했다. 기업들의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공급망이 중단되었고 이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 기업들은 또 채용을 유인하기 위해 급여를 경쟁적으로 올렸다. 반면 정부 지원금도 받고 소득도 늘어난 소비자들의 수요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인플레이션의 조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반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상대적으로 공급 부족 문제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집에 갇혀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는데도 정부의 직접적인 가계 지원은 미미했다. 기업들이 문을 닫으면서 정부의 고용 유지 인센티브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실업률이 상승하고 소득이 줄어들자 가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대출을 받아서 산 부동산의 가격은 폭락했다. 지방 정부들에게는 산더미 같은 부채가 남았다. 서방과는 정반대로 수요가 쪼그라들었다. 생산 과잉인 상태에서 기업들은 투자 의지를 잃었다.
디플레이션, 그것도 1930년대 대공황을 연상시키는 부채 디플레이션의 조건이 갖추어졌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아시아 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는 " 내수 수요가 정말 약하다. 마켓 센티멘트가 아주 좋지 않다"고 말했다. 6월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0%였지만,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은 전월 대비 0.1% 하락했으며, 이는 "소비 회복의 모멘텀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HSBC는 우려했다.
디플레이션의 대명사인 일본조차 5월에 3.2%의 비교적 양호한 인플레이션을 보여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중국이 얼마나 위태위태한 상황인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
디플레이션에 다다른 중국 (데이터: 각 국가별 인플레이션 자료(2020년 1월 ~ 2023년 5, 6월)) 팬데믹 거품의 여파로 세계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동안 중국은 디플레이션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 경제는 심리 게임이다. 소비자와 기업의 마음속에 디플레이션의 망령이 자리를 잡으면 정부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진다. 이미 씨티 그룹과 HSBC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이 신뢰성 함정(confidence trap)에 빠지기 직전"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서 신뢰성 함정이란, 경제 주체들이 장기적인 성장에 믿음을 상실해서,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소비나 투자가 아닌, 저축이나 빚을 갚는 데 사용해 버려, 경기 진작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당장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
|
☕️☕️ 지금 중국 경제는 어떤 상황일까요? 월스트리트부터 실리콘밸리, 그리고 전 세계 경제 이슈까지 가장 중요한 '맥락'을 짚고 쉬운 해설을 전합니다. AI, 빅테크, 전기차, 리테일, 거시경제, 자본 시장 등의 가장 중요한 이슈와 다양한 비즈니스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드려요.
📌 첫 달 50% 할인 중이에요. 더 할인된 연간 구독제도 있어요. |
☕️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안젤라는 한국과 일본의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IPO, M&A, 지분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한 후, 현재는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자본 시장, 거시경제 관련 기사를 큐레이션하여,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등 여러 책도 우리 말로 번역한 바 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주목해야 할 거시경제 변화와 그에 따라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각 산업의 이야기를 전하는 롱폼(Long-from) 아티클입니다. 급격히 변하는 거시경제 지형 속에서 놓치지 않고 주목해야 할 이야기를 전할게요. |
☕️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3 |
|
|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중앙 은행들이 지난 2년 동안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벌이는 동안,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발목을 잡혔다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발표된 중국의 공식 경제 지표들은 충분히 우려할 만했다. 우선 6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보합세를 보인 반면 생산자 물가는 5.4% 고꾸라지며 2016년 이후 가장 빠른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주에는 2분기 경제성장률(GDP)이 발표되었는데 전 분기 대비 0.8%로 1분기의 2.2%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상하이 등 경제 대도시들이 장기간 락다운으로 마비 상태였던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6.3%밖에 성장하지 못했다. 수출 감소, 소매 판매 부진,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원인으로 지목되는 팩터들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발 인플레이션이 잡히기 시작하며 한숨 돌린 세계 경제가 이번에는 중국발 위기에 빠지지 않으려면 상황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과감한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다.
작년 12월까지 중국은 다른 선진국들보다 거의 1년이나 더 엄격한 제로 코비드 정책을 유지했다. 14억이 넘는 인구의 경제 활동이 대폭 축소되었으니, 그에 걸맞은 대응책이 필요했다. 2020년 중국 정부는 국채 발행, 적자 재정 운영, 정책 금리 인하 등 다른 선진국들이 취한 것과 비슷한 재정 완화 정책을 내세워 팬데믹 위기를 돌파하고자 했다.
하지만 미국, EU와 비교하면 부양책의 규모 면에서도 못 미쳤을 뿐 아니라, 예산 집행 방식에도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미국과 EU가 일반 시민 소비자들에게 직접 지원금을 지급했다면, 중국은 인프라 지출, 법인세 삭감, (급여에서 원천 징수되는) 사회보장보험료 감액, 지방채 발행 한도 증액 등을 통해 기업의 생존 유지 쪽에 초점을 맞췄다. 한 마디로 미국과 EU의 지원책은 수요, 중국은 공급 측면에 집중되었다.
그 결과 미국과 EU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거나 더 많은 급여를 주는 곳으로 이직했다. 기업들의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공급망이 중단되었고 이는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 기업들은 또 채용을 유인하기 위해 급여를 경쟁적으로 올렸다. 반면 정부 지원금도 받고 소득도 늘어난 소비자들의 수요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인플레이션의 조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반면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상대적으로 공급 부족 문제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집에 갇혀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는데도 정부의 직접적인 가계 지원은 미미했다. 기업들이 문을 닫으면서 정부의 고용 유지 인센티브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실업률이 상승하고 소득이 줄어들자 가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대출을 받아서 산 부동산의 가격은 폭락했다. 지방 정부들에게는 산더미 같은 부채가 남았다. 서방과는 정반대로 수요가 쪼그라들었다. 생산 과잉인 상태에서 기업들은 투자 의지를 잃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아시아 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는 "내수 수요가 정말 약하다. 마켓 센티멘트가 아주 좋지 않다"고 말했다. 6월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0%였지만,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은 전월 대비 0.1% 하락했으며, 이는 "소비 회복의 모멘텀을 잃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HSBC는 우려했다.
경제는 심리 게임이다. 소비자와 기업의 마음속에 디플레이션의 망령이 자리를 잡으면 정부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진다. 이미 씨티 그룹과 HSBC의 애널리스트들은 "중국이 신뢰성 함정(confidence trap)에 빠지기 직전"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기서 신뢰성 함정이란, 경제 주체들이 장기적인 성장에 믿음을 상실해서,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어도 소비나 투자가 아닌, 저축이나 빚을 갚는 데 사용해 버려, 경기 진작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당장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