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화'가 만든 새로운 현실

[키티의 빅테크 읽기] 24화. 할리우드 파업의 이유 있는 이유
할리우드 작가들과 배우들의 공동 파업은 할리우드를 넘어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가장 큰 이슈입니다. 지난 7월 중순에 시작된 이 파업으로 할리우드가 아예 멈춰있다시피 하고, 과연 언제 끝날지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작가와 배우들이 60년 넘게 만에 함께 이렇게 파업에 나서게 된 이유는 임금 구조의 문제도 물론 있지만, 미래 직업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할 만큼 제작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 핵심입니다. 제작 환경의 변화는 콘텐츠 업계가 모두 스트리밍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어져 오기도 했어요. 그리고 이들은 이제 AI라는 기술을 활용해 더욱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도 하죠. 

오늘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결국 빅테크가 만든 새로운 기술이 가져온 변화가 특정 직업에 대해 벌써 존재의 위협을 가하는 중인 상황을 살펴봅니다. 할리우드의 '넷플릭스화'로부터 시작된 콘텐츠 제작 및 배급의 구조적인 변화는 작가와 배우들에 대한 보상 체계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이제는 AI까지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이들을 더욱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했다는 점을 짚으면서요.

할리우드는 한 가지 예인데요. 결국 할리우드를 넘어 현재 AI가 발전하는 상황 그리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기업들의 상황을 살펴보면, 변화는 나와 주변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이야기는 말해주기도 합니다. 

+ 샷 추가하시면 전문을 받아보실 수 있어요. 빅테크와 스트리밍 산업이 연계되는 명확한 시선 흥미롭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키티의 빅테크 읽기] #AI
'넷플릭스화'가 만든 새로운 현실
할리우드 파업의 이유 있는 이유
제작 방식도 배급 체계도 어느새 모두 스트리밍화 되었다. 기존의 방송 사업과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더는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애플과 아마존 같은 빅테크는 사용자 유지를 위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스트리밍 전쟁'은 지속되고 있다. 그 사이 작가와 배우들의 상황은 점점 안 좋아졌다.

"어느 날, 내가 어제 한 행동을 그대로 재연한 드라마가 유명 배우의 주연작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로 방송된다. 어제 팀원을 해고하고 옛 연인과 키스한 나의 행동이 방송된 후 나는 직장에서 곤경에 처하게 된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항의했지만 내 행동을 마이크로 수집해서 콘텐츠로 쓸 수 있다는 깨알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약관에 내가 동의했음을 알고 망연자실해진다. 내 행동을 재연하는 배우 또한 본인이 직접 연기한 게 아니다. 무명 배우의 몸에 배우의 얼굴을 AI로 합성한 것이다."

IT 기술에 대한 SF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시리즈인 <블랙 미러>. 시즌6 에피소드인 ‘존은 끔찍해(Joan is Awful)’가 넷플릭스에서 방송됐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AI로 무명 배우 얼굴에 유명 배우 얼굴을 합성하는 기술은 더 이상 ‘드라마가 아닌 다큐’가 될 수 있고, 바로 그 점에 항의하여 미국 작가와 배우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TV쇼, 영화 작가의 노조인 미국 작가 조합(WGA, Writers Guild of America)이 AI로 인한 고용 불안정과 임금 조정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시점은 지난 5월이다. 이후 7월부터는 16만 명이 가입되어 있는 미국 영화배우조합-텔레비전-라디오 예술가 연맹(SAG-AFTRA: The Screen Actors Guild and American Federation of Television and Radio Artists)이 파업에 나섰다. 

NBC 유니버설, 파라마운트와 같은 할리우드 스튜디오 및 제작사는 물론 아마존, 애플, 유튜브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포함된 영화-텔레비전 프로듀서 조합(AMPTP, American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Producers)과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다. 작가, 배우조합은 모두 미국 최대의 노동조합 연맹에 가입되어 있으면서 몇 년에 한 번씩 AMPTP와 협상하는데, 이렇게 두 조합이 동시에 파업에 돌입한 건 60년 넘게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이 파업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 첫째, 전통적으로 이들 노조가 요구해 왔던 '인플레이션에 연동한 최저임금 인상'은 새로운 이유는 아니다.
  • 둘째,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 및 배급 구조가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위주로 전면적으로 변화하며 작가나 배우들이 정당하게 보상을 받는 것이다.
  • 셋째, 콘텐츠 제작 시 AI 도입으로 생기는 창작자들의 권리침해 보호를 명시화해달라는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이유는 스트리밍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새롭게 떠오른 사항이다. 
<블랙미러> 시즌 6 '존은 끔찍해' 편의 장면. AI가 모든 배우들을 결국 대체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설정인데, 지금 작가와 배우들이 걱정하는 바를 그려낸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미지: 넷플릭스)
넷플릭스 거대 히트작이라 해도
스트리밍이 어떻게 배우들의 실질 임금을 줄였는지 살펴보자. 넷플릭스가 처음 출범했을 땐 스트리밍이란 신개념 서비스의 구독자를 모으기 위해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그랬든 스타파워에 기댔었다. 케빈 스페이시를 비롯한 A급 배우들을 기용한 <하우스 오브 카드>가 넷플릭스의 초기 오리지널 히트작이다. 이어서 제작한 작품이 2013년 히트 드라마인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Orange is the New Black, 이하 OITNB)>이다.

OITNB는 다양한 여성 수감자들이 등장한 코미디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당시 OITNB은 스타 파워 없이 거의 무명에 가까운 배우들의 앙상블 캐스팅으로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트리밍 서비스의 콘텐츠 다양성과 잠재력을 시장에 확신하게 만든 작품이다. OITNB은 무려 1억 500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를 누렸지만, 이 드라마에 등장한 배우들은 정작 돈을 많이 받지 못했다는 게 최근에서야 밝혀졌다.

넷플릭스는 TV처럼 시청률을 공개하는 구조가 아니다. 로열티 책정 기준이 베일에 싸여 있다. 결국 이들 배우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주는 대로 분배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 작품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일부 배우들을 제외한 나머지 단역들의 경우 다른 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다. 배우들에겐 의문이 생겼다. 다수의 출연 배우들은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SAG시상식 전 넷플릭스에서 캐스트들을 초대해 축하 파티를 열어준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테드 사란도스 당시 넷플릭스 최고 콘텐츠 책임자(이후 CEO가 됨)는 OITNB이 <왕좌의 게임>보다 시청자 수가 더 많다고 자랑했는데, 그 자리에서 의문을 가졌다. <왕좌의 게임> 출연진들은 수백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는다고 하는데, 그렇게 인기가 많았다는 우리 드라마의 로열티는 어떻게 된 거지?"

배우들의 로열티 계산은 어떻게?
스트리밍이 없던 시절 TV 드라마는 시즌제로 제작되며 작가, 배우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을 가져다주었다. 시즌제로 제작되는 미국 드라마는 출연료 이외에도 드라마 재방송, 외부 판매 등을 통해 수익이 발생할 때 출연진들에게 일종의 로열티(Residuals)를 지급한다.

예를 들어 무려 10억 달러(약 1조 2780억 원)의 수익을 거둔 인기 드라마 <프렌즈>의 주요 캐스트 6명은 각각 외부 판매 수익의 2%, 2000만 달러(약 255억 원)의 로열티를 매년 지급받았다. 여러 에피소드에 출연한 단역들도 작품 시청률, 외부 판매 수익과 연동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배우는 촬영이 있을 때만 비정기적으로 일이 있기 때문에 이런 로열티 수입이 있어야 어느 정도의 안정적 수입이 보장된다. 

혹시 단역 배우들만 이런 파업에 찬성하는 것 아닐까? 주연급들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디스 이즈 어스(This Is Us)>란 NBC 드라마에 주연으로 출연한 맨디 무어는 자신도 불과 81센트짜리 로열티를 받은 적이 있다고 공개한 후 파업 시위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무어 이외에도 현재 개봉한 영화에 출연하는 정상급 배우들도 파업 지지 의사를 밝히며 (<바비>의 마고 로비) 아예 홍보활동 자체를 중단(<오펜하이머>의 주연 배우들)했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시리즈 중 45개 에피소드에 출연한 키미코 글렌은 드라마 출연으로 정산받은 로열티 총합이 단돈 27달러 30센트임을 보여 주는 정산서를 틱톡에 게시해 큰 반향을 얻었다. (이미지: 키미코 글렌 틱톡)
스트리밍으로 인한 구조적 변화
배우들의 이런 대동단결은 그만큼 제작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전체 제작 시스템으로 확대되면서 배우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넷플릭스를 필두로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애플TV 등 다른 빅테크들의 콘텐츠로 확대되고 전통적인 드라마 및 영화 프로덕션이 앞다퉈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 (디즈니 플러스, 훌루, 파라마운트 플러스, HBO 맥스 등)하며 기존에 시청률을 기반으로 하던 수익배분 체계는 완전히 무너졌다.

SAG-AFTRA 회장은 "제작 환경이 바뀌면서 드라마 편수 자체가 줄어들었다. 예전에는 한 편당 20개의 에피소드를 제작하는 등 어느 정도의 직업 안정성이 보장됐는데 스트리밍 서비스가 도입되면서 편당 에피소드 숫자도 줄어들고 시즌 하나만 하고 끝나는 경우도 많아져서 직업 안정성 측면에서는 불안정해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스트리밍서비스는 한 작품당 8~10편의 에피소드를 제작하는 게 일반적이며 재판매 등을 포함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넷플릭스는 기존의 로열티 배분 대신 사전 출연료를 많이 주는 형식으로 창작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의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해외의 능력 있는 창작자에게 눈을 돌리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오징어 게임>의 모든 권리가 넷플릭스에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CNN은 최근 AI 기술을 통해 배우의 주름을 없애서 젊게 보이게 하거나 목소리 더빙에 따른 입 모양을 더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게 한다는 점을 취재했다. <인디애나 존스>가 또 나올 수 있었던 이유이다. (이미지: CNN)
눈앞에 다가온 AI라는 진짜 유혹 
파업이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작품 제작에 AI를 사용할 때 작가들이나 배우들이 알아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배우들의 경우 AI가 활발하게 도입되면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미 출연에 영향을 받고 있다. AI 기술은 노장 배우의 주름을 없애고 스턴트를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식으로 (<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 활용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블랙 미러> 에피소드에서처럼 AI를 통해 이미지 합성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지 합성은 긍정적으로 쓰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영화를 외국어로 더빙하면 배우의 입 모양이 어색한데, AI 기술을 통해 입 모양을 자연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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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리드했고, 소셜임팩트를 담당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에 정기 기고 중이며, 장애-유니버설 디자인-ESG-사회혁신 등의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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