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근무 돕는 툴의 성장 사람들은 떨어져서도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아예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장만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죠. 프로그래머 같은 IT 전문 기술자일수록 원격근무를 선호하고 있고, 기술자를 고용 및 유지해야 하는 고용주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라도 100% 원격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변화가 있는 곳에 기회가 있죠. 최근 미국에서는 새로운 근무체계를 보좌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각광받고 있어요. 엔보이(Envoy), 팀(Teem), 로빈(Robin) 같은 곳들입니다. 엔보이는 관련 소프트웨어 중 가장 크게 성장한 곳입니다. 엔보이를 사용하면 동료 중에서 누가 언제 사무실에 출근하는지 알 수 있고, 사무실 책상이나 회의실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이나 점심 식사를 예약할 수도 있다네요. 회사 측에서는 엔보이를 통해 사무실 출근율 등을 확인하면서 직원 수와 근무 체계에 맞게 사무실을 관리할 수 있고요. 스트라이프, 슬랙, 룰루레몬 같은 회사들이 엔보이를 쓰고 있어요. 이에 힘입어 엔보이는 올해 1월 자산운용사 브룩필드 그로스, 앤드리센 호로위츠 등으로부터 1억 1100만 달러(약 1530억 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습니다.
동료 관계 분석해 출근일과 좌석 추천 팀은 회의실 예약 서비스로 먼저 주목을 받은 곳입니다. 회의실이나 좌석이 누구에게 언제 배정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편리하도록 돕죠. 공간 예약, 방문객 관리, 공간 활용도 분석 등도 가능합니다. 팀은 2018년에 1억 달러(약 1375억 원) 가격으로 위워크에 인수됐다가, 2020년에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아이오피스(iOffice)에 다시 매각되었어요. 로빈은 올해 7월 시리즈 C까지 누적 5900만 달러(약 800억 원) 투자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로빈을 쓰면 회의실 및 좌석 예약, 방문객 관리, 사무 집기 요청 등을 편하게 할 수 있어요. 방문객의 보안서류 작성 등도 도와주고, 기업이 한 층에 책상과 좌석을 얼마나 넣는 게 효율적인지까지 분석해준다고 해요. 비슷한 규모 기업들은 사무실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도 알려주고요. 동료 관계를 분석해서 언제 사무실에 출근해 어느 책상에 앉는 게 업무에 효율적인지까지 알려준다고 하네요. 이처럼 여러 툴에 기반하여 하이브리드 근무는 점점 보편화되고 있어요. 기업 입장에선 기존처럼 커다란 오피스가 필요 없겠죠. 직원 상당수가 집에 있을 때가 많은 데다가, 직원의 출근 여부와 비율을 예측하는 솔루션까지 발달하고 있으니까요. 안 그래도 시장 상황까지 안 좋으니, 기업은 오피스를 어떤 규모로 유지할지 분석해 고정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고 싶을 겁니다. 오피스 밀집 지역의 건물주 입장에선 임차인이 언제 나갈지, 새 임차인은 어떤 기업을 들이는 게 나을지 분석하고 싶을 테고요. 이런 지점을 긁어주는 오피스 공간 분석 스타트업으로는 VTS가 대표적이에요. VTS는 기업이 직원 출근율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요. 임대인이 오피스 계약 연장 여부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도 제공하고요. 최근 글로벌 부동산 투자 및 서비스 그룹 CBRE가 리드한 1억 2500만 달러(약 1720억 원) 규모 추가 투자를 받으며 17억 달러(약 2조 3400억 원)의 가치 평가를 받았죠.
2배 성장한 직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사무실 출근과 원격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이런 툴들을 기반으로 점점 확산하고 있어요. 전염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작했던 원격근무가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이제 일부 원격근무를 하는 게 디폴트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직원 입장에선 출퇴근 시간과 교통비 등을 아끼고, 기업 입장에선 오피스 유지비 등을 아낄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점이 있어요. 그런데 고용주 입장에선, 직원이 집이나 카페에서 일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고 싶겠죠. 덕분에 직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장님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이른바 '보스웨어(Bossware)'예요.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대규모 고용주의 60%가 직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으며 이는 팬데믹 이전 대비 2배 커진 수치라네요. 어웨어, 테라마인드, 허브스태프 등이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입니다. 어웨어는 지난해 골드만삭스가 주도한 6000만 달러(약 825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받으며 몸집을 키우고 있죠. 직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쓰면, 직원들이 업무를 하면서 남기는 여러 가지 데이터를 통해 해당 직원의 생산성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나 언제 어떤 작업을 하는지 등을 볼 뿐 아니라,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등 업무 능력과 효율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거죠. 이런 툴이 이상적으로는 직원의 생산성을 돕고 조직 운영에 효율성을 더하겠죠. 그러나 직원들 입장에선 일거수일투족을 회사가 추적하고 감시한다고 여겨지니 불편해집니다.
행동 추적, 녹화, 녹음으로 기분까지 분석 실제로 이런 소프트웨어는 직원의 메일함까지 접근합니다. 직원이 구직 사이트를 방문하는지, 소셜미디어나 이메일에서 회사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는지 등을 볼 수 있다네요. 직원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보내는 시간 등 딴짓을 하루에 얼마나 하는지 체크하는 기능도 있고요. 이메일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록하거나, 직원의 키보드와 마우스 움직임을 전부 추적 모니터링해주는 소프트웨어도 있다고 해요. 이건 어쩌면 약과입니다. 어떤 소프트웨어에서는 관리자가 직원 컴퓨터의 화면을 주기적으로 스크린샷 촬영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고 하네요. 아예 직원 컴퓨터 카메라에 접근하도록 연결해주는 소프트웨어도 있고요. 직원이 컴퓨터 앞에 얼마나 앉아있는지 실시간으로 보거나 녹화를 떠둘 수 있는 거죠. 카메라뿐만이 아니에요. 직원 컴퓨터의 마이크와 스피커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도 있답니다. 이런 데이터를 모으고 모으면, 직원 개인뿐 아니라 조직 전체가 현재 어떤 감정인지 분석할 수 있다고 해요. 인간 행동 데이터를 통해 감정, 기분,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거죠. 앞서 오피스 분석 솔루션도 동료 관계를 분석해 출근일과 좌석을 추천해주는 수준까지 발달했다고 전해드렸는데요. 그렇게 출근하여 컴퓨터 앞에 앉으면, 직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가 내 행동과 감정을 분석하는 셈이네요. 여러분은 컴퓨터가 나를 분석해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해준다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생산성이 늘어나니 좋으신가요? 나의 개인정보와 사생활 등 권리를 침해당한 기분이 드시나요? 원격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일상으로 자리 잡고, 관련 툴들이 더욱 발달하면, 우리는 이런 질문과 더 자주 마주하게 되겠죠. By 데니스 *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시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IT 기자로 일했고 유니콘 스타트업, 벤처캐피털을 거쳐 지금은 초기 창업팀을 키우고 있습니다. 큰 불편을 작은 프로덕트로 해결하는 게 꿈입니다. 그 과정에서 보고 듣고 배우는 점을 부지런히 전할게요. |
[AI] #인공지능화가 #그림툴
1. AI가 만드는 새로운 시장
"AI는 인간처럼 창의적인 활동은 못 한다"는 옛말이 되어가고 있어요. 지난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디지털 기술로 편집한 작품' 부문에서 AI가 만든 그림이 1위를 수상했다는 소식은 큰 화제가 되었죠. 작품의 이름은 제이슨 앨런(Jason M. Allen)이 출품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Space Opera Theater)>이었고요.
이에 대한 논쟁은 바로 불이 붙었는데요. 수상에 반감을 가진 사람들은 "예술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도하고 있다. AI가 작품을 만든 건데 어떻게 스스로를 화가로 볼 수 있나"라며 부정행위라고 분노했어요. 반면 앨런을 비호하는 사람들은 "상을 탈 만한, 적절한 문장을 떠올리는 건 인간의 창의력이다. 게다가 AI는 포토샵을 비롯한 디지털 이미지 편집 툴과 다를 게 없다"라고 말했고요.
이렇게 시각 작품, 예술을 만드는 AI 도구들을 ‘AI 화가'로 부르기도 합니다. 사용자가 문장을 한 줄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이를 반영해서 그림을 내어주는 방식이죠. 특히 관련 기술과 품질이 짧은 시간 동안 크게 발전하며 각종 우려와 찬사 그리고 논쟁이 쏟아지고 있어요.
AI가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도
앨런은 AI 프로그램 미드저니(Midjourney)로 작품을 만들었어요. 채팅 서비스인 디스코드내의 미드저니 방에서 메시지를 입력하면 그림을 출력해주었는데, 결과물에 매료된 그는 계속 실험을 해왔다고 해요. 다른 사람들과도 이 멋진 이미지들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대회 출품도 했고요.
미술대회 주최 측은 문제 될 것 없다는 반응이에요. 이슈가 된 부문에 대한 설명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한 예술을 창작 또는 전시 과정에 보여주는 작품'인데 수상작에 잘 부합할뿐더러 앨런이 출품 당시부터 AI가 만든 그림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는 이유에서요. 더불어 심사위원 2명은 처음에는 이 사실을 몰랐으나, 알고 나서도 같은 결과를 발표했을 거라고 말했어요.
이제 수익화 가능성 모색하는 중
AI 화가는 머신러닝(기계학습) 연구 및 비즈니스의 발전기였던 2010년대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데이터의 중요성이 대두됐고 학습하는 알고리듬이 총아가 되었으며 이 모든 작업을 뒷받침하는 CPU와 GPU를 가진 고성능 컴퓨터가 더 발전했어요.
이어 크리에이터나 아티스트들은 창작 활동에 도움이 될 이 새로운 기술에 흥미를 보이고 실험하기 시작했죠. 덕분에 사진을 다양한 장르로 편집하고 바꿀 수 있는 툴(프리즈마 등)이 생겨났고요. 니즈를 확인한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비즈니스 가능성을 모색했어요. 그러다 단순히 그림 편집이 아닌 제작을 할 수 있는 도구로서 AI 프로그램이 제공되기 시작하자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어요.
다수 미디어는 2021년과 2022년 오픈AI의 달리(DALL-E 1, 2)의 등장을 유의미한 사건으로 봐요. 이후 텍스트를 이미지로 바꿔주는 프로그램들이 차례로 등장했어요. 미드저니가 그 중 하나고 구글 역시 이마젠(Imagen), 파티(Parti)를 내놨어요. 그리고 스태빌리티 AI(Stability AI)는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이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코드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 소스로 공개하기도 했어요. 크레용(Craiyon)은 처음부터 오픈 소스 프로젝트로 시작했고요.
이외에도 프로젝트, 프로그램, 기업 단위에서 저마다 AI 화가 툴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요. 이제 이들은 슬슬 수익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어요.
멈추지 않을 기술 진보와 논쟁
이렇게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수익화를 진행하면 AI 화가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텐데요. 논쟁은 지금보다 훨씬 뜨거워질 거예요.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들을 살펴보면요.
부정적인 시선으로는 첫째로, AI 화가가 일자리를 뺏을 거라는 의견이 있죠. 누구나 기술을 활용해 예술작품을 만들게 될 텐데 예술가 및 화가에게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어질 거라는 주장이에요. 나아가 디자이너, 편집자, 사진사, 사진 모델 등이 하던 일의 일부는 실제로 대체할 수도 있고요.
둘째, AI 화가는 표절의 고도화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어요. AI 화가는 웹에서 수백만 개의 이미지와 자연어를 수집 및 적용해서 알고리듬을 훈련하는 과정을 거쳐서 결과물을 내놓는데요. 예술가들이 웹에 올린 작품들은 경쟁자인 AI에게 도움을 주게 된 셈이에요. 디지털 아티스트인 RJ 팔머가 "우리가 AI를 사용하는 것은 예술가들의 생계에 해가 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점은 곱씹어 볼 이야기이죠. 수많은 '작품'을 활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 툴의 저작권 침해 문제가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여요.
셋째, 사용자들이 AI 화가를 악용할 소지가 커요. 특히 스태빌리티 AI처럼 오픈 소스로 공개된 경우 그 가능성이 커요. 실제로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만들어진 선정적인 이미지, 폭력적인 이미지, 허위 이미지가 레딧 등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유포됐어요. 레딧은 이를 막기 위해 4개 이상의 커뮤니티 사용을 중단시키기도 했죠.
확실한 시장이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물론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많아요. 우선 AI가 예술가들의 생산성, 창의력을 높여준다는 의견이 있어요.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업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에요. 예를 들어 건축가, 공예가, 디자이너 등이 다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하죠. 그래서 AI 프로그램의 도움을 크게 받는다고도 해요. 와이어드는 "그림을 잘 못그리는 나로서는 달리 2에 원하는 텍스트를 잘 적어 넣으면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해주니 참 편했다"는 조각가 벤자민 폰 웡(Benjamin Von Wong)의 말을 인용했어요.
나아가 AI 화가가 인간과 기계 사이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형태를 이끌어냈다고도 해요. 실제로 달리2를 사용해본 사람들은 친근한 외계인과 이야기하는 것 같다며 흥미를 느꼈어요. 사람이 글을 입력하면 기계는 이를 해석해서, 납득이 가는, 현실적인 그림을 보여주니, 마치 대화를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예요.
일단 써보면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이 툴을 어떻게 하면 일에 더 잘 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는 뜻과도 같아요. 대화의 기술처럼 기계가 잘 이해하도록 텍스트를 창작하는 방법을 궁리하는 것이에요. 어쨌든 AI 혼자서는 '인간의 감정적 표현'이 깃든 예술 작품을 창조하지는 못하지요.
아직 관련 툴들이 대중에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현재 시도하고 있는 수익 모델의 성공 여부도 확실치 않고 시장 규모가 얼마나 성장할지 가늠하기도 아직은 어려워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시선도 충돌하고 있고요. 그러나 AI 화가를 기존 툴에 적용하거나 새로운 툴 개발에 활용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시장의 성장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도 보고 있습니다.
사진, 영상, 크리에이티브 이미지 등 시각적인 도구가 중요한 마케터들은 벌써 AI 화가를 어떻게 사용할지 상상해 보고 있어요. 실무적으로는 웹페이지, 소셜미디어 등에서 사용할 영상이나 사진을 무료 사진 사이트에서 찾을 필요 없이 AI 화가로 만들 수 있어요. 지금 바로 꼭 필요한, 딱 맞는 이미지를 텍스트 한 줄이면 합법적으로, 고품질로 얻게 된다는 장점이 있어요.
조금 더 크리에이티브 한 마케팅 전략에도 이미 사용되고 있어요. BMW는 AI 화가를 예술 활동에 쓰고 있는 아티스트들과 협업해서 AI가 만든 이미지를 자동차 차체 디자인에 적용하는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있어요. 한국 아티스트 이배(Lee Bae)도 참여했네요. 해당 프로젝트 담당자는 AI 화가로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제품을 개인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어요.
[스타트업] #하이브리드워크 #보스웨어
2. 하이브리드가 만드는 새로운 시장
미국은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대폭 완화했죠. 그리고 이제 원격근무를 시행하던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다시 오피스에 나오라고 하고 있어요.
“오피스에 나오든지 회사를 나가든지 하라"고 강경 선언한 테슬라가 대표적인 사례죠. 애플의 경우에는 최소 주 3일을 사무실 출근하라는 지시가 내려지자 직원모임 '애플 투게더'가 근무지를 유연하게 해달라는 사내 청원을 시작했고요. 반대로 스포티파이, 트위터 등은 어디서든 일하는 제도, 'WFA(Work From Anywhere)'를 앞으로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전염병은 우리의 일상과 고정관념을 뒤엎었고, 전염병을 겪은 우리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어요.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9년에는 근로자의 60%가 사무실 책상에 앉아있었는데, 2022년 6월 기준으로 근로자의 20%만 사무실에 있다고 합니다. 50%는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 근무 중이고, 30%는 완전히 원격근무 중이라네요. 근로자의 단 6%만 사무실에서 일하기를 원하며, 이제 60%가 하이브리드 근무, 34%는 완전 원격근무를 원합니다.
하이브리드 근무 돕는 툴의 성장
사람들은 떨어져서도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아예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장만 찾는 사람들도 늘어났죠. 프로그래머 같은 IT 전문 기술자일수록 원격근무를 선호하고 있고, 기술자를 고용 및 유지해야 하는 고용주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라도 100% 원격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변화가 있는 곳에 기회가 있죠. 최근 미국에서는 새로운 근무체계를 보좌하는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각광받고 있어요. 엔보이(Envoy), 팀(Teem), 로빈(Robin) 같은 곳들입니다.
엔보이는 관련 소프트웨어 중 가장 크게 성장한 곳입니다. 엔보이를 사용하면 동료 중에서 누가 언제 사무실에 출근하는지 알 수 있고, 사무실 책상이나 회의실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주차장이나 점심 식사를 예약할 수도 있다네요. 회사 측에서는 엔보이를 통해 사무실 출근율 등을 확인하면서 직원 수와 근무 체계에 맞게 사무실을 관리할 수 있고요.
스트라이프, 슬랙, 룰루레몬 같은 회사들이 엔보이를 쓰고 있어요. 이에 힘입어 엔보이는 올해 1월 자산운용사 브룩필드 그로스, 앤드리센 호로위츠 등으로부터 1억 1100만 달러(약 1530억 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유니콘 반열에 올랐습니다.
동료 관계 분석해 출근일과 좌석 추천
팀은 회의실 예약 서비스로 먼저 주목을 받은 곳입니다. 회의실이나 좌석이 누구에게 언제 배정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편리하도록 돕죠. 공간 예약, 방문객 관리, 공간 활용도 분석 등도 가능합니다. 팀은 2018년에 1억 달러(약 1375억 원) 가격으로 위워크에 인수됐다가, 2020년에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인 아이오피스(iOffice)에 다시 매각되었어요.
로빈은 올해 7월 시리즈 C까지 누적 5900만 달러(약 800억 원) 투자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로빈을 쓰면 회의실 및 좌석 예약, 방문객 관리, 사무 집기 요청 등을 편하게 할 수 있어요. 방문객의 보안서류 작성 등도 도와주고, 기업이 한 층에 책상과 좌석을 얼마나 넣는 게 효율적인지까지 분석해준다고 해요. 비슷한 규모 기업들은 사무실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도 알려주고요. 동료 관계를 분석해서 언제 사무실에 출근해 어느 책상에 앉는 게 업무에 효율적인지까지 알려준다고 하네요.
이처럼 여러 툴에 기반하여 하이브리드 근무는 점점 보편화되고 있어요. 기업 입장에선 기존처럼 커다란 오피스가 필요 없겠죠. 직원 상당수가 집에 있을 때가 많은 데다가, 직원의 출근 여부와 비율을 예측하는 솔루션까지 발달하고 있으니까요. 안 그래도 시장 상황까지 안 좋으니, 기업은 오피스를 어떤 규모로 유지할지 분석해 고정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고 싶을 겁니다. 오피스 밀집 지역의 건물주 입장에선 임차인이 언제 나갈지, 새 임차인은 어떤 기업을 들이는 게 나을지 분석하고 싶을 테고요.
이런 지점을 긁어주는 오피스 공간 분석 스타트업으로는 VTS가 대표적이에요. VTS는 기업이 직원 출근율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와요. 임대인이 오피스 계약 연장 여부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 데이터도 제공하고요. 최근 글로벌 부동산 투자 및 서비스 그룹 CBRE가 리드한 1억 2500만 달러(약 1720억 원) 규모 추가 투자를 받으며 17억 달러(약 2조 3400억 원)의 가치 평가를 받았죠.
2배 성장한 직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사무실 출근과 원격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이런 툴들을 기반으로 점점 확산하고 있어요. 전염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작했던 원격근무가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이제 일부 원격근무를 하는 게 디폴트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죠. 직원 입장에선 출퇴근 시간과 교통비 등을 아끼고, 기업 입장에선 오피스 유지비 등을 아낄 수 있으니 서로 좋은 점이 있어요.
그런데 고용주 입장에선, 직원이 집이나 카페에서 일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하고 싶겠죠. 덕분에 직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시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장님들을 위한 소프트웨어, 이른바 '보스웨어(Bossware)'예요.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대규모 고용주의 60%가 직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쓰고 있으며 이는 팬데믹 이전 대비 2배 커진 수치라네요.
어웨어, 테라마인드, 허브스태프 등이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입니다. 어웨어는 지난해 골드만삭스가 주도한 6000만 달러(약 825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받으며 몸집을 키우고 있죠.
직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를 쓰면, 직원들이 업무를 하면서 남기는 여러 가지 데이터를 통해 해당 직원의 생산성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이나 언제 어떤 작업을 하는지 등을 볼 뿐 아니라,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등 업무 능력과 효율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거죠.
이런 툴이 이상적으로는 직원의 생산성을 돕고 조직 운영에 효율성을 더하겠죠. 그러나 직원들 입장에선 일거수일투족을 회사가 추적하고 감시한다고 여겨지니 불편해집니다.
행동 추적, 녹화, 녹음으로 기분까지 분석
실제로 이런 소프트웨어는 직원의 메일함까지 접근합니다. 직원이 구직 사이트를 방문하는지, 소셜미디어나 이메일에서 회사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는지 등을 볼 수 있다네요. 직원이 소셜미디어 등에서 보내는 시간 등 딴짓을 하루에 얼마나 하는지 체크하는 기능도 있고요. 이메일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록하거나, 직원의 키보드와 마우스 움직임을 전부 추적 모니터링해주는 소프트웨어도 있다고 해요.
이건 어쩌면 약과입니다. 어떤 소프트웨어에서는 관리자가 직원 컴퓨터의 화면을 주기적으로 스크린샷 촬영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고 하네요. 아예 직원 컴퓨터 카메라에 접근하도록 연결해주는 소프트웨어도 있고요. 직원이 컴퓨터 앞에 얼마나 앉아있는지 실시간으로 보거나 녹화를 떠둘 수 있는 거죠. 카메라뿐만이 아니에요. 직원 컴퓨터의 마이크와 스피커까지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프트웨어도 있답니다.
이런 데이터를 모으고 모으면, 직원 개인뿐 아니라 조직 전체가 현재 어떤 감정인지 분석할 수 있다고 해요. 인간 행동 데이터를 통해 감정, 기분,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거죠. 앞서 오피스 분석 솔루션도 동료 관계를 분석해 출근일과 좌석을 추천해주는 수준까지 발달했다고 전해드렸는데요. 그렇게 출근하여 컴퓨터 앞에 앉으면, 직원 모니터링 소프트웨어가 내 행동과 감정을 분석하는 셈이네요.
여러분은 컴퓨터가 나를 분석해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해준다면 어떨 것 같으신가요? 생산성이 늘어나니 좋으신가요? 나의 개인정보와 사생활 등 권리를 침해당한 기분이 드시나요? 원격 또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일상으로 자리 잡고, 관련 툴들이 더욱 발달하면, 우리는 이런 질문과 더 자주 마주하게 되겠죠.
By 데니스
*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시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IT 기자로 일했고 유니콘 스타트업, 벤처캐피털을 거쳐 지금은 초기 창업팀을 키우고 있습니다. 큰 불편을 작은 프로덕트로 해결하는 게 꿈입니다. 그 과정에서 보고 듣고 배우는 점을 부지런히 전할게요.
[빅테크] #숏폼영상 #단신
3. 쉽지 않은 틱톡 따라잡기
생각보다 심각한 지표들
월스트리트저널이 확보해 분석한 이 자료에 의하면 지난 8월을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의 사용자들이 짧은 영상 콘텐츠인 릴스를 보는 시간은 하루에 1760만 시간이었어요. 하루에 1억 9780만 시간을 기록한 틱톡의 10%도 안 되는 수치이죠. 무엇보다 릴스의 사용율이 계속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최근 4주간 13.6%나 하락하는 등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어요.
현재 미국을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에는 약 1100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있는데, 그중 약 230만 명만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포스팅을 하고 있다고 해요. 메타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부정확하고 업데이트되지 않은 지표를 인용하고 있다면서 반박했지만, 리포트는 최근인 지난달에 발행되었고 관련해 새로운 데이터를 제시하지 않았어요.
틱톡에서 넘어온 영상들
무엇보다 안 좋은 점은 현재 릴스를 통해 보여지는 영상의 1/3은 대부분 틱톡에서 먼저 만들어진 후 가져온 점이라는 것이에요. 인스타그램은 보통 틱톡 워터마크가 찍힌 이 영상들이 릴스를 통해 만들어진 '오리지털 콘텐츠'에 비해 더 적은 오디언스에게 노출되도록 조정하고 있지만, 이런 영상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메타는 크리이에이터들을 위해 올해 말까지 지급될 10억 달러(약 1조 3750억 원) 규모의 보상 펀드도 작년에 (틱톡을 따라) 만들었지만, 충분한 유인이 되지 못하고 있어요. 현재까지 이 중 1억 2000만 달러(약 1650억 원)만이 릴스 크리에이터들에게 사용되었다고 이번 리포트에도 명시되어 있었다고 해요. 지급 금액이 적다는 것은 보상할 크리에이터들의 수가 적었고, 플랫폼이 생각만큼 성장하지 않았음을 의미하죠.
대세가 넘어갔다는 추가 신호
이미 메타 외에도 유튜브와 스냅 등도 모두 이 기능을 적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소셜미디어의 대세 흐름은 틱톡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현재 메타 내부적으로도 그 위기감은 그 어느때보다 커진 상황이에요.
물론 메타는 영상이 본래 주요 기능은 아니고, 아직 틱톡보다 훨씬 큰 규모의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죠. 하지만 틱톡은 유튜브마저 제치고 이미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되었다는 조사 결과가 이어지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틱톡에서 1시간 27분, 유튜브에서 1시간 22분, 릴스에서 41분을 보낸다는 결과도 나왔고요.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번스타인 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사용자의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67%나 증가했고요. 이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9%, 11%를 크게 뛰어넘죠.
메타는 현재 릴스의 성장을 더 공격적으로 밀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어요. 본래 릴스는 틱톡이라는 떠오르는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는데, 목적을 달성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메타는 이제 시장의 파이를 뺏기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현재 이어지는 소셜미디어 간의 경쟁은 미래 더 큰소셜커머스의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죠. 라이브 이커머스를 통한 사업 확대를 메타와 구글 모두 준비하고 있고, 틱톡 역시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더우인(Douyin)의 라이브 이커머스모 델을 적용하기 위해 본격 나서고 있어요.
관련한이야기는 대세가 된 틱톡 따라 하기를 통해서도 전해드렸는데요. 아마존도 자신들의 이커머스 플랫폼에 틱톡과 같은 기능을 실험하면서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앱에서 시간을 더 많이 쓰도록 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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