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버블'이었던 일본 1980년대는 일본의 시대였다. 조선, 자동차, 가전, 철강, 그리고 반도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본 수출품이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일본은 1965년 이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지속적인 무역 흑자를 기록했으며, 1968년대는 이미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피츠버그에서 캘리포니아로 철강을 기차에 실어 나르는 것보다 일본산 철강을 배로 실어 오는 것이 더 저렴했기 때문에 무거운 철강마저 일본산을 수입했다.
이미 70년대부터 북미 가전제품 선반에는 일본에서 생산된 텔레비전, 전자레인지 등 생활 가전이 가득했다. 1979년 미국 3위의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가 파산할 뻔한 시기에, 일본산 자동차가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의 1/4을 차지한다.* * 참고: 책 <세계화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 저자 마크 레빈
1980년대에는 최첨단 산업인 반도체에서도 일본이 미국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품질과 가격 모든 측면에서 일본산 D램 메모리 칩이 미국 산을 압도했다. HP의 조사에 따르면 1980년대 일본 전자회사가 만든 칩은 1000시간 사용 중 오류 발생률이 0.02% 미만이었으나, 미국 칩 제조사의 오류 발생률은 0.09%를 넘었다.
1980년대 초 일본 기업은 미국 경쟁사보다 반도체 생산 설비에 60% 이상 더 투자하고 있었고, 시장 점유율을 계속 늘려갔다. D램 메모리 칩을 최초로 개발한 인텔마저 점차 점유율을 잃다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접어야 했다. 소니 창업자이자 당시 회장 모리타 아키오가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왜 일본이 앞서갈 수 있는가>를 출간했을 때, 일본의 자신감은 정점에 도달했다.
모리타가 미국에서 기술을 빌려 간단한 전자 제품을 생산하던 1950년대는 미국이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나라였다. 하지만 30년이 지나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소니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고,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하이테크 제품을 만드는 나라가 되었다.
1980년대에 접어들자 모리타는 미국 경제와 사회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이들이 일본으로부터 한 수 배워야 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모리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나친 자만은 파멸을 부르는 법일까? 일본에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 출간되었을 때, 일본은 자산 시장 버블의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
* 참고: 책 <세계화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 저자 마크 레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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