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증시는 왜 오르고 있을까?

[부엉이의 차트피셜] 8화. 30년만에 기지캐 켜는 일본 시장
최근 일본 주식 시장은 지속해서 좋은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30년이 넘게 약세장이 지속되어 왔지만,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도 투자를 크게 늘린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면서 좋은 투자처로 다시 떠오르는 듯한 모습이죠. 

지금 일본 증시는 왜 오르고 있으며, 왜 큰 주목을 받고 있을까요? 워런 버핏은 왜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렸을까요?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의 모습부터 돌아보면서,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른지 살펴봅니다. 일본 시장이 이어온 모습을 설명할 수 있는 환율과 소비자 물가 상승률 등의 지표를 차근히 짚어보면서요.

[부엉이의 차트피셜] 8화.
일본 증시는 왜 오르고 있을까?
30년만에 기지개 켜는 일본 시장
올해 일본 주가지수가 미국, 유럽 등 다른 선진 시장을 따돌리면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토픽스(TOPIX)* 지수는 2021년 고점을 탈환하여 1990년 이후 최고점을 향해 가고 있다. (현재 S&P500과 코스피 지수 모두 2021년 고점에 한참 못 미친다) 해외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매입이 증가하고 있으며, 워런 버핏도 일본 주식을 매입하는 중이다.
* Tokyo Stock Price Index(TOPIX): Tokyo Stock Exchange(TSE)에서 계산하고 공표하는 주가지수. 언론은 관행적으로 역사가 오래된 닛케이(Nikkei) 지수를 자주 인용하지만, 실제 대표성은 토픽스(TOPIX) 지수가 더 크다.

하지만 토픽스 지수는 아직도 1989년 고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30년 동안 원금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일본 증시는 1989년 버블 붕괴 이후 20년 이상 하락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실망하고 일본 시장을 떠났다.

1989년에서 2012년 지속된 약세장 속에서 몇 번의 단기 반등이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지수 저점이 낮아지면서 투자자를 좌절시켰다. 투자자들은 기업들의 혁신 부족, 인구 감소, 만성적인 디플레이션, 주주환원 부족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오랫동안 일본 시장을 부정적으로 봤다.

과연 이번 반등은 다를까? 과거 일본 증시가 장기간 부진했던 원인을 짚어보고 과거와 현재의 차이점을 분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많은 요인들이 일본 주식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일본 주식 시장은 장기적인 부진에서 탈출하게 될까? 현재로서는 그럴 것이라는 신호가 강하다.
모든 게 '버블'이었던 일본
1980년대는 일본의 시대였다. 조선, 자동차, 가전, 철강, 그리고 반도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본 수출품이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일본은 1965년 이후 대부분의 기간 동안 지속적인 무역 흑자를 기록했으며, 1968년대는 이미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피츠버그에서 캘리포니아로 철강을 기차에 실어 나르는 것보다 일본산 철강을 배로 실어 오는 것이 더 저렴했기 때문에 무거운 철강마저 일본산을 수입했다.

이미 70년대부터 북미 가전제품 선반에는 일본에서 생산된 텔레비전, 전자레인지 등 생활 가전이 가득했다. 1979년 미국 3위의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가 파산할 뻔한 시기에, 일본산 자동차가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의 1/4을 차지한다.*
* 참고: 책 <세계화의 종말과 새로운 시작>, 저자 마크 레빈

1980년대에는 최첨단 산업인 반도체에서도 일본이 미국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품질과 가격 모든 측면에서 일본산 D램 메모리 칩이 미국 산을 압도했다. HP의 조사에 따르면 1980년대 일본 전자회사가 만든 칩은 1000시간 사용 중 오류 발생률이 0.02% 미만이었으나, 미국 칩 제조사의 오류 발생률은 0.09%를 넘었다.

1980년대 초 일본 기업은 미국 경쟁사보다 반도체 생산 설비에 60% 이상 더 투자하고 있었고, 시장 점유율을 계속 늘려갔다. D램 메모리 칩을 최초로 개발한 인텔마저 점차 점유율을 잃다가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접어야 했다. 소니 창업자이자 당시 회장 모리타 아키오가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왜 일본이 앞서갈 수 있는가>를 출간했을 때, 일본의 자신감은 정점에 도달했다.

모리타가 미국에서 기술을 빌려 간단한 전자 제품을 생산하던 1950년대는 미국이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나라였다. 하지만 30년이 지나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소니는 글로벌 브랜드가 되었고,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하이테크 제품을 만드는 나라가 되었다.

1980년대에 접어들자 모리타는 미국 경제와 사회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이들이 일본으로부터 한 수 배워야 한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모리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나친 자만은 파멸을 부르는 법일까? 일본에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 출간되었을 때, 일본은 자산 시장 버블의 종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소니처럼 일본 증시도 국제 시장에서 오랜 기간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플라자 합의가 만든 버블
1980년대 일본 경제가 팽창함에도 물가 상승률이 하락하고, 금리도 낮게 유지되면서 자산 시장에 버블이 생기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졌다. 레이건 행정부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수지 적자가 일본 등 경쟁국 통화가 달러보다 저평가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일본에게 환율을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1985년 9월 22일,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 모인 회원국들은 다음 두 가지 사안에 합의한다.

  1. 미국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를 평가절상한다.
  2. 필요한 경우 정부가 개입해서 목적(환율)을 달성한다.
엔/달러 환율 추이 (데이터: 블룸버그)
1980년대에 엔의 가치는 급격히 올라간다. 플라자 합의는 브레이크 없이 잘 나가던 일본 경제에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는 급격히 강해졌다. 플라자 합의 이전 1달러당 240엔 내외였던 엔 환율이 1988년에는 130엔 수준까지 떨어졌다. 불과 3년 만에 45% 가까이 절상된 것이다. 통화 가치가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일본 물가 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

엔화가 강해지면서 수입 물가가 가파르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 소비자 물가 상승률 (데이터: 블룸버그)
2% 내외에서 유지되던 일본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0%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후 경제가 버블의 정점으로 치닫던 1989년 초까지 아주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또 일본은행은 '엔고'로 수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을 대비해 기준 금리를 인하했다. 국제 시장에서 일본의 상품 가치가 2배 가까이 오르면서 일시적으로 경제 성장률이 둔화했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일본 정부는 중앙은행에게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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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릴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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