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10화. 섣부른 희망회로는 금물 기준 금리를 17개월 만에 동결하기로 한 이번 달 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의 결과는 소비자 물가 지수(CPI)가 안정화 되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예상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큰 물음을 남겼습니다.
"소비자 물가 지수(CPI)가 안정화되어 가는 상황으로 보이지만, 과연 (목표대로)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인가? 만약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번 동결 발표 이후 연내 두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엔 비록 쉬어가지만, 가벼운 경기 침체를 피하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인데요. 현재 상황만 바라보면 전망이 나빠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과연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고, 경기 침체도 피해 가는(혹은 가볍게 겪기만 하는) 그림을 만들 수 있을까요? 오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이 해답에 이르는 좋은 힌트를 건넵니다. 샷 추가하시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10화. 인플레이션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섣부른 희망회로는 금물 |
물가가 잡혀가는 듯 보이지만 미국의 소비자 물가 지수(CPI, Consumer Price Index)가 5월에도 훅 꺾이면서 인플레이션이 통제 범위 안에 들어왔다는 기대감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6월 13일 발표된 미국의 5월 CPI는 4.0%로,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970~1980년대 초인플레이션 시대의 악몽이 되살아나나 싶었던 작년 6월의 9%에서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당장 두 달 전에 비해서도 1%포인트나 크게 떨어진 수치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근원 CPI: 일시적 외부 충격에 의한 가격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하여 장기적이고 기초적인 물가 추세를 볼 수 있음)도 소폭 하락했다. 유럽의 인플레이션도 고삐가 잡혀가는 모양새다. 미국보다 먼저 발표된 5월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연간 6.1%로, 전달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EU의 인플레이션은 작년 10월 무려 10.6%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점차 안정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CPI가 무려 1.3%포인트나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뒤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여파로 연거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글로벌 물가 상승이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는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던 2021년 중반 소극적인 금리 인상으로 때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도 한숨 돌렸다. 글로벌 주식 시장은 당장 환호했다. 성장주 중심인 나스닥을 비롯해 전 세계 증시가 나란히 바닥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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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PI 및 근원 CPI 추이 (데이터: 미국 노동통계국)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까지 지속 하락하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
금리는 계속 올려야 하는 상황 사흘 뒤인 16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인상을 멈추고 금리를 동결했다.
FOMC를 앞두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플레이션 대응 과정도 빠르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더욱 인내심이 요구되는 타이밍이다. 한 달 정도는 인상 없이 숨 고르기를 하되, 물가가 다시 튀어 오를 경우를 대비해 추가 인상에 대한 여지는 열어놓는 정도가 예상된다. 금리 인하는 2024년까지는 아예 기대도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연준 입장에서 쉬지 않고 '빅스텝' 금리 인상을 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한 곳은 FT만이 아니다. 연준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한 이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계속 제기되어 왔다. 불과 1년 사이에 금리를 5%포인트 넘게 올렸고, 급격한 금리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이미 실현된 것들 외에도 장기간 시간을 두고 나타난다.
여기에 (다행히 "결정적 한 방"이 터지지는 않았지만) 최근 일부 금융기관 부실로 인해 은행 시스템이 한번 흔들려서 시장에 불안감을 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한 달만 숨을 고르면서 한번 지켜보자"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근원 물가 압력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연내 (0.25%포인트씩) 2번 더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못을 박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는 연말 최종 금리 전망치 수준을 5.6%로 기존 예상치보다 0.5%나 더 높인 것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7월 FOMC가 끝나자마자 금리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견하고 있으며, "최소한" 연내 2번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금리를 계속 올렸지만 시중에는 여전히 돈이 흐르고 있고, 마를 기미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
물가가 잡히려면 아직 멀었다 이번 금리 동결에는 연방 정부의 사정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디폴트 시한 직전에 협상을 타결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치적인 지뢰가 수두룩한 데다,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밀려있던 국채를 대량으로 발행할 계획이 예고되어 있다. 3분기 말까지 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 국채만 1조 달러(약 1300조 원)에 달한다.
미국 재무부는 국채 발행을 통해 부채 한도 협상 지연으로 인해 고갈 직전까지 갔던 재무부일반계정(TGA)의 현금 잔고를 다시 채우게 된다. 재무부는 현재 약 950억 달러(약 123조 원) 수준인 TGA가 당장 이달 말까지 5500억 달러(약 715조 원)까지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거액의 국채를 단기간에 발행하면 현금이 국채 시장으로 몰리면서 시중의 유동성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게 되고, 단기 자금 조달 금리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분석이다. 여기에 연준이 상업은행을 통해 (미국 국채를 담보로 현금을 받아) 단기 유동성을 흡수하는 수단인 2조 달러(약 2600조 원)대 규모의 역레포 프로그램(RRP, Reverse Repo)도 현재 대기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6월에도 금리를 올리기에는 연준에게는 정치적 부담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금리 인상 사이클은 끝났다”고 판단할 때는 아니다. 바클레이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르크 잔노니는 "아직 연준의 일이 다 끝나지 않았다"며 연내 2차례 금리 인상설에 힘을 실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식지 않는 고용 시장을 주범으로 보고 있다. 소득 상승 =>수요 증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으며, 기존 금리(5.0~5.25%)로는 이 고리를 끊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가가 많이 내려오기는 했지만, 연준이 원하는 수준에는(CPI 목표 2%) 한참 미치지 못한다. |
고용이 강하니, 소비도 여전히 잘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향후 경기 침체 걱정은 진행 중이다. |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일자리 아이러니하게도 그동안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셧다운과 뒤이은 폭격 수준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잘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뜨거운 고용 시장의 덕이 컸다. (역시 세상만사는 동전의 양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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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안젤라는 한국과 일본의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IPO, M&A, 지분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한 후, 현재는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자본 시장, 거시경제 관련 기사를 큐레이션하여,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등 여러 책도 우리 말로 번역한 바 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주목해야 할 거시경제 변화와 그에 따라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각 산업의 이야기를 전하는 롱폼(Long-from) 아티클입니다. 급격히 변하는 거시경제 지형 속에서 놓치지 않고 주목해야 할 이야기를 전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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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인플레이션도 고삐가 잡혀가는 모양새다. 미국보다 먼저 발표된 5월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연간 6.1%로, 전달보다 0.9%포인트 떨어졌다. EU의 인플레이션은 작년 10월 무려 10.6%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점차 안정세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CPI가 무려 1.3%포인트나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끌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뒤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여파로 연거푸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글로벌 물가 상승이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는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던 2021년 중반 소극적인 금리 인상으로 때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도 한숨 돌렸다. 글로벌 주식 시장은 당장 환호했다. 성장주 중심인 나스닥을 비롯해 전 세계 증시가 나란히 바닥에서 탈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준 입장에서 쉬지 않고 '빅스텝' 금리 인상을 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한 곳은 FT만이 아니다. 연준이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한 이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계속 제기되어 왔다. 불과 1년 사이에 금리를 5%포인트 넘게 올렸고, 급격한 금리 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이미 실현된 것들 외에도 장기간 시간을 두고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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