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플 비전프로의 UI 디자인, 2. 미국의 통 큰 투자는 계속, 3. 실리콘밸리의 마른 수건 오늘은 애플의 VR/AR 기기인 비전 프로에서 사용할 앱들에 적용될 UI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살펴볼게요. 애플은 거대한 디자인 커뮤니티가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가진 기기의 사용자 경험에 골몰하게 만들었는데요. 새로운 사용자 디자인을 해나가야 하는 이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어요.
이어서 미국 정부가 포드에 무려 92억 달러(약 12조 원)의 대출을 해준 이유를 봅니다. 이번엔 또 통 큰 투자로 더 빨리 전기차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어요. 마지막으로 자금이 마르는 중인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 현황도 짚을게요. |
[빅테크] #비전프로 #OS 1. 디자인 세계부터 흥분시킨 애플 |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WWDC 2023을 통해 애플은 실시간 협업 디자인 플랫폼인 피그마(Figma)에 iOS 17과 비전OS의 공식 디자인 리소스를 처음으로 공유했습니다. 지금까지 애플의 공식 디자인 리소스들은 다른 디자인 툴인 스케치(Sketch)와 어도비 XD에만 공유되고 있었는데, 이번 WWDC에서 발표된 내용들이 처음으로 피그마를 통해서도 공개된 것이에요.
피그마 사용자 커뮤니티에선 당연히 쌍수를 들고 환영했습니다. 지난 2021년 조사에서도 피그마는 급속한 성장으로 디자인 업계 1위 사용 툴이 되었는데요, 2년이 지난 지금, 점유율은 더 공고해졌으리라고 예상됩니다. (피그마는 어도비가 무려 200억 달러(약 26조 원)에 인수하기로 했죠)
이는 바로 지난주인 6월 22~23일 이틀간 열린 피그마의 연간 디자인 컨퍼런스, 컨피그(CONFIG)의 참여 열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8000명이 넘게 모인 컨피그 2023의 에너지는 참여한 디자이너들의 소셜미디어(트위터) 타임라인을 통해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죠.
애플의 공식 디자인 리소스 공개를 통해 피그마는 앞으로도 더욱 탄력을 받아 디자이너들의 필수 디자인 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가운데, 비전OS를 위한 공식 디자인 템플릿과 WWDC에서 선보인 디자인 세션을 통해 '공간 컴퓨팅(Spatial Computing)'에서의 앱은 어떤 경험을 가지게 될지 톺아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지난 커피팟에서 전해드린 것처럼) 애플은 AI라는 말과 함께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AR/VR 헤드셋인 비전 프로를 발표하면서도 AR, VR 혹은 메타버스라는 말도 쓰지 않았습니다. '공간 컴퓨팅'이라는 말로 대신했죠)
각종 앱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스마트폰 화면 안이 아닌, 방이나 거실 주변에 떠 다니는 경험은 어떻게 디자인 되어야 할까요? 거대한 디자인 커뮤니티가 뛰어들어 그 방법을 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
'공간 컴퓨팅'에서의 앱 화면은 주변과 이렇게 어우러져 나타날 것이라고 해요. (이미지: 애플) |
애플의 공간 디자인 원칙들이 적용되는 카테고리는 크게 시청각 경험과 사용자 입력(Input)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선 시청 경험, 즉 보는 경험을 살펴보면요.
애플은 공간 컴퓨팅에서 앱이 자신의 콘텐츠를 표시하기 위한 기본적인 바탕으로 '유리(Glass)'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있어요. 유리는 반투명한 소재이며, 사용자는 손을 통해 유리의 크기를 마음대로 조정하거나, 위치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죠.
스마트폰의 화면과는 다르게, 유리는 사용자가 있는 주변 공간의 조도와 환경을 자연스럽게 반영합니다. 반투명한 소재이니 환경과 크게 이질감 없이 방 안에 둥실 떠 있게 보여도 어색하지 않도록 한 것이고요. 애플은 명시적으로 이 유리를 불투명하게 만들지 말라고 권고합니다. 일반적인 생산성 앱들은 하나의 유리 위에 표현할 수 있겠지만, 사진 앱이나 영화 감상 앱, 체험 등이 메인 콘텐츠인 앱들은 좀 더 몰입감 있는 인터페이스를 택할 수도 있습니다. 또, 아래 그림처럼 스마트폰에선 단순히 손바닥 안에 있던 화면들을 공간 컴퓨팅에선 자신의 주위로 펼치거나, 주변을 완전히 감쌀 수도 있습니다.
|
화면을 넓게 볼 수도 있고, 마지막 원형이 표현하는 것처럼 주변을 다른 환경으로 완전히 감싸서, 영화 감상 등을 위한 몰입 환경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
공간 컴퓨팅의 경험이 스마트폰과 시각적으로 다른 점은 유저 인터페이스(UI)의 깊이(depth)에 따른 정보 값의 변화가 훨씬 명확하다는 점입니다. 기존 스마트폰 앱에도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바라볼 때의) Z축을 중심으로 한 깊이 값은 존재했지만, 화면이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위로 쌓아 올려지는 것이었죠. 공간 컴퓨팅에서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사용자로부터 물리적으로 멀리 있는지, 가까이 있는지에 맞게 UI의 크기도 조절되어야 하며, 소리의 크기나 위치 등도 함께 조절되어야 합니다. 애플은 물리적으로 멀어진 UI 또한 사용성을 해치지 않도록 멀어질수록 크기를 키워주는 '다이나믹 스케일링(Dynamic Scaling)'을 소개하며, 디자이너들에게 이를 사용하라고 권장합니다.
비전 프로는 머리에 쓰는 기기인 만큼, 인체공학적(Ergonomics) 고려도 중요한 사항이죠. 모든 UI는 사용자의 시야 내에 되도록 위치해야 하며, 중요한 콘텐츠일수록 시야의 정면에 위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들은 말합니다. |
스마트폰 소리가 소파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소리를 디자인, 즉 배치할 수 있어요. |
듣는 것도 주요 디자인 요소 앱과 자연스럽게 상호 작용하기 위해선 청각적 경험, 즉 듣는 것도 빠질 수 없는 요소이죠.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앱 경험 중, 사용자에게 마치 물리적으로 원천지가 존재하는 것처럼 소리를 재생할 수 있어요. 위 사진은 공간 컴퓨팅을 통해 소파 위에 있는 스마트폰에서 나는 벨소리를 재생하고 있는데요. 비전 프로는 사용자의 환경에 어떤 사물들이 있는지 스캔하고, 적절한 위치에서 얼마만큼의 반향 등을 가지고 소리가 들려올지 자동적으로 결정해 줍니다.
또한 키보드를 타이핑한다던지, 사진을 스크롤 하거나, 확대하는 등 사용자가 앱과 일반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에도 적절한 소리를 추가할 것을 가이드 하고 있는데요. 키보드를 치는 것과 같이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소리들은 음의 높낮이나 진폭 등에 무작위적인 요소를 조금 넣어서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을 추천합니다.
물론 키보드 타이핑과 같은 일반적인 상호작용 외에도, 애플이 몰입(Immersive) 경험이라고 부르는, 360도로 자신을 감싸는 경험의 경우엔 다양한 위치에서 오는 소리의 원천들을 배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위 그림에서처럼 나의 '눈'이 바라본 곳을 여러 가지 표시로 하이라이트 할 수도 있어요. |
'눈'이 포함된 사용자 입력 손이 핵심적인 입력 수단이었던 스마트폰과 달리, 공간 컴퓨팅에서의 입력 방법엔 '눈'이 추가되었습니다. 사용자가 앱의 어떤 요소를 (눈으로) 보고 있느냐에 따라 해당 요소가 자동으로 하이라이트 되며, 이 요소에 가볍게 손가락을 대기만 해도 클릭이 됩니다. 클릭뿐 아니라 스크롤, 꾹 누르기, 줌인과 줌아웃, 회전 등도 직관적으로 가능하고요. 특별한 경우엔 손동작도 따로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예를 들어, 마법사가 주문을 외는 동작이라든지...) 기본적인 동작과 충돌이 없게 만들라고 권고합니다.
시선과 동작을 함께 사용해 원거리에서 앱을 조작할 수도 있지만, 앱의 경험에 따라 사용자들이 손으로 직접 UI와 상호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3D로 모델링된 사용자의 손이 시야 내에 등장해 보이는 요소를 직접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다만, 두 손을 올린 상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사용자가 피곤해질 수 있으므로, 이러한 직접적인 조작을 오래 쓰도록 하는 것은 지양하라고 권고하죠.
|
눈으로 찍은 대상을 손으로 조작하는 것이기도 하죠. 다시 말해 시선과 동작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고요. |
애플은 디자인 가이드와 함께 개발자를 위한 비전 프로 SDK도 함께 공개했는데, 많은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미 각종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로의 지름길은 AI라고 전한 이야기를 통해 소위 '메타버스'의 주요한 요소로 '실재감'을 꼽았는데요, 애플은 이미 시각, 청각, 깊이, 인체공학 등을 모두 고려하여 단단한 디자인 기틀을 마련해 둔 상태로 보입니다. 이번 피그마 디자인 툴킷 공개와 SDK 공개를 통해 그 꼼꼼한 고려 사항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요.
모바일이 등장한 이후로 다시 온 (제품의 구조화된 형태인) '폼 팩터(Form Factor)' 변화의 물결에 대해 테크 업계는 설레는 가슴으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갈 경험들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2D에서 3D의 세계로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죠.
그리고 이는 애플이 비전 프로라는 신기한 놀이터를 제공하면서 커지고 있는 것이에요. 어쩌면 거대한 변화가 이제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 By 준. O2O 스타트업에서 일했고, 현재는 글로벌 콘텐츠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스타트업, 웹3, AI 등 새로운 기술이 바꾸어 나가는 세상의 모습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
[전기차] #포드 #대출지원 2. 미국의 통 큰 투자 시작? |
포드가 미국 정부로부터 최근 92억 달러(12조 원)에 달하는 역사적인 규모의 대출을 받았어요. 포드와 함께 합작 배터리 공장을 만드는 한국의 SK온이 함께하는 뉴스라 국내에도 많이 보도 된 소식인데요.
중국이 크게 앞서가고 있는 전기차 시장이지만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미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상징적인 이벤트라고 볼 수 있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통 큰 투자의 사례이고요. |
테네시주에 지어질 포드와 SK온이 합작한 블루오벌 시티 조감도예요. 92억 달러(약 12조 원)짜리 통 큰 대출금이 투입될 장소예요. © 포드 |
포드에게 꼭 필요했던 대출 포드가 받은 대출은 배터리 공장과 전기차 제조 시설을 짓는 데 사용돼요. 포드는 미국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F 시리즈 전기 픽업트럭 생산 공장 그리고 한국의 배터리 제조사 SK온과 합작하여 3개의 블루오벌 SK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입니다. 포드가 2021년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에 투입될 비용은 114억 달러(약 15조 원)이고, 이 중 80% 정도인 92억 달러(약 12조 원)를 정부로부터 단번에 빌리게 된 것이에요. 포드는 2026년까지 2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요. 작년 기준 13만 대 수준에 불과한 생산량을 대폭 늘리려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에요. 포드가 앞으로 3년 동안 전기차 생산에 투자한다고 밝힌 금액은 총 500억 달러(65조 원)인데요. 이는 포드가 최근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매우 큰 금액으로 낮은 이율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컸어요. 아직 전기차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고요.
포드는 올해 전기차 사업에서 또 30억 달러(약 3조 92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포드의 영업이익은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원) 수준으로 주요 경쟁사인 GM(145억 달러(약 20조 원))이나 스텔란티스(153억 유로(약 21조 원))에 비해서도 적어요.
이런 가운데 받은 정부의 대출은 포드가 안정적으로 새 도약을 위한 생산 시설을 지을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될 예정이에요. 대출의 상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보다 확실히 낮은 이율이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의 기사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 3.7%에 근접할 것이라는 예상이에요. 또 포드는 같은 프로그램에서 2009년에 대출을 받았다 2022년 대출금을 전액 상환한 이력이 있어요. 낮은 이율에 10년이 넘는 긴 상환 기간까지 감안한다면 정부로부터 확실한 지원을 받은 셈이에요. 역대급 규모 투자이기도
포드에게는 꼭 필요한 지원이었지만 이보다 눈길을 끄는 점은 투자 규모예요. 해당 대출 프로그램이 출범한 16년의 역사 이래 가장 큰 단일 투자 건이라고 합니다. 작년 GM은 한국의 배터리 제조사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회사가 설립하는 배터리 공장을 위해 25억 달러(약 3조 8000억 원) 규모의 대출 계약을 정부와 체결했는데 그보다 3.5배 이상 큰 규모예요. 미 정부는 이번 12조 원 짜리 대출과 같은 상징적 이벤트를 통해 미국 중심의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의도가 보여요. 대출을 진행한 곳은 미 에너지부 소속의 대출 프로그램 사무소(Loan Program Office)이고, LPO라고 불러요. 또 LPO에서 차세대 자동차 관련 제조사업에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종류의 대출 프로그램을 ATVM(Advanced Technology Vehicles Manufacturing)이라고 지칭합니다. LPO의 지가르 샤(Jigar Shah) 이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연방 정부의 대출 움직임은 제조업을 온쇼어링(생산 시설을 자국에 두는 것), 리쇼어링(해외의 시설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것)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어요.
특히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혁신이 아니라 공급망의 더 많은 부분을 미국에서 제조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대출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일환으로 진행된 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어요. IRA 시행 후 본격 지원
IRA 이전에는 LPO의 ATVM은 오랜 기간 유명무실했는데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약 10년의 세월 동안 LPO의 활동은 거의 없다시피 하며 크게 위축되었어요. 하지만 IRA 시행 이후 ATVM의 예산은 4000억 달러(약 523조 원)로, 지난 십수 년 동안 총 330억 달러(약 43조 원)의 대출을 취급한 것에 비해 10배 이상이 늘어났어요. 대형 차량, 해상 선박, 항공, 기타 운송 수단 등으로 사용처도 확대가 되었고요.
지가르 샤 이사에 따르면 현재 LPO에 대출을 신청한 기업과 프로젝트는 140개가 넘고 규모는 1200억 달러(약 157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잠재적 신청자 또한 신청한 기업 수와 맞먹고요. LPO의 대출 건수는 지난해부터 빠르게 늘어가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배터리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시설을 확장하기 위해 시라 테크놀로지스(Syrah Technologies)가 받은 1억 2210만 달러(약 1600억 원)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 진행된 GM-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에 25억 달러(약 3조 2700억 원)의 대출, 올해 초 레드우드 머티리얼즈(Redwood Materials)의 배터리 원재료 공장 자금 20억 달러(약 2조 6150억 원) 대출, 선노바 에너지(Sunnova Energy)의 태양광 및 배터리 프로젝트에 30억 달러(약 3조 9230억 원)의 대출/보증, 배터리 제조업체 코어 파워(Kore Power)의 애리조나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 8억 5000만 달러(약 1조 1110억 원) 등이 이어지고 있어요.
LPO는 테슬라가 2010년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모델S를 생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4억 6500만 달러(약 6080억 원)를 지원한 곳이기도 해요. 대출이 사업을 성공시키는 데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테슬라가 '생산 지옥'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정부자금이 큰 도움이 되었죠. 시험을 딛고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로 우뚝 선 테슬라의 사례처럼 이번 LPO의 대대적인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서 경쟁력 있는 전기차 공급망 구축을 이루고자 하는 미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어요. 장기적인 효과를 바라봐야
전기차 생산 제반 시설의 온쇼어가 목적이면서도 중국 중심의 구도를 바꿔보겠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는데요. 역사적 대출의 중심에 선 포드도 그러한 기조에 발을 맞추는 듯한 모습을 보여요. 포드는 올 초 미국에 중국의 배터리 제조사 CATL과 배터리 합작사를 짓겠다고 발표해 미 정치계 일부의 반발을 사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번 LPO 대출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의 기업과 진행하는 합작사업에 받아 그 논란을 피해 갔어요. 지난달에는 경쟁 심화를 이유로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축소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죠. 지정학적 갈등이 얽혀 있는 자국의 정책과 자사의 이익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이어가는 모양새예요. 여전히 광물 채굴과 정제 부문, 배터리와 전기차 제조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지배적인 생태계를 만든 상황임에는 변함이 없어요. 하지만 미 정부는 단일 건으로 12조 원이라는 대출과 같은 당근과 보조금 지급 차별화와 같은 채찍을 과감하게 사용하면서 적극적으로 미국 중심 공급망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미국의 이 접근 방법이 실효성 있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물론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 By 캐롤라인. 언론사와 스타트업을 거쳐 현재는 전기차 업계에서 일하고 있어요. 최신 전기차 트렌드와 그 후방산업인 배터리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
[벤처캐피털] #스타트업 #투자감소 3. 실리콘밸리 걱정을 해야 할 때? |
스타트업도 벤처캐피털도 한푼이 아쉬운 상황이에요. |
AI 개발 경쟁으로 인한 흥분은 계속되고 있지만, AI 영역이 아닌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지는 중입니다. 각종 벤처 펀드의 조성도 물론 부진하고요.
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이후 "더는 쉬운 돈은 없다"라는 말을 모두가 빠르게 절감했고, 그 영향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중이에요. 여러 신호들이 나오는 중이고요. |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금리인상 4. 인플레이션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
미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과연 인플레이션을 잡고 환호할 수 있을까요? |
기준 금리를 17개월 만에 동결하기로 한 이번 달 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의 결과는 소비자 물가 지수(CPI)가 안정화 되어가는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예상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큰 물음을 남겼습니다. "과연 (목표대로)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인가? 만약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동결 발표 이후 연내 두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기도 했는데요. 이번엔 비록 쉬어가지만, 어떻게든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현재 상황만 바라보면 경제 전망이 나빠 보이지 않아요. 고용 상황이 워낙 좋았기에 미국은 버틸 수 있었고, 이 호조가 꺼질 조짐이 아직 보이지 않고요. 근데 그렇다면 더 큰 물음이 남습니다.
미국은 실업률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계속 인플레이션 압력을 견딜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연준은 경기 침체도 피해 가는(혹은 가볍게 겪기만 하는) 그림을 과연 만들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인플레이션도 못 잡고 경기 침체도 못 피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을까요?
쉽지 않은 거시경제 상황을 쉽게 전하는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을 통해 해답을 살펴보세요!
|
☕️☕️ 월스트리트부터 실리콘밸리까지 지금 일어나는 변화의 '맥락'을 전합니다. AI, 빅테크, 전기차, 리테일, 거시경제, 자본 시장 등의 가장 중요한 이슈와 다양한 비즈니스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드려요.
📌 첫 달 50% 할인 중이에요. 더 할인된 연간 구독제도 있어요. |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3 |
|
|
일반적인 생산성 앱들은 하나의 유리 위에 표현할 수 있겠지만, 사진 앱이나 영화 감상 앱, 체험 등이 메인 콘텐츠인 앱들은 좀 더 몰입감 있는 인터페이스를 택할 수도 있습니다. 또, 아래 그림처럼 스마트폰에선 단순히 손바닥 안에 있던 화면들을 공간 컴퓨팅에선 자신의 주위로 펼치거나, 주변을 완전히 감쌀 수도 있습니다.
공간 컴퓨팅에서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사용자로부터 물리적으로 멀리 있는지, 가까이 있는지에 맞게 UI의 크기도 조절되어야 하며, 소리의 크기나 위치 등도 함께 조절되어야 합니다. 애플은 물리적으로 멀어진 UI 또한 사용성을 해치지 않도록 멀어질수록 크기를 키워주는 '다이나믹 스케일링(Dynamic Scaling)'을 소개하며, 디자이너들에게 이를 사용하라고 권장합니다.
위 사진은 공간 컴퓨팅을 통해 소파 위에 있는 스마트폰에서 나는 벨소리를 재생하고 있는데요. 비전 프로는 사용자의 환경에 어떤 사물들이 있는지 스캔하고, 적절한 위치에서 얼마만큼의 반향 등을 가지고 소리가 들려올지 자동적으로 결정해 줍니다.
특별한 경우엔 손동작도 따로 만들어 낼 수 있겠지만 (예를 들어, 마법사가 주문을 외는 동작이라든지...) 기본적인 동작과 충돌이 없게 만들라고 권고합니다.
시선과 동작을 함께 사용해 원거리에서 앱을 조작할 수도 있지만, 앱의 경험에 따라 사용자들이 손으로 직접 UI와 상호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3D로 모델링된 사용자의 손이 시야 내에 등장해 보이는 요소를 직접적으로 조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다만, 두 손을 올린 상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사용자가 피곤해질 수 있으므로, 이러한 직접적인 조작을 오래 쓰도록 하는 것은 지양하라고 권고하죠.
애플의 비전OS 디자인 가이드라인 이전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MR(Mixed Reality) 가이드라던가, 오큘러스의 디자인 리소스 등 AR/VR 앱에 대한 가이드는 존재했었어요. 하지만 이번 애플의 발표로 인해 어느 때보다 관련 앱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진 모습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애플은 디자인 가이드와 함께 개발자를 위한 비전 프로 SDK도 함께 공개했는데, 많은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이미 각종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로의 지름길은 AI라고 전한 이야기를 통해 소위 '메타버스'의 주요한 요소로 '실재감'을 꼽았는데요, 애플은 이미 시각, 청각, 깊이, 인체공학 등을 모두 고려하여 단단한 디자인 기틀을 마련해 둔 상태로 보입니다. 이번 피그마 디자인 툴킷 공개와 SDK 공개를 통해 그 꼼꼼한 고려 사항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고요.
포드는 2026년까지 20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요. 작년 기준 13만 대 수준에 불과한 생산량을 대폭 늘리려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에요. 포드가 앞으로 3년 동안 전기차 생산에 투자한다고 밝힌 금액은 총 500억 달러(65조 원)인데요. 이는 포드가 최근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매우 큰 금액으로 낮은 이율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컸어요. 아직 전기차 사업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고요.
포드는 올해 전기차 사업에서 또 30억 달러(약 3조 92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포드의 영업이익은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원) 수준으로 주요 경쟁사인 GM(145억 달러(약 20조 원))이나 스텔란티스(153억 유로(약 21조 원))에 비해서도 적어요.
이런 가운데 받은 정부의 대출은 포드가 안정적으로 새 도약을 위한 생산 시설을 지을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될 예정이에요. 대출의 상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보다 확실히 낮은 이율이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월스트리트의 기사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 3.7%에 근접할 것이라는 예상이에요. 또 포드는 같은 프로그램에서 2009년에 대출을 받았다 2022년 대출금을 전액 상환한 이력이 있어요. 낮은 이율에 10년이 넘는 긴 상환 기간까지 감안한다면 정부로부터 확실한 지원을 받은 셈이에요.
역대급 규모 투자이기도
미 정부는 이번 12조 원 짜리 대출과 같은 상징적 이벤트를 통해 미국 중심의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의도가 보여요. 대출을 진행한 곳은 미 에너지부 소속의 대출 프로그램 사무소(Loan Program Office)이고, LPO라고 불러요. 또 LPO에서 차세대 자동차 관련 제조사업에 저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종류의 대출 프로그램을 ATVM(Advanced Technology Vehicles Manufacturing)이라고 지칭합니다.
LPO의 지가르 샤(Jigar Shah) 이사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연방 정부의 대출 움직임은 제조업을 온쇼어링(생산 시설을 자국에 두는 것), 리쇼어링(해외의 시설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는 것)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어요.
IRA 시행 후 본격 지원
LPO의 대출 건수는 지난해부터 빠르게 늘어가기 시작했어요.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 배터리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시설을 확장하기 위해 시라 테크놀로지스(Syrah Technologies)가 받은 1억 2210만 달러(약 1600억 원)를 시작으로 지난해 말 진행된 GM-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장에 25억 달러(약 3조 2700억 원)의 대출, 올해 초 레드우드 머티리얼즈(Redwood Materials)의 배터리 원재료 공장 자금 20억 달러(약 2조 6150억 원) 대출, 선노바 에너지(Sunnova Energy)의 태양광 및 배터리 프로젝트에 30억 달러(약 3조 9230억 원)의 대출/보증, 배터리 제조업체 코어 파워(Kore Power)의 애리조나 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금 8억 5000만 달러(약 1조 1110억 원) 등이 이어지고 있어요.
장기적인 효과를 바라봐야
포드는 올 초 미국에 중국의 배터리 제조사 CATL과 배터리 합작사를 짓겠다고 발표해 미 정치계 일부의 반발을 사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번 LPO 대출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의 기업과 진행하는 합작사업에 받아 그 논란을 피해 갔어요. 지난달에는 경쟁 심화를 이유로 중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축소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죠. 지정학적 갈등이 얽혀 있는 자국의 정책과 자사의 이익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이어가는 모양새예요.
여전히 광물 채굴과 정제 부문, 배터리와 전기차 제조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지배적인 생태계를 만든 상황임에는 변함이 없어요. 하지만 미 정부는 단일 건으로 12조 원이라는 대출과 같은 당근과 보조금 지급 차별화와 같은 채찍을 과감하게 사용하면서 적극적으로 미국 중심 공급망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미국의 이 접근 방법이 실효성 있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물론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과연 (목표대로)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인가? 만약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동결 발표 이후 연내 두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기도 했는데요. 이번엔 비록 쉬어가지만, 어떻게든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입니다.
현재 상황만 바라보면 경제 전망이 나빠 보이지 않아요. 고용 상황이 워낙 좋았기에 미국은 버틸 수 있었고, 이 호조가 꺼질 조짐이 아직 보이지 않고요. 근데 그렇다면 더 큰 물음이 남습니다.
미국은 실업률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계속 인플레이션 압력을 견딜 수 있을까요? 그리고 연준은 경기 침체도 피해 가는(혹은 가볍게 겪기만 하는) 그림을 과연 만들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인플레이션도 못 잡고 경기 침체도 못 피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을까요?
쉽지 않은 거시경제 상황을 쉽게 전하는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을 통해 해답을 살펴보세요!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