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석유 가격과 전기차 판매량의 상관관계, 2. 종이 잡지의 구조조정 오늘은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오르지 않는 석유 가격과 최근 테슬라를 비롯한 전기차 업계의 좋은 실적에 대해서 우선 살펴볼게요. 기존 에너지 업계의 '장기적인' 전망에 대해서 다시 상기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어서 미디어 업계에 어려움이 안 좋은 소식이 계속되는 가운데, 구조조정을 피해 가지 못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이야기 등을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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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기차 #석유수요 1. 테슬라 실적과 석유 가격이 말하는 것 |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7월에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의 추가 감산을 최소 8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어요. 가격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진행한 감산 이후에도 석유 가격의 약세가 지속되는 중인데요. 러시아도 함께 감산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등 다시 가격을 올려보겠다는 심산이지만 뜻대로 될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장기적인 석유 수요의 전망이 어둡다는 이야기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
장기적으로도 석유 수요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업계 내부에서 나오는 중이에요. |
가격 방어에 소용없는 감산사우디는 이번 감산으로 당분간 하루 생산량이 900만 배럴이 되었어요.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거의 200만 배럴 가까이 줄어든 양이에요. 생산량을 언제든지 증대할 수 있도록 설비 투자 등을 적극적으로 해 온 사우디이지만,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미 연준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금리를 계속 올려왔고 경기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이면서 가격을 견인할 요인이 특별히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감산을 해도 가격 인상 효과가 미미한 상황은 계속 이어지는 중이에요. 지난해 3월 130달러로 피크를 쳤던 석유 가격은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노력에 지속 떨어져 왔고, 현재 75달러 이하에 형성되어 있죠. 석유 가격이 85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작년 10월에도 가격 방어를 하기 위해 오펙 플러스(OPEC+)가 감산에 나섰었지만, 소용없었고요.
작년부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본격 벌이는 중인 미국과 가격 방어를 위해 감산을 진행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이 두드러지기도 했는데요. 인플레이션이 잡혀가고, 석유 가격이 지속 방어되면서 갈등 또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되었죠. (사우디와 러시아를 합친 하루 감산량 150만 배럴은 전 세계 하루 수요량 약 1억 배럴의 1.5%이지만, 때에 따라 물동량과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오펙 플러스는 중국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석유 가격도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을 했지만, 현재로서는 이 예측이 빗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가격이 유지되고, 다시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도 보지만 시장은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들려오는 테슬라 소식 테슬라는 이번 2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5%나 증가한 46만 대가 넘는 차량을 인도하면서 예상보다도 훨씬 좋은 실적을 올렸죠. 테슬라뿐만이 아니고 한동안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대주 리비안도 연이어 좋은 소식을 전했어요.
리비안은 2분기에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1만 4000대에 가까운 차량(픽업트럭 및 밴)을 생산했어요. 올해 5만 대 생산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죠.
테슬라뿐만 아니라 리비안과 같은 신생 회사의 생산량 또한 궤도에 오르는 것은 전기차 업계 전체에 좋은 소식이에요. 기존과 신생 회사들의 차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생산되는 차종까지 계속 늘어나면서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것이죠.
특히 그동안 전기차 전환이 느렸던 미국은 본격적으로 전동화에 시동이 걸리면서 올해 1분기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율이 8.6%까지 올라왔어요. 작년 1분기엔 5.9%였어요. 참고로 중국의 BYD도 이번 2분기에 총 70만 대의 차량을 판매했다고 발표했어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배터리 전기차는 이 중 35만 대였고요. 작년에 비해 판매량이 거의 2배 가까이 뛰었고, 테슬라를 따라잡는 중이죠. 이미 전기차가 대세인 중국 시장에 이어 미국 시장까지 이제 본격적인 상승세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확대는 장기적으로 석유 수요에 좋을 리 없다고 전망되어 왔고, 연이어 들려오는 전기차 업계의 소식은 미래를 더욱 빨리 당겨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자아내게 하는 중이죠.
물론 작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신차 판매 중 전기차는 7%에 불과했지만,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으로 인한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가 지속 이루어지는 점도 그 속도를 빠르게 하는 요인이고요.
향후 석유 생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전기차가 첫째로 꼽히죠. 이제는 점점 가격이 내려가는 전기차가 시장에서 가스 차량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곧 보일 것이라고 예상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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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판매 흐름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어요. |
엇갈리는 전망 속 커지는 변화 오펙은 석유 수요가 굳건히 유지되고, 2045년에는 하루 수요가 1억 1000만 배럴에 이르러 현재보다 1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요.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등의 비중도 물론 커지지만, 석유는 2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죠.
물론 업계 내부에서도 이런 전망을 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석유 및 가스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엑손모빌은 수요가 조금 떨어지겠지만, 2050년에도 하루 1억 배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각 산업이 변화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합니다.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빅오일인 BP는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석유 생산량은 2050년까지 25% 감소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규제와 정책이 더 적극적으로 도입되면 60%가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역시 유럽의 빅오일인 쉘도 현재 정책을 그대로 유지해도 석유 생산량은 10% 떨어질 것이고, 더 적극적인 정책들이 도입되면 석유 생산량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이 두 기업도 최근 수익 증대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당분간은 늘리겠다고 선언했는데요. 단기적으로는 수익을 증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돼요) 당장 2023년 미국의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10%에 이르고, 중국은 35% 유럽은 22%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비중은 13%이고요. 2025년까지 이 비중은 각각 미국 20%, 중국 49%, 유럽 33%가 되고, 전 세계 비중은 24%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요.
전 세계 전기차 판매 비중이 20%를 넘은 이후에는 그 대체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2030년이면 전 세계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46%, 2035년에는 68%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요. 장기적으로 이어질 흐름을 봐야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기차 생태계가 확대되면서 2030년 전에 석유 수요가 피크를 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어요. 6월에 내놓은 2023년 석유 시장 리포트에는 전체 석유 생산량은 2028년까지 당분간 계속 증가할 테지만, 증가량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특히 육상 수송 차량에 대한 석유 수요는 2026년부터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요.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등의 요인이 겹치며 수요가 커진 불안정한 시장 상황 속에서 빅오일을 비롯한 화석 연료 업계의 실적이 다시 크게 회복했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질 흐름은 아니었습니다. 석유 수요가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지의 개발도상국들에서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과 유럽 등의 수요가 그만큼 감소할 것으로 보며 중국의 수요 증가 또한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물론 시장 흐름의 변화가 때론 예상보다 더디기도 했고, 빅오일의 실적과 기업 가치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하지만 이미 진행되어 오던 전기차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은 더 빨라지고 있고, 미국의 큰 방향 전환과 정책적인 지원이 겹친 시장의 변화도 가팔라지고 있어요.
빅오일을 비롯한 화석 연료 비중이 높은 기존 에너지 업계에는 피해갈 수 없는 시간이 점점 더 다가오고 있어요. 전기차의 본격적인 확대로 또 상기가 되는 사실입니다. |
[미디어] #내셔널지오그래픽 #종이잡지 2. 모두에게 쉽지 않은 디지털 전환 |
최근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또 한 번의 구조조정을 단행했어요. 남아있던 스태프 기자와 에디터 19명 전원이 해고되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는데요. 소수의 기자와 에디터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종이 잡지를 읽는 사람이 적어진 시대에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읽는, 권위 있는 잡지 중 하나였어요. 2022년 말 기준 180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죠. 하지만 이들도 역시나 쉽지 않은 디지털 전환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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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가 넘게 이어온 아이코닉한 잡지가 여전히 중심이었죠. © 내셔널 지오그래픽 |
오래 전 시작된 수익 고민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1888년,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을 포함한 33명의 학자, 과학자, 예비 모험가들로 구성된 워싱턴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Washington's National Geographic Society)의 학술지로 시작됐어요. 사람들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전하는 우주, 심해, 지구상의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공간들에 열광했고, 느리지만 꾸준한 성장 끝에 1930년대에 1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죠. 전성기인 1980년대에는 미국에서만 구독자가 1200만 명이었어요. 해외에도 수백만 명의 독자가 있었고요. 사업이 성장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잡지, TV 채널, 팟캐스트 등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로 확장했고요. 꾸준히 성장하면서 대표적으로 성공한 미디어가 되기도 했죠.
하지만 디지털화 흐름과 함께 늘 주력이던 종이 잡지 사업은 쇠퇴하기 시작했어요. 180만에 이르는 구독자는 현재 퍼블리싱 세계에서 작지 않은 숫자이지만,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몇 달이 걸리기도 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제작 방식을 지원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했습니다. 새로운 채널들로 확장했지만, 다른 수익 통로가 만들어졌어야 하고요.
계속 쉽지 않았던 여정이기도
2013년만 해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매출은 16% 성장해 5억 달러(약 6520억 원)를 넘었고, 2570만 달러(약 330억 원)의 흑자를 낸 상황이었어요. 순자산도 20%나 증가했고요. 하지만 2015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는 오랜 기간 케이블 TV 제휴를 맺고 있던 21세기 폭스와 함께 ‘내셔널 지오그래픽 파트너스'라는 합작 회사를 만들어 대부분의 (영리) 사업을 넘깁니다. 당시 7억 2500만 달러(약 9450억 원)의 가치를 기준으로 21세기 폭스가 이 합작 회사의 지분 73%를 가져가 경영을 맡았고요. 당시 매각 결정은 (잡지를 포함한 사업이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급격하게 이익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에요. 몇 년 안에 21세기 폭스와 같은 큰 조직의 마케팅과 재정적인 도움 없이는 잡지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 것입니다.
이후 2019년에 디즈니가 21세기 폭스를 인수해 디즈니의 자산이 됩니다. 그리고 최근 디즈니의 사업 성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지난해 9월에 이미 이례적인 편집부 개편을 통해 6명의 선임 에디터를 해고했었는데요. 이번에 또 구조조정을 거친 것이죠.
현재 미디어 업계 전반은 광고 시장이 둔화하고, 구독 사업의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어려운 시기에 다시 들어섰어요. 감원 수준은 심각해지고 있고요. 미디어 업계에서 올해 들어서 6월 초까지 해고한 인원은 지난해 전체 해고자 수보다 많은 상황이에요. 이번 해고는 디즈니가 회사 전반에 걸쳐 55억 달러(약 7조 1670억 원)를 절감하겠다고 세운 계획의 일부분입니다. 제작 스태프 해고 이외에도 소규모 오디오 부서를 없애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퀄리티를 가능하게 했던, 작가가 원하는 퀄리티의 사진과 영상을 얻을 때까지 몇 달씩 찍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도 축소하겠다고 했어요.
아무리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라도 수익 흐름을 개선하지 못하면 고품질의 콘텐츠 제작을 이어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채널을 어떻게 활용할까?
그렇다고 이 전통의 월간 잡지 발행을 그만두는 건 아닙니다. 콘텐츠는 계속 제작해 나갈 것이라고 확인했죠. 다만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오디언스를 만날 계획이라고 해요. 디지털 콘텐츠에 더 집중하면서요.
이미 지난해 9월 소셜미디어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밝힌 적도 있죠. 실제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은 팔로워를 가진 미디어 브랜드이기도 해요. 전체 계정의 팔로워를 더하면 3억 4000만에 이르러요. 이제는 숏폼 콘텐츠의 흐름에 맞춰,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과 비디오를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으로 공개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한국, 대만, 홍콩, 동남아시아 국가 등 6곳에 남아 있는 유선 TV 채널을 닫고 해당 콘텐츠들은 디즈니+에 포함할 예정이에요.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디즈니가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이미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모아 구독자의 폭을 넓히려는 것으로 보여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는 다른 매체가 갖지 못한 자산들이 많습니다. 몇 달에 걸친 조사와 보도의 결과물로 나온 사진, 그래픽, 아티클 등을 워싱턴 포스트는 '장인의 손길을 거친 콘텐츠'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일단 이 아카이브가 각 채널에서 슬기롭게 활용되는지도 앞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라는 매체가 건재하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관건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광고 등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연결되는지도 물론 중요하고요.
- By 핀핀. 콘텐츠 스타트업을 거쳐 IT 회사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주요 미디어 플랫폼들의 동향과 새로운 미디어 스타트업들의 시도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
[푸드테크] #임파서블푸드 #대체식품 3. 비욘드미트야 잘 지내니? |
비욘드미트는 이제 시가총액이 약 8억 달러(약 1조 원)에 불과합니다. 2022년 매출은 49억 달러(약 6조 4480억 원)로 2021년의 55억 달러(약 7조 2380억 원)에서 크게 감소했습니다. 손실도 3억 6600만 달러(약 4820억 원)에 이르렀고요. 비욘드미트와 함께 식물성 대체 고기를 넘어 대체 식품의 가능성을 전파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인 임파서블푸드의 내부 주식 가치도 (잘 나가던) 2021년에 비해 89%나 떨어졌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당시 5억 달러(약 6580억 원)의 투자를 받았던 임파서블 푸드의 가치는 (무려) 70억 달러(약 9조 2120억 원)였어요. 업계의 얼굴과도 같은 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만 보면 대체 고기 업계의 전망은 암울해 보이는데요. 과연 대체 고기를 비롯한 대체 식품의 성장에는 한계가 온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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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키티의빅테크읽기 #롱폼아티클 4. 빅테크가 지배하는 미디어 세상 |
혹시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가 왜 갑자기 싸우겠다고 나섰는지 그 진짜 이유를 알고 계신가요?
메타가 트위터와 비슷한 형태의 소셜미디어를 내놓겠다고 한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한판 붙자고 한 이들의 싸움은 이제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진행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중인데요.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노이즈가 재생산에 재생산을 거치는 와중에 이들이 진짜로 왜 싸우려는 건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이러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가 않는것 같습니다. 근데 세상에서 가장 큰 기업들을 운영하는,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들이기도 한 이들이 과연 사람들의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싸우려는 것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이 싸움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이들이 앞으로 펼칠 경쟁의 중요한 서막 중 하나라고 이번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전합니다. 현재 이들이 그리는 미래는 AI 기술 시대에 소셜미디어가 어떤 형태로 진화하느냐에도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 영향력과 생성하는 데이터가 계속 커지는 소셜미디어가 왜 중요한지를 짚어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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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이번 감산으로 당분간 하루 생산량이 900만 배럴이 되었어요.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거의 200만 배럴 가까이 줄어든 양이에요. 생산량을 언제든지 증대할 수 있도록 설비 투자 등을 적극적으로 해 온 사우디이지만,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 미 연준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금리를 계속 올려왔고 경기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이면서 가격을 견인할 요인이 특별히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감산을 해도 가격 인상 효과가 미미한 상황은 계속 이어지는 중이에요. 지난해 3월 130달러로 피크를 쳤던 석유 가격은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노력에 지속 떨어져 왔고, 현재 75달러 이하에 형성되어 있죠. 석유 가격이 85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작년 10월에도 가격 방어를 하기 위해 오펙 플러스(OPEC+)가 감산에 나섰었지만, 소용없었고요.
작년부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본격 벌이는 중인 미국과 가격 방어를 위해 감산을 진행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갈등이 두드러지기도 했는데요. 인플레이션이 잡혀가고, 석유 가격이 지속 방어되면서 갈등 또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되었죠. (사우디와 러시아를 합친 하루 감산량 150만 배럴은 전 세계 하루 수요량 약 1억 배럴의 1.5%이지만, 때에 따라 물동량과 가격에 큰 영향을 주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오펙 플러스는 중국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석유 가격도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예측을 했지만, 현재로서는 이 예측이 빗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로 가격이 유지되고, 다시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도 보지만 시장은 움직이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들려오는 테슬라 소식
테슬라는 이번 2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5%나 증가한 46만 대가 넘는 차량을 인도하면서 예상보다도 훨씬 좋은 실적을 올렸죠. 테슬라뿐만이 아니고 한동안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대주 리비안도 연이어 좋은 소식을 전했어요.
리비안은 2분기에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1만 4000대에 가까운 차량(픽업트럭 및 밴)을 생산했어요. 올해 5만 대 생산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죠.
테슬라뿐만 아니라 리비안과 같은 신생 회사의 생산량 또한 궤도에 오르는 것은 전기차 업계 전체에 좋은 소식이에요. 기존과 신생 회사들의 차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생산되는 차종까지 계속 늘어나면서 자동차 업계의 전동화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것이죠.
특히 그동안 전기차 전환이 느렸던 미국은 본격적으로 전동화에 시동이 걸리면서 올해 1분기 신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율이 8.6%까지 올라왔어요. 작년 1분기엔 5.9%였어요. 참고로 중국의 BYD도 이번 2분기에 총 70만 대의 차량을 판매했다고 발표했어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배터리 전기차는 이 중 35만 대였고요. 작년에 비해 판매량이 거의 2배 가까이 뛰었고, 테슬라를 따라잡는 중이죠.
이미 전기차가 대세인 중국 시장에 이어 미국 시장까지 이제 본격적인 상승세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전기차의 확대는 장기적으로 석유 수요에 좋을 리 없다고 전망되어 왔고, 연이어 들려오는 전기차 업계의 소식은 미래를 더욱 빨리 당겨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자아내게 하는 중이죠.
물론 작년을 기준으로 미국의 신차 판매 중 전기차는 7%에 불과했지만,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으로 인한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가 지속 이루어지는 점도 그 속도를 빠르게 하는 요인이고요.
향후 석유 생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전기차가 첫째로 꼽히죠. 이제는 점점 가격이 내려가는 전기차가 시장에서 가스 차량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곧 보일 것이라고 예상돼요.
오펙은 석유 수요가 굳건히 유지되고, 2045년에는 하루 수요가 1억 1000만 배럴에 이르러 현재보다 1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요.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 등의 비중도 물론 커지지만, 석유는 2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죠.
당장 2023년 미국의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10%에 이르고, 중국은 35% 유럽은 22%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비중은 13%이고요. 2025년까지 이 비중은 각각 미국 20%, 중국 49%, 유럽 33%가 되고, 전 세계 비중은 24%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요.
전 세계 전기차 판매 비중이 20%를 넘은 이후에는 그 대체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2030년이면 전 세계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46%, 2035년에는 68%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요.
장기적으로 이어질 흐름을 봐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기차 생태계가 확대되면서 2030년 전에 석유 수요가 피크를 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어요. 6월에 내놓은 2023년 석유 시장 리포트에는 전체 석유 생산량은 2028년까지 당분간 계속 증가할 테지만, 증가량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특히 육상 수송 차량에 대한 석유 수요는 2026년부터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요.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등의 요인이 겹치며 수요가 커진 불안정한 시장 상황 속에서 빅오일을 비롯한 화석 연료 업계의 실적이 다시 크게 회복했지만, 장기적으로 이어질 흐름은 아니었습니다. 석유 수요가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지의 개발도상국들에서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과 유럽 등의 수요가 그만큼 감소할 것으로 보며 중국의 수요 증가 또한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물론 시장 흐름의 변화가 때론 예상보다 더디기도 했고, 빅오일의 실적과 기업 가치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하지만 이미 진행되어 오던 전기차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은 더 빨라지고 있고, 미국의 큰 방향 전환과 정책적인 지원이 겹친 시장의 변화도 가팔라지고 있어요.
종이 잡지를 읽는 사람이 적어진 시대에도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사람들이 여전히 많이 읽는, 권위 있는 잡지 중 하나였어요. 2022년 말 기준 180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었죠. 하지만 이들도 역시나 쉽지 않은 디지털 전환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성기인 1980년대에는 미국에서만 구독자가 1200만 명이었어요. 해외에도 수백만 명의 독자가 있었고요. 사업이 성장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잡지, TV 채널, 팟캐스트 등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로 확장했고요. 꾸준히 성장하면서 대표적으로 성공한 미디어가 되기도 했죠.
하지만 디지털화 흐름과 함께 늘 주력이던 종이 잡지 사업은 쇠퇴하기 시작했어요. 180만에 이르는 구독자는 현재 퍼블리싱 세계에서 작지 않은 숫자이지만,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몇 달이 걸리기도 하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제작 방식을 지원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성장이 필요했습니다. 새로운 채널들로 확장했지만, 다른 수익 통로가 만들어졌어야 하고요.
계속 쉽지 않았던 여정이기도
당시 매각 결정은 (잡지를 포함한 사업이 여전히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급격하게 이익이 줄어들고 있으며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에요. 몇 년 안에 21세기 폭스와 같은 큰 조직의 마케팅과 재정적인 도움 없이는 잡지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한 것입니다.
이번 해고는 디즈니가 회사 전반에 걸쳐 55억 달러(약 7조 1670억 원)를 절감하겠다고 세운 계획의 일부분입니다. 제작 스태프 해고 이외에도 소규모 오디오 부서를 없애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퀄리티를 가능하게 했던, 작가가 원하는 퀄리티의 사진과 영상을 얻을 때까지 몇 달씩 찍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도 축소하겠다고 했어요.
새로운 채널을 어떻게 활용할까?
또 한국, 대만, 홍콩, 동남아시아 국가 등 6곳에 남아 있는 유선 TV 채널을 닫고 해당 콘텐츠들은 디즈니+에 포함할 예정이에요.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는 디즈니가 콘텐츠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이미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모아 구독자의 폭을 넓히려는 것으로 보여요.
내셔널 지오그래픽에는 다른 매체가 갖지 못한 자산들이 많습니다. 몇 달에 걸친 조사와 보도의 결과물로 나온 사진, 그래픽, 아티클 등을 워싱턴 포스트는 '장인의 손길을 거친 콘텐츠'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일단 이 아카이브가 각 채널에서 슬기롭게 활용되는지도 앞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라는 매체가 건재하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관건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광고 등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연결되는지도 물론 중요하고요.
비욘드미트와 함께 식물성 대체 고기를 넘어 대체 식품의 가능성을 전파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인 임파서블푸드의 내부 주식 가치도 (잘 나가던) 2021년에 비해 89%나 떨어졌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당시 5억 달러(약 6580억 원)의 투자를 받았던 임파서블 푸드의 가치는 (무려) 70억 달러(약 9조 2120억 원)였어요.
업계의 얼굴과도 같은 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만 보면 대체 고기 업계의 전망은 암울해 보이는데요. 과연 대체 고기를 비롯한 대체 식품의 성장에는 한계가 온 걸까요?
근데 세상에서 가장 큰 기업들을 운영하는,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들이기도 한 이들이 과연 사람들의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싸우려는 것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이 싸움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이들이 앞으로 펼칠 경쟁의 중요한 서막 중 하나라고 이번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전합니다. 현재 이들이 그리는 미래는 AI 기술 시대에 소셜미디어가 어떤 형태로 진화하느냐에도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그 영향력과 생성하는 데이터가 계속 커지는 소셜미디어가 왜 중요한지를 짚어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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