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지는 럭셔리 시장의 의미

향후 시장을 가늠하는 첫 지표들 

2025년 4월 17일 목요일
각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되었습니다. 올해 경제 상황을 조금 더 잘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중 리테일 기업들의 실적은 현재 경기 상황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힌트가 될 수 있죠. 그리고 일차적으로 소비 현황을 가늠하게 해주는 럭셔리 기업들의 실적과 상품에 대한 수요 변화는 더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럭셔리 시장은 이미 2024년에 (팬데믹을 제외하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커진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시장 규모가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2025년에는 이 흐름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시장에서 나오는 첫 지표들은 벌써 그 예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LVMH와 몽클레어에 이어 오늘 조금 전에는 에르메스도 기대보다 좋지 않은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리테일] #거시경제 #럭셔리기업
불안해지는 럭셔리 시장의 의미
향후 시장을 가늠하는 첫 지표들  
세계 곳곳에서 럭셔리 상품이 잘 팔리던 호황의 시장은 올해 들어 그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지난해 4분기까지만 해도 좋은 실적을 기록했던 럭셔리 기업들은 올해 1분기 들어 바로 전년 동기 대비해서 매출이 하락했거나,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아직 관세의 영향이 시장에 미친 결과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차례 전해드렸듯이, 시장은 불안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고, 경기 침체의 가능성은 이미 커진 상황이었습니다. 이번에 시작된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는 그 신호를 다시금 확인해 볼 시간이었던 것이죠. 

몽클레어부터 LVMH 그리고 에르메스 등이 보여준 부진한 실적은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요?

평시 같으면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면서 판단해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관세 전쟁이라는 거대한 불확실성을 안고 시장을 지켜봐야 하기에 더 불안한 시선으로 이들의 성적을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한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전국민이 인식하는 브랜드가 된 몽클레어는 한국에서도 이전 분기보다 성장률이 낮아졌습니다. (이미지: 몽클레어)
국민 브랜드(?) 몽클레어의 부진
전 국민이 인식하는 브랜드가 된 몽클레어는 이제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파카의 몽클레어와 스톤 아일랜드, 두 가지 브랜드를 운영합니다.

이번 1분기 매출이 8억 2900만 유로(약 1조 3400억 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 성장에 그쳤습니다. 시장의 기대치보다 그나마 조금 높게 나왔지만, 조금 더 들여다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일단, 전체 매출의 87%를 차지하는 몽클레어 브랜드의 지역별 현황을 훑어보면요.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을 비롯한 미주 지역에서 매출 감소가 가장 컸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2%가 떨어졌고, 유럽/중동/아프리카를 비롯한 EMEA 지역도 매출이 1% 감소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몽클레어와 스톤 아일랜드 두 브랜드 모두의 매출이 감소했습니다. 

감소한 매출은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6%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만회했습니다. 몽클레어 열풍이 불었던 한국의 경우에는 전 분기 대비해서 그 증가세가 작아진 모습을 보였다고 하고요. 어쨌든 몽클레어의 마케팅이 특히나 성공한 지역은 동북아 지역입니다.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 지역에서 생산하는 이탈리아 브랜드인 몽클레어는 일단 관세 현황을 관망한다는 입장입니다. 아직 봄과 여름 컬렉션의 가격 인상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면서요. 하지만 시장 전망이 좋지 않은 가운데 매출은 일부 지역에서 역성장을 하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는데, 불확실성은 커져만 가는 상황입니다.

향후 어떤 시장에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다라고 확실히 말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거시 경제 현황이 안 좋아진다는 것은 럭셔리 상품의 수요부터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이들의 추가 수요와 매출을 담당해야 하는 중산층부터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죠.

세계 최대의 부호에도 오르면서 럭셔리 제국을 만들어 온 베르나르 아르노도 이런 상황은 당연히 예측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미지: 위키미디어 커먼스)
LVMH와 에르메스가 보내는 위험 신호  
럭셔리 시장에 대한 시장 수요가 어떤지를 더 잘 가늠해 볼 수 있는 LVMH의 실적은 더 좋지 않았습니다. 기대치를 한참 밑돈 성적을 받아들었습니다. 

  1. LVMH의 1분기 전체 매출은 203억 유로(약 32조 7100억 원)를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3%나 하락한 수치입니다. 시장은 2% 상승으로 비교적 선방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타격을 받은 지점들을 보면 상황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선 루이뷔통과 크리스찬 디올, 셀린느 등 패션 브랜드의 매출은 5%나 하락해 101억 유로를 기록했습니다. 와인을 비롯한 주류도 미국과 중국에서의 수요 감소로 9%나 하락했습니다. 비중이 크지 않은 화장품과 시계 및 쥬얼리 상품은 소폭 하락했고요.

    지역별 현황을 보면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LVMH의 성장이 달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은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매출이 11%나 감소했습니다. 일본과 미국은 각각 1% 그리고 3% 감소로 막았고요.

  2. LVMH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온 에르메스는 오늘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 성장해 41억 유로(약 6조 6100억 원)를 기록했지만, 시장의 기대치였던 8.8% 성장을 밑돌았습니다. 문제는 전 분기인 2024년 4분기 대비해서 성장이 크게 느려졌다는 것입니다. 4분기에는 매출 성장률이 18%였습니다.

    기본적으로 몇천만 원은 하는 버킨 백 등이 주요 상품인 에르메스의 고객 베이스는 소위 '울트라 부자'들이 포진해 있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장 잘 버틸 기업으로 꼽힙니다. 그래서 그 기세를 이어가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보였는데, 예상보다 좋지 못한 실적에 시장은 당황하는 중입니다.

    문제는 역시 중국 시장이었습니다. 일본 시장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의 매출 성장률은 단 1%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의 경제는 관세 전쟁이 아니었어도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는데, 그간 럭셔리 아이템의 성장을 이끌었던 중산층이 관련 소비를 급격하게 줄이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관세 전쟁이 심화된다면 이러한 모습은 더 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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