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광고의 실적

제품으로 이어지지 않는 내러티브의 중간 결과

2025년 9월 10일 수요일
자, 이쯤되면 여름에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광고 캠페인의 중간 결과도 한번 짚고 가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가 선보인 시드니 스위니의 광고는 처음 공개되었을 때는 특별한 반응을 얻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큰 인기를 얻은 요즘 배우가 섹시한 청바지 광고를 찍었나보다" 정도의 반응이었다고 할까요. 

하지만 광고를 두고 어느순간 불타오른 양 정치 진영 간의 "우생학이다", "아니다. 또 '캔슬 컬쳐' 나왔다"의 논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지금까지도 그 화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논쟁이 사회를 한 걸음 더 성숙하게 만드는 데 생산적인 논쟁이냐는 이미 결론이 난 듯합니다.

아니라고요. 

하지만 그렇다면 '어텐션'이라는 것을 도무지 잡기 어려운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이렇게 큰 주목을 받은 광고는 과연 아메리칸 이글에게 큰 득이 되었을까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자가 급증하고, 판매가 치솟고 있다는 지표가 나오고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메리칸 이글은 이 캠페인이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며 그 희망을 놓고 있지 않은 듯하지만, 제품에 대한 현실은 냉랭합니다.


[리테일] #아메리칸이글 #미국의류브랜드
청바지 광고의 실적
제품으로 이어지지 않는 내러티브의 결과
올해 여름, 미국을 기준으로 가장 뜨거웠던 광고는 배우 시드니 스위니가 출연한 아메리칸 이글의 소위 '청바지(Jeans), 유전자(Genes)' 캠페인이었을 것입니다. 

7월 23일에 소개되었던 이 광고는 새로운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인 시드니 스위니가 모델로 나선 것이 이미 화제가 되어서 이미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발음의 언어유희를 활용한 Genes(유전자)와 Jeans(청바지)의 교차, 그리고 스위니의 금발과 파란 눈을 강조한 광고는 일각에서 우생학과 백인 우월주의를 연상케 한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초기 일각의 부정적인 반응은 이내 미국 보수 진영에 좋은 먹잇감이 되어 "진보 진영이 또 '캔슬 컬쳐'를 시전한다!"라고 외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초기 일각의 부정적인 반응은 일각의 반응이었고, 그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어 커질 조짐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를 이슈화한 각종 팟캐스트와 유튜브 등지에서 순식간에 "쟤네들이 또 저런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더 불이 붙게 됩니다. 그리고 한달 내내 이 광고로 인한 소모적인 논쟁이 지속됩니다. 아메리칸 이글도 그러한 논란을 일으킬 목적이 없어 보였고, 시드니 스위니도 이 논쟁에 대해 전혀 코멘트를 하지 않았습니다. 괜히 말을 잘못했다가는 어느쪽에서건 무자비한 비난과 비판이 쏟아질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죠.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많은 논란이 그러하듯이 특별한 결론은 나지가 않았습니다. 광고를 만든 당사자들이 그럴 이슈가 없었다고 짧게 코멘트를 했고, 누군가 딱 잘라서 이 광고에 대한 결론을 내려줄 수 없는 상황에서 결론이 날 수 있을리는 당연히 없었겠죠. 소셜미디어에서 촉발되어 커진 알맹이 없는 논쟁 대부분의 결론과 유사합니다. 당사자들이 담은 내용은 없고, 그 이슈를 바탕으로 수많은 설화를 만든 대립자들의 말만 커졌다가 흩어질 뿐입니다.

근데 이 광고 성과는 어땠을까요? 한달 넘게 이어진 논쟁으로 공짜 미디어 커버리지를 어마어마하게 얻었고, 소셜미디어에서 이 광고는 누구나 한번은 봤을 법해질 정도로 많이 공유되었는데 말이죠. 

그 자체로도 주목을 많이 끌 모델을 채용한 광고 캠페인이었지만, 제품말고 논쟁만 남았습니다. (이미지: 아메리칸 이글)
근거 부족한 캠페인의 효과 강조  
아메리칸 이글은 오랜 기간 그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한 때 핫했던 미국 의류 브랜드들이 대부분 그러하죠. 갭, 아베크롬비&피치 등은 모두 한국에서도 추억 속의 이름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의 빈자리는 유니클로를 비롯해 여전히 성장세가 큰 자라와 H&M 등이 대신했고, 쉬인(Shein)을 비롯한 중국발 패스트패션이 차지한 지 오래이죠. 

아메리칸 이글도 그렇지만 많은 미국의 의류 브랜드들이 미국 시장과 오래 브랜드를 쌓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힘을 못 쓴지 오래되었습니다. 유니클로나 자라 같은 브랜드들이 해외에서 확장하면서 점점 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은 반면에 말이죠. 최근에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예전의 위세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에는 어려워 보입니다. 게다가 미국에서 조차 이렇게 한 달 내내 화제가 이어진 캠페인의 영향이 아직 아메리칸 이글의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를 못합니다.
.
.
.

구독하고 꾸준히 받아보세요!

현업 전문가들의 글로벌 산업 이야기

현업 전문가들이 글로벌 산업의 구조를 읽고, 비즈니스의 맥락과 새로운 관점을 전합니다.

각 산업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들을 분석합니다. 크게 보이지 않지만, 명확한 신호들을 발견하면서요. 커피팟 플러스 구독하고 산업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매일' 받아보세요!


커피팟 Coffeepot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