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채권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 채권이 제 몫을 못하는 시장에서 해야 할 일

21735_2329279_1723021903460339212.png
2026년 6월 5일 금요일
21735_2328721_1723013880165312344.png
채권은 본래 주식 투자의 위험성을 헤지하는 자산으로서 그 가치가 컸습니다. 주식 가격이 내릴 때 채권 가격은 오르는 경향을 보였죠.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식 시장과 함께 오르내리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시장에서 안전자산의 성질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죠. 

채권은 앞으로도 그 포지션의 가치를 인정받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AI 랠리가 모든 것을 정의하는 시장 속에서 자산으로써 채권의 역할을 이번 [부엉이의 차트피셜]이 짚어봅니다.
21735_2328721_1723013778719783217.png?2h0f28fg

[부엉이의 차트피셜] #채권시장 #금리
모두가 채권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채권이 제 몫을 못 하는 시장에서 해야 할 일
최근 글로벌 금리 폭등은 가속화되고 있다.

5월 이후 전 세계 금리가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장기 금리가 급등했다. 지난 5월 미국 정부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 금리에 30년물 국채를 발행했다. 일본 30년 금리는 4%에 가까워지고 있다. 독일 30년 금리는 2011년 이후 최고치인 3.6%를 넘었다. 영국 30년 금리는 무려 5.7%에 달한다.

금리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겼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 운송이 마비되면서 유가가 전쟁 이전 대비 50% 이상 올랐다. 채권 투자자들은 장기 물가 불확실성에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게 됐다.

채권 시장은 전쟁 전에는 연준의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이제는 연말까지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 

21735_3425476_1780627474931322565.png
미국, 영국, 독일, 일본 30년 국채 금리 추이 (자료: 블룸버그)
교과서적으로 보면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해 연준이 반드시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다. 에너지 가격은 변동이 크고 금방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의 아티클인 스태그플레이션의 조건에서도 유가 급등으로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서 물가 상승이 일시에 그친 1990년 걸프전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2022년의 트라우마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2021년,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는 와중에도 연준과 투자자들 모두 구조적 인플레이션 위험을 간과했다. 인플레이션이 제어되지 않자 연준은 기준금리를 제로 금리에서 5% 이상으로 올렸다. 

선진국들의 재정 우려도 금리를 올리는 요인이다. 최근 일본 장기물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데, 에너지 비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차입과 지출을 늘릴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 영국 국채도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총리의 확장적인 재정 정책 우려로 상승했다. 

이란 분쟁 초기에는 에너지 가격과 차입 비용 상승이 '수요 파괴'로 이어져 금리가 하락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소비자가 지출을 줄이고 기업 이익도 감소하면, 연준이 금리 인상이 아닌 인하 방향으로 다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지난 4월의 아티클인 스태그플레이션의 조건에서 소개한) 1990년 걸프전이 이에 부합하는 사례였다.

하지만 일부 에너지 수입국의 경제 지표가 둔화되고 있음에도, 반도체를 제조하는 국가들의 경제는 여전히 탄탄하다. 미국 고용 시장도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고 있다.

유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경기 둔화가 제한되면서, 일본·한국·유럽·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은 이미 하반기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완화 편향적인 연준도 금리 인하에서 동결 기조로 선회했다.

채권이 주식을 방어하지 못할 때
21735_3425476_1780627636846738259.png
블룸버그 글로벌 종합 채권 총수익 지수 추이 (데이터: 블룸버그)
블룸버그 글로벌 종합 채권 총수익 지수(Bloomberg Global Aggregate Bond Index)는 전 세계 투자등급(Investment Grade) 이상의 고정금리 채권을 망라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로, 미국·유럽·아시아 등 70개국 이상의 국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ABS),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 수천 개 종목을 포괄한다. 

채권 가격 변동과 이자(쿠폰) 수익을 모두 반영한 총수익(Total Return) 기준으로 산출되며, 환헤지 없이 미국 달러로 환산한 수익률을 사용한다(Unhedged USD). 글로벌 채권 펀드·ETF 및 기관투자자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지수로 가장 널리 활용된다.

채권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의 손실이 깊어지고 있다. 전 세계 채권 금리는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블룸버그 글로벌 종합 채권 총수익 지수는 2021년 이후 약 10%의 가치를 잃었다.

채권은 안전자산 성질도 잃어가고 있다. 채권 가격은 주식 가격이 떨어질 때 오르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함께 오르내리는 경우가 잦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이유

채권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채권은 발행 시점에 이자율이 고정된다. 예를 들어 연 3% 이자를 주는 채권을 100만 원에 샀는데, 시장 금리가 5%로 오르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5%를 준다. 그러면 내가 가진 3% 채권을 굳이 100만 원에 살 사람이 없으니, 가격이 떨어져야만 거래가 된다. 금리가 오를수록 기존 채권의 매력이 떨어지고, 가격도 그만큼 하락하는 것이다. 

특히 장기 채권은 금리 변화에 더 크게 반응한다. 1년 후 만기인 채권은 금리가 올라도 곧 원금을 돌려받으니 손해가 크지 않다. 반면 30년 만기 채권은 앞으로 30년 동안 낮은 이자를 받아야 하므로, 시장 금리가 오르면 그 손해가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돼 훨씬 크게 떨어진다. 

금리 1% 상승 시 만기별 국채 가격 하락폭은 대략 다음과 같다. 5년물은 약 4%, 10년물은 약 8%, 20년물은 약 13%, 30년물은 약 18% 하락한다.  

현재와 같은 에너지 충격 때 주식과 국채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성장 부진은 주식 가격을 떨어뜨리고, 인플레이션은 채권 가격을 떨어뜨리는데, 석유 공급 부족은 이 두 가지 위협을 동시에 높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식보다 채권에 더 유리한 환경이어야 할 2025년 미국 관세 부과 불확실성 확대 상황에서도 전 세계 국채 시장에 투매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채권의 안전자산 기능이 유의미하게 약해진 것이다.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 중 하나인 AQR에 따르면, 주식과 국채 간의 상관관계는 꽤 안정적으로 음수를 유지해 오다가 몇 년 전 양수로 돌아섰다.

채권 가격과 주식 가격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주식이 내릴 때 채권이 오르며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한다는 법칙이 깨진 것이다. 

21735_3425476_1780627765595603082.jpg
불(Bull) 마켓은 이어진다는 것을 믿고 주식 시장에 다 넣어도 될까?
AQR은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성장 불확실성을 압도할 때 상관관계가 양수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다. 인플레이션 소식은 주식과 채권 모두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성장 관련 소식은 두 자산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안정된다면 상관관계는 음수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유가 충격과 연준 독립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흔들고 있는 이상, 양의 상관관계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기관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문제가 되는 이유는,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의 음의 상관관계를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왔기 때문이다. 주식과 채권에 자산을 배분하는 논리는, 단기적으로 두 자산의 가격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함께 오르는 특성에 기반한다. 이를 통해 기대 수익을 크게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주식 100% 포트폴리오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주식과 채권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수록 이 논리는 힘을 잃는다. 
.
.
.
계속 읽으려면 구독해 보세요!

현업 전문가들의 글로벌 산업 이야기
테크, 미디어, 리테일, 매크로에 걸친 이야기들
21735_3425927_1780635035791333702.png
트렌드 너머의 산업 구조와 비즈니스의 맥락을 전합니다. 커피팟 플러스 구독하고 꾸준히 새로운 관점 배달 받으세요!


글쓴이: 부엉이의 이름은 이기원이다.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려요.



21735_2328721_1723014897675029851.png
커피팟 Coffeepot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