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극단적인 선언이 미치는 영향
눈여겨볼 점은 머스크가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사실보다는 그 지지 이유다. "극좌파가 나를 끊임없이 극딜 시전(relentless hatestream from the far left)하고 있다"라는 거다.
이 트윗을 쓴 시점이 묘하다. "스페이스X 승무원이 머스크가 자신에게 성행위를 요구했고 입막음 조로 25만 달러를 받았다”라는 비즈니스 매체 인사이더의 취재가 막바지 단계였고 머스크 트윗이 뜬 몇 시간 후 기사가 나왔다. 두 내용에 서로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매체가 이 소식을 취재하며 여러 차례 머스크와 스페이스X에 확인 요청을 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이 취재를 염두에 두고 쓴 트윗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증세를 추진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부자증세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에게 머스크가 '카렌 상원의원'이라며 조롱한 건 유명하다. (미국에서 '카렌'은 갑질하는 백인 중년 여성을 가리키는 멸칭. 한국에서 여성 운전자를 '김 여사'로 부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오토파일럿(주행 보조 장치) 안전성 조사에 대한 테슬라의 부적절한 대처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자율주행 관련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테슬라에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처럼 핸들에 카메라를 설치해 운전자 주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라고 제안해왔지만, 테슬라는 이를 거부해 왔다. 유럽에 비해 미국의 자율주행 규제가 느슨하다는 점을 테슬라가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5월에 재조정된 S&P500 ESG 지수에서 테슬라가 빠진 것도 머스크에게는 공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장 머스크는 "ESG 평가는 사기(scam)다.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사이비 전사들의 무기가 됐다"라고 맹공했다. 그러나 테슬라가 이 지수에서 빠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주 금요일 커피팟 참고) 이번에 테슬라의 점수를 낮춘 이유 중 S(Social, 사회)와 G(Governance, 지배구조)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는 걸 눈여겨봐야 한다.
테슬라는 그동안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의 작업환경, 흑인 노동자에 대한 인종차별 등으로 논란을 빚어 왔다. 특히 머스크가 202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방역을 위한 공장 폐쇄에 반발해 텍사스로 테슬라 공장을 이전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생각보다 테슬라는 E(Environment, 환경) 분야에서도 공급망에서의 탄소 저감 효과가 타사에 비해 낮다)
머스크는 친노조 정책을 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좌파가 노조와 소송 변호사들에게 장악되어 있다"며 바이든 정부에 불만 섞인 트윗을 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미국에서 전기차에 주는 세제 혜택을 미국 내에서 노조가 있는 자동차 기업이 만든 제품으로 한정 지은 게 불공평하다며 불만을 토로해 왔다. 테슬라는 무노조 기업으로 작업환경에 대한 노동자 불만을 노조를 통해 해소하기 어려운 기업이다.
머스크는 자신의 개인 재산과 사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계급 투표를 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우려되는 지점은 머스크를 팔로우하고 있는 95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청중들과 소위 '혁신적 사업가'의 삶의 궤적을 자신의 삶의 이정표로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머스크를 볼 때 "전기차와 우주여행 산업에서 엄청난 혁신을 만들어 냈으니 노동 관행이라든지 나머지 사회적 책임까지 일반적 눈높이에 맞출 필요는 없다"며 머스크에게 유리하고 관대한 렌즈를 들이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머스크의 트윗 스타일은 문화적 영향력이 크다. 머스크 트윗과 유사한 권도형 같은 인물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인플루언서가 되는 게 그 증거다.
권도형, 크립토계 컬트 리더의 추락
"한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남자(The most hated man in Korea)." 단 며칠 사이에 거의 50조 원의 시총이 날아간 루나/테라(UST). 이 알고리듬을 고안한 권도형에 대해 한국 크립토 전문가가 파이낸셜타임스에 표현한 말이다. 권도형은 크립토계에서 컬트 리더였다. 그의 기술만큼이나 그의 태도가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요인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권도형에 대해 평가한 블리츠랩 김동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권도형의 추종자들은) 매너 없음이 그들의 부를 지켜준다고 믿었다.”
실제로 권도형은 스테이블코인 UST가 불안하다며 비판하는 경제학자에게는 "가난한 사람과는 토론 안 한다. 던져줄 잔돈도 없구먼”이라고 일갈했다. 투자자들을 '여자애들(girls)'이라고 표현해 성차별주의자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루나/테라(UST)의 가치를 대부분 떠받치고 있던 체계인 앵커 프로토콜에 코인을 맡기면 준다고 약속한 20%의 이자는 어디서 나느냐는 질문에 "당연히도 너희 엄마지"란 비아냥의 트윗을 날린 것도 바이럴되었다.
스탠포드대를 졸업하고 알고리듬으로 돈을 만들어낸 천재가 이런 트윗을 날리는 건, 자신감일 거라며 크립토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스스로를 루나틱(돌아버린)이라고 부르는 강력한 팬층이 생겼다. 루나 타투를 한 투자자도 있었다. 거침없는 입담, 때로 이해가 되지 않는 과감한 베팅, 정치적으로 올바른 발언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대범함, 말 한마디에 열광하는 팬덤. 판테라(Pantera Capital)와 같은 유명 헤지펀드들이 큰돈을 투자했고 전 세계 개미 투자자 수십만 명이 몰려들어 막대한 시총을 형성하게 됐다.
2022년 5월 누군가 루나/테라 알고리듬 운용 구조의 허점을 노려 UST의 1달러 페깅(pegging)이 깨지고 루나와 UST가 소위 '죽음의 나선(death spiral)'에 빠지기 전까지는.
인플루언서 CEO의 정점, 일론 머스크
권도형 트위터를 보며 누군가가 생각났다. 바로 일론 머스크의 트윗 스타일과도 유사하다. 논란을 자초하고 주변을 신경 쓰지 않는 트윗이다.
머스크도 (언제나처럼) 논란이 가득한 5월을 보냈다. 특히 트위터 주가와 현 경영진들이 머스크 트윗의 유탄을 맞았다. 트위터를 사겠다고 공언한 머스크는 트위터의 봇 계정 비율을 믿을 수 없다며 뜸을 들이고 있다. 본인의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려 트위터를 인수해야 하는 머스크가 전반적인 장 폭락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지고 테슬라 주가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네고를 위해 꺼내든 카드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5월 25일)로서는 전체 인수 금액을 깎으려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사실 머스크는 이미 인수 계약서에 사인한 상태라서 계약조항을 지키지 않으면 위약금을 물거나 소송을 당할 수 있다)머스크의 트위터 흔들기는 벌써 트위터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후 트윗으로 기존 경영진의 정책 방향성과 정치 성향까지 공격했다. 회사 내부는 혼란에 빠졌고 지금까지 최소한 5명의 고위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권도형과 일론 머스크의 트윗 타래를 보면 회사 CEO들이 소셜 미디어 팔로워와 팬덤을 모으는 것엔 상당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걸 알 수 있다. 공개 기업을 특정한 가격에 인수하겠다고 약속한 사람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미적거리면 소송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머스크에게는 "기존 질서를 흔들어 새로운 혁신을 한다"라는 인상이 심어 놓은 열광적인 팬베이스가 아주 크다. 그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 팔로워 9500만 명에게 도달한다. 그중 상당수가 봇일 가능성이 크고 그 중 또 상당수가 머스크에게 비판적이라고 가정해도 웬만한 국가 인구 정도가 그의 트윗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웬만한 소셜미디어보다 이미 영향력이 크고 트위터 주인이 될지도 모르는 머스크가 어떤 정치 성향인지, 아울러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졌다. 우선 정치 성향을 보자. 지난 키티의 빅테크 읽기 9화에서 머스크는 딱히 특정 정당을 지지한 적은 없고 굳이 정치적 성향을 따진다면 자유주의(libertarian)라고 썼다. 그사이 변화가 생겼다. 머스크가 지난 5월 19일 "난 이제 공화당에 투표한다”라고 밝힌 것이다.
그의 극단적인 선언이 미치는 영향
눈여겨볼 점은 머스크가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사실보다는 그 지지 이유다. "극좌파가 나를 끊임없이 극딜 시전(relentless hatestream from the far left)하고 있다"라는 거다.
이 트윗을 쓴 시점이 묘하다. "스페이스X 승무원이 머스크가 자신에게 성행위를 요구했고 입막음 조로 25만 달러를 받았다”라는 비즈니스 매체 인사이더의 취재가 막바지 단계였고 머스크 트윗이 뜬 몇 시간 후 기사가 나왔다. 두 내용에 서로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매체가 이 소식을 취재하며 여러 차례 머스크와 스페이스X에 확인 요청을 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이 취재를 염두에 두고 쓴 트윗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증세를 추진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부자증세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에게 머스크가 '카렌 상원의원'이라며 조롱한 건 유명하다. (미국에서 '카렌'은 갑질하는 백인 중년 여성을 가리키는 멸칭. 한국에서 여성 운전자를 '김 여사'로 부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오토파일럿(주행 보조 장치) 안전성 조사에 대한 테슬라의 부적절한 대처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자율주행 관련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테슬라에 제너럴모터스(GM)나 포드처럼 핸들에 카메라를 설치해 운전자 주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라고 제안해왔지만, 테슬라는 이를 거부해 왔다. 유럽에 비해 미국의 자율주행 규제가 느슨하다는 점을 테슬라가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5월에 재조정된 S&P500 ESG 지수에서 테슬라가 빠진 것도 머스크에게는 공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장 머스크는 "ESG 평가는 사기(scam)다.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사이비 전사들의 무기가 됐다"라고 맹공했다. 그러나 테슬라가 이 지수에서 빠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주 금요일 커피팟 참고) 이번에 테슬라의 점수를 낮춘 이유 중 S(Social, 사회)와 G(Governance, 지배구조)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는 걸 눈여겨봐야 한다.
테슬라는 그동안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의 작업환경, 흑인 노동자에 대한 인종차별 등으로 논란을 빚어 왔다. 특히 머스크가 202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방역을 위한 공장 폐쇄에 반발해 텍사스로 테슬라 공장을 이전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생각보다 테슬라는 E(Environment, 환경) 분야에서도 공급망에서의 탄소 저감 효과가 타사에 비해 낮다)
머스크는 친노조 정책을 펴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좌파가 노조와 소송 변호사들에게 장악되어 있다"며 바이든 정부에 불만 섞인 트윗을 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미국에서 전기차에 주는 세제 혜택을 미국 내에서 노조가 있는 자동차 기업이 만든 제품으로 한정 지은 게 불공평하다며 불만을 토로해 왔다. 테슬라는 무노조 기업으로 작업환경에 대한 노동자 불만을 노조를 통해 해소하기 어려운 기업이다.
머스크는 자신의 개인 재산과 사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계급 투표를 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우려되는 지점은 머스크를 팔로우하고 있는 95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청중들과 소위 '혁신적 사업가'의 삶의 궤적을 자신의 삶의 이정표로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머스크를 볼 때 "전기차와 우주여행 산업에서 엄청난 혁신을 만들어 냈으니 노동 관행이라든지 나머지 사회적 책임까지 일반적 눈높이에 맞출 필요는 없다"며 머스크에게 유리하고 관대한 렌즈를 들이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머스크의 트윗 스타일은 문화적 영향력이 크다. 머스크 트윗과 유사한 권도형 같은 인물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인플루언서가 되는 게 그 증거다.
'표현의 자유' 공방이 갖는 의미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 사도를 자처하며 트위터 인수를 선언했다. "웬만큼 멍청한 말들도 소셜미디어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한다"라는 게 머스크판 표현의 자유다. 트위터를 인수하면 트위터에서 쫓겨난 트럼프를 복귀시키겠다고도 공언했다. 그가 워낙 큰 메가폰을 가지고 있어서 자칫 머스크식 표현의 자유가 "진짜 자유인가?"로 착각할 수 있다.
미국 법원이 최근에 내린 해석은 다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