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뉴스레터는 웹보다 오래되었다. 유료 뉴스레터(의 모델)는 인터넷보다도 오래되었다. 유명 분석가이자 에디터인 프레드 힉키(Fred Hickey)는 1987년부터 '하이 테크 스트레티지스트(High Tech Strategist)'를 쓰기 시작했는데 팩스로 발송했다. '뉴스레터' 자체는 프린트만큼이나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 '뉴스레터'이고, 개인 뉴스레터나 블로그를 미디어 회사로 변신시키는 흐름도 꾸준히 생겨나고 있었다. (매일 이메일로 뉴스레터를 보내주던) 데일리 캔디(Daily Candy)는 2008년에 1억 2500만 달러에 팔렸고, 라파트 알리(Rafat Ali)는 (디지털 미디어 비즈니스 관련 인사이트를 전하는 매체인) 페이트콘텐트(PaidContent)를 만들어 팔았고, 임란 아메드(Imran Amed)는 비즈니스 오브 패션(Business of Fashion)을 100명에 가까운 기업으로 만들었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인 모닝브루는 얼마 전에 7500만 달러에 메이저 미디어에 팔렸다.
개인 작가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팔아 수만에서 수십만 달러의 수익을 내는 지금의 현상은 새롭다. 기업으로 스케일업을 하지 않고, 이커머스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이벤트도 열지 않고, 그리고 수백 명에게 수천 달러를 받고 파는 고가 전략 모델보다 5~10달러의 구독제를 수백에서 수천 명에게 판매하는 모델이 먹히고 있는 것이다. (물론 프레드 힉키처럼 전문적인 정보와 분석을 비싼 값에 파는 개별 애널리스트들은 많다)
과거엔 한 명의 작가가 만드는 콘텐츠 사업에는 명확한 한계점이 두 가지가 존재했다. - 첫째, 웹에서의 유의미한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트래픽이 필요한데, 이는 한 명의 작가가 생산해낼 수 있는 양이 아니다. 아주 높은 가치의 니치한 매력을 지녔다면 단 한 명으로도 광고 모델이 작동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지만, 이커머스나 이벤트가 어느 시점에는 분명히 붙어야 한다. ('어 콜렉티드 맨(A Collected Man)'의 시계 사업이 적정한 예이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으로 차용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니다.
- 둘째, 지금까지 그 누구도 대중 시장을 대상으로 한 유료 블로그 사업을 일반적으로도 차용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든 사례는 없었다. 이코노미스트나 뉴요커와 같은 미디어의 유료 구독제 가격과 비슷한 가격에 콘텐츠를 팔면서 이들이 제공하는 만큼의 콘텐츠량을 생산해 낼 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나의 논리였다.
하지만, 웹페이지에 돈을 내는 것보다 이메일에 돈을 내는 것은 더 쉽다. 이메일은 '유형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의 메일함에 매주 직접 배달되는 (유형의) 무엇인가이고, 나는 이를 계속 '킵'할 수 있다. 하지만 블로그(혹은 웹페이지)는 다시 찾기 힘들어지기나 내가 보는 수많은 페이지 틈에서 잊혀지고, 해당 사이트를 다시 방문하는 것도 잊게 된다. 어렵게 끌어온 사용자가 로그인을 하게 만드는 것도 물론 쉽지 않다. (RSS 피드는 이제 죽은 거나 마찬가지이고)
이메일이 더 실용적인 이유는 이미 일어난 현상에 대한 해석을 얹어주는 말 그대로 뉴스 레터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상을 분석하는 롱폼 형식의 레터도 있지만, 일정량의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매일 (혼자서) 새로운 주제나 아이디어를 기획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테크 및 미디어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다루는 스트라테처리(Stratechery)를 쓰는) 벤 톰슨(Ben Thompson)도 내가 이메일 뉴스레터를 시작했던 2013년과 비슷한 시기에 뉴스레터를 시작했다. 당시에 그는 독자들에게 직접 비용을 청구하고, 일주일에 레터를 2번 이상 보내기로 했다. (일주일에 1번이 아닌 그 이상을 보내는 것은 가치 제안을 높인다) 반면 내가 뉴스레터를 시작한 이유는 (내가 벤처캐피털을 통해 돈을 버는 미디어 기업이라고 정의하는) 앤드리센 호로위츠(a16z)에 구직하기 위한 것이었다.* * 베네딕트 에반스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앤드리센 호로위츠의 파트너로 재직했다
당시에는 어떤 뉴스레터를 만들건 상당량의 기술적인 지식이 필요했다. 시장에 나와 있는 툴은 보통 기업용이거나 마케터들이 활용하기에 좋은 것이었다. 그리고 '유료' 뉴스레터를 만드는 것은 더 어려운 작업이었다. 웹사이트도 만들고, 멤버십 관리 시스템과 이메일 폼 그리고 결제 시스템까지 통합해 구축해야 했고, 이는 '코딩'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엔지니어에게는 까다로운 수준의 작업이겠지만, 대부분 사람에겐 몹시 어려운 작업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서브스택이다. 그들은 뉴스레터 퍼블리싱을 쉽게 만들었고, 결제 청구를 쉽게 만들었다. 사용자는 10%의 수수료를 내고 서브스택이 나머지를 다 알아서 해주는 거다. (물론 (이제는 인터넷 사업을 하는 모두가 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스트라이프에 내는 3~6%의 결제 수수료는 별도이다) 벤 톰슨과 내가 쓰는 멤버풀(Memberful, 멤버십 서비스를 통합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툴)은 5%의 수수료를 청구하고 사용자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한다.
하지만 핵심 문제는 어떻게 독자를 확보하느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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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테크 업계와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정체되어가는 분위기 속에서 투자 유치를 일시 중단했다는 서브스택(Substack)의 이야기도 전해드렸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우려이지만, 쉽게 유료 구독제를 운용할 수 있게 해주는 툴을 제공하면서 오디언스가 모이는 콘텐츠 플랫폼의 역할도 하는 서브스택이 어떤 미래를 그릴지는 아직 명확하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있어요. 서브스택의 등장으로 텍스트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크리에이터 경제도 성장했고, 더 많은 이들이 미디어를 쉽게 운영할 수 있는 시장을 넓히는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요.
이와 관련해 앤드리센 호로위츠(a16z)의 파트너를 지내기도 한 테크 비즈니스 분석가인 베네딕트 에반스가 쓴 에세이를 오늘은 번역해 전합니다. 한창 테크 업계의 분위기가 좋던 2021년 11월 16일에 발행한 <Notes on newsletters>라는 제목의 에세이인데요. 서브스택의 사업 모델과 그 성장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지점은 무엇인지 짚어줍니다. 쉽고 편리한 도구와 네트워크가 있기 전부터 일반 독자들을 상대로 뉴스레터를 만들어 판매를 해 온 그의 이야기를 통해 뉴스레터를 비롯한 유료 텍스트 콘텐츠가 진화해 온 방향을 볼 수 있고요.
+ 베네딕트 에반스의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그의 유료 프리미엄 뉴스레터에 포함되는 콘텐츠이지만, 일부 에세이는 웹사이트에 전문을 무료로 볼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정제하지 않은 그만의 글쓰기 스타일 그대로 쓰였기에 일부 내용은 의역했고,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도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원문에서 올바르지 않게 표기된 수치도 있어 수정을 했고요. 늦은 시간이지만, 번역을 마치고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