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I와 뱅크런이 혼재하는 세상, 2. 유럽 전기차가 빠진 딜레마 오늘은 구조가 시작된 실리콘밸리 은행들과 이에 따른 여파는 무엇일지를 먼저 살펴볼게요. 최근 숨 가쁘게 이어온 금융 위기 차단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향후 업계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점을 짚습니다. 이어서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들이 지금 북미로 건너가는 이유를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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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금융] #빅테크 #스타트업 #은행 1. 실리콘밸리 구조는 시작되었지만 |
미국의 테크 업계는 소위 빅테크를 필두로 계속 성장을 크게 이어온 산업이죠. 이제 테크, 즉 정보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 산업은 GDP를 기준으로 미국 산업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약 1210만 명을 고용하고 있어 전체 고용 시장의 8%를 차지하고 있어요. 전 세계 5조 달러(약 6543조 원)로 추정되는 IT 시장 중 1조 9000억 달러(약 2485조 원)를 차지해 그 비중이 3분의 1이 넘고요. 하지만 지금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이 바로 이 테크 업계이고,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의 든든한 지원자였던 SVB의 파산 사태에서도 보듯이 이제 그 위기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중입니다. 미국 정부가 발 빠르게 사태의 진화에 나선 것은 이제 그 산업 비중이 커진 테크 업계가 어려움에 빠져 경제 위기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죠.
테크 산업의 위기는 곧 전체 경제 위기로 직결될 수 있는 구조가 어느덧 되기도 했는데요. 더 큰 위험을 막기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지금까지 잘 피해 온 경기 침체를 이번에는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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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또 변했고 이제 실리콘밸리의 은행을 월스트리트의 은행들이 구제하는 모양새가 되어가고 있어요. |
끝나지 않는 빅테크 구조조정 메타는 지난주 예상보다 많은 1만 명의 추가 해고를 단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죠. 게다가 진행 예정이던 5000개의 포지션 채용도 멈추기로 했고요. 지난해 11월에 1만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불과 4개월 만에 다시 비슷한 규모의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죠. 테크 업계의 구조조정은 멈출 줄 모르고 지속되는 중이에요. 테크 업계 해고를 꾸준히 트래킹하고 있는 레이오프스.fyi에 의하면 2023년 현재까지 500개가 넘는 회사에서 14만 8000명이 넘는 인원을 해고한 상황이에요. 2022년 전체 숫자는 1050여 개 회사에서 약 16만 1400명이었어요. 아직 1분기가 지나지 않은 현재 테크 업계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가팔라지고 있는지를 볼 수 있죠. 작년에 테크 업계에 본격적인 해고가 시작될 때만 해도 해고된 직원들을 위해 새로운 자리를 소개해 주기도 하고, 역량이 워낙 뛰어난 이들이니 재취업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구조조정 상황의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죠.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그런 분석은 보기 좋게 틀릴 상황이 되었습니다.
요즘 AI로 뉴스의 중심이 된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1월에 1만 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아마존은 버지니아에 짓던 제2 본사 공사도 중단하고, 오늘은 추가로 9000명의 직원 해고를 발표하는 등 빅테크는 현재 불어올 수 있는 위기에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예상해 온 것과는 다르게 뛰어난 역량을 가진 테크 인재들이 다시 자리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게 되었어요. 경기는 위축되어 가는 중이고, 아마존과 메타라는 빅테크가 또 구조조정에 나선 이상 다른 기업들도 모두 이번을 구조조정의 적기로 보고 따라나설 수 있다고 예상되고 있어요. 테크 업계는 이제 전체적인 조정 작업에 돌입한 듯합니다.
거기에 터진 SVB 파산 사태 지난주 전해드린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초스피드 뱅크런을 보여주는 시대를 통해서도 이번 사태가 금융 시스템에 위기를 야기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전해드렸지만, 그 여진이 없을 수 없고 테크 업계에는 진짜 위기라는 점을 짚었는데요. 아마존과 메타에 이어 여러 기업이 구조조정을 시작하면 업계 분위기는 급격히 안 좋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어요.
그렇기에 지난주 GPT-4가 발표된 와중에도 SVB의 파산 여진에 따른 뉴스를 모두가 긴장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AI의 놀라운 발전과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증폭되기도 했지만, 현재 불안정한 업계의 상황이 더욱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한쪽에서는 새로운 산업이 꽃피울 것이라는 기대감에 다양한 AI 행사가 벌어지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뱅크런이 일어나 바쁘게 수습책이 만들어지고 있는, 분위기가 전혀 다른 두 세계가 공존하는 듯한 모습이 그려졌죠.
우선 AI는 빅테크를 중심으로 투자와 경쟁이 지속되면서 생태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돼요. 하지만 SVB의 파산은 앞으로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을 비롯한 테크 업계 전체에 큰 여파를 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미 2월의 벤처캐피털 펀딩이 180억 달러(약 23조 5350억 원)를 기록하면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3%나 하락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시장이 많이 위축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는데요. 현재 이 펀딩도 AI와 기후테크에 쏠리는 상황이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투자 유치가 어려워 소위 '데스 밸리(Death Valley, 죽음의 계곡)’를 지날 때에도 거의 유일하게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던 SVB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고 평가되는데요. 현재 많은 스타트업들은 2021년 혹은 2022년에 받은 투자금으로 버티는 상황이고, 앞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최대한 버텨야만 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어요.
더는 우호적인 환경이 아닐 때 지난주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는 규모가 있는 후기 단계의 스타트업들에 대한 '컨티뉴이티(Continuity)' 펀드를 이어가지 않기로 결정하고, 관련 인원 17명을 해고했어요. (와이콤비네이터 전체 직원 수는 이전까지 105명이었어요) SVB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결정이었어요. 하지만 공교롭게도 타이밍이 겹쳐 실리콘밸리와 스타트업의 안 좋은 분위기를 더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단면이 되었죠. 현재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은 진화된 듯하지만, 이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또 어떤 위험이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먼지가 조금 더 가라앉으면서 살펴야 합니다. 이들은 이제 자산을 대표적인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로 옮기는 모습도 보이는 중인데요. 지금까지 받던 환대와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의) 대출 등의 지원을 대형 은행들로부터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요.
SVB 파산 이후 어려움에 빠진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First Republic Bank)에도 역시 금융당국의 관여하에 300억 달러(약 39조 1800억 원)의 자금이 JP모건 체이스,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골드만삭스 등의 대형 은행들을 통해 긴급히 투입된 것은 연쇄적인 작용을 빠르게 막기 위한 조치였어요. 퍼스트 리퍼블릭 역시 실리콘밸리에서 SVB와 비슷한 역할을 하고, 해당 지역 창업가들과 테크 인사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던 지역 은행이죠.
현재 실리콘밸리의 지역 은행을 살리는 것도 월스트리트의 은행들이며, 업계 차원에서 자산을 대형 은행들에게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죠. 기존에는 새로운 도전을 북돋아 주고 어려움을 이해해주는 파트너 금융사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면, 이제는 그러한 파트너 없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이전보다 더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짚고 있습니다. (그동안 월스트리트 혹은 워싱턴 정가에 (많이) 의존하지 않고도 생태계를 잘 키워오고, 미국의 혁신 엔진을 만들어왔다고 자부하는 실리콘밸리로서는 자존심에 상처가 나는 상황이 되기도 했어요)
이번 SVB 사태로 스타트업계는 기업의 자금 운영에 있어 무엇을 모르고 있었고 어떤 실수를 하고 있었는지를 배웠다는 자평도 시작되었어요. 하지만 아직 이렇게 "잘 배웠다"라고 돌아보며 마음을 놓을 단계는 아닙니다.
이미 목격했듯 이제 순식간에 뱅크런이 일어나는 시기를 지나고 있고, 연쇄 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점검 작업이 한창이에요. 지금 미국에서는 아직도 시선이 퍼스트 리퍼블릭의 구출 작업에 쏠려 있는 이유이죠. 자금을 투입한 이후에도 안정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JP모건 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먼이 현재 퍼스트 리퍼블릭을 안정화할 방안에 대해 대형 은행들의 논의를 주재하고 있다고 알려졌고요.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미 재무부 장관 자넷 옐런은 현재 (가장) 염려되는 문제는 은행들이 (본업인) 돈을 빌려주는 것을 주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런 상황이 "경제적 위기를 더욱 가중 시킬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했는데요. 일단 시장을 아주 조심스럽게 관찰 중이라고 강조했어요.
중소 은행들은 앞으로 대출 기준을 엄격하게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돼요. 자금 관리를 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더 엄격해질 금융당국의 감시를 의식해서라도요. 스타트업들에게 미칠 당장의 영향은 추가 자금을 구하기 위한 대출에 제한이 걸리는 것이죠.
물론 이는 테크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에 적용되는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돼요. 그리고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축인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빠지고 채용이 둔화되고, 새로운 투자가 멈춰 산업 전반의 활기가 떨어진다면 (당연히) 경기 침체가 찾아오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예상입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경기가 서서히 하강하는 국면을 만들고 연착륙을 만들려던 미 연준의 계획은 틀어진 상황이에요. 그간 미국 경제는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예상을 계속 깨면서 버텨왔는데, 이번 은행발 위기가 어떻게 진정되는지가 중요한 고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눈앞에 다가온 미 연준의 이번 달 FOMC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죠. 지금으로서는 테크 업계에 국한된 위기가 전체 산업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 동결 혹은 소폭(0.25%) 인상 예상이 대부분인데요. 금융 사태 안정과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토끼 두 마리를 잡는 묘책이 혹 나올지 아니면 한쪽을 선택하는 결과가 나올지 모두가 긴장된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
☕️ 새로운 테크는 늘 위기 와중에? AI로 인해 현재의 테크 산업은 거대한 전환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는 중이죠. 어제 자 악시오스의 테크 뉴스레터 '로그인'은 이렇게 등장한 새로운 테크로 인해 거대한 전환이 시작된 시기가 매번 전체 경제 위기와 겹쳤다는 사실을 짚었는데요. 이 새로운 테크가 산업의 발전을 이끌면서 다시금 미국 경제를 침체에서 건지는 주요 원동력 중 하나가 되기도 했습니다. |
PC, 인터넷, 스마트폰이 모두 경제 위기와 겹쳐 나오고 발전했어요. |
- 1970~1980년대 미국 경제를 괴롭힌 인플레이션을 잡은 것으로 평가되는 폴 볼커 연준의장 시대인 1981년에 IBM이 PC(Personal Computer)를 세상에 내놓으면서 컴퓨터의 개인화 시대를 열었죠. 실업률이 최고 10.8%에 이르기도 했던 1981~1982년에 미국은 고통스러운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폴 볼커가 연준의장이던 시대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린 현재와 비교되곤 하는데요. 현 연준의장인 제롬 파월이 의도적으로 폴 볼커의 길을 걸으면서 의도적으로 경기 침체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어 왔죠.)
- 인플레이션을 잡고 성장을 이어온 1980년대를 뒤로 하고, 1990~1991년에 어김없이 찾아온 경기 침체 이후에는 바로 글로벌 인터넷 시대가 시작되었어요. 1990년대 초반 이후 인터넷은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요.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이 이제 본격적으로 결합하게 되었습니다.
- 2008년은 전 세계 금융 위기가 찾아온 해이죠. 미국은 현재 '대공황(Great Recession)'으로 불리는 경기 침체를 2008~2009년에 겪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 바로 아이폰이 등장하고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죠. 현재 챗GPT를 비롯한 각종 생성 AI의 등장은 바로 이 아이폰의 등장과 비교되기도 하고요.
기존의 테크 발전은 개인들에게 유용한 도구가 되었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스타트업들의 등장과 성장으로 산업 전체가 활기를 띠어가면서 발전했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가장 가까운 예로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모바일 기반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처럼요.
물론 AI의 발전이 어떤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어떤 파급 효과로 이어질지, 새로운 가능성은 구체적으로 무엇일지는 아직 더 드러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로서는 막대한 컴퓨팅 파워와 비용이 들어가는 이 사업을 끌고 갈 수 있는 건 빅테크 기업들이에요. 이들이 AI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선점하는 와중에 관련 산업의 토양이 어떻게 마련될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입니다.
SVB 파산 사태 이후 경제 전문가들이 점치는 경기 침체 가능성은 부쩍 커졌는데요. 침체가 온 이후에도 과연 새로운 테크의 발전이 이어지고 결국 경제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는 역사가 반복될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 |
☕️ 일단락되는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 미국이 지지난 주말에 빠른 행동을 보여주면서 한숨을 돌렸다면, 최근 몇 년간 잇따른 실책으로 위기에 빠진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 CS)로 인해 금융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유럽에서도 바쁜 주말이 지나갔어요. 결국 스위스 기반 최대 은행인 UBS가 두 번째로 큰 CS를 32억 5000만 달러(약 4조 251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스위스의 두 거대 금융 기관이 하나가 되게 되었습니다.
2008년 미국발 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이런 메가급 규모의 인수는 처음 있는 일이고요.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 국립은행이 CS에 500억 스위스 프랑(약 70조 3835억 원)을 투입하는 등의 적극적인 개입이 이루어졌음에도 구출에 실패하자, UBS가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1000억 달러(약 140조 7670억 원)가 넘는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주말 사이의 드라마가 숨 가쁘게 마무리되었어요.
SVB 사태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일어난 사태는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죠. 하지만 CS의 문제는 이미 몇 년간 지속되는 중이었어요.
CS는 2021년 3월에 파산한 그린실 캐피털(Greensill Capital)에 투자를 했었고, 결과적으로 100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의 펀드가 큰 타격을 받았죠. 이어서 바로 4월에는 빌 황(Bill Hwang)의 아케고스 캐피털 매니지먼트(Archegos Capital Management)가 무너지면서 난 손실만 50억 달러(약 6조 5390억 원)가 넘었고요. 작년에는 누적된 실책과 손실로 이들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고객들이 수십억 달러의 돈을 빼가는 상황에도 이르렀죠.
2022년 전체로 보면 예금이 40% 하락하는 등 위험이 높아지고 있었고, 총 73억 스위스 프랑(약 10조 2790억 원)의 순손실을 냈어요. 2021년에도 순손실은 17억 스위스 프랑(약 2조 3940억 원)이었죠.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2022년은 최악의 실적을 낸 해로 기록되었지만, 이미 CS의 위태위태한 행보는 오래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렇게 몇 년간의 실책과 최악의 실적이 누적되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 이번 사태에 결정타가 된 것은 (이미 9.9%의 지분을 소유 중이던) 사우디국립은행이 CS에 추가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블룸버그 TV 인터뷰를 통해 밝히면서 인데요. 이는 투자자들과 (굉장히 보수적인) CS의 자산 관리 고객들의 불안이 증폭되게 만들었죠. CS는 2022년 말까지 총자산이 5740억 달러(약 751조 원)에 이르렀어요. 하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브레이킹 포인트'를 마주하게 된 것이에요.
이제 유럽에서도 이번 은행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돌아보는 작업은 시작되었습니다. 당분간은 미국과 유럽 양쪽의 은행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
[전기차] #폭스바겐 #노스볼트 2. 유럽은 계속 가만히 있을까 |
유럽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과 함께 자동차 산업을 주도하는 양대 시장이었어요. 하지만 본격적인 전기차 전환을 앞두고 급부상하는 중국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강력한 자국 중심 정책을 펼치는 미국 사이에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요.
유럽 안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상응하는 수준의 보조금 정책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될 거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
폭스바겐은 세 번째 배터리 공장을 (유럽이 아닌) 캐나다에 짓는다고 발표했어요. © Volkswagen |
폭스바겐이 북미에 발 걸친 이유 유럽의 대표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은 허버트 디에스에서 올리버 블루베로 CEO가 변경되지 6개월만에 대대적 투자 계획을 밝혔고 그 안에 북미 투자가 포함됐어요. 투자 계획의 골자는 향후 5년간 전기차 사업에 1800억 유로(약 252조 원)를 투자한다는 내용이에요. 소프트웨어 개발 및 원자재 확보와 배터리 생산까지 모두 포함된 예산인데요. 폭스바겐은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배터리를 수급하는 것만이 아니라 직접 배터리를 제조하고자 해요. 폭스바겐의 배터리 제조사 이름은 파워코(PowerCo)로 첫 공장은 독일에 있고, 두 번째 공장은 지난주 스페인에서 착공을 시작했어요.
헌데 폭스바겐이 세 번째 대규모 배터리 생산지역으로 유럽이 아닌 캐나다를 선정해 이목을 끌었어요. 폭스바겐은 이번 달 초에 20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를 들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에 순수 전기 트럭과 SUV를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던 터라, 미국 보조금을 염두에 두고 북미 지역에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유럽 제조사들의 커지는 불만
폭스바겐의 선택을 두고 유럽 안에서는 투자 유인책이 부족해 투자금을 뺏기고 있다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어요. 폭스바겐의 (이사회 멤버이자) 기술 책임자인 토마스 슈몰(Thomas Schmall)은 유럽이 배터리 개발에 뒤처져 있고 IRA의 조건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유럽이 투자 경쟁에서 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죠. 실제로 파워코의 두 번째 공장이 있는 스페인에서는 공장 건설에 8억 8000만 유로(약 1조 1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했는데요. 유럽 제조사들이 북미 지역으로 가서 IRA의 혜택을 받는다면 최대 100억 유로(약 13조 9000억 원)를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럽의 혜택이 턱없이 적다고 비판해요. 폭스바겐이 투자하기도 한 스웨덴의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Northvolt)도 보조금 지원 정도에 따라 유럽과 미국 중 차기 부지를 고민해 정할 것이라고 해요. 자신을 아시아와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유럽산' 배터리사로 포지셔닝하는 이 회사는 유럽이 지금처럼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폭스바겐과 같은 이유로 유럽이 아닌 북미로 생산지역을 정할 수 있다고 하고 있죠. 노스볼트는 스웨덴에 첫 공장을 설립할 때 2200만 달러(약 290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는데, 미국에 짓는다면 80억 달러(약 10조 원)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도 독일 제조사인 BMW는 (IRA의 혜택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멕시코에 전기차 기반 시설을 짓는 데 8억 유로(약 1조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고요. 영국 기반의 전기차 스타트업 어라이벌은 IRA의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영국 사업을 접고 미국에 집중한다고 밝혔죠. 폭스바겐도 북미로 향하고 노스볼트도 이제 노골적으로 저울질을 하기 시작한 것이에요.
참고로 미국은 역내 차량 생산 시 소비자에 7500달러의 세금 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배터리를 북미 지역에서 생산한다면 1kWh당 35달러의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요. IRA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미국의 '의지'를 읽은 제조사들이 이에 따라 움직이고 있죠.
대응 정책을 내놓긴 했지만 그간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정책에 대응하는 유럽판 IRA를 내놓을 것으로 예고가 되었어요. 유럽 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그린딜 산업 계획(Green Deal Industrial Plan)'을 지난 2월에 발표했는데요. 후속 조치로 전략 산업의 필수 원자재 공급망을 관리하는 핵심원자재법(Critical Raw Materials Act, CRMA)과 청정기술 산업을 육성하는 탄소중립산업법(Net Zero Industry Act, NZIA)을 지난주 발표했어요. CRMA는 구리나 리튬과 같은 전략 원자재를 가공하는 각 단계에서 특정 국가의 의존도가 65%가 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 중국 등에 의존하는 비율을 낮추고자 했어요. NZIA에서는 민관 자금을 활용해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 들어갔고요. 하지만 행정절차 완화, 공공기관 프로젝트 입찰 시의 가점 정도가 인센티브이며, 자금 지원의 규모나 구체적인 조건 등은 확인이 되지 않아요.
이 때문에 그린딜 산업 계획이 IRA에 상응하는 수준의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반응이에요.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전환을 지원하는 내용도 언급이 되어 있지 않고요. 계속 어려워지는 유럽 상황
물론 유럽은 미국과 사정이 달라요. 미국은 향후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주지 않기 위해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목적이 명확했어요. 핵심 원자재 등 전기차 산업의 공급망 자체가 중국 의존적이었기 때문에 산업의 판 자체를 개편하기 위해 IRA를 설계한 것이죠. 기존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계산이기도 했고요. 반면 유럽의 최대 자동자 제조사인 폭스바겐은 절반가량의 수익을 중국에서 올리는 회사이고 메르세데스-벤츠를 소유한 다임러의 최대 주주는 중국 최대 국영 자동차 회사인 베이징자동차(BAIC)예요. 원자재 공급망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춘다고는 해도 미국처럼 특정 국가를 배제하고 유럽에서 관련 산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배타적, 차별적으로 인센티브를 줄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유럽은 이제 (EU 소속이 아닌) 영국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데요.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빠르게 자동차 산업의 쇠퇴기를 맞았어요. 영국산 배터리 제조라는 희망으로 브리티시볼트를 유니콘으로 키워보려 했으나 파산으로 끝이 났고요(브리티시볼트는 호주 기업이 인수했어요). 타타그룹은 현재 배터리 공장 부지를 놓고 스페인과 영국 사이에서 막판 고민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고, 영국은 절치부심하여 타타그룹을 붙잡기 위해 인센티브를 준비 중이라고 해요. 3월 말에 '그린 데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되는 환경 정책에 해당 내용이 포함된다고 하는데, 영국이 IRA에 대응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조처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영국마저 자국 보호적인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유럽은 계속 '중립적인' 입장을 지킬 수 있을지, 아니면 점점 거세지는 주변국과 제조사들의 압박에 따라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는 산업 보호 정책을 내놓을지가 앞으로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이에요.
By 캐롤라인 *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이슈를 전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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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해 있는 것이 바로 이 테크 업계이고,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의 든든한 지원자였던 SVB의 파산 사태에서도 보듯이 이제 그 위기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중입니다. 미국 정부가 발 빠르게 사태의 진화에 나선 것은 이제 그 산업 비중이 커진 테크 업계가 어려움에 빠져 경제 위기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죠.
테크 산업의 위기는 곧 전체 경제 위기로 직결될 수 있는 구조가 어느덧 되기도 했는데요. 더 큰 위험을 막기 위한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지금까지 잘 피해 온 경기 침체를 이번에는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중입니다.
테크 업계 해고를 꾸준히 트래킹하고 있는 레이오프스.fyi에 의하면 2023년 현재까지 500개가 넘는 회사에서 14만 8000명이 넘는 인원을 해고한 상황이에요. 2022년 전체 숫자는 1050여 개 회사에서 약 16만 1400명이었어요. 아직 1분기가 지나지 않은 현재 테크 업계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가팔라지고 있는지를 볼 수 있죠.
작년에 테크 업계에 본격적인 해고가 시작될 때만 해도 해고된 직원들을 위해 새로운 자리를 소개해 주기도 하고, 역량이 워낙 뛰어난 이들이니 재취업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구조조정 상황의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죠.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그런 분석은 보기 좋게 틀릴 상황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해 온 것과는 다르게 뛰어난 역량을 가진 테크 인재들이 다시 자리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게 되었어요. 경기는 위축되어 가는 중이고, 아마존과 메타라는 빅테크가 또 구조조정에 나선 이상 다른 기업들도 모두 이번을 구조조정의 적기로 보고 따라나설 수 있다고 예상되고 있어요. 테크 업계는 이제 전체적인 조정 작업에 돌입한 듯합니다.
현재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은 진화된 듯하지만, 이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또 어떤 위험이 발생할지에 대해서는 먼지가 조금 더 가라앉으면서 살펴야 합니다. 이들은 이제 자산을 대표적인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로 옮기는 모습도 보이는 중인데요. 지금까지 받던 환대와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의) 대출 등의 지원을 대형 은행들로부터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요.
폭스바겐은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배터리를 수급하는 것만이 아니라 직접 배터리를 제조하고자 해요. 폭스바겐의 배터리 제조사 이름은 파워코(PowerCo)로 첫 공장은 독일에 있고, 두 번째 공장은 지난주 스페인에서 착공을 시작했어요.
헌데 폭스바겐이 세 번째 대규모 배터리 생산지역으로 유럽이 아닌 캐나다를 선정해 이목을 끌었어요. 폭스바겐은 이번 달 초에 20억 달러(약 2조 6000억 원)를 들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에 순수 전기 트럭과 SUV를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던 터라, 미국 보조금을 염두에 두고 북미 지역에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유럽 제조사들의 커지는 불만
실제로 파워코의 두 번째 공장이 있는 스페인에서는 공장 건설에 8억 8000만 유로(약 1조 1000억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했는데요. 유럽 제조사들이 북미 지역으로 가서 IRA의 혜택을 받는다면 최대 100억 유로(약 13조 9000억 원)를 지원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럽의 혜택이 턱없이 적다고 비판해요.
폭스바겐이 투자하기도 한 스웨덴의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Northvolt)도 보조금 지원 정도에 따라 유럽과 미국 중 차기 부지를 고민해 정할 것이라고 해요. 자신을 아시아와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유럽산' 배터리사로 포지셔닝하는 이 회사는 유럽이 지금처럼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폭스바겐과 같은 이유로 유럽이 아닌 북미로 생산지역을 정할 수 있다고 하고 있죠. 노스볼트는 스웨덴에 첫 공장을 설립할 때 2200만 달러(약 290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는데, 미국에 짓는다면 80억 달러(약 10조 원)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도 독일 제조사인 BMW는 (IRA의 혜택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멕시코에 전기차 기반 시설을 짓는 데 8억 유로(약 1조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고요. 영국 기반의 전기차 스타트업 어라이벌은 IRA의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영국 사업을 접고 미국에 집중한다고 밝혔죠. 폭스바겐도 북미로 향하고 노스볼트도 이제 노골적으로 저울질을 하기 시작한 것이에요.
참고로 미국은 역내 차량 생산 시 소비자에 7500달러의 세금 공제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배터리를 북미 지역에서 생산한다면 1kWh당 35달러의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요. IRA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미국의 '의지'를 읽은 제조사들이 이에 따라 움직이고 있죠.
CRMA는 구리나 리튬과 같은 전략 원자재를 가공하는 각 단계에서 특정 국가의 의존도가 65%가 넘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을 넣어 중국 등에 의존하는 비율을 낮추고자 했어요. NZIA에서는 민관 자금을 활용해 탄소중립 프로젝트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 들어갔고요. 하지만 행정절차 완화, 공공기관 프로젝트 입찰 시의 가점 정도가 인센티브이며, 자금 지원의 규모나 구체적인 조건 등은 확인이 되지 않아요.
이 때문에 그린딜 산업 계획이 IRA에 상응하는 수준의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반응이에요.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전환을 지원하는 내용도 언급이 되어 있지 않고요.
계속 어려워지는 유럽 상황
반면 유럽의 최대 자동자 제조사인 폭스바겐은 절반가량의 수익을 중국에서 올리는 회사이고 메르세데스-벤츠를 소유한 다임러의 최대 주주는 중국 최대 국영 자동차 회사인 베이징자동차(BAIC)예요. 원자재 공급망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춘다고는 해도 미국처럼 특정 국가를 배제하고 유럽에서 관련 산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배타적, 차별적으로 인센티브를 줄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유럽은 이제 (EU 소속이 아닌) 영국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데요.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빠르게 자동차 산업의 쇠퇴기를 맞았어요. 영국산 배터리 제조라는 희망으로 브리티시볼트를 유니콘으로 키워보려 했으나 파산으로 끝이 났고요(브리티시볼트는 호주 기업이 인수했어요).
타타그룹은 현재 배터리 공장 부지를 놓고 스페인과 영국 사이에서 막판 고민을 하고 있다고 알려졌고, 영국은 절치부심하여 타타그룹을 붙잡기 위해 인센티브를 준비 중이라고 해요. 3월 말에 '그린 데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되는 환경 정책에 해당 내용이 포함된다고 하는데, 영국이 IRA에 대응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조처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요.
영국마저 자국 보호적인 정책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유럽은 계속 '중립적인' 입장을 지킬 수 있을지, 아니면 점점 거세지는 주변국과 제조사들의 압박에 따라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는 산업 보호 정책을 내놓을지가 앞으로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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