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은행 위기는 오지 않는다

[부엉이의 차트피셜] 6화. 위기론이 솔솔 피어오를 때의 대처 방법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었습니다. 유럽에서는 크레디트 스위스가 무너지려고 하자 이런 우려는 증폭되었고요. 다행히 크레디트 스위스 사태도 스위스의 규제 당국이 UBS에 인수를 중재하며 빠르게 제압했고, 사태가 진정되었죠.

하지만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지속해서 '금융 위기'에 대한 우려는 가라앉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실체가 보이지 않는 징후들이 제기되기도 하면서요. 

모두가 볼 수 없는 징후는 과연 있는 것일까요?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를 미리 예견했던 여러 유명한 이야기들처럼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이들이 나오는 상황이 될까요? 

오늘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현재 상황이 그렇지 않음을 세부 지표를 살펴보며 진단합니다. 현재 상황이 2008년과 왜 본질적으로 다른지 쉽게 짚어보고, 이번엔 상업용 부동산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아직까지는 그 근거가 약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요.  

위기에 대한 걱정이 있다면, 그리고 주변에서 누가 위기를 말하고 있다면 이 이야기를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끝까지 읽어보시려면 샷 추가해 보세요!)

[부엉이의 차트피셜] 6화.
미국 은행 위기는 오지 않는다
위기론이 솔솔 피어오를 때의 대처 방법
긴박했던 3월의 기록
올해 글로벌 금융 산업은 금융기관들이 연쇄 도산한 2008~2009년 이래 가장 큰 소란을 겪었다.

미국 은행 중 자산 규모 16위인 실리콘밸리 은행(SVB)이 파산하자 뉴욕에 위치한 시그니쳐 은행(Signature Bank)이 연쇄 도산하면서 은행 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것이다. 은행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예금주들이 중소형 은행에 맡겨 둔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폭풍처럼 지나간 3월의 일지를 잠시 살펴보자.
주말도 없이 3월 내내 금융 위기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과 유럽의 규제 기관들이 '열일' 했다. (자료: 월스트리트저널)
은행들은 갑작스러운 예금 인출에 대응할 현금 유동성이 부족했고, 중앙은행은 국채를 담보로 서둘러 대출을 해주는 등 긴급 대책을 마련했다. 미국 대형 은행들도 공동으로 자금을 모아 유동성 위험을 겪는 중소형 은행에 예치하는 민간 차원의 구제책을 실행했다.

미국 규제 당국과 대형 은행들의 합동 대응으로 미국 내 은행 위기는 진정되는 듯했으나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바다 건너로 넘어갔다.

작년 큰 규모의 손실을 기록한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의 안정성 우려가 불거지면서 유럽 은행들의 조달 비용이 치솟았다. 스위스 규제 당국은 스위스 1위 은행인 UBS(Union Bank of Switzerland)와 2위인 크레디트 스위스를 합병시켜 간신히 사태를 수습했다.

다행히도 크레디트 스위스 구제 이후 추가적인 뱅크런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긴박했던 3월이 지나간 후 현재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양새다.

실리콘밸리를 넘어 번질 뻔 했지만
은행 위기는 전통적인 금융산업과 거래가 먼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됐다. 1983년 설립된 실리콘밸리 은행은 주로 스타트업과 테크 기업에게 대출을 주선했다. 또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을 서로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도 했다.

스타트업들이 투자받은 돈을 실리콘밸리 은행에 예치하면서 은행의 운명은 테크 산업에 단단히 엮였다.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First Republic Bank)도 부유한 테크 기업 직원과 설립자들을 상대로 대출을 해주고 예금을 받으면서 테크 산업 노출이 커지게 됐다.

2020년 이후 테크 주식들이 급등하는 기간 실리콘밸리은행과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는 나스닥 움직임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2020~2021년 테크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실리콘밸리 은행도 큰 수혜를 받았다. 테크 기업들에 투자금이 쏟아지면서 예금 규모가 급증한 것이다. 실리콘밸리 은행은 넘쳐나는 예금을 부도 위험이 없는 장기 국채와 정부 보증 모기지 채권에 투자했다.

연방준비은행(연준)의 이자율 인상과 함께 스타트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리콘밸리 은행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추가 자금 조달에 실패한 스타트업들이 은행에 예치한 현금을 꺼내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객들의 예금 인출에 대응하기 위해 앞서 투자했던 장기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매각하면서 장부상 손실이 발생했다. 

부도 위험이 없는 정부 채권이지만 금리 상승으로 평가손이 발생한 상황이라 당장 매각하면 손실이 확정된다. 해당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할 수 있다면 매입 금리(만기수익률(YTM) 기준)를 매년 수익으로 계상할 수 있지만 예금이 계속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매각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최근 금리 인상으로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가장 취약해졌기 때문에 해당 산업에 노출이 가장 큰 은행에서 위기가 발생했다.
미국 지역 은행 주가지수(데이터: 블룸버그, 2018년 3월 주가를 100으로 조정)
이들만 놓고 보자면 큰일이 날 것만 같은 상황이다.
다른 은행들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근데 지금 다른 은행들의 상황은 어떨까?

제조업 및 일반 서비스 고객 비중이 높은 미국의 다른 지역 은행들은 금리 인상에도 여전히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S&P 글로벌은 자이언 방코프(Zion Bancorp), 코메리카(Comerica) 등 다른 대형 지역 은행들은 2023년에도 미국 은행 평균 순이자마진(3.02%)보다 높은 3% 후반대의 순이자마진을 유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당연한 말이기도 하지만 금리 인상은 은행 수익성을 개선 시킨다. 은행들은 이자를 거의 지불하지 않는 요구불예금을 예치하고 있다. 시중 금리가 오르면 은행은 낮은 예금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서 높은 금리에 대출할 수 있게 된다.

참고로 국내 시중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2020년 4분기를 저점으로 매 분기 상승 추세이다. 주요 은행들의 경우, 2%를 넘거나, 2%에 육박한다. 이자를 거의 지급하지 않는 예금 계좌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은 2021년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작년에도 높은 이익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은행의 경우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순이자마진이 개선되는 상황이다.
2008년 9월에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했다. 이미 시장은 2007년부터 심각한 위기 징후를 나타내고 있었다.  © 월스트리트저널
2008년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혹자는 금번 지역 은행 파산이 향후 2008년과 같이 대량 은행 도산의 시발점이라고 우려한다.

실제로 미국 모기지 업체 첫 파산은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채지 못한 2007년 4월에 발생했다. 4월 뉴센츄리 파이낸셜(New Century Financial)이 파산하고, 8월 아메리칸 홈 모기지(American Home Mortgage Investment Corporation)이 무너졌다. 2008년에는 다수의 금융 기관들이 연쇄적으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 주택 시장이 완전히 곪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은행 위기와 지난 금융위기는 본질적으로 다른 측면이 있다. 이번의 경우, '유동성' 위기라면 지난 금융위기는 '신용' 위기를 동반했다. 간단히 아래의 사례를 되짚어 보면 상황에 대한 이해가 더욱 쉬워진다.

우선 '유동성' 위기는 어떻게 발생하는 걸까?

  • 실리콘밸리 은행이 1% 이자를 주기로 하고 예금 100달러를 받았다. 그리고 부도위험이 없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100달러어치를 2% 금리에 샀다. 해당 은행이 10년 동안 국채를 보유한다면 매년 1%의 이자를 주고도 1달러의 수익을 얻게 된다.

  • 하지만 고객이 예금 전액 인출을 요구했는데, 국채 가격이 일시적으로 95달러로 하락해 있다면? 은행은 어쩔 수 없이 국채를 매각하고 5달러의 손실을 본다. 고객이 예금을 인출하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손실이다.

반면, '신용' 위기가 발생하면 예금 인출 여부와 상관없이 은행에 문제가 발생한다.

  • 실리콘밸리 은행이 1% 이자를 주기로 하고 예금 100달러를 받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A전자와 B자동차에 각각 50달러를 이자율 5%에 대출했다.

  • 차입자가 원리금을 갚는다면 매년 4달러씩 수익을 얻을 것이다. 하지만 A전자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부도를 낸다면 어떨까? 실리콘밸리 은행은 어떻게 해도 예금자에게 50달러를 온전히 돌려줄 방법이 없다. 외부에서 증자를 하거나, 구제 금융을 받아야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다.
위 이미지는 영화 <빅쇼트>의 장면이다. 일 잘하는 똑똑한 괴짜들이 모인 작은 헤지 펀드가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고 금융위기가 올 수 있음을 감지한 대형 투자은행의 펀드 매니저와 협업해 부동산 시장이 무너진다는 데 큰 베팅(이른바 '빅 쇼트')을 한다. 아래 이미지는 영화 <마진콜>의 장면이다. '어느' 월스트리트 대형 투자은행의 회장은 금융 위기를 감지하고 부실 채권을 다른 은행들에게 먼저 팔아치우자는 결정을 내린다. 근데 이들처럼 미리 봐야 할 징후가 지금 있을까?
'신용' 위기가 불러온 지난 금융위기
역사를 되짚는 두 가지 은행 파산 케이스도 돌아보자.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대폭 하락한 에너지 가격의 여파로 1984년 당시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파산 사태였던 컨티넨탈 일리노이(Continental Illinois) 은행과 역사상 가장 큰 규모 파산이 된 2008년 워싱턴 뮤추얼(Washington Mutual) 은행이 파산했을 때는 이미 대출 자산에 부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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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부엉이는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릴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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