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고가 바다에 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디의 리테일 우화] 4화. 룰루레몬 그리고 갭도 잘하는 중인 '재고 관리'
간밤에 미국은 3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0% 상승했다고 발표했죠. 거의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의 상승을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은 조금씩 줄어드는 모습입니다. (다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았고요)

이렇듯 CPI 상승률이 점차 낮아진 현상은 각 리테일 기업들이 그동안 쌓인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기 시작한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동안 발생한 공급망 병목 현상이 풀리고, 소비 증가가 지속되리라 예측해 생산 증대를 유지했던 기업들의 재고는 위험한 수준에까지 이르렀었는데요. 다행히 한계선을 넘기 전에 재고 줄이기에 나선 각 기업들의 '재고 관리'는 실적 상으로는 효과를 내는 중이에요.

오늘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바로 이 재고 관리는 리테일 기업들이 늘 가장 잘 운영해야 할 사업 영역이기도 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이는 더 중요하다는 점을 짚어줍니다.

리테일 시장의 재고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물가가 떨어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중인 점을 일러주는데요. 이야기에 담긴 팬데믹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데이터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현재 리테일 산업과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결론에 이르게 돼요.

리테일 기업들이 '운영의 묘'를 발휘하면서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 앞으로 소비자들은 어떤 점을 체크해야 하는지 확인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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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디의 리테일 우화] 4화.
재고가 바다에 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룰루레몬 그리고 갭도 잘하는 중인 '재고 관리'
오늘의 이야기는 이 그래프로 시작해서 빌드업되는 이야기이다. 팬데믹 동안 해외에서 쓰지 않은 돈은 곧 내수 소비가 확대되는 결과였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보인 현상이다. (데이터: UNWTO(세계관광기구)) 
영구적일 것 같았던 소비 변화
팬데믹이 이어지는 동안 사람들의 일상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엔 잠시 이러다 지나가겠지 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오랜 기간 일상에 제약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제약은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코로나가 처음 발병하였던 때 2020년 사람들은 밖에 나갈 수 없었다. 각 국가가 감염병을 막기 위해 시민들의 이동에 각종 제한을 두던 때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이 때문에 차량 이동이 줄면서 연료 소비가 16% 줄었고, 외식 소비도 16% 감소했다.

외식 대신 가정에서 식사하는 집밥 소비가 늘면서 식료품 매출이 9% 증가했고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다 보니 인테리어 교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건축 및 자재 판매액도 12%나 증가했다.

그러나 해외 여행은 크게 감소했다. UNWTO(세계관광기구)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해외 여행 소비는 이번 팬데믹 전인 2019년에 1323억 달러(약 175조 원, 미국 내수 소매 시장 약 6조 1800억 달러(약 8182조 원)의 2.1%)를 기록했으나 2020년에는 342억 달러(약 45조 원)로 74% 급감했다(미국 내수 소비 시장의 0.6%).

하늘길이 막히면서 해외 여행을 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해외 여행은 2021년에도 쉽게 회복되지 못하면서 569억 달러 수준에 그쳤다. 2020년보다 회복되긴 하였지만 이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 2019년 대비 43%에 불과한 수치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했다. 한국의 경우 2019년 33조 원이었던 해외 여행 소비는 2020년에 15조 원까지 감소했다. 국내 소비 시장 전체의 7% 수준이었던 해외 여행 소비 비중이 2020년에는 겨우 2.7%를 기록했다. 한국의 해외 여행 소비는 2021년에는 2% 수준인 12조 원까지 다시 한번 감소하기도 했다.
팬데믹 이후 파산의 위험에도 이르렀던 메이시스는 재고 관리도 잘하면서 실적이 호전되었다. 물론 많은 매장들이 문을 닫았고, 경영 효율화를 위해 여전히 매장을 정리하는 중이기도 하다. 하지만 팬데믹을 지나는 동안 소비 패턴의 변화는 영구적일 것만 같았는데 또 그렇지는 않다. 백화점 업계는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데 쓰지 않은 돈은 결국 쓴다
사람들은 팬데믹으로 해외 여행을 다닐 수 없게 되었지만 각자 나름의 소비를 즐겼다. 감염병으로 생긴 일상의 제약은 또 다른 소비로 분출된 것이다. 팬데믹 초기에는 집 밖 외출도 삼가던 사람들이 점차 타인과 접촉이 없는 야외활동, 예를 들면 사이클링과 같은 개인 스포츠를 즐기거나 캠핑을 떠나기도 했다. 

비행기 타고 멀리 여행은 못 가지만 한적한 근교로 나가 개인적인 취미 활동을 즐기는 경우가 더 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팬데믹 2년 차였던 2021년에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1년간 움츠러들었던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사람들이 외출을 하기 위해 옷을 사고 그 옷을 판매하는 백화점은 2021년에 단번에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매출 규모를 넘어섰다. 

2019년 미국의 백화점 업계 매출액은 1351억 달러(약 178조 원)였는데 2020년 백화점 업계 매출액이 1135억 달러(약 150조 원)로 16% 감소하였다가 2021년에 1388억 달러(약 183조 원, 2019년 대비 2.7% 상회)까지 회복했다. 팬데믹으로 소비가 위축됐던 자동차, 가구, 의류 및 신발 등의 카테고리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여행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소비가 급반전에 급증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비싼 실내용 자전거와 운동 스트리밍 서비스를 결합한 펠로톤 열풍도 기억할 것이다. (데이터: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
과거의 모든 패턴이 바뀐 이후
이러한 소비를 즐길 수 있었던 데는 재난지원금과 같은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도 영향을 미쳤지만,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다니며 쓰던 예산이 자국의 소비로 대체된 효과가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앞서 미국인들의 해외 여행 지출이 2019년 1323억 달러에서 2020년에 342억 달러로 급감했다고 언급했는데, 2020년 해외 여행을 하지 못해서 생기는 여유 자금은 단순히 생각하면 약 981억 달러(약 129조 원)이다. (= 2019년 해외 여행 지출 1323억 달러 - 2020년 해외 여행 지출 342억 달러)

같은 논리로 2021년의 여유 예산은 754억 달러(약 99조 원)가 된다. 이렇게 생긴 여윳돈은 2021년 미국 리테일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20%의 고성장을 만들어냈다. 사실 소매 시장이 연 20% 성장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2%를 하회하는데 백화점이나 마트에 주기적으로 1~2번 가던 것이 3~4번으로 횟수가 늘지 않는 한 매년 물가 상승률만큼 소매 시장이 성장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경기가 좋아 소득이 증가하면 전에 사지 않던 값비싼 물건을 구입하기도 하고, 평소 쇼핑을 즐겨하지 않던 사람도 백화점에서 고급 정장을 마련하기도 한다.

구매하는 물건의 단가, 즉 물가(P, Price)가 완만히 오르고 사람들이 쇼핑하러 나서는 빈도수, 즉 구매 건수가 증가하면서(Q, Quantity) 전체 판매액이 증가할 때 그 증가분이 바로 소매 시장의 성장률이 되는 것이다.
나이키는 최근 개봉해 호평을 받는 영화 <에어>로도 재고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에어>는 나이키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 시킨 동력인 '에어 조던'이라는 브랜드의 탄생기를 다룬 영화다. (이미지: 영화 <에어> 중)
물가 상승과 공급망의 상관관계
2020년에 팬데믹이 시작되었지만 미국의 내수 소비는 감소하지 않고 0.6% 성장했다. 앞서 설명했듯이 품목별로 성장률 편차가 크긴 했지만 소매 시장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소비가 나쁘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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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조디의 이름은 유정현이다. 증권사 리서치 부문에서 20여 년간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국내외 소비 시장을 분석하며,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소비재 기업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경제 주간지들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매년 선정되기도 했다.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소비재 산업과 그 안의 주목해야 할 지표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하는 롱폼(Long-form) 아티클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소비하는 상품의 산업이 어떤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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