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AI는 메타버스로 이어진다

1. 메타버스로의 지름길, 2. 결국 가격이 문제, 3. 소셜미디어 카피
오늘은 빅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포기하고 AI에 집중하기로 했지만, 결국 AI가 다시 메타버스를 살리는 길이 된다는 이야기를 먼저 전해드립니다. 현재 생성AI를 비롯한 각종 AI 기술의 발전은 메타버스를 더 잘 구현하는 조각을 만드는 길이라는 점을 직관적인 사례로 들면서요.

이어서 미국 EPA가 발표한 새로운 전기차 비율 목표의 의미와 전기차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무엇이 중요하다고 꼽히는지 알아봅니다. 그리고 서브스택이 네트워크 효과를 키우기 위해 만든 소셜미디어 '노트'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살펴볼게요.

+ 샷 추가하시면 더 많은 이야기 받아보실 수 있어요. 이번주엔 반도체 시장을 바라보는 롱폼 아티클인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도 이어집니다.

[빅테크] #메터버스 #AI와합체
1. 메타버스로의 지름길은 AI?
"메타버스?" 다시 생각하는 빅테크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어려워지며, 기업들이 품었던 다양한 장밋빛 미래는 현실이라는 단단한 콘크리트 벽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그중 가장 큰 키워드는 바로 '메타버스'였죠. 그리고 그중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할 만큼 메타버스에 대한 비전에 열의를 보였었는데요.

지난 3월에 메타에서 1만여 명을 해고하며 직접 쓴 글에서 저커버그는 "우리의 가장 큰 규모의 투자는 AI를 발전시키고 모든 제품에 탑재하는 것입니다. (Our single largest investment is in advancing AI and building it into every one of our products)"라는 문장을 통해, 앞으로 메타의 투자가 메타버스 하나만이 아닌, AI와 함께 할 것임을 드러냈습니다.

실제로 메타 내에서 오큘러스 퀘스트, 호라이즌 월드 같은 AR/VR 중심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담당하는 리얼리티 랩스는 2022년 13억 7000만 달러(약 1조 8080억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어요. 거액을 쏟아부었는데도 뚜렷한 성과나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속된 금리 인상, 시장 상황의 급변, 생성AI의 급부상 등으로 뱃머리를 돌리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애플도 메타버스의 근간이 되는 AR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인 대표적인 기업이죠. 이들이 오랜 기간 준비 중인 혼합 현실(Mixed-Reality) 기기는 올해 6월 WWDC에서 공개될 것이라는 루머가 나온 상황이고요. 하지만, 최근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 내부에서 헤드셋 런칭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해요. 3000달러에 이르는 비싼 가격대와, MR 헤드셋이라는 제품 자체의 유용성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것이에요.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최근 1만 명의 직원을 해고하며, 지난 2월에 산업용 메타버스 팀 자체를 해체하기도 했습니다. 산업용 메타버스 팀은 헬스케어, 에너지 등의 산업에서 기업 고객들을 상대로 메타버스에 관련된 사업을 하는 팀으로 작년 10월에 생긴 후 불과 4개월 만에 해체된 것이에요.

이처럼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가 줄어든 만큼, 반대급부로 AI에 대한 투자와 관심도가 올라갔는데요. 특히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텍스트의 생성, 이미지의 생성 비용이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고, 사진/이미지 내 사물을 인식하고 구분할 수 있는 기술, 소리를 듣고 이해하거나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 등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메타가 이제는 (메타버스가 아니라) AI에 집중하겠다고 한 이후 공개한 SAM(Segment Anything Model)은 그전에 공개한 오픈소스 언어 모델인 LLAMA에 비해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어요.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깃허브(GitHub) 내 관심 표현의 척도인 별표 수에서 SAM은 LLAMA를 빠른 속도로 앞질렀죠. 이런 AI 집중은 결과적으로 메타버스를 발전시키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이제 커지고 있어요. (이미지: star-history.com)
AI가 메타버스 지름길일 수 있다?
근데 '메타버스'는 도대체 무엇이었길래 메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해 수많은 테크 기업들이 메타버스라는 파이를 차지하고자 그토록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었을까요?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는 수도 없이 많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추구하던 메타버스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던 요소는 바로 "디지털 세상과 현실 세계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으로 보면,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것은 오히려 메타버스라는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퍼즐 조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 그런지 한 번 살펴볼까요? 디지털 세상과 현실 세계의 경계를 없애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가장 우선되는 조각: '실재감'
우선 먼저 중요한 퍼즐 조각은 '실재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세상의 인물이나 사물이 현실 세계에 구현되어도 어색하지 않거나, 현실 세계의 인물/사물이 사이버 공간에 구현되어도 어색하지 않아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기계가 카메라를 통해 주변의 현실 세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인식한 주변 환경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상에 잘 표현해 주어야 합니다.

메타의 SAM(Segment Anything Model)은 이를 가장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에요. SAM을 통해 기계는 이미지 및 영상 내에서 다양한 요소들을 자유롭게 분리하거나, 구분하거나, 선택하거나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인식한 사물들을 외부의 서비스로 자유롭게 연동할 수도 있습니다. 기계가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중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분별할 줄 알게 된다는 것이죠.
이미지를 클릭하면 사용자의 시선에 따라 물체를 선택, 구분하는 SAM을 볼 수 있어요.
기계가 현실 세계를 보고 사람과 사물을 이해하는 축을 SAM이 담당했다면, AI 기술 기업인 원더 다이나믹스(Wonder Dynamics)의 서비스는 이를 디스플레이에 구현하는 축의 사례입니다. 

이들의 기술에 기반한 AI 그래픽 서비스인 원더 스튜디오(Wonder Studio)는 AI를 통해 현실 인물들의 움직임을 인식해 가상의 그래픽 모델을 덧씌워 줄 수 있어요. 
역시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더 스튜디오가 어떻게 영상을 구현하는지 볼 수 있어요.
종합하자면, 1) 기계는 SAM과 같은 도구를 통해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2) 원더 스튜디오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에게 보여줄 부분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에요. 

바로 이어지는 조각: '상호 작용'
디지털 세상과 현실 세계의 경계를 없애기 위해 필요한 두 번째 퍼즐 조각은, 바로 '상호 작용'입니다. 앞서 다양한 AI의 능력을 통해 실재감 있게 구현된 디지털 세상에서 누구와도, 무엇과도 상호 작용할 수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겠죠.

챗GPT를 통해 구현된 '토끼 삼촌(Uncle Rabbit)'이라는 이름의 AI는 디스플레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대화할 수 있는 AI 친구(Companion) 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노래 가사를 말해주면 나머지를 알려 주기도 하고, 실 없는 농담을 건네기도 합니다. (예전부터 존재했던, 동문서답하는 AI를 상상하시면 안 돼요) (챗GPT로 구현되었기에) 대부분의 말을 높은 정확도로 알아들을 수 있어요. 

스칼렛 요한슨의 음성을 학습하고, 챗GPT 등 다양한 AI 모델들을 이어 붙여, 영화 <Her>의 사만다를 재현한 사례도 있습니다. 앞으로 사람들은 디지털로 구현된 인물/사물들과 점점 더 자유롭게 상호 작용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사람-기계 간의 상호 작용 말고, 기계-기계 간의 상호작용은 어떻게 될까요? 현재 대부분의 디지털 세상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멈추어 있는 세상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 안에만 존재하는 개체들이 사람이 없어도 자율적으로 행동하고 움직인다면 어떨까요? 

훨씬 더 실재감 있는 세상과 풍부한 상호작용을 사람에게도 제공할 것으로 보여요. 인간의 입장에선, 마치 현실 세계와 같이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 생태계와 교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니까요.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AI들이 모인 마을의 모습이에요. 스탠포드 대학교와 구글의 연구진이 진행한 실험이에요.
결국 메타버스 만드는 퍼즐 조각들
최근 스탠포드 대학교와 구글의 연구자들은 작은 마을 안에서 기억과 목표를 가지고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AI들을 관찰한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논문 링크)

마을 안에서 각 캐릭터는 자율적으로 침대에서 깨어나, 요리하고, 서로 대화하고, 출근을 하죠. 파티를 계획하기로 한 어떤 캐릭터는 다른 인물들을 초대하기도 하고요. 어떤 것도 미리 스크립팅 되거나 계획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아직 초기의 모델이지만, 가상 세계 안에서 AI들(게임에선 NPC(Non-playable character)라고 부르는)이 자율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해당 세상의 생동감을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게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에요. 미리 짜여진 대사만을 내뱉는 캐릭터가 아닌, 실제로 눈앞에서 나의 고민도 들어줄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메타버스 안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게 될 것입니다.

AI에 대한 연구 경쟁과 관심이 지금만큼 높지 않았던 2년 전, 당시의 뜨거웠던 트렌드 메타버스는 '잘 못 만든 3D 게임' 정도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디지털 세상과 현실 세계를 이어 줄 충분한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구현된 메타버스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지 못했던 것이죠. 그리고 그 이후 세상의 관심은 AI로 바뀌었고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 AI의 발전이 오히려 메타버스라는 커다란 퍼즐의 중요한 조각이 되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세상은 점점 더 디지털화되고 있으며, AI는 기계가 현실 세상을 이해하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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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O2O 스타트업에서 일했고, 현재는 글로벌 콘텐츠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스타트업, 웹3, AI 등 새로운 기술이 바꾸어 나가는 세상의 모습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전기차] #EPA #2030년까지67%
2. 전기차, 문제는 가격이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주 2032년까지 승용차와 소형 트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마일(약 1.6킬로미터)당 82그램 이하로 제한시킨다는 계획 초안을 발표했어요. 이를 환산하면 9년 뒤에는 각 자동차 회사가 판매하는 신차의 67%가 전기차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강력한 탄소배출 규제안이에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는 이상적인 목표라며 실현 가능성은 회의적으로 보고 있어요.
목표를 달성하려면 각 회사의 전기차 생산성이 기존 내연기관차량을 더 빨리 따라잡아야 해요.  
미국은 밀어붙이는데
이번 EPA의 승용차, 소형 트럭의 전기차 보급 목표 67%는 상당히 공격적인 수치예요.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 50%를 목표로 내걸었었고 블룸버그NEF에서는 미국의 전기차 보급률이 52%일 것이라고 예측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죠. 참고로 지난해 기준 미국 내 신차 판매 중 전기차의 비중은 5.8%예요. 

백악관 국가 기후 고문인 알리 자이디(Ali Zaidi)는 충전소 및 전기차 세금 인센티브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출이 급증하고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무공해 모델을 더 많이 판매하려는 계획을 고려해 기준을 강화했다고 설명했어요. GM, 벤츠, 볼보, 현대차의 제네시스, 도요타의 렉서스는 2030년까지 100% 전기차 전환을 약속했지만, 포드,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BMW, 현대차, 도요타 등은 대부분 50%를 목표로 삼고 있어 전통 제조사들에게 공격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셈이에요. 

경제성이 가장 중요함
파이낸셜타임스가 심도 있게 다룬 미국 소비자들의 기후 태도 설문조사를 보면 미 행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전기차 전환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여요. 시카고대학교 에너지 정책 연구소(Energy Policy Institute At The University Of Chicago)에서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7500달러의 보조금 혜택에도 불구하고 과반 이상의 사람들은 여전히 전기차로의 전환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요.

IRA 보조금을 받더라도 미국인 10명 중 2명만이 다음 차로 전기차를 구매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했어요. 전기차 채택을 꺼리는 이유는 높은 초기 구입 비용과 부족한 인프라 때문이에요. 

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10명 중 8명 이상이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는 이유로 '비싼 가격'을 꼽았고, 부족한 충전소도 문제로 지적했어요. 전기차 구매를 고려 한다면 휘발유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고,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세금 감면 혜택은 상기 이유들에 비해 비교적 중요도가 낮았어요.

인센티브가 당근이라면 채찍의 개념인 탄소세를 매기는 것도 전기차 전환을 앞당기는 방법이지만 쉽지 않아 보여요. 조사에 따르면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 미국인의 38%가 한 달에 오직 1달러를 추가로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어요. 전년 대비 14% 감소한 조사 이래 최저 금액이라고 해요.

전기차 보급률이 12.1%로 미국보다 높은 유럽연합(EU)에서도 사실 구매력(PPP*)이 높은 국가들 위주로 전기차를 많이 채택했어요. 신기술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보다는 전기차는 아직 '비싸서' 대중화가 늦어지고 있다는 조사의 지적이 일리가 있어요.
* Purchasing Power Parity, 구매력평가 지수를 기반으로 계산한 GDP

2022년 EU 국가별 전기차(플러그인 포함) 보급률 상위 10개국은 노르웨이(86%), 아이슬란드(64%), 스웨덴(47%), 덴마크(35%), 핀란드(32%), 네덜란드(30%), 독일(27%), 스위스(22%), 룩셈부르크(21%), 몰타(20%) 예요. 참고로 2022년 기준 전기차 평균 가격은 6만 1448달러(약 8000만 원)였어요.

아직 혼란스러운 시장
EPA의 계획은 초안으로 60일간 공공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에 최종 확정되어요. 이 기간 동안 시장을 어떻게 설득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현실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목표인지도 따져봐야 해요. 

2032년까지는 9년이 남았지만, 제조사들에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어요. 통상적으로 한 개의 신차 모델은 6년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현재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안정화된 구조와 비용 생산 체계를 갖추고) 한 자동차 회사 판매량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모델을 대량으로 생산하려면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딱 한 번의 사이클만 남은 셈이에요. 이를 위해선 단기간에 막대한 비용투자를 진행해야 해요. 

실제로 테슬라도 전기차로 수익을 내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 만큼 아직 기존의 차량 제조사들은 전기차 사업을 수익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일례로 포드는 지난해 전기차 부문에서 21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는 30억 달러(약 3조 9000억 원)의 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안정적인 공급망 필요
불안정한 공급망도 넘어야 하는 산이에요. 자동차 업계는 이제 막 원자재 확보에 나섰는데요. 목표대로 전 세계 전기차 사용량이 증가한다면 이 수요를 받쳐줄 충분한 리튬 등 원자재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리고 급격하게 변동되는 원자재 가격 또한 불안정한 수급이 계속되는 원인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급등하던 리튬 가격은 올해 들어 30% 이상 급락했어요. 코발트와 니켈 등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금속들의 가격도 동반 하락 중이라고 해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 차량 가격이 인하될 수 있지만 문제는 모두 갑작스럽게 가격이 오르고 내렸다는 점이에요. 높은 변동성은 투자를 지연시키기 때문이에요. 

일례로 최근 호주의 광산업체 저보이스 글로벌(Jervois Global Ltd.)은 낮은 원자재 가격을 이유로 (기대가 컸던 ) 미국 아이다호 코발트 프로젝트를 중단했어요. 프로젝트 착수 당시에 계획했던 수익성이 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기대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소개한 소비자 태도 설문조사 결과를 거꾸로 생각하면 '가격'을 해결하면 되는 문제라고 볼 수도 있어요. 

테슬라는 1월에 전 모델의 판매 가격을 최대 20%가량 내렸고 포드도 자사의 대표 전기차종인 마하-E의 가격을 최대 9% 인하하기로 했어요. 두 회사의 대형 배터리 공급 업체인 중국의 CATL은 일부 고객에게 배터리 가격을 할인해 준다는 뉴스도 있었고요. 아직 다른 제조사들은 가격 인하 전략을 쓰고 있지 않지만 가격 인하 전략이 (제대로) 통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면 높은 전기차 판매율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가격 검토를 할 수 있죠. 

전기차 전환의 두 번째 장애물로 꼽혔던 부족한 충전소 문제도 아예 해결할 길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백악관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는 현재 약 13만 개의 충전소가 있지만, 2030년에는 200만 개 이상의 충천소가 필요하다는 게 S&P글로벌의 조사 내용이에요. 

미 정부에서는 75억 달러(약 9조 8000억 원)을 들여 50만 대의 전기차 충전소를 만들 계획이에요. 추가적으로 공적 자금 투입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민간 영역에서도 전기차 충전 사업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어 희망적으로 보고 있기도 하죠. 최근 미국 패스트푸드점 치폴레, 서브웨이 및 세븐일레븐, 월마트에서 당사 지점들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67% 전기차 판매 비중 달성이라는 미 행정부의 야심 찬 계획이 선언으로 끝날지 실제 실현가능한 목표로 남을지 예측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경제적 요소 등 여러 방면에서 차근히 살필 필요가 있어요. 

오바마 이후 들어선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정부에서 수립한 100건이 넘는 기후 관련 정책을 원복시킨 이력을 생각하면, 이번과 같은 미 정부의 강력한 환경 규제가 얼마나 긴 시간 동안 힘을 받을지 장담하기 어렵기도 하죠. 물론 미래를 알기 힘든 내년의 대선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가격 인하 후 테슬라의 자동차 판매 추이와 미 정부의 지체 없는 충전 인프라 사업 투자, 민간 영역의 충전소 사업의 진출 계획이 중요한 지표들이 될 것으로 보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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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롤라인. 언론사와 스타트업을 거쳐 현재는 전기차 업계에서 일하고 있어요. 최신 전기차 트렌드와 그 후방산업인 배터리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미디어] #크리에이터이코노미 #업데이트

3. 소셜미디어까지 만드는 서브스택

서브스택이 지난주 새로운 서비스 노트(Notes)를 출시했어요. 크리에이터와 구독자가 링크, 텍스트(인용), 영상, 이미지 등으로 교류하고요. 그들이 서로 좋아요, 답장, 공유를 하며 소통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에요. 서브스택 앱에서 독립적인 탭으로 오픈됐죠. 

하지만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 서브스택의 유입자가 가장 큰 통로 중 하나인 트위터에서 사용자들이 서브스택의 링크가 삽입된 포스팅에 반응을 할 수 없게 되었는데요. 트위터와 유사한 소셜미디어 론칭 소식에 트위터가 견제구를날린 것으로 받아들여졌어요. (서브스택 CEO 크리스 베스트와 일론 머스크 간 설화가 오갔죠. 지금은 서브스택의 링크가 다시 트위터에서 잘 작동해요)

트위터는 왜 출시 초기부터 노트를 견제하고 나섰을까요? 노트가 트위터의 경쟁 대상이라는 이유는 무엇인지, 서브스택은 이를 왜 출시했는지 살펴봅니다.
노트의 화면. 기존 소셜미디어와 유사하죠. (이미지: 서브스택 노트 화면 캡처)  
'노트'는 어떤 소셜미디어?
서브스택은 노트를 '글, 아이디어, 각종 주제'를 숏폼(short form)으로 공유하는 네트워크로 소개했어요. 기본적으로 이메일 뉴스레터를 기반으로 하는 서브스택은 지금까지 작가들과 크리에이터들을 모아 볼 수 있는 앱 등을 만들며 자체적인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 써왔는데요.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소셜미디어를 만들어 소개하면서 작가들과 구독자들이 한대 모여 더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든 것이에요. 

노트는 서브스택 가입자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요. 로그인을 하고 노트 탭을 누르면 숏폼 포스팅을 올릴 수 있는 입력창과 함께, 사용자가 구독 중인 크리에이터들과 추천 크리에이터들의 포스팅이 나와요. 이것이 ‘홈(Home)’ 피드예요. 여기서 입력창에 텍스트, 사진, GIF 파일, 영상 등을 입력해서 포스팅하면 되는데 글자 수 제한은 없어요.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의 포스팅에 하트 모양 아이콘을 누르거나, 답글을 남기거나, (리트윗 아니고) 리스택(restack, 공유)을 해서 반응을 할 수 있어요. '구독(Subscribed)' 피드에서는 사용자가 구독한 크리에이터들의 포스팅만 나열돼요. 더불어 서브스택의 기존 블로그, 뉴스레터에는 콘텐츠 전체 또는 인용문을 노트로 공유할 수 있는 옵션이 삽입돼서 서비스 간 연결성도 높였어요.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
서브스택이라는 울타리 속 일정한 공간에서 구독자는 더 많은 작가와 글들을, 작가는 더 많은 구독자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의도가 명확하죠. 지금까지 서브스택의 작가들이 트위터를 이렇게 활용해 왔던 것처럼요. 작가들과 함께 구독자들도 적극적으로 (각 작가들이 발행한 이야기들에 대해) 포스팅을 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확장한 것이에요. 크리스 베스트 서브스택 CEO는 이를 "우리는 소비자 제품 회사가 됐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한편 노트는 다른 소셜 미디어와 차별화되는 장점도 있어요. 사실 노트의 특징만 보면 기존 소셜미디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특히 트위터와는 생김새와 사용법, 용어(리스택, 리트윗)까지 흡사해요. 그래서 트위터와 그 대체 서비스들인 마스토돈(Mastodon), 포스트.뉴스(Post.News) 등과도 비교가 되고 있죠.

하지만 노트는 시작부터 서브스택의 크리에이터들과 양질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그들과 달라요. 예를 들어 마가렛 애트우드, 케이시 뉴튼 등의 유명 작가와 저널리스트들이 구독자들을 노트로 끌어올 유인이 될 수 있어요.

트위터에 의존해 왔었는데
서브스택이 지지난주 노트를 출시한다고 발표하고 하루가 지난 뒤, 트위터 사용자가 'substack.com' URL이 들어간 포스팅을 공유하면 좋아요, 답변, 리트윗이 실행되지 않았어요. 좋아요 버튼을 누르거나 리트윗을 하려고 하면 "이 트윗의 일부 작업이 트위터에 의해 비활성화되었습니다"라는 오류 메시지가 떴고요. 답변을 달려고 하면 "문제가 발생했다"는 메시지가 떴죠. 

일론 머스크는 이에 대해 “서브스택이 트위터의 복제품을 만들기 위해 트위터 데이터베이스를 대규모로 다운로드하려 했다"라고 의심의 불을 지폈는데요. 크리스 베스트는 바로 "그런 적 없다"고 반박했어요. 서브스택은 트위터의 API를 수년간 사용하며 서비스 약관을 준수했고 트위터가 위반 혐의도 알리지 않았다고 했죠. 이후 트위터에서 서브스택의 링크가 삽입된 포스팅의 인게이지먼트가 다시 활성화되며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앞으로도 관련한 긴장감은 조성될 수 있어요.

서브스택 크리에이터들은 그동안 소셜미디어 중 트위터에서 특히 다량의 트래픽을 모았어요. 지금도 서브스택으로 트래픽을 유입시키는 총 43개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중 트위터는 61.39%의 트래픽을 모으며 1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만큼 서브스택에게는 트위터를 활용한 홍보와 유입이 절대적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의존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베스트는 더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신규 구독자의 40%, 유료 구독자의 15%가 서브스택의 추천, 인박스 등에서 발생한다고 밝혔어요. 통계를 봤을 때 예상보다 서브스택의 자체 네트워크가 공고한 것으로 보여요. 노트가 이를 더 촉진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고요.

또 크리에이터들도 (당연히) 트위터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보고 있어요. 정치 뉴스 매체인 파퓰러 인포메이션(Popular Information)을 운영하는 저드 레검(Judd Legum)은 초기에는 트위터가 신규 구독자를 유치하는 원천이 되었으나 지금은 서브스택의 추천 기능을 통해 유입되는 구독자가 트위터의 3~4배가 됐다고 밝혔고, 테크 매체인 뉴커머(Newcomer)도 서브스택 구독자가 트위터 팔로우보다 많은 상황이라고 하면서 "모든 플랫폼이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중요하다"라고 더버지에 의견을 밝혔죠.

노트를 내놓은 진짜 이유
3명의 서브스택 창업자는 노트가 광고 기반이 아닌 구독 기반이기 때문에 트위터와 다르다고 주장해요. 구독 기반 서비스는 크리에이터와 구독자가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인게이지먼트와 리텐션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요. 그것이 결국 서브스택의 수익 성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에요. (현재 서브스택은 유료 구독 크리에이터들이 벌어들이는 구독료의 10%를 수수료로 가져가고 있죠)

서브스택이 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노트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우선 크리에이터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에요. 노트가 출시되기 전 서브스택에서 성공을 거둔 크리에이터들은 플랫폼을 떠날 이유가 더 컸어요. 구독자 베이스를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의 방법으로요. 

하지만 노트가 출시되면서 이런 이유는 조금 더 작아졌습니다. 서브스택은 크리에이터들이 빠르게 홍보를 하면서 구독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짧은 이야기도 발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어요. 즉 크리에이터들은 플랫폼 내부에서 구독자를 늘리고 구독자들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등 네트워크를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을 추가 확보했으니 서브스택을 떠날 필요가 없어진 것이에요. 

현재 소셜미디어 생태계가 점점 더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그 축이 이동해 온 상황에서 서브스택은 또 하나의 무기를 내놓았어요. 강력한 무기가 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서브스택이라는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네트워크 효과를 더 키우고, 나아가 서브스택의 생태계를 키울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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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 IT 기자를 거쳐, 지금은 IT 콘텐츠 라이터로 활동 중이며 IT 관련 책을 기획 및 편집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테크 비즈니스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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