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난 현실 터지지 않았던 버블은 이미 작년부터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실제적인 모습과 여파가 크게 드러난 것은 더는 투자를 받지 못해 자금이 마른 스타트업들이 본격적으로 많아지기 시작한 올해부터입니다. 문을 닫은 대표적인 회사들의 면면도 우울한 전망이 당분간 사실로 이어질 것을 말해주고 있죠.
- 대표적인 회사로는 470억 달러(약 61조 8000억 원)의 뻥튀기 가치평가를 바탕으로 기업공개를 하려다가 실패한 후 최근에 예상된 파산을 한 위워크가 있습니다. 이들은 총 110억 달러(약 14조 4700억 원)의 투자를 받았죠.
- 요즘에도 길거리에서 많이 보이는 전동 스쿠터 붐을 이끌며 7억 7600만 달러(약 1조 원)의 투자를 받았던 버드(Bird)는 지난 9월에 상장폐지가 되었어요. 현재 가치는 700만 달러(약 92억 원)에 불과합니다. 이는 창업자인 트래비스 밴더잰덴이 지난 2021년에 2200만 달러(약 290억 원)를 주고 산 맨션보다도 훨씬 낮은 가치라고 뉴욕타임스는 꼬집었죠.
- 팬데믹 와중에 큰 투자를 받았던 버추얼 이벤트 스타트업인 호핀(Hopin)은 총 16억 달러(약 2조 1000억 원)의 투자를 받았고, 한 때 76억 달러(약 9조 9960억 원)의 가치를 받았는데, 얼마 전 주요 사업을 1500만 달러(약 197억 원)에 매각했어요.
- 최근에는 89억 달러(약 11조 7000억 원)의 가치 평가를 받은 치과 치료에 특화한 텔레헬스 스타트업 스마일다이렉트클럽(SmileDirectClub)이 파산을 신청한 이후 아예 문을 닫기로 해 업계에 또 한 번 충격을 줬고요.
- 이들 외에도 8억 5200만 달러(약 1조 1200억 원)를 모은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올리브AI, 9억 달러(약 1조 1830억 원)를 모은 물류 스타트업인 콘보이(Convoy), 6억 4700만 달러(약 8510억 원)를 받은 주택건축 스타트업인 비브(Veev) 등이 최근에 파산 혹은 아예 문을 닫은 큰 스타트업들입니다.
이들 외에도 각 분야에서 손에 꼽히던 스타트업들의 실패는 계속 이어졌어요. 그리고 아직 실패는 끝나지 않았다는 이야기들이 계속되는 중입니다.
금리가 오르자 달라진 현실 금리가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시절, 아니 아주 낮았던 시절에는 벤처캐피털도 스타트업도 자금을 수혈하는 데 부담이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사용자를 모으고, 트래픽을 보여주면 언젠가는 "적정한 사업 모델을 입히면서 돈을 벌 수 있겠지"라는 희망이 지속되었죠.
이 기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대략 2011년 즈음, 확장하는 모바일 시대에 구글과 페이스북 이후 새롭게 떠오르는 스타트업들이 계속 탄생하면서이죠. 이내 '유니콘'이라는 명칭이 자리 잡고, 십수 개이던 유니콘은 어느새 전 세계에 1000개를 넘어가게 되었죠. 하지만 이런 황금기는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2022년 3월까지만 딱 이어졌습니다.
금리가 오르기 시작한 이후 추가 투자는 일찍이 멈추었고 제대로 된 사업 모델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들은 돈이 떨어져 문을 닫거나, 조금이라도 남은 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면서 문을 닫는 중입니다.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의 호시절은 갑작스레 끝이 났고, 그 여파가 이제 여실히 드러나고 있어요.
AI 투자는 (물론) 계속되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AI 스타트업에 대한 절대적인 투자 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2021년에 약 3420억 달러(약 450조 원)가 넘은 미국의 스타트업 투자는 2022년에 2155억 달러(약 283조 4470억 원)로 줄었어요. (전 세계적으로는 2021년 6810억 달러(약 895조 7200억 원)의 투자가 2022년에 4450억 달러(약 585조 3080억 원)로 줄어들었어요) 2023년은 전체적인 투자 금액이 작년 대비해 50%가 훨씬 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AI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그 금액이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AI 투자 비중은 계속 커지면서 AI 열풍이 불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장이지만, 전체적인 벤처 투자 시장의 분위기가 어떤지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죠. 아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겨울 속에서 버티는 이들과 버티지 못하는 이들의 희비가 매일 엇갈리는 중입니다. |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