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박한 상황이 논의를 당겼지만
석유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지기도 하는 등 큰 충격을 포함한 가격 하락의 여파가 계속된 가운데 엑손모빌은 2020년에 20억 달러(약 2조 2390억 원)가 넘는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쉐브론은 55억 달러(약 6조 1570억 원)에 가까운 손실을 지난주에
발표했어요. 둘 다 큰 이익을 봤던 2019년과 대비해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였죠. 현재 두 회사의 부채를 합치면 1040억 달러(약 116조 4280억 원)에 이르는데요. 공격적으로 확보한 석유 및 가스 자원 관련 자산이 부채를 쌓아올렸어요.
7년 전만 해도 기업가치가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었던 엑손모빌은 다우 존스 산업평균지수(DJIA)에서도 빠지게 되었고, 재생에너지 사업에 주력하는
넥스트에라 에너지(NextEra Energy)에도 기업가치가 밀리게 된 것도 충격을 안겨주었죠.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곤두박질친 실적과 함께 여러모로 급박한 상황이 이들의 합병 논의를 끌어냈죠.
가라는 길과 반대로 갔고
미국의 대표적인 '빅오일' 두 곳이 합병하게 되면 하루에 700만 배럴이 넘는 석유를 생산하는 더 큰 공룡이 되는데요. 이는 하루에 1200만 배럴을 넘게 생산하기도 하는 사우디 아람코(Aramco)에 이어 두 번째 규모가 돼요. 이들은 합병을 통해 수십억 달러의 자본 지출과 비용을 줄이고, 현재 전 세계에 걸쳐 보유한 자산을 지렛대 삼아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그린 것이죠. 비록 그 수요가 줄긴 하겠지만, 수십 년간은 석유 수요가 있다는 예측을 바탕으로요.
결국, (현재로서는) 엑손모빌과 쉐브론은 유럽의 빅오일인 BP, 쉘, 토탈 등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계획을 내놓고 에너지 업계가 재생에너지로 사업 전환을 이어간 시장에서 석유와 가스에 집중하며 이익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에요. 한 예로 작년에도 쉐브론은 50억 달러(약 5조 5975억 원)라는 큰돈을 들여 석유와 가스 개발에 집중하는 노블 에너지(Noble Energy)를 인수하기도 하는 등 두 회사 모두 세계 곳곳에 석유 및 가스 개발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왔죠.
반독점법도 넘어야 하고
엑손모빌과 쉐브론의 합병은 반독점법의 그물에 걸릴 가능성도 있어요. 미국 반독점법 역사의 시작이었던 존 D. 록펠러가 세운 스탠다드 오일(Standard Oil)이 미국 정부에 의해 쪼개지면서 나온 기업들이 엑손모빌과 쉐브론 등이었어요. 엑손모빌은 이미 엑손과 모빌이 합쳐져 커진 석유 공룡이고, 쉐브론도 텍사코(Texaco)와의 합병으로 탄생한 공룡이에요. 최근 어려움을 겪는 산업에서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울 수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요.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좋은 결정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엑손모빌의 대주주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계획을 제대로 내놓으라고 이들을 푸시하고 있고, 이번에 발표한
CEO 래리 핑크의 연례 서한에 담긴 메시지는 현재 이들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아요.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을 강하게 드라이브할 것이라고 선언을 했죠. 취임 전부터 (석유 산업에서 벗어나는) 에너지 전환을 당길 것이라고 공언했고요. 특히 엑손모빌에 대해선 최근 2조 달러(약 2239조 원)가 넘는 자산을 운용 중인 135개가 넘는 투자자들이 연합을 구축해 이사회 인원을 교체하고 에너지 전환에 더 집중하라는 압박을 가할 것으로 알려졌어요. 이들은 이제 주주, 기후위기 활동 그룹, 정부 등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변화하라는 압박을 더 크게 받는 상황이 되었어요. 합병 이전에 기후위기 대응 계획이 먼저 나와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원의 활용을 최소화하는 세포 기반 배양육과 공기의 원소를 이용해 고기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점차 증대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12월에는 세포 배양육이 싱가포르에서 세계 최초로 판매되기 시작했어요. 이들이 기대대로 성장한다면 대체 고기 시장은 그 종류가 앞으로 다양해질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