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의 리테일 우화] 제국을 이룬 LVMH의 질주 팬데믹을 거쳐오면서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 기업들은 가히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할 정도로 그 성장세가 또렷합니다. 탄탄한 실적 성장과 더불어 그들의 브랜드 레거시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고, 여전히 시대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기도 하죠.
그중에서도 LVMH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 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와중에도 계속 잘 나가는 럭셔리 브랜드 시장과 LVMH의 비결을 살펴보는 [조디의 리테일 우화]를 전해드립니다. |
[조디의 리테일 우화] 럭셔리 브랜드의 전성기는 지금이다 제국을 이룬 LVMH의 질주 |
소비로 증명하는 시대의 럭셔리 미국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소스타인 베블렌(Thorstein Veblen)이 사람들이 주변의 인정을 받고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자 하는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라는 개념을 들고나온 것이 1920년대이다. 당시만 해도 소비로 자신을 드러내는 행동을 '천박하다'라고 보는 의식이 강하게 남아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쩌면 소비하려고 태어났는지 모를 정도로 사람들에게 소비는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가 그 사람을 이야기한다고 하듯이,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느냐가 그 사람을 대표한다고도 말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이렇게 주변의 인정을 받고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고자 하는 '과시적 소비'의 대표적인 상품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이 시초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뿌리가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 유럽의 상류 귀족 문화임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에르메스는 1837년에 설립되었고 당시 주요 이동 수단인 말의 마구를 만들던 회사였는데 세월이 지나며 교통수단이 자동차와 배로 바뀌자 여행에 관련된 가죽 상품을 만들면서 그 명성을 이어갔다. 그래서 지금도 브랜드 대표 이미지는 마차를 모는 사람이다.
구찌 브랜드의 창시자인 구찌오 구찌(Guccio Gucci)는 1900년대 초반 런던에서 호텔 지배인으로 일하면서 우아한 상류층 손님들에게 영감을 받아 여행 가방과 액세서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렇게 구찌 브랜드가 탄생했다.
루이비통의 창업자 루이 비통 말티에르(Louis Vuitton Malletier)는 상류층 고객들의 옷과 귀중품을 넣을 수 있는 박스 케이스를 제작하는 트렁크 견습공이었다. 그는 차츰 귀족들에게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외제니 드 몽티조(Eugénie de Montijo, 프랑스 황제인 나폴레옹 3세의 부인) 황후의 짐을 전담해 꾸리는 사람이 되었다. 이후 외제니 황후의 후원으로 1854년 파리에 첫 상점을 오픈했는데, 이게 바로 루이비통 브랜드의 시작이다.
2023년 현재 이들은 모두 파리 증권거래소에 상장이 되어 있는 대표적인 럭셔리 주식회사이다. |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부터 오랜 시간을 이어온 작은 상점이나 개인의 브랜드가 살아남아 '럭셔리 명품'이 되었다. |
부의 대중화와 럭셔리의 성장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력셔리 시장은 매년 4.5%의 꾸준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미국, 중국, 유럽 할 것 없이 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는데 이런 현상 때문에 부자들의 선택을 받는 브랜드들은 고급 소비의 표준이 되었다. 특히 가파른 경제 성장으로 부가 확장된 신흥국들도 1세대의 부가 2, 3대에 걸쳐 내려오면서 자신들의 부가 '지속 가능한 부'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글로벌 소비 트렌드가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소비를 주도하는 부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는 어느새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부자들의 선택을 받는 브랜드들은 소비의 글로벌 표준이 된 셈이다.
부의 확대와 상속은 럭셔리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으며 소비의 상향 평준화 현상이 두드러짐에 따라 자신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럭셔리의 소구력은 매우 커지게 된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의 폼클렌징과 BB 크림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던 때, 이들은 색조 제품 등으로 라인업 확장을 제안받았으나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아니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 이유를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색조 제품은 폼클렌징이나 BB크림처럼 집에 두고 다니는 화장품이 아니다. 외출 시 가지고 다니는 화장품인지라 마치 핸드백처럼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아이템이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도 이미 색조 제품은 샤넬, 디올, 랑콤 등으로 상향 구매한 지 오래되었다. 한국 브랜드가 잘 되기 어려운 아이템이다."
실제로 대표적인 럭셔리 브랜드 3개 사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중국 시장 내 화장품 점유율을 32.1%에서 41.7%로 끌어올리는 동안, 국내 대표 브랜드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합친 점유율은 6.8%에서 6.2%로 하락했다. |
트렌드는 데이터로 증명된다. (데이터: 유로모니터) |
남녀노소 모두를 타겟해 마케팅이 가능한 소비재는 음식료 제품과 같은 필수 소비재를 제외하고는 현재 럭셔리와 글로벌 톱 스포츠 브랜드 몇 개 밖에 없다.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는 전 연령대의 여성이 소유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일 수 있다. 하지만 백화점 매대에 고급 가죽 소재로 만든 우리나라 로컬 브랜드의 예쁜 가방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도 그 가치를 지불하고 가방을 구매하는 경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 경우 원가라도 회수하기 위해 결국 큰 폭의 할인 판매가 이어지지만, 사람들은 값이 내려갔다고 그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그러나 에루샤 브랜드는 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두자며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 직전 구매를 서두르는 현상이 나타난다. 작년까지만 해도 럭셔리 브랜드들의 오픈런은 계속 화제가 되지 않았는가?
이는 결국 개인의 소비가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면서도 모두가 선망하는 브랜드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걸 뜻한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던 중고가 브랜드들(빈폴, 닥스 등)이 더 이상 인기를 끌지 못하는 원인을 이런 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
리모와도 LVMH가 2016년에 인수했다. 팬데믹 동안에는 버켄스탁까지 인수하면서 포트폴리오를 계속 넓혀왔다. |
경쟁자를 모두 제친 LVMH 제국 전 세계적으로 부의 대중화, 소비의 기준이 상향 평준화되는 현상에 힘입어 경기 침체가 무색하게 성장하던 글로벌 럭셔리 시장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쳤던 2020년에는 전년 대비 21%나 역성장했다. 2021년부터 일상이 재개되면서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모습이 나타났는데, 이때 글로벌 력셔리 시장은 2020년 대비 15% 급성장하며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인다.
삼정KPMG가 2022년 5월에 발행한 럭셔리 비즈니스 트렌드 리포트에 의하면 2022년 럭셔리 시장 성장률은 2021년 성장률 15%를 상회하는 19%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 최고의 브랜드 기업은? 현재는 단연 LVMH라고 할 수 있다. LVMH 그룹은 총 65개 자회사를 통해 75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으며 디올, 티파니, 펜디, 지방시, 셀린느, DKNY, 겐조(KENZO), 불가리, 겔랑(GUELAIN) 그리고 역시 고급 샴페인 브랜드인 모엣샹동, 돔 페리뇽 등이 모두 이에 속하는 브랜드이다.
이 정도면 백화점 1층과 명품관의 대부분 공간을 차지하는 브랜드는 거의 LVMH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밖에 전 세계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화장품 멀티샵, 세포라(Sephora)도 LVMH 그룹의 브랜드이다.
LVMH 그룹도 코로나로 2020년 매출이 전년에 비해 17% 감소했다. 그러나 2021년에는 매출이 전년비 44%나 크게 증가한 680억달러(약 88조 4000억 원)를 기록하며 역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2년 3분기 누적 매출액도 전년도 3분기 누적 매출액 대비 28%나 증가했다.
앞서 금융 위기 이후 럭셔리 시장이 매년 4.5%씩 성장했다고 언급했는데, LVMH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 성장률이 이를 훨씬 상회하는 19%에 이른다. 이러한 고성장에는 LVMH 브랜드의 인기가 기본 바탕이 되었지만, 공격적인 M&A도 한몫 했다.
최근 10여년 간 LVMH의 M&A 행보를 살펴보면, 2011년 불가리, 2013년 이탈리아 캐시미어 브랜드인 로로 피아나(Loro Piana), 2016년 독일의 고급 여행 가방 리모와(Rimowa), 그리고 팬데믹 상황이었던 2021년에도 티파니, 버켄스탁, 에트로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키며 끊임없이 성장 동력을 추가했다.
브랜드를 알아보는 혜안과 원하는 브랜드를 인수하기 위해 기다리는 인내심, 그리고 그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 이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면서 럭셔리 시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장을 만들어 내었던 것이다. |
LVMH 전성기의 중심에 있는 루이비통은 앞장서 다른 브랜드들과의 협업도 이어왔다. 사진은 루이비통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인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유작인 나이키 에어포스 1의 디자인 중 하나. (이미지 출처: 루이비통 홈페이지) |
이익률이 말하는 LVMH의 전성기 LVMH의 사업부는 크게 와인 및 주류, 패션 및 가죽, 향수 및 화장품, 시계와 주얼리, 특화 유통 등 5개로 나뉘며 평균 영업이익률은 팬데믹 이전에 21% 수준이었다가 영업이익률이 27%까지 치솟았다. 팬데믹 이후 럭셔리 재화 소비가 크게 늘어난 덕을 톡톡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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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조디의 이름은 유정현이다. 증권사 리서치 부문에서 20여년간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국내외 소비 시장을 분석하며,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소비재 기업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경제 주간지들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매년 선정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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