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키로 기울어지는 스니커즈 시장

[조디의 리테일 우화] 2화. 새로운 레거시가 탄생할 수 있는 시장일까?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라는 이름은 늘 최상위에 있고,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이죠. 시장점유율 측면에서도 기업 가치 측면에서도 오랜 기간 이 양강 체제를 유지해왔고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 양강 체제는 점점 더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아디다스는 여전히 대표적인 브랜드이지만, 나이키가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어느덧 둘 간의 격차를 크게 벌렸습니다. 그리고 아디다스가 더 우위에 있던 분야에서도 앞서 나가면서 점점 더 승기를 굳혀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비중이 절대적인 운동화, 즉 '스니커즈'의 경쟁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스포츠 브랜드 경쟁은 현재 어떤 상황일까요? 오랜 기간 굳어있던 양강 체제는 어떤 계기를 기점으로 서서히 깨지는 모습을 보이는 걸까요? 나이키의 어떤 전략이 잘 실행되었을까요?

오늘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늘 새로운 브랜드가 뜨고 지는 시장에서 강력한 레거시를 구축한 두 기업의 현황과 최근의 차이가 어디서부터 생겨났는지를 짚어보고, 나아가 스포츠 브랜드들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전합니다.

트렌드를 넘어 실제 시장의 모습과 산업이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조디의 리테일 우화] 2화.
나이키로 기울어진 스니커즈 시장
새로운 레거시가 탄생할 수 있는 시장일까?
스니커즈의 탄생부터 돌아보면
흔히 우리가 스니커즈라고 하는 운동화의 시초가 되는 고무 밑창이 달린 신발은 대략 18세기에 등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적인 운동화의 등장은 1895년, 영국의 조셉 윌리엄 포스터(J.W. Foster)가 당시 신발 제조 및 가게를 운영하던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만든 것으로, 뛰어난 접지력으로 인기를 끌었던 스파이크 러닝화가 시초이다. 이는 훗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리복의 효시가 되었다.

리복과 함께 현대 운동화의 시초가 된 브랜드는 바로 케즈(Keds)이다. 1892년 미국 고무 타이어를 만들던 US Rubber Co.(지금의 유니로열(Uniroyal)이며, 미쉐린 그룹의 자회사이다)에서는 고무 밑창이 달린 신발을 만들기 시작하였는데 1916년에 케즈라는 상표를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운동화를 생산한다.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운동화를 지칭하는 ‘스니커즈(Sneakers)'는 '스니크(sneak)', 즉 '살금살금 소리 나지 않게 몰래 가다'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케즈가 본격적으로 이 운동화를 생산한 이후인 1917년부터 이 명칭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1917년엔 컨버스의 첫 고무 밑창 달린 운동화인 '올스타'도 출시되었다.

탄생 이후 10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스니커즈는 필수재와 사치재의 역할을 동시에 하며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나이키와 같은 거대 기업이 의류에도 집중하면서 상품을 다양화했지만 '풋웨어'는 여전히 매출의 70% 가까이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 대표 상품군을 내세워 일상의 가장 친숙한 브랜드이자 문화 현상을 만들어내는 '컬쳐' 브랜드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1916년에 출시된 케즈의 스니커즈, 챔피언(Champion). 지금 나오는 스니커즈의 효시가 된 스타일이다. (이미지 출처: 바타 신발 박물관)   
지금은 나이키가 지배하는 시장
1970년대 나이키가 등장하기 전까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업계는 독일의 다슬러 형제가 설립한 아디다스와 푸마가 과점 체제를 이루고 있었다. 1970년대 등장한 나이키는 러닝화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나 1980년대 들어서면서 에어로빅과 피트니스 열풍으로 리복이 크게 성장하자 나이키가 주춤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내 곧 불세출의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을 모델로 한 첫 번째 에어조던이 발매되고 북미 대륙의 프로 스포츠 시장의 성장과 함께 나이키의 본격적인 질주가 시작된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마이클 조던은 당시만 해도 크지 않았던 나이키가 아니라 스포츠 브랜드 업계의 절대강자였던 아디다스와 계약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기회를 놓쳤다. 이때를 기점으로 아디다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북미 시장의 주도권을 나이키에게 넘겨주게 된다. 당시 나이키보다 인지도가 높았던 리복도 모멘텀을 잃었다. 그리고 나이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국에서 농구, 야구, 미식축구 등 다양한 프로 스포츠가 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스폰서뿐 아니라 리그 공식 후원사로서도 적극적인 후원을 펼치며 시장 지배력을 차차 끌어올렸다.

아디다스도 2005년 리복을 인수하면서 당시 리복이 후원하던 NBA 리그를 11년간 후원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축구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NBA 후원을 중단하였고 2016년 시즌부터 나이키가 NBA 리그의 공식 후원사가 되었다. 

아디다스가 빠진 자리에 북미 시장 2위 브랜드로 등장한 언더아머가 그 인기에 힘입어 프로 야구 리그인 MLB를 공식 후원한 적이 있었는데 브랜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2년 만에 MLB 후원을 중단하게 된다. 그리고 이마저 나이키가 이어받으면서 미국의 3대 스포츠 리그(NBA, MLB, NFL(미식축구))의 공식 후원사는 모두 나이키가 담당하고 있다.

나이키가 독점하고 있는 미국 3대 프로 스포츠 시장과는 달리, 유럽의 주요 프로 축구 리그의 공식 후원사는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외에 다수의 브랜드(카파, 마크롱, 움브로 등)로 나뉘어있다. 많은 사람이 축구하면 아디다스라는 브랜드를 떠올리지만, 카타르 월드컵만 해도 본선 진출국 총 32개국 중 13개 팀이 나이키의 후원을 받았으며, 아디다스는 7개 팀, 푸마가 6개 팀을 후원했다.*
* 나머지 6개팀은 뉴발란스(코스타리카), 마라톤(에콰도르), 험멜(덴마크), 마지드(이란), 카파(튀니지), 원올 스포츠(카메론)가 후원했다. 

축구에 집중한다는 아디다스보다 월드컵 국가대표 후원팀에 나이키가 더 많다는 것은 글로벌 스포츠 시장에서 나이키의 지배력이 이제 어느 수준인지 대략 짐작하게 한다.

2021년 매출액만 비교해 봐도 나이키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나이키는 지난 2021년 회계년도 매출액이 423억 달러(약 53조 5000억 원)를 기록했다. 아디다스는 같은 기간 212억 유로(약 28조 7300억 원)로 나이키의 외형이 아디다스에 비해 약 1.6배 가량 크다. 시가총액은 나이키가 약 1905억 달러(약 240조 2400억 원), 아디다스 약 276억 유로(약 37조 3500억 원)로 나이키가 6배 넘게 크다.

양사의 매출액 차이 보다 기업가치가 더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브랜드로서 나이키의 가치가 아디다스의 가치에 비해 월등히 앞서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이키는 이 가치가 만들어내는 자본과 지배력을 앞세워 격차를 벌릴 계획이다. 
나이키가 애슬레저룩 흐름도 본격적으로 챙기기 시작한 이후 둘의 시가총액 차이는 더 벌어졌다. (데이터는 각 연도 연말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함. 2023년은 2월 9일 현재 기준, 데이터 출처: 구글 금융, companiesmarketcap.com)
아디다스도 잘 따라붙고 있었지만
스니커즈 시장이 세계 유수의 프로 스포츠 리그, 스포츠 스타들과 같이 성장하기도 했지만, 2010년대 들어 사람들의 스포츠와 건강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 증가로 전 세계에 애슬레저룩 열풍이 불어 닥친 점도 매우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소비자들의 여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기존 스니커즈 종류가 농구화, 축구화, 러닝화 정도가 주를 이루었다면 2010년대에는 조깅화, 워킹화, 그 밖의 실내외 스포츠용 제품 등 라인업이 다양해졌고, 스니커즈에 패션 기능이 더해지며 다시 한번 시장이 크게 성장한다.

(비록 북미 시장의 주도권을 나이키에게 빼앗겼지만) 아디다스도 이 과정에서 전통의 강자로 성장하고 글로벌 브랜드의 위세를 이어간다. 앞서 아디다스가 나이키에 비해 브랜드 가치가 현재 많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그리 먼 과거가 아닌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적어도 외형 성장세는 나이키를 앞서기도 했다.

2015년 스니커즈 시장이 기능이 강조된 퍼포먼스 신발 중심에서 패션 신발로 확대되었는데 이때 아디다스는 발 빠르게 칸예 웨스트, 페럴 윌리엄스 등의 셀럽들과 협업하며 패션 신발의 인기를 주도했다. 당시 스탠스미스 제품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여기에 부스트, NMD 등 제품들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나이키의 성장을 압도하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던 것이다.

그 결과 2015~2018년 3년간 아디다스 매출액의 연평균 성장률은 같은 기간 나이키 매출 성장율 7%를 웃도는 11%를 기록했다. 아디다스가 패션 시장으로 외연 확대에 성공하면서 2015년 1월 55유로 수준이던 주가는 2020년 1월 310유로를 넘어서며 5년간 5배 이상 상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였다. 연평균 약 42%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스포츠 브랜드가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을 때 이를 적극적으로 디자인에 활용했던 아디다스와 달리 당시 퍼포먼스 신발에 집중하며 아디다스에 다시 고전하던 나이키도 2018년 레트로 열풍에 동참하며 패션 신발로 외연을 확대했다.

나이키는 애슬레저룩으로 대표되는 라이프스타일 흐름도 놓치지 않았고, 퍼포먼스 라인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만들며 다시 격차를 벌려 나간다. (어제 NBA 역대 득점 기록을 깬) 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새로운 시리즈가 또 성공하면서 퍼포먼스 신발 판매로 다시 매출이 크게 회복했고, 이후 기술력을 두루 인정받은 러닝화 제품 라인들도 지배력을 높이며 승승장구하게 된다.

197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했거나 전성기를 경험해봤던 브랜드 중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의 강자 아디다스를 넘어선 브랜드는 나이키가 유일하다. 단순히 넘어섰을 뿐 아니라 이제는 나이키의 전략을 아디다스가 그대로 모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향후 스포츠 브랜드 업계의 무한 경쟁은 계속되겠지만 나이키 그리고 (최근 상대적으로 부진하지만) 저력이 있는 아디다스가 이뤄 놓은 스포츠 제국에 새로운 브랜드가 크게 성장하기에 더 쉽지 않은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나이키가 DTC를 하려는 이유가 명확한 그림이다. (하얀색 부분에는 재고 처분 비용 등이 포함되고 영업 마진은 크게 줄어든다) 유통상을 거치지 않는 신발의 영업 마진은 훨씬 커진다. (자료: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solereview.com,)
나이키는 왜 DTC를 밀었을까?
나이키가 지배적인 사업자가 되어가고 있는 데에는 바뀐 전략의 힘이 크다. 그리고 이는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DTC(Direct-to-Consumer) 전략이다. 이커머스가 리테일의 대세가 되면서 DTC는 모두가 차용해야 하는 전략이 되었는데, 나이키는 이 흐름도 늦지 않게 잡아냈고 성공적으로 이식하는 중이다. 

DTC가 왜 중요할까? 당연히 매출을 늘리고 얼마를 남길 수 있느냐에 있다. 스니커즈를 비롯한 스포츠웨어의 이익률은 유통 마진을 제외하고 나면 크게 늘리기가 어려운 구조인데, 이를 해결할 방법은 중간에서 마진을 가져가는 유통 채널을 (판매량 증대를 위한 필수 채널을 제외하고) 생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포츠 브랜드들의 수익을 결정한다고 볼 수 있는 스니커즈의 유통 마진은 보통 어느 정도일까? 차근히 짚어보자.

...

☕️ 나이키의 DTC는 어떤 결과를 냈을까요?
샷 추가하시고 읽어보세요. 트렌드를 넘어서는 스포츠 브랜드 시장의 이야기를 보실 수 있어요. 실질적인 공부와 도움이 되는 이야기 놓치지 마세요!

📌 첫 달 50% 할인 중이에요. 더 할인된 연간 구독제도 있어요. 

☕️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조디의 이름은 유정현이다. 증권사 리서치 부문에서 20여 년간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국내외 소비 시장을 분석하며,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소비재 기업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경제 주간지들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매년 선정되기도 했다.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소비재 산업과 그 안의 주목해야 할 지표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하는 롱폼(Long-form) 아티클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소비하는 상품의 산업이 어떤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 전합니다. 
☕️


good@coffeepot.me

© COFFEEPOT 2022
더는 받아보고 싶지 않으시다면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