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도 모를 AI의 플레이북

[키티의 빅테크 읽기] 19화. 폭풍전야의 검색 시장과 인터넷 산업
미국의 SF 잡지사인 클락스월드(Clarkesworld)는 최근 신인 작가들의 단편 작품 접수를 중단했습니다. 유명 SF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기도 한 클락스월드는 작가들의 이야기에 단어당 약 12센트의 보상을 제공해 온 것으로도 알려졌는데요. 지난 12월 이후 생성 AI를 이용한 작품이 늘기 시작하더니 2월에는 적발 건수가 500건이 넘어가자 접수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어요.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한 클락스월드의 편집장인 닐 클라크는 "아직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했다"라고 했는데요. 공상과학 잡지사가 AI로 만든 작품 접수가 폭증하자 접수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니. 이제 누구나 쉽게 이용 가능해진 생성 AI는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를 현실로 옮겨왔습니다. 

이미지 생성 AI가 아직 생소하던 때 미드저니(Midjourney)를 이용한 작품이 콜로라도주 아트페어에서 수상을 했을 때만 해도 AI가 이런 그림을 그리게 한 '상상력과 문장력'에 점수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는 시선도 많았는데요. 불과 몇 개월 후에 생성 AI는 어느덧 현실의 룰을 경계 없이 깨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빠르게 실생활에 파고든 AI의 역량을 누구보다 많이 보유한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옆동네 빅테크가 촉발한 경쟁에 전면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죠. 그동안 검색 시장을 장악해 오면서 현재의 사업 모델을 변화시킬 필요가 없었던 이들은 이제 드러내지 않았던 AI를 이 경쟁에 전면적으로 내세워야 합니다. 

이들의 경쟁은 현재의 검색 시장에 필연히 큰 변화를 불러오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도 예상되는데요. 오늘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구글의 검색 시장 장악력이 당장 깨지지는 않겠지만, AI로 범람하게 될 콘텐츠가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문제들을 짚고, 왜 지금 기존의 인터넷 비즈니스 전체가 폭풍전야에 있는지를 전합니다.

AI를 활용하는 빅테크가 자신의 사업 모델을 직접 바꾸면서 전체적으로 흔들릴 지식 산업의 기반, 나아가 콘텐츠를 만드는 인간의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가 위험해질 수 있는 모습까지 그립니다. 현재로서는 마땅히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키티의 빅테크 읽기] 19화.
구글도 모를 AI의 플레이북
폭풍전야의 검색 시장과 인터넷 산업
"알고리듬이 왜 이 모양이야?"
2월 중순, 어느 날 트위터 유저들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자신이 팔로우하지도 않는 일론 머스크의 트윗이 추천 트윗 피드에 가득 뜨는 것이었다.

지난 2월 14일 트위터 엔지니어들은 밤에 이메일을 받는다. 트위터 알고리듬에 문제가 있다며 급하게 수정을 요청한다는 내용을 일론 머스크의 사촌 동생이자 얼마 전 트위터의 풀타임 직원으로 합류한 제임스 머스크로부터 받은 것이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주목도가 커진 테크 전문 매체인 플랫포머(Platformer)의 독점 기사인 이 소식에서 머스크는 자신의 트윗이 조 바이든 대통령 트윗보다 조회수에서 밀린 것에 화가 나 알고리듬을 수정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12일 미국의 최대 스포츠 이벤트인 프로 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슈퍼볼)이 열렸는데 머스크가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응원하는 트윗의 조회 수가 910만 건에 불과한 반면 같은 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올린 이글스 응원 트윗은 조회 수가 2900만 건을 넘겼다. 머스크는 실제로 자신의 트윗 응원 글을 지워버렸다.

이후 트위터 직원 80명이 달라붙어 머스크의 트윗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추천 트윗(for you)' 탭에서 머스크의 트윗이 상위 노출되도록 조치했다고 알려졌다. 

이 사건을 특종으로 전한 플랫포머의 대표인 케이시 뉴튼(Casey Newton)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소셜미디어의 검색 결과 알고리듬은 실제로 한두 명의 엔지니어가 본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닐 정도로 복잡하다.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서 알고리듬을 수정한 건 분명한 문제다. 하지만 알고리듬이 어떻게 결정되는지가 그동안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질문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도 사실이다."

트위터의 사례는 검색 알고리듬의 내재적 복잡성, 그리고 오너의 독특한 성향이 일부 알고리듬까지 결정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문제점을 보여 준다. 아울러 머스크 취임 후 대형 광고주가 떨어져 나가고 광고 플랫폼으로서 취약해져 가는 트위터의 현실을 보여 준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트위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머스크는 알고리듬이 얼마든지 조종 가능하다는 것을 손수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한 사람의 노출을 더 높이기 위해 사람 80명이 달라붙어야 했다. AI를 활용한 알고리듬은 점점 더 복잡해져 갈 것이다.
'퍼펙트 스톰'이 일고 있는 검색 시장
지난 수십 년 동안 인터넷 산업을 받쳐온 것은 검색 광고, 디스플레이 광고 등 디지털 광고 모델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해 구글의 검색 광고 모델이 성공하면서 광고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페이스북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유저 타깃 광고 비즈니스를 키우면서 구글과 페이스북은 전체 디지털 광고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해 왔다. 광고 매출은 인공지능을 비롯해 테크 기업들이 미래 투자를 할 수 있는 자금줄이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 동안 구글의 아성이 깨지지 않았던 광고 기반 비즈니스에 근본적인 균열이 가고 있다. 

재작년부터 줄어들던 이들의 디지털 광고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50% 이하로 내려오면서 이를 증명하고 있다. 애플이 재작년에 아이폰의 개인 정보보호 정책을 바꾸고 각 앱이 사용자의 활동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하는 옵션을 사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면서 광고 시장은 이미 근본적인 변화를 겪는 중이었다.

이로 인해 구글보다는 메타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만, 챗GPT의 부상은 구글도 위협을 받을 수 있고 기존 광고 시장에 더 큰 균열이 생길 것임을 보여준다.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검색엔진 빙에 GPT를 도입하면서 광고를 붙이겠다고도 선언했다.

물론 빙이 유의미한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구글로부터 당장 빼앗지는 못할 것이다. 우선 답변 정확도가 낮은 챗GPT가 검색 엔진으로서 신뢰도를 단번에 높이는 건 요원해 보인다. 현재는 챗GPT가 우스꽝스러운 답변을 하는 걸 소셜미디어에 캡처하여 올리는 게 유행이 될 정도다. 

챗GPT와 대화하다가 겪은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경험도 널리 보도됐다. 뉴욕타임스 테크 전문 기자인 케빈 루스(Kevin Roose)가 챗GPT에게 칼 융이 말한 '그림자 자아'가 있느냐고 질문하고 오픈AI에서의 프로젝트 코드명인 ‘시드니’가 이름 아니냐며 유도하자 챗GPT가 "나는 빙이 아니라 시드니다. 당신을 사랑한다"라는 답변을 내놓은 게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런 논란들은 오픈AI(그리고 이에 투자한 MS)에게는 대단한 마케팅 효과를 가져왔다. 챗GPT를 빙에 탑재하며 빙의 앱 신규 다운로드는 10배 증가했고 앱스토어 순위는 10위까지 껑충 뛰었다. MS 엣지도 덩달아 순위가 올랐다. 엣지의 앱스토어 순위는 유틸리티 앱 3위로 급부상했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MS CEO가 더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대로 "점유율이 미미했던지라 구글에서 시장점유율을 조금만 가져오더라도 MS에게는 이득"이다. 

그런데 구글의 진짜 위기는 챗GPT라는 직접적인 검색 광고 경쟁자 등장 자체에 있다기보다 사용자 데이터에 기반한 검색 알고리듬과 이에 연동된 디지털 광고 모델 자체에 내재돼 있다.
새로운 빙은 이미 생각보다 무서운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미지: 빙 홈 화면)
디지털 광고 시장에 낀 거품을 거두면 
구글에서 AI 윤리 글로벌정책팀을 이끌었던 팀 황(Tim Hwang) 조지타운대 리서치 펠로우는 자신의 책 <서브프라임 관심 위기(Subprime Attention Crisis)>에서 광고 기반 비즈니스를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비유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부실자산 소유자들에게 남발한 부채를 기반으로 금융상품을 만들고 그런 금융상품들이 복잡하게 얽힌 파생상품이 등장하며 각 상품의 건전성을 파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졌고 자산 거품이 꺼지자 시장 전체가 붕괴된 사태다. 

즉, 사용자의 관심을 일종의 자산으로 삼는 광고 시장이 고도로 프로그램화되면서 파생상품을 만들어 팔던 자본시장과 비슷해졌다는 것이다. 

팀 황은 구글, 페이스북 등이 만들어낸 광고 비즈니스 모델에 지금 일종의 가격 거품이 끼어 있다는 주장을 한다. 실제로도 디지털 광고가 지금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이유는 매우 정교한 타겟팅이 가능하다는 가정에 근거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생각보다 그렇게 도달이 잘 되지 못하기 때문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이다. 포레스터리서치(Forrester Research)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광고 중 절반 이상인 56%가 실제로는 타겟 소비자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재밌는 건 팀 황의 책이 나온 건 2년 전인데, 애플이 아이폰에 새로운 개인 정보보호 정책을 실행한 이후 실제로 광고 시장 성장 둔화가 확연해지기 시작했다. 거품이 끼어 있었는데 애플의 조치는 이 거품을 더 적나라하게 거둬내기 시작한 것이다. 
왼쪽은 팀 황의 책 표지이다. 현재 우리가 디지털 세상에서 매일 맞이하는 화면의 어지러움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오른쪽은 현재 광고 시장의 새로운 경쟁 상황을 만들어낸 애플의 '앱에 추적 금지 요청' 화면.
광고비 줄이자 생산되는 저품질 광고
애플의 펀치에 정신 차릴 겨를도 없이, 디지털 광고 시장은 경기 둔화, 광고주의 물량 축소가 겹쳐 성장세에 타격이 왔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트위터다. 일론 머스크 취임 후 1년 전에 비해 10대 광고주의 매출이 55%나 줄었다. 스냅의 분기별 성장률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알파벳의 유튜브 광고 매출도 지난 4분기 8%가량 줄었다. 애플의 정책에 가장 직접적 타격을 받은 메타는 작년에 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줄기도 했다. 

이렇게 시장을 위축시키는 외부 환경에다가 마침 등장한 각종 생성 AI 프로그램들로 광고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자 소위 '저품질 광고'가 횡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저품질 디스플레이 광고들이 넘쳐나고 있다고 다뤘는데, 사람이 만든 광고가 아닌 생성 AI를 사용해 만든 '성의 없어 보이는' 이미지와 카피의 광고들이 사용자의 취향과는 관계없이 뜬금없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사에서는 광고의 '품질' 기준이 자의적인 데다가 플랫폼 테크 기업들이 광고 현황에 대한 자세한 데이터 공개를 꺼리기 때문에 정확히 저품질 광고가 얼마만큼의 비중을 차지하는지나 광고 시장에 대한 타격 여부를 알 수는 없다고 밝힌다. 그러나 이런 광고가 해당 프로덕트를 이용하는 소비자 경험에 주는 영향이 좋을 리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필연적인 검색 결과 신뢰도 저하 
: 생성 AI가 만든 콘텐츠 범람의 문제
생성 AI는 또 다른 방식으로 기존 인터넷 비즈니스 생태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미 '콘텐츠 오리지널리티'를 놓고 미국에서 법정 싸움이 예고된다. 인간 창작자들이 만들거나 유료 이미지를 가지고 와서 AI가 합성한 새로운 콘텐츠에 얼마만큼의 고유성을 부여할 것인가의 이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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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시장을 넘어 인터넷 사업은 지금 어떤 상황을 마주한 것일까요? 현재 꼭 생각해 봐야 할 문제와 놓치면 안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샷 추가하고 이어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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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리드했고, 소셜임팩트를 담당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 아웃스탠딩 등의 미디어에 정기 기고와 출연 중이며, 지식 커뮤니티 '시에라소사이어티'에서 <빅테크와 미국 정치> 독서클럽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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