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가 맞은 위기는 어떻게 이어질까? '파타고니아 조끼 침체(Patagonia Vest Recession)'이라는 말은 현재 계속 제기되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테크 업계를 비롯한 일부 엘리트층에 한정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테크 업계가 과거에 비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이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이들이 계속 해고되는 최근의 상황은 그 충격이 실제보다 더 크게 증폭되어 다가오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브레이크 없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 집단이 된 빅테크의 위용과 테크 산업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보여주기도 하고요.
그런 이들에게 닥친 이번 위기는 테크 업계가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또 혁신을 이어 나갈 수 있는 바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벌써 나오는 중인데요. 오늘은 현재의 상황을 짚어보고, 어떻게 테크의 위기가 새로운 산업과 그 성장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과거 사례를 살펴봅니다.
+ 이번 주부터 새로운 이야기들이 또 이어집니다. 내일은 정기 뉴스레터로, 이후에는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등으로 찾아올게요! |
테크 업계는 다가온 겨울이라는 이야기를 넘어 이제는 2001년의 버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맞았던 위기에 못지않은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위험성에 대한 목소리가 증폭되지 않았지만, 아마존과 월마트 등이 기업 본부 직원들, 즉 '화이트 칼라' 직원들에 대한 해고까지 단행하자 분위기는 바뀌었어요.
계속 이어질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가 어느 정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2023년이 오랜만에 맞는 테크의 '진짜 위기'라는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
파타고니아 조끼는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엘리트들이 입는 상징적인 옷이 되기도 했죠. 그런 이들이 오랜만에 위기를 맞이했어요. 물론 현재의 경기 하강 국면이 이어진다면 이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요. |
'소프트랜딩' 이야기도 나오지만 최근 월스트리트의 분위기는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하면서 소위 소프트랜딩(soft landing), 즉 경기의 하강 속도가 조절되는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요. 하지만 테크 업계의 분위기는 그다지 희망적이지는 않아요. 일단 아마존이 오랜 기간 기대를 크게 걸었던 알렉사(Alexa) 관련 조직의 구조조정에 나섰고 메타의 대규모 해고 상황, 스타트업들의 이어지는 구조조정 그리고 월마트와 같은 대형 리테일러의 기업 조직 축소 소식은 예상보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도 풀이돼요.
테크 업계를 비롯한 대표적인 기업들의 소위 ‘화이트 칼라’ 직종 해고가 계속되고 있는 점이 (보통 블루 칼라 직종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기존의 경기 침체 신호와는 다르다고도 보고 있죠. 대표적인 비즈니스 팟캐스트가 된 ‘피벗(Pivot)’을 공동 호스트 중인 스캇 갤로웨이는 이미 이 쇼에서 현재의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을 "파타고니아 조끼 입고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경기 침체"라고 부르면서, 이번 침체가 테크 업계의 엘리트를 비롯한 일부 고소득 직종에 한정해 영향이 크다고 전했고요. (갤로웨이는 이들이 누구보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누구나 일하고 싶은 직장에서 일했으며, 무엇을 하지 않을지에 대한 선택권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죠)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이미 큰 폭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된 테크 업계의 해고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다른 화이트 칼라 영역으로도 서서히 확산할 것으로 예상돼요. 현재 기업 본부 조직에 속하는 포지션의 일자리 구인이 일단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에요. 물론 '그들만의 리그'에서 탈락하는 이들은 전체 노동자의 아주 작은 일부이기도 하지만 테크 업계를 비롯한 기업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은 분명히 알리고 있어요.
(금융위기 이후) 지난 1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장만을 해온 테크 업계에도 오랜만에 위기가 닥쳤고, 적어도 이들의 소프트랜딩 가능성은 이제 떨어지고 있다고 보는 시선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 테크 업계에는 해고된 사람의 수보다 더 많은 포지션이 열려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앞으로 각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2차, 3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죠.
'블리츠스케일링'도 진짜 끝났다 이미 올해 2분기부터 지속적으로 반복되어온 이야기이지만, 수익성을 우선하지 않은 (혹은 효율보다는 속도를 우선하는) 성장 전략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수익보다는 디지털 세계의 연결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용자 베이스 확대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확립과 수익성은 고려되지 않은 상황이 오래 이어져 왔죠. 이와 같은 전략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장악해 온 빅테크를 비롯해 에어비앤비와 우버 등의 공유 경제 플랫폼 모델, 그리고 각종 이커머스와 핀테크 플랫폼들이 보여준 높은 성장성은 이제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에요.
불과 얼마 전까지의 저금리 시대에는 수익을 내지 않고도 '사용자를 확보한 플랫폼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때까지 자금을 수혈하면서 버티는 게 가능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럭셔리가 허용되는 기업들은 이미 규모를 아주 크게 키운 극소수 스타트업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의 벤처캐피털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최근 나오는 각종 데이터는 그런 시대가 끝났음을 또 공식적으로 알리고 있죠.
대표적으로 최근 크런치베이스의 집계에 의하면 2022년 3분기의 벤처 투자 금액은 전 세계 총 810억 달러(약 106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 900억 달러(약 118조 원)나 줄었어요. 직전 분기에 비해서는 33%나 떨어진 수치이고요. S&P글로벌도 최신 통계인 11월의 벤처 투자 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7%나 떨어진 205억 달러(약 26조 8500억 원)에 불과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2분기부터 이 금액은 계속해서 큰 폭으로 하락하는 중이죠.
이는 블리츠스케일링에 성공한다 해도 당장 돈을 벌 수 없는 성장 전략으로는 버틸 수 없는 시절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통계이기도 합니다. 더 투자를 받고 싶다면 수익을 낼 확실한 방법을 보여줘야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시기가 온 것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어요. 각 업체들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기업 운영을 이어가면서 투자 시장을 바라봐야 하죠. |
미국은 테크 산업이 위기를 맞거나 저성장에 접어든 중요한 순간에 정부 차원의 기술 투자가 이루어져 오기도 했어요. 이번에는 지난 8월에 초당적 합의로 나온 '칩과 과학 법안'이 그런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보고 있죠. |
진짜 버블이 푹 꺼지는 상황일까? 현재의 상황이 2000년대 이후 테크 업계가 겪은 각 위기 상황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테크 업계에는 이제 위기가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시각도 커지고 있어요.
심각했던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는 이미 여름부터 공급 과잉의 시장이 되어 퀄컴과 인텔, AMD 등 대표적인 업체들이 현재는 모두 비용절감 방안을 마련하고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어요. 새로운 테크를 내세우는 스타트업에 대한 펀딩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테크 업계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 산업 등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재 경기 하강 국면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커지고 있죠. 최근 터진 FTX 사태는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크립토 업계에도 찬물을 끼얹었고, 관련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을 만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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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빅테크 #버블
파타고니아 조끼 침체
테크 업계는 다가온 겨울이라는 이야기를 넘어 이제는 2001년의 버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 맞았던 위기에 못지않은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위험성에 대한 목소리가 증폭되지 않았지만, 아마존과 월마트 등이 기업 본부 직원들, 즉 '화이트 칼라' 직원들에 대한 해고까지 단행하자 분위기는 바뀌었어요.
계속 이어질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가 어느 정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2023년이 오랜만에 맞는 테크의 '진짜 위기'라는 이야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프트랜딩' 이야기도 나오지만
최근 월스트리트의 분위기는 미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하면서 소위 소프트랜딩(soft landing), 즉 경기의 하강 속도가 조절되는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요. 하지만 테크 업계의 분위기는 그다지 희망적이지는 않아요. 일단 아마존이 오랜 기간 기대를 크게 걸었던 알렉사(Alexa) 관련 조직의 구조조정에 나섰고 메타의 대규모 해고 상황, 스타트업들의 이어지는 구조조정 그리고 월마트와 같은 대형 리테일러의 기업 조직 축소 소식은 예상보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도 풀이돼요.
테크 업계를 비롯한 대표적인 기업들의 소위 ‘화이트 칼라’ 직종 해고가 계속되고 있는 점이 (보통 블루 칼라 직종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기존의 경기 침체 신호와는 다르다고도 보고 있죠. 대표적인 비즈니스 팟캐스트가 된 ‘피벗(Pivot)’을 공동 호스트 중인 스캇 갤로웨이는 이미 이 쇼에서 현재의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을 "파타고니아 조끼 입고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경기 침체"라고 부르면서, 이번 침체가 테크 업계의 엘리트를 비롯한 일부 고소득 직종에 한정해 영향이 크다고 전했고요. (갤로웨이는 이들이 누구보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누구나 일하고 싶은 직장에서 일했으며, 무엇을 하지 않을지에 대한 선택권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죠)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이미 큰 폭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된 테크 업계의 해고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다른 화이트 칼라 영역으로도 서서히 확산할 것으로 예상돼요. 현재 기업 본부 조직에 속하는 포지션의 일자리 구인이 일단 계속 줄고 있는 상황이에요. 물론 '그들만의 리그'에서 탈락하는 이들은 전체 노동자의 아주 작은 일부이기도 하지만 테크 업계를 비롯한 기업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은 분명히 알리고 있어요.
(금융위기 이후) 지난 1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장만을 해온 테크 업계에도 오랜만에 위기가 닥쳤고, 적어도 이들의 소프트랜딩 가능성은 이제 떨어지고 있다고 보는 시선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 테크 업계에는 해고된 사람의 수보다 더 많은 포지션이 열려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앞으로 각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2차, 3차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죠.
'블리츠스케일링'도 진짜 끝났다
이미 올해 2분기부터 지속적으로 반복되어온 이야기이지만, 수익성을 우선하지 않은 (혹은 효율보다는 속도를 우선하는) 성장 전략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수익보다는 디지털 세계의 연결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용자 베이스 확대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확립과 수익성은 고려되지 않은 상황이 오래 이어져 왔죠. 이와 같은 전략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장악해 온 빅테크를 비롯해 에어비앤비와 우버 등의 공유 경제 플랫폼 모델, 그리고 각종 이커머스와 핀테크 플랫폼들이 보여준 높은 성장성은 이제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에요.
불과 얼마 전까지의 저금리 시대에는 수익을 내지 않고도 '사용자를 확보한 플랫폼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때까지 자금을 수혈하면서 버티는 게 가능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럭셔리가 허용되는 기업들은 이미 규모를 아주 크게 키운 극소수 스타트업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의 벤처캐피털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최근 나오는 각종 데이터는 그런 시대가 끝났음을 또 공식적으로 알리고 있죠.
대표적으로 최근 크런치베이스의 집계에 의하면 2022년 3분기의 벤처 투자 금액은 전 세계 총 810억 달러(약 106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 900억 달러(약 118조 원)나 줄었어요. 직전 분기에 비해서는 33%나 떨어진 수치이고요. S&P글로벌도 최신 통계인 11월의 벤처 투자 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7%나 떨어진 205억 달러(약 26조 8500억 원)에 불과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올해 2분기부터 이 금액은 계속해서 큰 폭으로 하락하는 중이죠.
이는 블리츠스케일링에 성공한다 해도 당장 돈을 벌 수 없는 성장 전략으로는 버틸 수 없는 시절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통계이기도 합니다. 더 투자를 받고 싶다면 수익을 낼 확실한 방법을 보여줘야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시기가 온 것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어요. 각 업체들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기업 운영을 이어가면서 투자 시장을 바라봐야 하죠.
진짜 버블이 푹 꺼지는 상황일까?
현재의 상황이 2000년대 이후 테크 업계가 겪은 각 위기 상황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테크 업계에는 이제 위기가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시각도 커지고 있어요.
심각했던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는 이미 여름부터 공급 과잉의 시장이 되어 퀄컴과 인텔, AMD 등 대표적인 업체들이 현재는 모두 비용절감 방안을 마련하고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어요. 새로운 테크를 내세우는 스타트업에 대한 펀딩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테크 업계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 산업 등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재 경기 하강 국면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커지고 있죠. 최근 터진 FTX 사태는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른 크립토 업계에도 찬물을 끼얹었고, 관련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을 만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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