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직면한 두 가지 도전 그러는 사이 실적과 주가가 동시에 부진해진 아마존은 내외부적으로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 우선 큰 인사 변화가 있었다. 전 세계 소비자 비즈니스 부문(이커머스)을 총괄하던 데이브 클라크(Dave Clark)가 지난 6월 초 사임했다. 아마존 내에서는 클라크의 사임이 상당한 충격이었다고 전해진다. 팬데믹 기저효과가 사라지며 매출 성장률이 둔화되자 팬데믹으로 폭증한 배송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그동안 아마존이 투자했던 물류 시설과 인력이 남아돌게 됐다. 클라크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방안을 마련해 제프 베조스를 포함한 이사회에 향후 비즈니스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사회에서는 클라크의 계획을 매우 고무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런데 불과 1주일 후 클라크가 전격 사임한 것이다. 클라크 사임 후 아마존 커머스 비즈니스와 관련 있는 두 명의 고위 임원(글로벌 소비자 풀필먼트 담당, 아마존 트랜스포테이션 서비시즈(Transportation Services) 담당)도 회사를잇달아 떠났다. 이렇게 고위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제프 베조스의 후임으로 아마존을 이끌게 된 앤디 재시(Andy Jassy) 전 AWS 대표가 처한 상황과 그의 리더십이 주목되기도 했다. 팬데믹 기저효과가 한창인 가운데 베조스에게 리더 자리를 물려받은 재시가 CEO에 오른 후 공교롭게도 아마존 이커머스 부문은 팬데믹 효과가 꺼지면서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브 클라크는 재시에게 주 1회씩 실적을 보고했다. (베조스가 CEO인 시절엔 이렇게 자주 실적을 들여다보지는 않았다고 한다) 클라크가 아마존을 떠난 배경을 설명한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이 팬데믹 동안 물류 역량과 인력을 대폭 늘리게 된 근거였던 자체 물류 예측 프로그램인 SCOT(Supply Chain Optimization Technologies: 공급망 최적화 기술)이 결과적으로 회사의 발목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예기치 못한 전쟁 등 외부 요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마존의 자랑인 물류 기술에서 미래 예측에 실패한 셈이다. * 참고: 클라크가 옮겨가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의미심장하다. 클라크는 앤드리센 호로위츠(a16z), 소프트뱅크,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 등으로 부터 투자받은 물류 기업 플렉스포트(Flexport) 대표로 9월에 취임한다. 플렉스포트는 해상의 우버라고 불리우는 기업으로 디지털화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한 해상 물류의 비효율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세계가 공급망 마비로 신음하고 있으며 아마존 또한 그 타격의 영향권 아래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마존에 생긴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지난 4월 최초의 노동조합이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의 JFK8 물류 센터에 생겼다는 점이다. 팬데믹 동안 아마존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회사의 적절한 팬데믹 대응을 요구하며 앨러배마와 뉴욕에서 각각 노조 설립을 추진했는데 뉴욕에서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사측이 끈질기게 노조 설립을 방해하는 캠페인을 물류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 의미가 있다. 실적 악화로 물류 역량 조정을 위해 물류센터 인원이나 복지에 손대야 할 가능성이 있는 아마존 입장에서는 노조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삼권(행정, 입법, 사법)'에서 조여오는 압박 아마존의 첫 노조를 탄생시킨 배후에는 연방정부의 지원이 있었다.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 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의 제니퍼 어브러조(Jennifer Abruzzo) 법률고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노동자 권익 강화를 위해 임명한 인물로 지난해 12월 아마존 회사 시설 내에서 직원 결사가 가능하게 하라며 회사의 합의를 끌어냈다. 바로 이 합의 덕분에 아마존 첫 노조가 가능했다. JFK8 노조를 조직한 해고 직원 크리스 스몰스(Chris Smalls)는 노조 설립을 위한 투표에 직원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물류센터 앞에 캠프를 차리고 밤낮없이 직원들과 소통한 끝에 노조 설립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아마존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입법 흐름이다. 반독점법 중 하나인 '미국의 혁신 및 온라인상 선택 법안(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이 곧 미 의회 상원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이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자사 우대(self-preferencing)를 엄격히 규제한다는 점이다.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플랫폼 내에서 우선 노출하는 행위 규제다. 이 법이 시행되는 경우 아마존은 프라임 배송을 판매자에게 강요하지 못하게 되고 자체 브랜드(Private label) 상품 부문은 회사에서 아예 분리해야 할 수도 있다. 아마존은 다른 빅테크 기업들(알파벳, 애플, 메타)과 함께 가열차게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판매자들에게는 이 법안을 반대한다는 서한을 의원들에게 보내 달라는 독려까지 하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를 내세워 "이 법이 통과되면 2일내 빠른 배송이 불가능하다. 프라임 배송이 불법이 된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브루킹스 연구소의 빌 베어(Bill Baer) 초빙연구원은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무작정 프라임 배송이 금지되는 건 아니라고 반박한다) 아마존이 이 법안에 대해 판매자까지 동원해 반대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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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유 파동과 인플레이션의 상관관계
지난 5월 분유 파동이 미국 전역을 뒤흔들었다.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제약 회사 애보트(Abbott)사의 분유를 먹은 영유아들이 박테리아에 감염돼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입원하면서 대규모 제품 리콜을 지시했다. 이 여파로 애보트의 최대 생산시설인 미시간주 공장이 일시 폐쇄됐다. 부모들이 분유를 구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운전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바이든 대통령이 군수물자법을 동원해 독일에서 분유를 공수해 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심각한 분유 대란을 조장한 요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결국 근본적 원인은 ‘독과점’이다. 실제로 미국 분유 시장은 4개 업체가 89%를 장악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불평등 연구의 대가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캘리포니아대(버클리)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분유시장의 과점이 결국 가격상승, 품질 저하뿐 아니라 이번처럼 분유 대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비자에게 결국 피해가 돌아간다"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지 어느덧 반년이나 됐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과 독과점을 연결하기 위해 그동안 부단하게 애를 써 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여론전에서도, 실제 물가를 잡는 데도 실패했다. (지난 1월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인플레이션과 반독점의 상관관계를 짚었다)
미국의 분유 대란은 이런 상황에서 모처럼 정부가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독과점을 직접적으로 연결한 계기가 됐다. 연방거래위원회(FTC) 리나 칸(Lina Khan) 위원장은 인플레이션과 관련된 지난 5월 의회 청문회에서 분유 대란의 근본적 원인은 시장 독과점이라고 말했다. 칸 위원장은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육류가격이 전년 대비 14% 이상 오른 것도 이 산업이 일부 공급자에게 과점 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 화제를 모았던 CNBC-뉴욕타임스가 공동으로 진행한 단독 인터뷰 이후 한동안 언론에 두문불출하던 칸은 5월 말 이후부터는 부쩍 언론 노출을 늘리고 있다.
상반기 내내 칸은 "내부 직원 만족도가 바닥이다", "조직 장악을 못하고 있다", "주변을 자기 사람으로만 채웠다” 등 보수 언론의 부정 기사에 시달렸다. 위원회 내 공화당 추천 위원이 아예 대놓고 칸을 '칼 마르크스의 제자’라고 부를 정도로 내부 당파주의와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5명 정원의 위원회가 민주:공화당 추천위원 비율이 2:2로 팽팽하게 유지되면서 상반기 동안 중요한 결정은 전혀 내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마지막 민주당 추천 위원인 알바로 베도야(Alvaro Bedoya)가 아슬아슬하게 상원 인준을 받으면서 민주당이 우위에 서게 된 게 지난 5월 11일이다.
이제 칸은 33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기업 경찰’인 FTC 위원장을 맡게 된 결정적 계기인 아마존과의 진검승부를 비로소 본격 준비할 수 있게 됐다.
* 참고: 칸은 예일대 법대 시절 쓴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란 논문을 통해 유명해졌다. 그에 대해서는 역시 지난 키티의 빅테크 읽기인 뉴 '세기의 위원장' 온 더 블럭을 참고하면 좋다.
아마존이 직면한 두 가지 도전
그러는 사이 실적과 주가가 동시에 부진해진 아마존은 내외부적으로 큰 변화에 직면해 있다.
우선 큰 인사 변화가 있었다. 전 세계 소비자 비즈니스 부문(이커머스)을 총괄하던 데이브 클라크(Dave Clark)가 지난 6월 초 사임했다. 아마존 내에서는 클라크의 사임이 상당한 충격이었다고 전해진다. 팬데믹 기저효과가 사라지며 매출 성장률이 둔화되자 팬데믹으로 폭증한 배송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그동안 아마존이 투자했던 물류 시설과 인력이 남아돌게 됐다. 클라크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지 방안을 마련해 제프 베조스를 포함한 이사회에 향후 비즈니스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사회에서는 클라크의 계획을 매우 고무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런데 불과 1주일 후 클라크가 전격 사임한 것이다. 클라크 사임 후 아마존 커머스 비즈니스와 관련 있는 두 명의 고위 임원(글로벌 소비자 풀필먼트 담당, 아마존 트랜스포테이션 서비시즈(Transportation Services) 담당)도 회사를잇달아 떠났다.
이렇게 고위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면서 제프 베조스의 후임으로 아마존을 이끌게 된 앤디 재시(Andy Jassy) 전 AWS 대표가 처한 상황과 그의 리더십이 주목되기도 했다. 팬데믹 기저효과가 한창인 가운데 베조스에게 리더 자리를 물려받은 재시가 CEO에 오른 후 공교롭게도 아마존 이커머스 부문은 팬데믹 효과가 꺼지면서 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브 클라크는 재시에게 주 1회씩 실적을 보고했다. (베조스가 CEO인 시절엔 이렇게 자주 실적을 들여다보지는 않았다고 한다)
클라크가 아마존을 떠난 배경을 설명한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이 팬데믹 동안 물류 역량과 인력을 대폭 늘리게 된 근거였던 자체 물류 예측 프로그램인 SCOT(Supply Chain Optimization Technologies: 공급망 최적화 기술)이 결과적으로 회사의 발목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예기치 못한 전쟁 등 외부 요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아마존의 자랑인 물류 기술에서 미래 예측에 실패한 셈이다.
* 참고: 클라크가 옮겨가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의미심장하다. 클라크는 앤드리센 호로위츠(a16z), 소프트뱅크,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 등으로 부터 투자받은 물류 기업 플렉스포트(Flexport) 대표로 9월에 취임한다. 플렉스포트는 해상의 우버라고 불리우는 기업으로 디지털화가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한 해상 물류의 비효율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세계가 공급망 마비로 신음하고 있으며 아마존 또한 그 타격의 영향권 아래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마존에 생긴 또 하나의 큰 변화는 지난 4월 최초의 노동조합이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의 JFK8 물류 센터에 생겼다는 점이다. 팬데믹 동안 아마존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회사의 적절한 팬데믹 대응을 요구하며 앨러배마와 뉴욕에서 각각 노조 설립을 추진했는데 뉴욕에서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사측이 끈질기게 노조 설립을 방해하는 캠페인을 물류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 의미가 있다. 실적 악화로 물류 역량 조정을 위해 물류센터 인원이나 복지에 손대야 할 가능성이 있는 아마존 입장에서는 노조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삼권(행정, 입법, 사법)'에서 조여오는 압박
아마존의 첫 노조를 탄생시킨 배후에는 연방정부의 지원이 있었다.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 National Labor Relations Board)의 제니퍼 어브러조(Jennifer Abruzzo) 법률고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노동자 권익 강화를 위해 임명한 인물로 지난해 12월 아마존 회사 시설 내에서 직원 결사가 가능하게 하라며 회사의 합의를 끌어냈다.
바로 이 합의 덕분에 아마존 첫 노조가 가능했다. JFK8 노조를 조직한 해고 직원 크리스 스몰스(Chris Smalls)는 노조 설립을 위한 투표에 직원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물류센터 앞에 캠프를 차리고 밤낮없이 직원들과 소통한 끝에 노조 설립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아마존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입법 흐름이다. 반독점법 중 하나인 '미국의 혁신 및 온라인상 선택 법안(American Innovation and Choice Online Act)'이 곧 미 의회 상원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이 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자사 우대(self-preferencing)를 엄격히 규제한다는 점이다.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플랫폼 내에서 우선 노출하는 행위 규제다. 이 법이 시행되는 경우 아마존은 프라임 배송을 판매자에게 강요하지 못하게 되고 자체 브랜드(Private label) 상품 부문은 회사에서 아예 분리해야 할 수도 있다.
아마존은 다른 빅테크 기업들(알파벳, 애플, 메타)과 함께 가열차게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판매자들에게는 이 법안을 반대한다는 서한을 의원들에게 보내 달라는 독려까지 하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를 내세워 "이 법이 통과되면 2일내 빠른 배송이 불가능하다. 프라임 배송이 불법이 된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브루킹스 연구소의 빌 베어(Bill Baer) 초빙연구원은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무작정 프라임 배송이 금지되는 건 아니라고 반박한다)
아마존이 이 법안에 대해 판매자까지 동원해 반대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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