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터 시작된 ESG 공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11월 미국 상하원을 다 장악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커 보이는 공화당은 ESG 추진에 부정적이다. 우선 '환경(Environment)'에 대한 공격부터 살펴보자. 미국의 '레드 스테이트', 즉 공화당 우세 주 중엔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곳이 많다. 급진적인 세력들은 기후위기 자체를 사기 취급하기도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미국이 탈퇴한다며 기후위기를 거짓말로 몰아갔던 것은 유명하다. 2024년 대선 출마를 위해 준비 중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펜스는 지난 5월 한 행사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에너지 생산 기업들을 붕괴시키고 좌익 급진파를 용인하는 새 ESG 규정을 추진 중"이라고 공격했다. 바이든이 지난 대선에서 진보 계열의 기후위기 관련 NGO들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되었고 현재의 에너지 위기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펜스와 머스크의 공격은 이미 공화당 성향 주에서 시작된 ESG 몰이에 일종의 유도 신호탄(dog whistle,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슬로건이나 메시지) 역할을 하고 있다. 공화당-친기업 성향 텍사스주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텍사스는 미국 본토에서 두 번째로 넓은 주다. 독립적인 전력 생산망을 운영하는 미국 유일한 주이며, 천연가스와 석탄을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친환경 에너지로도 전력 생산을 하고 있지만 지난 2021년 2월 겨울 전력난을 겪은 후 수력,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확대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텍사스는 기업 세제 혜택이 높아 기존 굴뚝기업들은 물론 기존 캘리포니아주에 자리하고 있던 상당수의 테크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테슬라도 텍사스 오스틴에 테슬라 생산을 위한 기가팩토리를 설립했다.
주 정부들의 기습도 이어지고 그런데 작년에 공화당이 주축인 텍사스주 정부가 화석연료 기업을 보이콧하는 금융 기업에는 주 예산을 투입하거나 공동사업 추진을 금지하는 법령을 통과시켰다.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대전환을 목표로 하는 ESG 펀드들에게는 치명타다. 웨스트버지니아주도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ESG 펀드 등을 운용하는 6개 주요 금융기업들(블랙록,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US뱅크코프, 모건스탠리)에 '주 사업 참여에 부적절하다'고 통보해버린 것이다. 웨스트버지니아주 재무부는 특히 주에서 블랙록에 투자한 80억 달러(약 10조 5000억 원) 중 약 2000만 달러(약 260억 원)를 인출한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 채굴 최대 국가가 중국에서 미국이 된 가운데 공화당 지지 주들이 화석연료를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이 싸게 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도 환경에는 악영향이다. 비트코인 채굴 방식은 전력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반환경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올 4월 몬태나주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하던 대형 채굴회사 마라톤 디지털(Marathon Digital Holdings)은 채굴시 필요한 전력을 친환경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텍사스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몬태나는 농업이 주 산업이며 공화당 지지 주로써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저렴한 전력으로 비트코인 채굴회사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몬태나 주가 제공하는 재생에너지의 양이 충분하지 않다며 마라톤 디지털이 공장을 이전하게 된 것이다. 주 정부가 적극적으로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의지가 없고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친환경적인 채굴방식을 굳이 택할 필요가 없는 작은 규모의 채굴기업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흐름은 ESG 투자 확대에 주춤하는 이들 금융기업들을 위축시키는 한편, 기업들의 ESG 그린워싱 시도를 제거하고 더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려는 미 연방 행정부의 시도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
아직 오락가락하는 ESG 기준
기후위기를 비롯한 세계적인 문제를 자본 투자로 해결하자며 전 세계적인 돌풍이 불었던 ESG 투자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인 전쟁으로 러시아 석유 및 가스 금수조치가 이뤄지고 전 세계적인 에너지 부족을 초래하는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까지 가서 석유 증산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하면서 에너지 위기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 이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세운 기업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규칙인 ESG에 대한 평가(또는 공격)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치명적인 건 내부 문제다. ESG 펀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ESG라는 광범위한 요소를 통합적으로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은 그 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다. ESG 펀드에 대한 통일된 기준도 없었다. 각 펀드가 세운 자체 규칙에 의존했다.
최근 일어났던 대표적인 이슈들을 일단 돌아보자.
이슈 1. 최대 전기차 회사가 제외됨
얼마 전 테슬라를 ESG 지수에서 빼서 머스크가 비난했던 스탠다드앤푸어스(S&P) 글로벌의 ESG 지수를 보면 ESG 평가의 딜레마가 드러난다.
S&P 글로벌 ESG 지수는 대표적인 ESG 평가 지수다. S&P는 테슬라 공장에서 인종차별이 횡행하고 미 교통안전국의 조사를 받는 한편 머스크의 돌발 트윗으로 주가가 출렁이는 등 사회(Social)와 거버넌스(Governance) 측면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ESG 지수에서 테슬라를 퇴출시켰다.
퇴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테슬라가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었다. S&P는 기업 규모 때문에 테슬라를 지수에 끼워 넣었지만, 테슬라가 정보공개에서 계속 소홀하자 제외했던 것이다.
이슈 2. 블랙록의 실수와 태세 전환
대형 ESG 펀드의 평가 기준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ESG 붐을 선도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이 운용하는 세계 최대 ESG ETF인 ESG 어웨어(ESG Aware, ESGU) 지수도 예외가 아니다. ESGU 지수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프로세스를 활용한다. 그런데 이 프로세스를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평가들이 발견되곤 한다.
블룸버그의 폭로 기사는 세계 최대의 쇠고기 구매기업 중 하나인 맥도날드의 MSCI 평가를 예를 들고 있다. 맥도날드는 2019년에 포르투갈이나 헝가리 국가 전체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배출량이 계속 늘어 최근 4년 동안 7% 증가했다. 그런데도 MSCI는 2021년 4월 맥도날드 환경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MSCI는 "기후변화가 맥도날드 수익에 위험을 초래하지도 않고, 기회를 제공하지도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맥도날드가 직접적으로 배출가스를 생산하지 않고 맥도날드에 납품하는 공급 기업들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수익성에는 위협이 없다는 게 평가의 이유였다.
여기에다가 원자재, 에너지 기업가치가 대폭 오른 5월부터는 블랙록이 태세를 전환했다. 블랙록 래리 핑크(Larry Fink) 회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오는 정책 상당수가 경영진을 구속하고 지나치게 규범적이니 주주가치를 제고하지 않는 방침엔 모두 반대하겠다"라고 밝혔다. 블랙록은 최근 6개월 동안 10조 달러(약 1경 3150조 원) 규모 이상으로 치솟았던 운용 자산 중 1조 7000억 달러(약 2235조 원)가 줄었다. (참고로 블랙록의 자산운용 규모는 팬데믹 직전에는 7조 달러(약 9180조 원) 수준이었다)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ESG 평가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ESG에 대한 각 펀드 평가 기준에 대한 의구심을 남겼다. 그동안 ESG 펀드에 투자만 하면 투자만으로도 환경(Environment)에 도움이 되고 직원과 지역 사회(Social)에 이바지하며 지배구조(Governance)가 건전한 기업들을 지원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장기적인 환경-사회 영향과 '비재무적인' 지표를 분석하겠다고는 하지만 ESG 투자도 결국 '투자'인 만큼 전 세계 에너지 위기 속에서 수익에 초점을 맞춘 기존 금융회사 방식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게다가 내부적인 평가 기준에 대한 의문은 ESG를 호시탐탐 비판하기 위해 노리고 있던 기후위기 회의론자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렇게 ESG를 시행하는 금융사들이 내부적인 문제를 노출하자 유럽과 미국은 소위 그린워싱(Greenwashing, 위장 환경주의)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에 나섰다. 유럽연합(EU) 이사회와 의회는 지난 6월 21일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 요건'을 강화한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최종안에 합의했다. 2024년부터 CSRD가 기존의 '비재무 보고지침(NFRD: 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을 대체하게 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은 특별 ESG 태스크포스를 결성해 ESG 펀드 집중 조사에 나섰다. ESG 펀드가 실제 목적대로 투자됐는지를 조사한다는 거다. SEC의 첫 조사 대상인 세계 1위 수탁 은행인 BNY 멜론부터 ESG 부실이 드러났다.
BNY멜론 투자 자문사의 ESG 관련 투자 185건 중 ESG 품질 심사점수에 미달한 투자는 2019년부터 3년간 67건에 달했다. 결국 SEC는 투자 정보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로 BNY멜론에 150만 달러(약 2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환경'부터 시작된 ESG 공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11월 미국 상하원을 다 장악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커 보이는 공화당은 ESG 추진에 부정적이다. 우선 '환경(Environment)'에 대한 공격부터 살펴보자.
미국의 '레드 스테이트', 즉 공화당 우세 주 중엔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곳이 많다. 급진적인 세력들은 기후위기 자체를 사기 취급하기도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에서 미국이 탈퇴한다며 기후위기를 거짓말로 몰아갔던 것은 유명하다. 2024년 대선 출마를 위해 준비 중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펜스는 지난 5월 한 행사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에너지 생산 기업들을 붕괴시키고 좌익 급진파를 용인하는 새 ESG 규정을 추진 중"이라고 공격했다. 바이든이 지난 대선에서 진보 계열의 기후위기 관련 NGO들의 지지에 힘입어 당선되었고 현재의 에너지 위기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펜스와 머스크의 공격은 이미 공화당 성향 주에서 시작된 ESG 몰이에 일종의 유도 신호탄(dog whistle,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통하는 슬로건이나 메시지) 역할을 하고 있다. 공화당-친기업 성향 텍사스주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텍사스는 미국 본토에서 두 번째로 넓은 주다. 독립적인 전력 생산망을 운영하는 미국 유일한 주이며, 천연가스와 석탄을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친환경 에너지로도 전력 생산을 하고 있지만 지난 2021년 2월 겨울 전력난을 겪은 후 수력,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확대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렸다. 텍사스는 기업 세제 혜택이 높아 기존 굴뚝기업들은 물론 기존 캘리포니아주에 자리하고 있던 상당수의 테크 기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테슬라도 텍사스 오스틴에 테슬라 생산을 위한 기가팩토리를 설립했다.
주 정부들의 기습도 이어지고
그런데 작년에 공화당이 주축인 텍사스주 정부가 화석연료 기업을 보이콧하는 금융 기업에는 주 예산을 투입하거나 공동사업 추진을 금지하는 법령을 통과시켰다.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대전환을 목표로 하는 ESG 펀드들에게는 치명타다.
웨스트버지니아주도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ESG 펀드 등을 운용하는 6개 주요 금융기업들(블랙록,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US뱅크코프, 모건스탠리)에 '주 사업 참여에 부적절하다'고 통보해버린 것이다. 웨스트버지니아주 재무부는 특히 주에서 블랙록에 투자한 80억 달러(약 10조 5000억 원) 중 약 2000만 달러(약 260억 원)를 인출한다고 발표했다.
비트코인 채굴 최대 국가가 중국에서 미국이 된 가운데 공화당 지지 주들이 화석연료를 이용한 비트코인 채굴 기업들이 싸게 전기를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도 환경에는 악영향이다. 비트코인 채굴 방식은 전력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반환경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올 4월 몬태나주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하던 대형 채굴회사 마라톤 디지털(Marathon Digital Holdings)은 채굴시 필요한 전력을 친환경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텍사스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몬태나는 농업이 주 산업이며 공화당 지지 주로써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저렴한 전력으로 비트코인 채굴회사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몬태나 주가 제공하는 재생에너지의 양이 충분하지 않다며 마라톤 디지털이 공장을 이전하게 된 것이다.
주 정부가 적극적으로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의지가 없고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친환경적인 채굴방식을 굳이 택할 필요가 없는 작은 규모의 채굴기업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흐름은 ESG 투자 확대에 주춤하는 이들 금융기업들을 위축시키는 한편, 기업들의 ESG 그린워싱 시도를 제거하고 더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려는 미 연방 행정부의 시도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사실 미국 우파들의 ESG 공격 중 가장 큰 포인트는 '사회(Social)' 부문이다. ESG를 약화시킬 수 있는 매우 큰 흐름이 바로 '임신 중단' 관련 대법원 판결이다. 트럼프가 3명의 대법관을 임명하면서 6:3으로 보수 절대 우위가 된 미 대법원은 대법관들이 종신 임기이기 때문에 1960년대 미국 민권운동으로 획득했던 각종 인권 시계를 향후 10년간 충분히 거꾸로 돌릴 수 있다.
그 첫 판결은 1973년의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 즉 임신 중단을 합법화했던 판결을 뒤집고 "각 주에서 알아서 하라"는 판결이다. 대법원의 판결과 함께 미국 보수성향 주들은 일제히 임신 중단 불법화에 나서고 있다. (보수적인 미국 주들은 대법원이 다음 회기에선 임신 중단에 이어 동성 결혼이나 심지어 피임까지도 헌법적으로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대법원은 미국 EPA(환경청)가 각 화석연료 발전소와 기업의 탄소배출을 규제할 권한도 축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의 경우 임신 중단 합헌 판결을 뒤집은 만큼의 임팩트가 있지는 않으나여전히 ESG 평가에 있어서 복잡성을 더할 수 있다. ESG의 도입은 아직 무르익지 않았는데, 환경청의 규제 권한이 축소되는 것은 향후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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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