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8일. 거인들의 경쟁과 합체

1. 월마트와 아마존, 2. 디스커버리와 워너, 3. 이제 동남아는 3파전
2021년 5월 18일 화요일

오늘은 거인들의 경쟁과 합병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팬데믹으로 인해 앞으로 월마트와 아마존의 더 격화될 식료품 이커머스 경쟁이 첫 번째 이야기이고요. 디스커버리 채널과 HBO의 영화/드라마가 합체가 되는 디스커버리와 워너미디어의 합병 소식, 그리고 다른 길을 가기로 한 동남아의 빅테크 고젝과 그랩의 이야기가 이어져요.

[리테일] #식료품 #온오프라인
1. 월마트와 아마존의 식료품 경쟁
월마트는 오프라인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이커머스를 키우고 있고, 아마존은 차츰 식료품 시장에서 외연을 넓히기 시작했는데요. 서로가 앞서 있는 분야를 다음 성장 영역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 둘의 경쟁은 팬데믹을 기점으로 본격화되고 있었어요. 현재 이들의 경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온오프라인 모두 식료품이 핵심 영역이에요.
쫓아가기 시작했던 월마트
리테일 섹터의 거인 중 거인이라고 할 수 있는 월마트의 2020년 매출은 약 5590억 달러(약 631조 원)에 이르렀어요. 이들 역시 팬데믹 기간 동안 증가한 식품 리테일 판매로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는데요. 작년부터는 미국에만 5300개가 넘는 월마트 매장을 비롯한 물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커머스도 확대해 오고 있었어요. 

이제 총 거래액 기준으로 미국 이커머스 시장의 약 7%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아마존에 아직 비할 바가 못 돼요.* 월마트가 이 격차를 줄이려면 아마존 프라임과 경쟁하기 위해 내놓은 멤버십인 월마트 플러스의 성장을 더 푸시해야 하고, 현재 비용 구조가 높은 식료품 배송의 경제성을 더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는 분석이 따르고 있죠.
파이낸셜 타임스가 인용한 이마케터(eMarketer)의 조사 결과. 미국 가정의 2/3 이상이 가입한 아마존의 프라임 멤버십을 고려하면 실제 아마존의 이커머스 지배력은 훨씬 큰 것으로 예상하죠.

저멀리 달아나려는 아마존
아마존 이커머스의 지속적인 힘은 이제 2억 명이 넘는 프라임 멤버십 가입자에서 나와요. 이커머스 실적은 지난 1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는데요. 다른 사업도 모두 잘 되었지만, 이커머스는 이미 큰 시장 지배력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이런 아마존이 노리는 다음 분야는 월마트의 텃밭인 식료품 사업이에요. 

계산대 없는 매장을 확대하며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기도 하지만 아직 오프라인 식료품 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있지는 않은데요(1분기에 유일하게 매출이 줄어든 분야에요). 서서히 매장을 확대하는 상황은 계속 포착되면서 이들이 앞으로 식료품 사업과 이커머스의 시너지를 낼 방법을 만들 것이라는 예측은 계속되고 있죠. 

식료품 이커머스의 향방
월마트는 작년에 이커머스 테크에만 102억 달러(약 11조 5500억 원)의 자본을 투입하면서, 이커머스 영역에서 아마존을 쫓아가기 위한 기반을 계속 다듬어왔어요. 하지만 이미 쌓인 이커머스 테크의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아마존이 오프라인 기반을 확대하며 식료품의 이커머스까지 더 빨리 확대하기 전에 자리를 잡아야 해요.

이미 구축한 온라인 시스템에 오프라인 기반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확대하는 것은, 오프라인을 주력으로 하는 사업이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보다 용이한 작업이에요. 이용하던 오프라인 매장의 새로운 온라인 사이트를 사용하는 것보다, 이미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온라인 멤버십을 통해 새로운 카테고리까지 쇼핑할 수 있다면 고객이 느끼는 편리함은 더 크죠. 지금 월마트는 바로 이 점을 걱정하고 있고, 아마존은 이 점을 명확히 노리고 있어요. 앞으로 더 커질 경쟁의 포인트입니다.
☕️  거인들의 전쟁이지만
지난해 리테일에 쏠린 팬데믹의 이익을 거두기도 한 이 두 거인은 새로 진출하고자 하는 사업에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이전에도 컸지만 더) 커졌어요. 이제 이들의 경쟁은 누가 어떤 방향에 어떻게 돈을 더 잘 쓰느냐의 결정에 달려있기도 하죠. 식료품의 이커머스 경쟁은 이들 외에도 빠르게 커가는 고퍼프(gopuff)와 인스타카트 그리고 도어대시 등 새로운 스타트업의 성장으로 더 커질 것으로도 예상되는데요. 그만큼 성장할 룸이 큰 시장으로 보고 있기도 하죠. 
☕️ ☕️  다른 이야기: 아마존의 걱정거리
아마존은 혁신에 혁신을 거듭하며 마켓플레이스와 함께 방대한 물류 네트워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술과 거대한 시스템을 계속 만들어 왔죠. 하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시스템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행위가 법의 통제 속에 들어오지 못하고 아마존의 테두리내에서만 해결할 수 있게 하는데요. 수많은 셀러와 바이어 그리고 직원들이 활동하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분쟁을 모두 직접 통제하는 거대한 시스템은 이제 반독점 조사의 타겟이 될 것으로 예상돼요. 아마존이 앞으로 만들어나갈 새로운 테크와 사업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 정부가 벼르고 있는 바로 이 조사의 향방인데요. 아직 못 보셨다면 <사이먼의 롱폼> 4화, 아마존 v 미국 정부 편을 차근히 읽어보세요.

[미디어] #스트리밍콘텐츠합체
2.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 합체
미국의 대표 통신사 중 하나인 AT&T는 약 3년 전, 무려 850억 달러(약 96조 원)가 넘는 큰 금액에 미디어 기업인 타임 워너(Time Warner)를 인수하면서, 콘텐츠와 유통이 합쳐진 사업 모델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하지만 두 사업은 시너지를 내지 못했고, 현재 스트리밍으로 옮겨간 미디어 콘텐츠 경쟁에서도 뒤처지게 되었어요. 이제 AT&T는 (인수 후 워너미디어(WarnerMedia)로 명명했던) 이 회사의 경영에서 손을 떼고, 라이벌이기도 한 디스커버리(Discovery)와 합쳐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제국을 꿈꿨으나...
통신사의 과감한 베팅이었지만
AT&T는 최근 미디어 사업을 차례로 정리하고 있었는데요. 2015년 당시 역시나 야심차게 인수했지만 실적이 계속 악화된 케이블 방송 사업자인 다이렉티비(DirecTV)의 지분도 (인수 당시보다 훨씬 낮은 가치를 기준으로) 팔고,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사업도 소니에게 넘겼어요. 결과적으로 미디어/콘텐츠 비즈니스의 운영과 망 기술 개발을 기반으로 하는 통신 사업의 운영은 함께하기 어렵다는 점을 비싼 값을 치르고 깨닫게 된 것이죠. 이제 이들은 5G 네트워크 구축 등 본래 핵심인 통신사업에 집중할 예정이에요.

넷플릭스 그리고 디즈니+와 경쟁하려면
워너미디어에겐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가 있지만, 이제 구독자가 2억 명을 넘긴 넷플릭스와 1억 명을 넘긴 디즈니+가 전 세계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은 상황이죠. 홈데코, 요리, 여행, 오프라 윈프리 네트워크 등의 방대한 카테고리를 묶어 올해 초 론칭한 디스커버리의 디스커버리 플러는 스트리밍 대열에 성공적으로 합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이제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뉴스까지 아우르는 서비스가 탄생할 가능성도 생겼어요. 이들은 경쟁력이 뒤지지 않은 광범위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기반으로 넷플릭스와 디즈니를 따라잡을 서비스를 목표하고 있는 것이에요.

합병의 전체 규모는 430억 달러(약 48조 680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어요. 이는 AT&T가 새롭게 탄생할 회사에 자산을 넘기면서 받는 현금과 워너미디어로 넘어갈 부채 등을 합친 금액이에요. 경영은 디스커버리가 맡게 되고, 합병 이후 새로운 회사 주식의 71%는 AT&T의 주주들에게, 나머지 29%는 디스커버리 주주들이 소유하게 됩니다.

콘텐츠 비즈니스로 승부해야
이번 합체를 함께 주도한 미디어 업계의 모굴이자 디스커버리의 대주주인 존 말론(John Malone)은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워너미디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통신 사업이 집중하는) 연결 기술과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집중할 영역이 다른 분야이다"라면서 두 비즈니스를 함께 경영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이제 콘텐츠에 초점을 둔 운영과 성장을 이어가는 점을 보면 이 이야기가 수긍이 되죠. (이들은 물론 스트리밍 테크와 콘텐츠 경험을 더 키우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지만, 이제는 콘텐츠로 계속 성장 레버리지를 만들어가는 단계에 접어들었어요)

현재 디스커버리 플러스는 론칭 후 3개월 만에 약 15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고, 워너미디어는 유료 케이블 채널인 HBO와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를 합쳐 약 4400만 명의 구독자가 있는데요. 새로운 자산들이 어떤 방식으로 합쳐갈지, 과연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와 경쟁할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통신사의 힘겨운 미디어 운영기
또 다른 대표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Verizon)도 자신들이 인수해 운영 중이던 온라인 플랫폼인 AOL과 야후를 최근 대형 사모펀드에 넘겼어요. 각각 44억 달러(약 4조 9800억 원) 그리고 45억 달러(약 5조 1000억 원)에 인수했던 이들을 합쳐 이제 그 반 정도의 가격인 50억 달러(약 5조 6600억 원)에 넘기게 되었는데요. 야심차게 영역을 확장하려던 통신사업자가 (광범위한 의미의) 미디어 운영에 실패한 또 다른 사례입니다.

[빅테크] #여기도합체 #동남아
3. 판이 더 커진 거인들의 전쟁
점점 커지는 동남아 시장의 빅테크로 떠오른 고젝(Gojek)과 그랩(Grab)은 그간 치열한 경쟁을 이어오면서도 합병 논의도 진행했지만, 결국엔 논의가 결렬되면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죠. 이들은 이제 각각 더 큰 성장 준비를 하면서 경쟁 채비를 다시 갖추고 있어요.

자본의 '대리' 경쟁의 결과는?
전개 1. 고젝의 다른 합병
본래 그랩과의 합병이 계속 논의되었지만, 모두의 예상을 깼던 고젝과 인도네시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토코피디아의 합병이 공식화됐어요. 이름은 고토(GoTo)가 될 예정이고요. 승차 공유, 주문 배달, 핀테크, 결제 서비스 등을 모두 운영하는 고젝의 서비스와 이커머스가 합쳐지게 되면서, 동남아 시장의 핵심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전보다 지배력이 큰 플랫폼을 구축하게 되었어요.

전개 2. 그랩의 미국 상장
그랩은 이제 스팩(SPAC)을 통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을 추진 중이죠. 이들은 고젝과의 합병이 물건너가자 독자적으로 성장하면서 앞으로 펼쳐질 경쟁에 대비한 계획을 실행한 것인데요. 이제 고젝의 홈그라운드인 인도네시아에서의 역전과 확장을 목표하고 있어요. 동남아 시장 전체로 보면 여전히 그랩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 시장의 인구와 잠재력이 다른 시장에 비해 워낙 크다고 보고 있죠.

전개 3. 씨(Sea)의 급부상
동남아 이커머스의 큰 가능성을 알린 것은 미국 주식시장에도 상장된 싱가포르 기반의 씨(Sea)인데요. 이들이 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Shopee)가 팬데믹을 기점으로 그 잠재력을 터뜨리면서 동남아 시장의 빅테크 경쟁에 발을 들이게 되었어요. 일각에서는 이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도 하는데요. 확실한건 쇼피의 성장은 동남아 시장에서 이커머스의 성장 가능성을 재평가하게 했고, 고토와 그랩의 성장 계획 변경에도 영향을 끼쳤어요.

앞으로 전개될 경쟁
고토는 인도네시아에서 계속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노력할 테고, 그랩은 이를 최대한 방어하며 자신들이 우위에 있는 다른 시장의 성장을 더 푸시할 것으로 보여요이들은 현재로서는 기존 금융 서비스에 접근이 어려운 인구가 많은 시장의 핀테크 서비스 성장에도 집중할 예정이에요. 씨의 이커머스는 인도네시아에서 특히 존재감이 커졌는데요. 이들도 이제는 우선 인도네시아에서 핀테크 사업의 확장을 노려요. 

앞으로 이들이 동남아 시장의 유망 스타트업을 이들이 인수하는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는데요이제 동남아의 슈퍼앱 경쟁은 이견이 없는 3파전이 되었어요. '빅테크'가 인터넷 시장을 주도하는 구도도 이제 확고히 자리잡았습니다.
☕️  인도네시아에서 더 격화될 경쟁
동남아시아는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는데요. 동남아의 빅테크와 이들에 투자한 자본은 총 6억 50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네트워크 효과를 더 증폭시킬 수 있는 시장으로 바라본 것이죠. 그리고 그 네트워크 효과의 선점은 2억 7000만 명 이상의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사업자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 동남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빅테크 경쟁은 고토와 그랩 모두에 투자한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그리고 소프트뱅크 등을 필두로 한 세계 자본의 경쟁이기도 해요. 이들의 자본이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지만, 그로 인해 초기부터 빅테크라고 불린 이들 기업 위주의 현재 시장 구도가 만들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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