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추가] ☕️☕️ 빅오일을 바꾼 작은 엔진

커피팟의 시선 2화. 빅오일을 바꾼 작은 엔진
2021년 6월 25일 금요일

오늘은 엑손모빌을 넘어 빅오일과 에너지 업계 전체의 변화를 더 가속하는 시작점을 만든 엔진 넘버 원(Engine No. 1)의 이야기를 롱폼 콘텐츠인 <커피팟의 시선>으로 들고 왔어요. 간단하지 않았을 일을 해낸 이들은 누구이며 이를 어떻게 해냈고, 어떤 의미와 영향을 끼친 걸까요?

[커피팟의 시선] #2화
빅오일을 바꾼 작은 엔진
빅오일(Big Oil)이라고 불리는 회사들은 빅테크가 부상하기 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들이었어요. 그리고 그 중 대장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엑손모빌은 2013년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기업가치를 가진 기업이었죠.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지만, 유례없는 속도로 산업이 전환되고 있는 이 시기에 '영광의 순간'은 아득한 일이 된 것이에요. 그리고 이들을 또 한번 흔드는 사건이 최근 일어났는데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경영 활동을 촉구하겠다는 소수 지분의 행동주의 펀드인 엔진 넘버 원(Engine No. 1)이 이들의 사업 모델이 지속가능성이 없다며 전체적인 사업 전략의 변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에요.

이들은 악명 높은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만큼이나(혹은 그보다 더) 공격적으로 사업 모델의 변화를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어요. 단순히 기후위기에 대응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좋은 뜻을 가진 착한 펀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었고,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지키는 지속가능한 전략과 장기적으로도 수익이 이어지는 사업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투자자들을 설득했어요. 주주 자본주의의 논리에 충실했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당장 사업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어필해 승리를 거둔 것이죠.
*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최근 활동 중 가장 큰 화제가 되었던 것은 작년에 트위터의 이사회에 들어간 것이에요. CEO 잭 도시의 교체까지 목적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동안 사업 모델에 큰 변화를 주지 않던 트위터가 구독제 사업 모델을 만들고, 새로운 기능의 제품을 추가하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되었죠.

핵심은 "계속 이러면 돈을 벌 수 없다!" 였어요.
좋은 타이밍과 뒷받침된 실력
단 6개월. 빅오일 중에도 대장이라고 불리는 엑손모빌의 이사회에 새로운 멤버 3명을 작은 행동주의 펀드가 앉히는 데 걸린 시간이에요. 작년 12월에 총 주식의 0.02%를 취득한 엔진 넘버 원은 순식간에 월스트리트의 투자 회사들과 기업들을 긴장시키는 포스로 자리 잡게 되었죠. 이 펀드는 닷컴 버블 당시부터 테크 투자자이기도 하고, 석탄 광산을 운영하고 석유 및 가스 저장 사업을 하기도 했던 오랜 경험을 가진 크리스 제임스(Chris James)라는 인물이 개인 사재 2억 5000만 달러(약 2820억 원)를 투입하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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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손모빌을 연상시키는 색에도 신경 썼어요. (홈페이지 첫 화면 캡쳐)
문제는 사업성(실력)이라고!
엔진 넘버 원은 기후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하는 행동주의 펀드이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데 최우선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일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하지만, 핵심은 그 대응을 하면서도 '수익'을 내고 '기업 가치'를 계속 끌어올릴 수 있느냐이죠. 엔진 넘버 원은 엑손모빌의 현재 사업이 가까운 미래에 사업성이 떨어지고, 앞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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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P가 빅오일 중에서 가장 높아요. 주주들에게 발표한 자료에는 뼈아픈 팩트들이 명확하게 나열되어 있어요.  
(Source: Reenergize Exxon)

'착한 그린'이 아닌 '독한 그린'
엔진 넘버 원의 승리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타임스의 대표적인 칼럼니스트이자 (그 유명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저자인) 토마스 L. 프리드먼은 칼럼을 통해 "나는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을 비롯해) 환경을 위해 기업의 경영 활동 변화를 촉구하는 이들이 '착한 그린(nice green)'이 아니라 '독한 그린(mean green)'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엔진 넘버 원이 자본주의 논리에 충실하면서 '독한 그린'의 마스터 클래스를 보여주었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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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코닥 필름 사진을 왜 보여드리냐면요.
결국 '코닥 모먼트'를 막은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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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언급되어 이제는 잘 언급되지도 않는) 대형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실패의 대표 사례인 코닥은 2012년에 파산 선고를 하기 수년 전부터 필름 시장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디지털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경고를 계속 받았죠. 놀라운 사실은 코닥이 1975년에 이미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고, 앞선 기술을 늘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에요. 엑손모빌을 비롯한 빅오일도 마찬가지예요. 이들은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도 갖추고 있고, 누구보다 앞선 탐사 개발 및 생산 기술력을 재생에너지 사업 등으로 포커스를 전환해 활용할 방법을 만들 수 있다고 분석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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