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자본이 몰리는 곳

1. 생성 AI의 성장, 2. FTX가 걷어낸 먼지, 3. 워싱턴포스트의 야심
오늘은 최근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생성 AI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하고요. 오늘 CEO인 샘 뱅크먼-프리드가 체포된 FTX 사태가 걷어낸 먼지, 그리고 워싱턴포스트의 잠시 꺾인 야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 지난주 정기 뉴스레터는 발행인의 건강상 이유로 찾아오지 못했습니다. 늦게 말씀드리게 되었지만, 너른 마음으로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커피팟의 샷 추가이야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발행되는지 라이브러리에도 들러 확인해 보세요!

어제는파타고니아 조끼 침체라는 이야기를 전해드렸고요.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도 전해드릴 예정이에요.

[AI] #생성AI #챗GPT

1. 생성 AI에 몰리는 자본의 의미

최근 웹 세계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중인 오픈AI의 챗봇인 챗GPT(ChatGPT)를 비롯해 문장만 입력하면 수 초 안에 그림을 그려내 주는 AI 등 생성 모델 AI에 대한 벤처캐피털들의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는 중이에요. 테크 업계는 최근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어려운 시기를 맞이했는데요. 놀라운 수준의 기술 발전을 대중들에게 증명하고 있는 생성 AI에 대해서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챗GPT에게 생성 AI는 무엇인지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고 해봤어요. 더불어 생성 AI가 만드는 콘텐츠는 '오리지널'한 것인지도 물어봤고요. 어떤 경우에는 존재하는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완전히 오리지널한 콘텐츠를 만들기도 한다고 답변을 했어요. 존재하는 데이터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도 했고요. 아직 안 해보셨다면 챗GPT에서 바로 해보실 수 있어요. (이미지: 챗GPT와 문답 캡처)

거꾸로 자본이 몰리는 곳
최근 각종 통계는 올해 벤처캐피털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요. 최근 크런치베이스의 집계에 의하면 이번 3분기의 벤처 투자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 900억 달러(약 118조 원)나 줄어든 총 810억 달러(약 106조 원)를 기록했어요. S&P글로벌도 11월의 벤처 투자 금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7%나 떨어진 205억 달러(약 26조 8500억 원)에 불과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생성 AI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만큼은 최근까지도 계속 증가해왔어요. 파이낸셜타임스가 인용한 피치북의 데이터에 의하면 2020년 이후 생성 AI에 대한 투자가 425% 증가했고, 올해 21억 달러(약 2조 73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요. 텍스트를 이미지로 생성해 주는 오픈AI의 달리(DALL-E), 미드저니(Midjourney) 그리고 어느덧 유니콘이 된 스태빌리티AI 외에도 카피라이터 역할을 해주는 AI를 개발한 재스퍼(Jasper)와 텍스트를 영상으로 편집해 주는 런웨이 등이 지난 10월에 각각 1억 2500만 달러(약 1630억 원)와 5000만 달러(약 650억 원)의 큰 투자를 받았어요.

투자는 계속해서 몰리는 분위기라고 하는데요. 전반적으로 투자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대중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큰 가능성을 보이는 분야이지만, 벤처캐피털들의 FOMO(Fear Of Missing Out)도 또 한 번 자극된 것으로 보입니다. 크립토 혹은 웹3 전반에 대한 투자가 둔화된 상황에서 자본이 몰리고 있다고 보기도 하고요.

아직 발전 과정에 있지만
물론 현재 나온 스타트업들이 수익을 꾸준히 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단기간 내 갖추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계속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지는 모습은 기대감을 키우고 있어요. 생성 AI가 만들 수 있는 산업에 대한 기대감도 계속 커지는 중이고, 현재 분위기는 “모바일로의 전환이 가져온 변화 그 이상을 만들어낼 것이다"와 같은 이야기로 고조되고 있어요. 셀카 사진을 멋진 초상화로 바꿔주는 렌사AI의 서비스가 바이럴을 타고 매출 증가세가 급격히 커지면서 AI의 사업적인 가능성이 폭발하고 있는듯한 분위기이죠. 

하지만 아직은 기술 발전의 과정에 있고,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드러난 오류와 단점을 수정해 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모두를 놀라게 하는 기술이기는 하지만 대중들이 검증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죠.

챗GPT가 관심의 한 가운데 서면서 역시나 큰 주목을 받은 오픈AI의 CEO 샘 알트만(Sam Altman)은 꾸준히 트위터를 통해 오픈AI의 이야기를 전해왔는데요. 최근에는 챗GPT를 통해 발견되는 정보 오류 등을 의식한 듯 “챗GPT의 역량은 아직 제한적이다. 아직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재밌고 창의적인 영감을 받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은 좋으나, 사실 확인 등을 하기 위해서 활용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는 트윗을 올렸어요. 

현재의 생성 AI가 훈련을 위해 사용하는 데이터의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 차별적이거나 유해한 콘텐츠의 생성, 거짓 정보의 확산 가능성 등의 문제는 계속 제기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는 발언이기도 하죠.

이미 진행되고 있던 수익화 
올여름에 AI 화가로 가장 먼저 주목받은 미드저니는 이미지 생성 구독제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고, 스태빌리티AI는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을 국제기구와 연구 기관 등에 판매를 하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죠. 렌사AI 역시 50개의 아바타 사진을 받는데 과금을 하는 중이고요. 하지만 이는 아직까지 실험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익 모델들이기도 해요.

오픈AI의 경우, 2019년에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의 투자를 받았고, 비영리 연구 기관에서 영리 기관으로 전환했어요. 이제는 큰 주목을 받으면서 챗GPT와 달리(DALL-E) 등의 기술을 이용한 사업 모델을 고민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관련 서비스는 계속 탄생하고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어떤 타겟을 대상으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의 경쟁도 커져 관련 시장을 예상보다 더 빠르게 키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요. 결국 누가 먼저 '필요한' 서비스와 적정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느냐의 경쟁이 돼야 하는 것이죠.

물론 아직 풀어야 할 문제도 많고, 아주 초기의 실험적인 단계에 있는 시장이지만 올해 이어온 발전상은 이들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크립토] #가상자산 #벤처캐피털

2. FTX가 걷어낸 먼지

오늘 아침 FTX의 창업자이자 전 CEO인 샘 뱅크먼-프리드가 머무르던 바하마에서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는데요. 충격적이지 않은, 어느 정도 예상된 소식이기도 합니다. 가상자산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 FTX 사태의 여진이 전방위적으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벤처캐피털(VC)인 세쿼이어 캐피털이 FTX 투자에 관해 펀드에 돈을 댄 출자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는데요. 그럼에도 VC의 투자 실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죠. 
여러 인터뷰에도 계속 나오고, 트위터를 통해서도 활발히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는 결국 바하마에서 체포되었습니다.  

빅4에 실사 맡긴다지만
세쿼이어 캐피털은 FTX에 투자한 1억 5000만 달러를 얼마 전 전액 손실 처리했어요. 실패한 투자였음을 인정하고 더 큰 손해를 입기 전에 해당 주식의 가치를 0원으로 처리하는 것이죠. 그러면서 세쿼이어 임원진은 펀드 출자자들에게 "앞으로 투자 실사(due diligence)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초기 스타트업이어도 '빅4' 회계법인 중 1곳에게 실사를 받도록 하겠다는 약속이었다고 합니다. 업계에서 말하는 빅4 회계펌은 딜로이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언스트앤영(EY), KPMG 등이죠.

FTX 사태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외부 감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드러냈어요. FTX의 주요 법인 중 한 곳인 FTX 트레이딩의 경우 중소 회계법인인 프레이저 메티스(Prager Metis CPAs LLC)라는 곳에서 감사를 맡았는데,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메타버스에 있는 회사라고 해요. 이처럼 FTX는 300억 달러(약 39조 원)가 넘었던 시가총액에 걸맞지 않게 작은 규모의 회계법인들에게 감사를 맡겼고, 회계법인들은 FTX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서를 내왔다고 합니다.


내부통제가 없었다
허술한 감사의 핵심은 내부통제(internal control)에 대한 감사 누락이었다고 밝혀지고 있어요. 내부통제란 다른 말로 하면 내부회계관리제도로, 회사의 재무제표가 멋대로 작성되거나 조작되지 않도록 회사 내부적으로 통제하는 체계를 뜻합니다. 권한 또는 전산 기술적으로 재무제표 왜곡 위험을 막고,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에 주기적으로 보고하거나 공시하도록 하는 거죠.

FTX 감사의견서에는 관련 내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FTX는 암호화폐 거래 업체인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에 고객들 자산을 마구 빌려주는 등 내부적인 재무 통제가 전무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회사의 주요 지출이 메신저 이모지로 승인되고 제대로 된 기록을 남기지 않는 수준이었다는데요. 구조조정 전문가로서 새 CEO이자 파산관재인으로 취임한 존 J. 레이는 "감사 의견서를 통해 공개된 정보에 근본적인 우려 사항들이 있었다"고 말했어요. 그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는 "재무 정보의 신뢰도가 완전히 부재했다"는 표현이 담겼고요.

희대의 분식회계 스캔들이었던 엔론 사태 이후로 미국에서 큰 규모의 상장기업들은 내부통제 관련 감사가 의무 사항입니다. FTX 같은 비상장 기업은 의무가 아니죠. 하지만 빅4 회계법인처럼 규모 있고 시장이 신뢰하는 펌들은 비상장 기업을 감사할 때도 내부통제 여부를 엄격하게 감사합니다. 규모 있는 VC가 투자를 검토할 때 실사 과정에서 빅4 수준의 회계펌에게 감사의견서를 받아오라고 요구하기도 하고요.

그러나 FTX에 대해서는 그런 면밀한 확인이 이뤄지지 않았어요. 오죽하면, FTX 창업자 샘 뱅크먼 프리드는 세쿼이아 캐피털에 회사를 소개하는 동안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플레이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졌죠. 세쿼이아는 이 모습까지 쿨해보였는지 회사 홍보 블로그에 관련 내용을 적어뒀다가 최근 삭제했습니다.

업계에 만연한 분위기
가상자산 업계에서 FTX만 유독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포브스가 세계 50대 가상자산 거래소에 문의해보니 이들 중 단 16곳만 주기적으로 회계감사를 받고 있다고 답했고, 8곳만 빅4 회계법인을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죠. 25곳은 포브스 취재에 응하지 않았고요. 포브스는 감사를 잘 받고있는 거래소들이 거래량 기준으로 최상위권은 아니고 크립토 프로덕트가 많은 곳들도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만 해도 재무 상태와 내부 거래 여부를 철저히 감추기로 유명한데요. 최근 여론이 안 좋아지자 바이낸스는 프랑스의 회계법인 마자르(Mazars) 그룹에 회계감사를 맡겼다고 발표했어요. 미국에서 마자르 회계법인은 업계 매출 20위권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은 회계법인인데, 가상자산 거래소인 크라켄, 빙엑스 등의 감사를 맡고 있으며 이 덕에 매출 순위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회계 규제 기관인 PCAOB(The Public Company Accounting Oversight Board)에서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회계법인 감사에 따르면 마자르는 감사 방식에 결함이 있다고 여러 차례 지적된 곳이에요. 특정 자산에 관해 감사를 누락하거나, 피감회사에서 제출하는 자료에만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등의 지적을 받았죠.

FTX의 감사를 맡았던 프레이저 메티스와 아르마니노 등 역시 PCAOB 평가에서 2019년부터 몇 차례 지적을 받은 바 있어요. 빅4 회계법인 대신 규모가 작은 유럽의 회계법인을 선임한 바이낸스에 여전히 의구심 섞인 눈초리가 쏟아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어쨌든 시장에서는 VC들의 투자 실사, 그리고 비상장 기업의 자발적인 외부 감사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FTX처럼 일이 심하게 잘못되었을 때 투자금을 잃는 사람들과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지고 미안해해야 할 사람들이 앞으로 더 책임을 지라는 요구인 거죠.

회계법인들은 더 많은 일을 맡게 될 전망입니다. 시장이 침체되고 스타트업들의 가치 평가가 낮아지자 공정 시장 가치(FMV)를 매기는 등의 회계 및 감사 업무 수요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죠. FTX 사태로 인해 또 다른 비상장 분야인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회계법인을 많이 찾게 되었어요.

그 와중에 미국 공인회계사협회(AICPA, American Institute of Certified Public Accountants)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역할을 하며 투자까지 하고 있어서 이해충돌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2017년부터 누적 20곳 이상의 회계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 및 멘토링 등 육성 지원을 해왔다고 해요.

바이트체크(ByteCheck)라는 보안프로그램 스타트업은 "컴플라이언스가 덜 골치 아프게(Make Compliance Suck Less)"라는 카피를 앞세우는 곳인데, AICPA와 협업 관계이니 감사를 받을 때 안심해도 된다는 식으로 홍보해왔어요.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이 취재하자 바이트체크는 블로그에서 해당 문구를 삭제했고, AICPA는 지원 목록에서 바이트체크를 뺐죠.

크립토 업계의 허술했던 지점들이 여러모로 만천하에 드러난 시기였습니다. 시장이란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인데, 누군가 신뢰를 저버리고 부정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제재를 가하거나 퇴출시키는 것이 시장자본주의 체제의 룰이죠. 그런데 가상자산의 경우 모종의 신뢰를 기반에 둔 거래 행위는 활발히 일어났는데, 그 신뢰가 깨졌을 때 적용할 규칙이 아직은 너무 허술했던 것 같아요.

업계 관계자들은 신기술의 혁신을 지속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얼마 전 미국 중간선거도 치러졌으니, 신뢰와 규칙을 명문화하는 입법 행위가 차차 이뤄질 전망이에요. 이와 함께 가상자산 거래소 및 기업들, 전문 감시기관들의 변화도 필요하겠습니다. 안 좋은 소식만 들리면 크립토 업계에 도는 돈도 줄고 시장 참여자도 감소할 텐데요. 이를 진화할 자성의 움직임이 나올지, 상장 기업 수준으로 엄격한 감사가 가능할지 지켜봐야겠어요.  

By 데니스
*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이야기를 전합니다.


[미디어] #애드테크 #소프트웨어

3. 워싱턴포스트의 꺾인 야심

워싱턴포스트가 전통적인 미디어 사업 외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했던 애드테크(ad-tech) 부문인 '제우스 테크놀로지(Zeus Technology)’를 더이상 독립적인 사업부로 운영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애드테크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이후, 전통 미디어 역할을 벗어나 기술 중심의 사업을 만들기 위한 시도였는데요. 이번 결정은 워싱턴포스트의 야심찬 계획이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걸 보여줘요. 

제프 베이조스의 큰 투자로 성공적인 사업 전환을 이루었지만, 새로운 사업의 성공은 쉽지 않았어요. © 워싱턴포스트

신문사의 소프트웨어 사업
워싱턴포스트는 2019년에 야심 차게 새로운 프로덕트인 '제우스 프라임'을 공개했어요. 기업이 자동화된 광고를 실시간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광고 판매 툴인데, 기업의 마케터가 제우스 프라임을 이용해 광고를 집행하면 자동화된 타겟팅을 통해 광고를 클릭할만한 유저에게, 적합한 시간에 광고를 노출해주는 거예요.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이용해 광고를 집행하는 것과 같은 원리죠.

제우스 테크놀로지 사업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당시 첫발을 내디딘 페이스북 인스턴트 등을 통해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기를 바랐지만, 곧 워싱턴포스트의 웹사이트보다 페이스북 인스턴트에서 기사를 보는 게 독자에게 좋은 경험을 준다는 걸 알게 됐어요. 기업이 광고를 집행하는 경험도 마찬가지고요. 결국 디지털 광고 시장을 두고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틈새에서 경쟁을 시작하기 위해서라도 그들과 최소한 동등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 아래 제우스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광고 최적화 도구(제우스 퍼포먼스), 타겟팅에 사용되는 데이터 도구(제우스 인사이트) 등을 개발했어요. 

2019년부터는 이 광고 제품을 다른 웹사이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라이센싱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약 100여 개의 웹사이트가 제우스의 제품을 사용했어요. 제우스 테크놀로지의 비전은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적할 만큼 강력한, 그러나 그들과 달리 퍼블리셔에게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광고 판매 도구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라이센싱 사업만으로도 워싱턴포스트에 상당한 추가 수익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고 예상했죠. 

고객들의 마음을 못 잡고
그렇지만 상황이 워싱턴포스트에 유리하게 흘러가지는 않았어요. 사용자를 추적하지 못하게 하는 애플의 개인정보보호 정책이 도입되자 사용자의 쿠키를 이용한 맞춤형 광고가 어려워졌고, 다른 대형 미디어들과 웹사이트들 또한 퍼스트 파티 데이터(first party data: 기업이 자사의 플랫폼에서 직접 수집하는 데이터)를 이용한 맞춤형 광고 판매 도구에 투자하면서 경쟁이 점점 심화됐어요. 회사는 제우스에 투자해 사업을 키우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고객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어요.

결국 올해 초, 회사는 광고 최적화 도구인 제우스 퍼포먼스 사업에서 점진적으로 철수하기 시작했어요. 이후 제우스 프라임에 집중하고자 했지만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광고 시장까지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애드 네트워크(ad network, 광고주와 매체를 이어주는 서비스)를 성장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여요. 

여러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는 곧 다른 기업들에게 제우스의 라이센싱을 중단할 것이라고 해요. 관련 직원들은 워싱턴포스트 내 광고 판매 부서로 들어가 자사의 광고 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을 제공할 예정으로 알려졌어요. 

다시 설정해야 하는 방향
한편, 워싱턴포스트가 역시나 자체적으로 만든 콘텐츠 관리 시스템(Content Management System) 아크(Arc XP)를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작년에도 연간 반복 매출(ARR)보다 훨씬 높은 가치 평가를 받은 아크를 팔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2027년까지 연간 2억 달러(약 2600억 원)의 수익을 낼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최대 수익원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음에도)매각하지 않았죠

하지만 아크를 이끌면서 매각을 거부했던 최고정보책임자(CIO) 샤일리시 파크라시(Shalesh Prakash)가 (구글로 가기 위해) 회사를 떠나면서 워싱턴포스트의 경영진은 아크 매각 논의를 다시 들고나왔어요.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올해 워싱턴포스트는 재정적으로 손실을 볼 것이고, 앞으로도 큰 투자가 필요한 아크의 수익은 오랫동안 안정적이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어요. 

발행인 프레드 라이언(Fred Ryan)이 앞으로 보도 분야를 확대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수익성 측면에서 아크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사업에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여요.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유료 디지털 구독자가 약 30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 2020년 말 기준 대비해서 크게 변화가 없는 숫자인 것으로 예상돼요. 광고 수익 역시 감소하는 중이고요. 현재로서는 구독자 확보와 주요 수익원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죠.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구독과 광고 수익 외에도 소프트웨어 사업을 확장하려는 노력은 워싱턴포스트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대표적인 미디어가 추진하는 성장 방향과 차별화된 지점이었는데요. 기술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에서 주요 사업의 방향성까지 불투명해지면서 다시 한번 소프트웨어 사업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어요.

By 핀핀
* 미디어 산업의 이슈를 두루 전합니다.

 ☕ 둔화되는 광고 사업 성장세
경기 침체가 우려되면서 전 세계 광고 시장의 성장세 역시 둔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속속 나오는 중이에요. 불확실한 경제 전망이 나오는 와중에 비용을 아끼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죠. 대표적인 미디어 리서치 업체인 그룹M(GroupM)에 의하면 2023년 전 세계 광고 시장 매출의 성장세는 지난 6월에 예측했던 6.4%에서 5.9%로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어요. 또 다른 대표적인 조사 기관인 마그나(Magna) 역시 기존 6.3% 성장에서 4.8%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요. 지난 6월 이후 업데이트된 이 수치는 성장세가 느려질 조짐이 확연하다는 점을 알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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