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은 왜 무역 전쟁의 핵심일까?

전면 부각되는 필수 광물과 희토류

2025년 5월 15일 목요일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또 하나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 있습니다. 필수 광물과 희토류 등에 대한 중국의 전 세계적인 지배력인데요. 이번 관세 전쟁 와중에도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중요한 협상 레버리지가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광물'은 왜 이렇게 중요할까요? 아니 어쩌다가 이렇게 중요해졌을까요? 첨단 산업의 발전에 따라 물론 그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어 왔는데, 이제는 그 각 산업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상황이 오면서 비로소 (대중에게도) 전면에 드러나는 모습입니다.

압도적인 매장량을 바탕으로 생산과 정제 생태계를 갖춘 중국의 경쟁력이 너무 커졌음을 미국과 EU, 그리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더 절실히 깨닫는 중이죠. 

오늘은 중국의 '광물' 지배력이 어떻게 관세 전쟁을 넘은 '무역 전쟁' 와중에 위력을 발휘하는지, 그리고 그 위력의 핵심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필수 광물은 이미 석유와 화석 연료를 넘어서는 전략 자원이 되었습니다.

[에너지] #필수광물 #희토류
광물은 왜 무역 전쟁의 핵심일까?  
전면 부각되는 필수 광물과 희토류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에서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또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바로 중국이 최첨단 산업에 필수로 쓰이는 금속 광물과 희토류에 대한 지배력이 아주 크다는 점이었죠. 중국은 관세 전쟁이 심화하는 와중에 7개의 희토류에 대한 수출 제한을 추가로 걸었고, 이는 관세 전쟁이 휴전에 접어든 이후에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수출 제한이 걸린 네오디뮴(Neodymium), 디스프로슘(Dysprosium), 테르븀(Terbium) 등은 고성능 영구 자석을 만드는데 핵심인 희토류 원소들입니다. 희토류를 이용한 고성능 영구 자석은 전기차의 모터 자석, 드론의 고출력 모터, 풍력 발전의 터빈,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전자 제품과 군사 무기 등에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죠. 중국은 이에 대한 전 세계 생산과 정제의 약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이 반도체 수출 제한을 걸었을 때도 필수 금속인 게르마늄(Germanium)과 갈륨(Gallium) 등에 대한 수출 통제도 지난해 12월에 시행했습니다. 태양광 패널에 쓰이는 게르마늄과 반도체에도 쓰이는 갈륨 역시 전 세계 생산의 절대적인 부분을 중국이 차지합니다. 미국이 수입하는 게르마늄의 60% 가까이가 중국에서 오고요. 

자, 이쯤 되면 필수 광물과 희토류가 중국이 사용할 수 있는 아주 큰 협상 레버리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희토류는 특히나 4월에는 3월 대비해서 그 수출량이 갑자기 16%가 뚝 떨어졌죠.

결국 미국이 시작한 관세 전쟁이 90일 간의 휴전에 들어가게 된 주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관세 협상에서도 중국에게는 핵심 무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요. 물론, 중국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각종 수출 제한을 전면적으로 풀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내다보고 있죠. 

이러한 모습을 보면 미국이 왜 우크라이나와 광물 협정을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장량의 리튬과 티타늄 등의 필수 전략 광물을 비롯해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약 5%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매장량과 경제성에는 큰 물음표가 붙습니다. 그리고 두 국가가 최근 맺은 광물 협정의 결실이 맺어지려면 최소 10년이 걸린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입니다

광물 매장 여부와 그 양을 떠나서 이를 정제하는 기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핵심 이유입니다.

관세 전쟁이 심화된 4월 들어 중국의 희토류 수출량이 또 뚝 감소했습니다. 중국은 언제든 필수 희토류에 대한 전 세계 공급량도 조절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이미지: 블룸버그)
생산과 정제 모두 지배하는 중국 
현재 최첨단 산업 곳곳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영구 자석에 사용되는 희토류 정제의 92%는 중국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영구 자석의 전 세계 생산량 중 94%가 중국에서 만들어집니다. 또한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에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필수 광물인 코발트 역시 전 세계 정제 물량 공급의 77%가 중국입니다. 리튬 역시 65%가 중국에서 나오고요. 그나마 니켈의 경우, 그 매장량이 많은 인도네시아가 36%를 차지해 27%의 중국을 앞서지만, 이도 역시 많은 부분 중국 기업들의 기술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또 알 수 있습니다. 최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의 생산과 정제의 대부분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죠. 전기차와 풍력과 태양광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압도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중국의 모습은 바로 필수 광물과 희토류 정제 기술에서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즉,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 다가온 미래의 최첨단 산업에서의 경쟁력은 현재 중국에서 필수 광물과 희토류를 소싱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중국의 기업들도 수출 제한이 없어야 돈을 더 벌지만, 국가의 통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은 모두가 알고 있죠. 

파이낸셜타임스는 필수 광물을 비롯한 희토류 같은 '에너지'를 이렇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산업화를 이룬 대영제국은 석탄으로 그 절정에 달했고, 미국이라는 제국은 석유를 비롯한 당시 차세대 화석 연료에 대한 지배력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졌는데, 필수 광물과 희토류의 공급력은 다음 제국을 만드는데 필수라고요.

중국은 지난 20여 년 동안 각종 필수 광물과 희토류의 생산 및 정제 생태계를 각종 첨단 산업 생태계와 연결시키는 작업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20여 년이 흐른 후 미국이라는 제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쟁력을 만들어 낸 것이죠. 

물론 이제는 AI를 비롯한 각종 첨단 분야에서도 상당 부분 중국의 기술력이 결코 뒤지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은 증명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어느덧 한 생태계를 장악한 모습과 그 기술력이 큰 위력을 발휘하는 모습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시금 다가가고 있습니다. 

미국 MP 머티리얼 광산의 모습인데요. 저렇게 파낸 광물에서 희토류를 추출하고 정제하고 또 자석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이죠. 찾고 파내는 것도 어렵지만, 현재 희토류 세계에서는 찾고 파내는 게 가장 쉬운 영역이기도 합니다. 정제 기술을 갖춰야만 기업도 돈을 벌고, 해당 국가의 자원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 로이터
결국 정제 기술이 핵심인데
놀랍게도 미국에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희토류 광산이 딱 1개 있습니다. MP 머티리얼(MP Materials)이 운영하는 캘리포니아 소재 광산이죠. 하지만 여기서 나오는 물량의 80%는 중국으로 보내집니다. 정제를 위해서요.

이 정제를 하는 회사인 셩허 리소스(Shenghe Resources)는 이들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죠. 셩허는 중국 정부가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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