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의 승리보다 중요한 것

[미디어 노트] 미디어에도 AI 자본이 흘러야 하는 이유  

2025년 9월 8일 월요일
앤트로픽이 작가들이 제기한 도서 저작권 집단 소송에 합의를 했다는 소식이 주말 사이에 전해졌습니다. 합의 금액이 15억 달러(약 2조 원)에 이르니 앤트로픽이 아주 큰 금액을 작가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보이고, 그 영향도 얼핏 클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앤트로픽 입장에서는 그리 큰돈이 아니고, 잃은 것도 별로 없는 결과입니다. 오히려 불법적으로 취득한 콘텐츠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명백했기에 빠르게 합의를 한 것이죠. 앤트로픽은 깔끔하게 자신들의 문제를 자본 아니 돈으로 해결하려 한 것입니다. 

그만큼 AI 업계에는 지금 자본이 넘쳐흐릅니다. 이런 '작은 문제'에 신경을 쓰면서 발목이 조금이라도 잡힐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이 소송의 결과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이어질 관련 소송들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미디어 퍼블리셔들과 콘텐츠 업계에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물론 미디어와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들에게도요.


[AI] #앤트로픽 #저작권소송합의
앤트로픽의 승리인 이유
미디어에도 AI 자본이 흘러야 하는 이유  
앤트로픽은 700만 권의 불법 복제 서적을 다운로드해 자사 AI 모델을 학습하는데 이용했다고 의심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학습에 (얼마나) 사용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합의 결과는 50만 권의 책에 대해서 각각 3000달러씩 배상금을 지급하고, 해당 데이터를 파기하기로 한 것입니다. 추가로 사례가 발견되면 역시 3000달러씩 지급하게 됩니다. 

총액은 15억 달러(약 2조 원)에 이르러서 커보이지만, 벌써 연간 기준으로 50억 달러(약 6조 9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1830억 달러(약 254조 원) 가치를 인정 받은 이 메가 스타트업은 싸게 값을 치르고 소송을 정리했습니다. 더군다나 최근에 받은 신규 투자금액은 130억 달러(약 18조 원)입니다. 저작권 소송이라는 '족쇄' 하나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자본이 빅테크 AI 업계에서는 오가는 중입니다.

앤트로픽이 애초에 주장했던 '공정 사용(Fair Use)'의 사례가 아닌 이유는 이 책들이 '불법 복제'되었기 때문입니다. 불법 복제된 책들을 이용했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았고, 소송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시간은 더 끌고, 더 높은 배상금을 물게 될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앤트로픽이 중고 서적이나 라이센싱이 이루어진 디지털 카피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공정 사용에 해당한다고 이미 앞선 결론이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합법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콘텐츠에 값을 치르고 사용한다면 AI 학습을 위해 활용해도 문제가 (거의) 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만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AI 모델 학습을 위해 세상의 콘텐츠를 사용해도 된다는 결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AI 기업들이 약 2만 원하는 정품 책을 사서 AI 학습에 사용하는 것이 '공정 사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라고 볼 수 있고요.

작가들 입장에서는 선례를 만들어 저작권이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들이 받는 보상은 AI 모델 훈련에 사용된 데이터값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불법적으로 취득한 사본을 이용한 것에 대한 보상인 것이죠. 

물론 (100%) "마음대로 사용해도 된다"라는 판결은 엄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공정 사용' 개념에 대해서만큼은 자본이 많은 빅테크 AI 기업들에게 유리하게 해석된 것은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AI 기업들은 이전보다 더 마음을 놓고 각종 콘텐츠를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결정을 빠르게 내렸습니다. 물론 이번 건은 불법적으로 취득한 콘텐츠라는 것이 명백했기에 소송을 이어가지 않은 것입니다. 이들에게는 큰돈도 아니고 힘을 굳이 뺄 필요가 없어서 서둘러 합의를 한 것입니다. (이미지: 위키피디아)
'인풋'에 대한 정리가 된 걸까?
어쨌거나 이번 앤트로픽의 케이스가 말하는 것은, 데이터의 '인풋(Input)'에 대해서는 '불법적으로' 취득한 콘텐츠가 아니면 '공정 사용'의 개념으로 AI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AI 모델 훈련이라는 '투명한' 목적의 사용이라면 AI 기업들이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이번 소송이 가지는 가장 큰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번 합의 결과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인풋 갈등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것이기도 하죠.

다만 AI 기업들이 이제 더 신경써야 할 것은 AI 모델들이 어떤 아웃풋(Output)을 내놓느냐입니다. 데이터가 AI 훈련에 사용되었지만, 그 AI가 내놓는 답변이 훈련을 한 콘텐츠의 내용과 유사하다면 완전히 새로운 저작권 소송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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