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어서 노릴 수 있는 것

[준의 테크 노트] 애플 인텔리전스가 만들 생태계
2024년 6월 26일 수요일 
애플이 AI 서비스인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드디어) 발표한 이후 애플을 둘러싼 우려의 공기는 확실히 변했습니다. 애플이 AI 레이스에서 뒤처졌지만, 결국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은 요즘 계속해서 나오고 있죠. 이러한 이야기들의 요지는 20억 대가 넘는 하드웨어 디바이스가 기반이 되는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이 빠르게 사람들에게 애플 인텔리전스의 맛을 제공하면서, 결국 그 생태계 안에 또 사람들을 붙잡아 둘 거라는 거죠. 

하지만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이식하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게 만들기 위한 작업은 애플에게도 시간이 걸리는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만큼 애플이 뒤늦게 뛰어들었고, 애플이 AI 시대에는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애플 인텔리전스를 통해 애플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역전할 것인지에 대한 힌트를 전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애플이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도 짚습니다. 지금까지 애플이 가장 큰 비판을 받아온 영역에서도요.

그동안 커피팟을 통해 테크 이야기를 꾸준히 전한 '준'의 이야기는 오늘부터 [준의 테크 노트]라는 이름으로 찾아올 예정입니다. 테크 기업들이 새로이 개발하는 기술과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준의 테크 노트] #빅테크 #AI
1. 애플이어서 노릴 수 있는 것
6월 둘째 주에 열렸던 애플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인 WWDC를 통해 공개된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에 대한 내용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애플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짚으며 전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역시나 많은 분석가들 및 테크 리뷰어들이 계속해서 분석을 하고 있고, 변화될 시장 상황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죠. 

하지만 애플이 뒤늦게 뛰어든 AI 경쟁에서 어떻게 따라잡고 이기겠다는 것인지 그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속 시원히 전하는 내용들이 많지 않은데요. 이번 이야기를 통해 애플이 애플 인텔리전스로 노리는 것, 그리고 그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앱 생태계와 관련 시장 상황은 어떠한지 살펴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은 애플만의 힘이죠. (이미지: 애플)
플랫폼이 되는 애플 인텔리전스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잘 만들지만, "무엇이 애플의 본질이냐?"라고 묻는다면 하드웨어 쪽일 것입니다. 그리고 애플은 플랫폼 회사이기도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라는 전설적인 플랫폼을 만들고 개발사들을 끌어들인 것처럼,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개발사들이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는 판을 깔아 주었습니다.

애플 인텔리전스 또한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겐 굉장히 편리한 기능인 동시에, 개발사들에겐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창구가 마련된 셈이죠. 현재 소비자들은 아이폰을 열어 앱을 클릭하고, 평균적으로 3~4번의 버튼을 직접 눌러 원하는 정보를 얻거나 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탑재된 시리(Siri)를 통해 "지금 아마존에서 평점이 제일 좋은 칫솔 5개 구매해 줘"와 같은 요청을 하면 소비자는 앱을 켜서 클릭을 할 필요도 없이 모든 절차가 완료됩니다. 불편한 단계들을 건너뛰어 구매 전환율이 훨씬 높아질 수 있는 것이죠.

개발사 입장에서도 애플 인텔리전스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바로 제공하는 것이 아쉬울 것 없어 보입니다. 앱을 직접 사용하는 절차를 없애, 고객들이 더 간편하게 자사의 서비스를 사용한다면 개발사 입장에서도 좋겠죠. 

하지만, 시장의 상황은 좀 더 복잡합니다.
대표 콘텐츠 서비스들이 비전 프로에는 자사 서비스를 앱으로 내놓지 않겠다고 선언했죠. (이미지: 테크바이럴)
애플 인텔리전스 연동의 의미 
초창기 애플은 앱스토어와 아이폰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애플이 휘두르는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지위에 불만을 품는 개발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무조건 인앱(In App) 결제를 사용해야 하며, 결제 금액의 30%가량을 떼어 가는 앱스토어 수수료 정책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이 이슈가 촉발한 것이 '포트나이트', '언리얼 엔진'의 개발사인 에픽 게임즈가 애플에 제기한 소송이죠.

이렇게 오랜 기간 앱스토어에서의 횡포를 경험한 일부 개발사들은 애플이 야심 차게 내어놓은 비전 프로의 생태계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선택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투브,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같이 비전 프로의 경험과 결합 되면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자신들은 애플 비전 프로에는 앱을 내어놓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애플로서는 뼈아픈 손해이죠.

이렇듯 애플과 앱 개발사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지만 끊임없는 파워게임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애플 인텔리전스를 연동하면서도 이 이슈는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개발사들이 애플 인텔리전스와 강하게 연동을 하려면, 앱 인텐트(App Intent)라 불리는 기능을 도입해야 합니다. 앱 인텐트는 아이폰의 '단축어' 기능이나, 애플 인텔리전스가 해당 앱의 핵심 기능에 바로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열어줍니다.

하지만, 앱 인텐트를 통해 접근 경로를 열어주게 되면, 사용자는 앱을 굳이 열지 않고도 시리 등을 통해 앱의 핵심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행동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앰플리튜드(Amplitude)에서는 디지털 비즈니스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합니다. 

1) 사용자가 앱에서 보내는 시간을 통해 돈을 버는 '주목(Attention)' 비즈니스, 2) 사용자가 앱에서 만들어내는 거래를 통해 돈을 버는 '거래(Transaction)' 비즈니스, 그리고 3) 사용자가 앱을 통해 작업을 달생해 내는 것을 통해 돈을 버는 '생산성(Productivity)' 비즈니스입니다.
'앱 인텐트'는 앱을 열지 않고도 시리를 통해 핵심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죠. 위 이미지의 예를 들면, 커피 앱을 열지 않고도 커피 주문을 할 수 있습니다. 잘 구동된다면 소비자에게 아주 편리할 이 기능은 앱의 비즈니스 통제권도 애플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미지: 애플)
앱 통제권까지 넘겨야 하는데
사용자들이 앱을 열지 않고도 앱의 핵심 기능에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거래 비즈니스와 생산성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개발사들이 애플 인텔리전스에게 통제권을 넘겨준다는 의미입니다. 

이미지를 직접 보는 게 중요한 패션 정도가 아닌 이상, "아마존에서 평점 제일 높은 수세미 3개 사줘" 같이 앱을 직접 열지 않고 AI를 통해 주문하는 것이 훨씬 편할 가능성이 높으며, 생산성 비즈니스 또한 앱을 직접 열고 뭔가를 기록하거나 보는 행위의 빈도가 줄어들 것입니다.

앱을 여는 빈도와 시간이 줄어든다는 건 광고를 통한 추가 매출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낮아지며, 사용자들을 넛지 할 수 있는 푸시나 추천 등의 인앱 메시지가 노출될 가능성도 낮아 진다는 의미이니, 해당 사업자들은 애플 인텔리전스가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이 달가울 리 없을 것입니다.

앞서 앱스토어에서 벌어졌던 개발사와 애플 간의 파워 게임이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플랫폼 내에서도 벌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애플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소비자들에게 애플 인텔리전스의 매력을 소구해 애플 기기들의 판매량을 늘리려 할 것이며, 여기에는 각종 개발사들의 애플 인텔리전스 연동이 필수 불가결한 상황입니다. 

애플이 어떤 인센티브를 통해 개발사들을 설득할지 주목해 봐야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시리가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입니다.  
시리의 퍼포먼스에 일단 달렸음
이 파워 게임의 승자가 언제, 어떻게 결정될지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통해 구동되는 시리가 얼만큼의 성능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사용자의 말을 얼마나 잘 알아들으며, 그 의도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다양한 앱들과 상호작용하여 의도에 일치하는 결과물을 소비자 앞에 대령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핵심입니다. 

늦여름부터 시작하여 내년까지 천천히 배포될 것으로 보이는 애플 인텔리전스에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리고 소비자들의 반응에 따라 산업들도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입니다. 결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고 그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단기적으로 애플은 아이폰 내에서 인앱 결제를 우회하는 웹 결제를 일부 허용해준다던지, 아니면 써드파티 앱의 설치 제한을 일부 풀어준다던지 하는 식으로 개발사들을 구슬리기 위해 개발사들의 오랜 기간 요구한 사항들을 조금씩 들어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직관적으로 앱스토어 수수료를 조금 더 인하해 줄 수도 있겠죠. 그래야 애플 인텔리전스의 생태계에 개발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테니까요.

이렇게 구축한 생태계 위에, 애플 인텔리전스로 구동되는 시리를 통해 아주 자연스럽게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메일에 답장하고, 우버를 부르는 경험이 정말로 잘 구현된다면, 아이폰으로의 소비자 쏠림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준. O2O 스타트업에서 일했고, 현재는 글로벌 콘텐츠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요. 스타트업, 웹3, AI 등 새로운 기술이 바꾸어 나가는 세상의 모습에 관심이 큽니다.

[준의 테크 노트]는 테크 기업과 그들이 새로이 개발하는 기술과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소셜미디어] #존디어 #미디어자본
2. B2B 기업도 소셜미디어에 진심인 시대
존 디어(디어앤컴퍼니)는 농업용 트랙터를 비롯한 각종 중장비 기계가 대표 제품인 회사입니다. 최근엔 주로 대형 농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계와 시스템에 주력하는 모습이고요. 고로 이들은 찐으로 B2B가 중심인 회사이며, 특정 '커뮤니티'가 고객군으로 명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근데 존 디어의 이름과 로고 그리고 특유의 초록색은 어딘가 모르게 농업과는 전혀 관련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합니다. 존 디어가 미국의 대표 농업 기계로 200년 가까이 된 회사여서 많이 노출되어서 그런 걸까요? 혹시 영화 같은 콘텐츠에 협찬을 많이 했던 것일까요?

아닙니다. 존 디어는 콘텐츠 마케팅의 시초이기도 한 회사입니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하죠. 이들은 1895년에 최초의 '콘텐츠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는 <더 퍼로우(The Furrow)>라는 잡지를 발간합니다.

이는 농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쟁기와 트랙터 등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효과가 크지 않자 '농업에 유용한 정보'를 담아 뿌렸고 이내 '바이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지역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던 존 디어는 각 지점에서 사람들에게 이를 나누어주기 시작했고, 1912년에는 4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이 잡지를 돌려 보았을 것이라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죠.

이런 존 디어가 지난 4월에 인스타그램 그리고 틱톡 등지에서 역시 콘텐츠 마케팅을 할 CTO, 즉 최고 '트랙터(Tractor)' 책임자를 뽑는다는 공고를 올렸습니다. 1년 계약에 연봉은 20만 달러 수준이라고요. 이는 좋은 인플루언서를 채용하겠다는 이야기이고, 그 역할은 다른 인플루언서들과 소통하고, 브랜드들과도 협업하면서 재밌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서 다시 또 의문이 듭니다. 농업용 기계 B2B 회사가 왜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이런 콘텐츠 마케팅을 하려는 걸까요? 실리콘밸리 빅테크 개발자에 버금가는 연봉을 주고서? 물론 연봉 외에 이를 지원하는 팀과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고요.

B2B 기업도 새로운 마케팅이 필요한 시대라는 모호하고 뻔한 대답은 당연히 아닙니다. 두 가지가 핵심이죠. 

첫 번째는 기업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방향이 설정되었다는 내부적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미디어 산업 내 자본(광고)이 급격하게 이동하는 모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거시경제] #안젤라의매크로시선
3. 중국 전기차를 막을 수 없는 이유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올해 중국에서는 총 1010만 대의 전기차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럽에서는 340만 대 그리고 미국에서는 170만 대이고요. 이 외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수량은 150만 대 이하입니다. 이 숫자만 봐도 현재 중국의 전기차 산업이 얼마나 크고 고도화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죠.

이런 중국의 전기차는 미국과 유럽이 당장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견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전기차가 대세 흐름인 자동차 산업은 국가 경제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죠. 수많은 사람들의 고용을 책임지고, 수출 사업으로도 가장 큰 소득을 가져다주는 이 산업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 전체에 경고 신호가 켜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미 일정 이상의 품질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의 전기차는 세계 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중국 전기차를 보기는 쉽지 않지만, 작년에 가장 많은 차량을 수출한 국가는 바로 중국이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관세 부과와 같은 방식을 통해 향후 값싼 중국의 전기차 침투를 최소화하겠다고 하지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계속 전진해 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전기차로 인해 자동차 산업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는 국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국 전기차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6월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기차 후발 주자들은 전기차 시장 육성에 나서면서, 빠르게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기업들과 협업을 해야 할 시점이 왔다는 점을 짚습니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무작정 관세 부과 등의 조처를 하기보다는,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수입을 틀어막기만 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 세계 전기차 산업의 현황과 중국의 전기차가 끼치는 영향을 뚜렷하게 조망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차근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단숨에 큰 그림이 그려지는 이야기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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