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료) 저가 화장품이 고가 브랜드를 이기는 법

2024년 7월 12일 금요일

소셜미디어 시대가 성숙한 이래 좋은 제품과 결합한 마케팅은 순식간에 그 브랜드의 인지도를 전 세계적으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늘 목격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마케팅만으로 그 브랜드가 뜨는 것이 아니고, 좋은 제품이 적절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정을 받은 결과이죠. 소셜미디어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뜬 브랜드라 할지라도 순식간에 그 인기가 사그러들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보통 기대했던 것보다 품질이 좋지 않기 때문인 경우입니다.

팬데믹이 불어닥치기 전 틱톡을 통해 터진 엘프 뷰티(elf Beauty Inc)의 바이럴 영상들은 꽤 오랜 기간 시장에서 나름의 포지션을 잡아 온 브랜드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기존에도 10~20대들을 위한 저렴한 브랜드로 포지셔닝이 되어 있었지만, 틱톡을 통한 마케팅이 대성공을 거둔 이후 엘프 뷰티는 순식간에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소위 '가성비 갑' 브랜드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엘프 뷰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새롭게 발견된 브랜드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고, 꾸준한 성장을 이어오면서 스킨케어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했습니다. 그리고 저가에서 중가 제품까지도 커버하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주가는 1100%가 넘게 오르기도 했죠.

이런 엘프 뷰티의 미래가 앞으로도 밝아 보인다는 평가가 많은데요. 유명 고가 브랜드들이 경기 상황에 따라 판매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에도 굳건하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바이럴 마케팅의 성공을 넘어서서 오래 사랑받는 브랜드의 조건을 충족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해도 될 모습이죠.

오늘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레거시 브랜드들이 넘치는 화장품 시장에서 엘프 뷰티가 어떻게 외연을 넓혀가고 있는지를 조명해 봅니다. 10~20대들만의 브랜드에서 머물지 않을 수 있는 성장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살펴보면서요.

[조디의 리테일 우화]

저가 화장품이 고가 브랜드를 이기는 법

10대들의 브랜드 엘프 뷰티가 커지는 이유

타겟과 포지션을 확실히 잡은 브랜드

최근 중저가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10~20대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화장품 기업, 엘프 뷰티(elf Beauty Inc, NYSE: ELF)는 2004년 뉴욕에서 시작된 색조 화장품 전문 기업이다. 설립자 스콧 빈센트 보바(Scott Vincent Borba)와 조셉 샤마(Joseph Shamah)는 미국판 다이소라 불리는 '99센트 스토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소비자들이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쇼핑할 수 있는 저가 화장품 브랜드 "e.l.f."를 탄생시켰다. 요정이라는 뜻의 회사명, 엘프(elf)는 eyes(눈), lips(입술), face(얼굴)의 줄임말에서 비롯된 것인데 사명에서부터 색조 전문 화장품 기업임을 알 수 있다.

값이 싼 것이 특징이지만 싸더라도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브랜드로 10~20대가 가장 선호하는 색조 화장품 브랜드로 매년 선정되고 있다. 월마트, 타겟(Target), 월그린(Walgreen) 같은 오프라인 대형 마트와 드럭 스토어에서 레브론(Revlon), 메이블린(Maybeline), 로레알(L'Oreal) 등의 제품들과 나란히 매대를 차지하고 판매되는 저가 화장품 브랜드이다. 주요 판매 채널은 대형마트와 드럭 스토어로 오프라인 채널이 약 78%를 차지하고, 자사 온라인몰과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에서도 약 22%가 발생한다.

엘프 뷰티의 고객층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젊은 고객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색조 제품은 스킨케어 제품 보다 가격대가 저렴하고 특히 젊은 소비자들의 구매가 많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 고객들은 주머니가 가볍기 때문에 중저가 제품에 대한 니즈가 많을 수밖에 없다. 엘프 뷰티는 2004년에 설립된 신생 화장품 기업이지만 탄생한 지 90년이 넘은 레브론(92년), 메이블린(107년), 로레알(115년) 보다 젊은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색조 제품의 인기를 업고 스킨케어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제 제품 범위와 타겟하는 고객의 영역을 점차 넓혀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틱톡은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가장 거대한 마케팅 채널로 변모했다. 엘프 뷰티는 틱톡의 이런 가능성을 보고 가장 먼저 뛰어들어 틱톡의 대다수를 이루는 새로운 세대의 화장품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이미지: 엘프 뷰티, 틱톡)

얼핏 테무 같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미국의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Piper Sandler)는 매년 4월과 10월, 2회에 걸쳐 미국의 Z세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소비자 행동 조사를 실시하여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에는 미국의 10대들이 선호하는 화장품, 옷, 핸드백 브랜드 등에서부터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 가장 좋아하는 유명인,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조사한 결과들이 수록되어 있다.

엘프 뷰티는 이 조사에서 Z세대가 좋아하는 색조 화장품 순위에서 최근 몇 년간 계속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2018년만 해도 순위권에 없었던 브랜드이나 2019년에 처음 순위권에 등장하여 2022년부터는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Z세대의 지지를 받는 브랜드이다.

새로운 세대에게 엘프 뷰티의 존재감은 다른 브랜드들이 뛰어넘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데이터: 파이퍼 샌들러, 미국 Z세대 대상 설문조사)

업계에서는 2010년대 들어 엘프 뷰티가 본격적으로 성장을 보여줄 때만 해도 이러한 성공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메이블린, 로레알과 같은 기성 화장품 브랜드들의 견고한 시장 지배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되고 고물가에 실질 소득이 감소하면서 저렴한 물건을 찾는 수요가 소비의 큰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면서 대형마트의 중저가 제품 중에서도 가격대가 한층 더 저렴한 엘프 뷰티의 제품들의 인기가 더 커지게 된다.

엘프 뷰티는 1달러짜리 립스틱이 상징적인 상품이었던 브랜드인만큼 저렴해서 매일 쓰고 자주 잃어버려도 상관없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라 경기 상황에 무관하게 고성장했다.

이는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한두 번쯤 쓰고 입고 버려도 되는 물건을 팔면서 고성장하고 있는 테무와 쉬인의 인기 요인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엘프 뷰티 제품들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한다는 점도 유사하다.

다만 화장품은 가격이 싸더라도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많이 팔리기 어렵기 때문에 엘프 뷰티는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특히 화장품 성분에 대해 소홀이 하지 않았다. 그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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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를 소개합니다

조디의 이름은 유정현이다. 증권사 리서치 부문에서 20여 년간 소비재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국내외 소비 시장을 분석하며, 국내와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소비재 기업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경제 주간지들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매년 선정되기도 했다.

[조디의 리테일 우화]는 소비재 산업과 그 안의 주목해야 할 지표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하는 롱폼(Long-form) 아티클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소비하는 상품의 산업이 어떤 흐름을 만들고 있는지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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