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의 문제, 지브리의 문제

가장 중요한 건 어떤 가치의 인정

2025년 3월 31일 월요일

오늘은 주말 사이 전 세계를 열광 시킨 오픈AI의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이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짚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콘텐츠의 의미가 달라지듯,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용되는 콘텐츠의 의미와 가치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인 이야기입니다. '가치'에 방점을 두고요. 


[콘텐츠] #공정이용 #IP #AI
1. 뉴욕타임스의 문제, 지브리의 문제
오픈AI의 챗GPT를 통해 생성할 수 있는 '지브리' 스타일 놀이는 주말 사이에 전 세계적인 열풍을 만들어냈죠. 샘 알트먼은 "(사용률이 너무 높아)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라면서 기쁨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브리 스타일의 AI 생성 확장은 그간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던 문제를 곧 더 드러낼 수 있습니다. 아직은 모두가 챗GPT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처럼 이에 놀라고 재밌어하지만, 지식재산권(IP)의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것이 지금 바로 방 안의 코끼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무슨 '스타일'은 IP의 침해일 가능성을 따져봐야만 합니다. 원작물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스타일'을 학습하고 차용해서 변형 생산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도 있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가게 된다면 원작물의 고유성이 원작자가 원치 않게 (과도하게) 소비됩니다.

지브리 같은 콘텐츠 기업들도 이런 상황을 반길까요? 그래서 유튜브 등지에서 이런 영상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돌아 다니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거라고 생각할까요? 

이 논리는 아마도 소위 짝퉁 옷을 생산하는 의류업자의 논리와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불법이면서도 의류 짝퉁업자는 이 세상에서 근절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의류 브랜드들은 이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여러 법적 장치로 그 고유성을 지켜나가고 있죠. (예를 들면, 프라다보다 프라다 짝퉁 혹은 프라다 '스타일' 차용 생산업자가 돈을 더 버는 구조가 만들어지지는 않았고요.)

그리고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이자 핵심입니다. 바로 수익. 콘텐츠가 기본적으로 누군가가 스타일을 차용해 가서 어떤 이득을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창작물이 이렇게 마구 돌아다니면 원작물이 결국엔 힘을 잃어버릴 가능성까지 점점 커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콘텐츠가 가진 약점이고, 콘텐츠 산업이 가진 약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 콘텐츠가 '스타일' 차용으로 순식간에 소비가 이루어진 다음에 그 스타일의 원작물에 대한 흥미까지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요? 그들이 내놓는 오리지널 스토리에 대한 어떤 영향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이미지의 프롬프트는 "BEAMS 브랜드 티셔츠를 BEEMS라고 써서 그려줘. 지브리 스타일로"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어떤 가치의 인정
콘텐츠와 IP의 문제는 그 '가치'에 따라 그 의미와 문제 자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간단히 사례를 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큰 사랑을 받는 일본의 의류 체인인 BEAMS가 한국에 진출해 화제인데요. 아마 의류를 파는 재래 시장이나 과거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같은 곳 한켠에서 어떤 업자들이 'BEEMS'라는 이름을 걸고 비슷한 스타일의 의류를 팔아도 별문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그 확산에 한계가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어쨌든 BEEMS가 급속도로 모두가 입으려는 '스타일'은 아닐테니까요. 이는 어쩌면 BEAMS의 인지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BEAMS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BEEMS 스타일이 큰 반향을 얻어 사람들이 BEAMS 만큼이나 BEEMS를 좋아해 그들의 매출이 치솟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문제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까요? 일단 가정해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지금 오픈AI가 열어젖힌 AI 시대가 보여준 가능성이기도 하기 때문에 말이죠.

오픈AI를 통해서 여러 스타일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지만, 당장 유료 구독자만 생성할 수 있는 이 지브리 스타일로 구독자 증가세가 아주 커졌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라고 CEO가 소셜미디어 포스팅에 쓴 표현만 봐도 이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치열한 AI 경쟁에서의 내러티브 선점을 더 강화한 것입니다. 그들이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서의 가치를 더 키우고, 시장에서 받는 실질적인 가치 평가도 키운 것이죠.

근데 이렇게 오픈AI가 그들의 이익을 키우는 동안, 지브리는 무엇을 얻었을까요?

무형의 가치나 마케팅 차원의 이익을 얻었다고도 당연히 할 수 없습니다. 지브리에 대한 관심으로 지브리의 새로운 오리지널 필름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갈까요?

다른 표현으로 강조하지만, 수십 년의 노력이 들어간 창작물로 미래 수익의 과실을 누가 가져가는지가 이번 사례의 핵심입니다. 소비되고 소비된 '지브리'의 원작물로 만들어진 스타일에도 가치가 분명히 매겨져야 합니다.

이건 일각에서 경계하듯이 지브리의 '예술'이 침해되었다고 보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콘텐츠의 값어치를 제대로 매기고, 지급하고 사용하는지의 문제입니다. 

뉴욕타임스가 오픈AI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소송을 건다는 최초 뉴스의 헤드라인입니다. 그 아래 문장에 핵심이 담겨있죠. 챗GPT를 훈련하는 데 사용되고 생성하는 답변이 뉴욕타임스와 경쟁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뉴욕타임스의 소송은 어떤 결과가 나오건 '벤치마크'가 될 수 있습니다. 승패소 판결까지 가든, 합의가 이루어지든 말입니다. (이미지: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의 저작권 소송이 보여주는 것
미국 법원은 뉴욕타임스가 지난 2023년말에 오픈AI에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오픈AI의 요청을 기각했습니다. "(우리의 저작물을) 스크래핑해서 자신들의 제품을 통해 답변을 내놓는데 사용하는 것은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뉴욕타임스의 주장이 법적으로 다퉈볼 사안이라고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공정 이용'은 보통 연구와 교육 및 학습, 뉴스 보도의 목적 등의 데이터 이용을 할 때 적용되는 미국 저작권법상의 개념입니다)

시대가 달라지면 그 세월을 지나온 콘텐츠의 의미만 변하는게 아니라, 당연히 그것을 가져다 쓰는 의미도 달라질 수 있고 달라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물론 그 가치를 매기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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