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와 IP의 문제는 그 '가치'에 따라 그 의미와 문제 자체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간단히 사례를 하나 짚어보겠습니다.
새로운 세대의 큰 사랑을 받는 일본의 의류 체인인 BEAMS가 한국에 진출해 화제인데요. 아마 의류를 파는 재래 시장이나 과거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같은 곳 한켠에서 어떤 업자들이 'BEEMS'라는 이름을 걸고 비슷한 스타일의 의류를 팔아도 별문제는 되지 않을 것입니다.
어차피
그 확산에 한계가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어쨌든 BEEMS가 급속도로 모두가 입으려는 '스타일'은 아닐테니까요. 이는 어쩌면 BEAMS의 인지도를 높이는 차원에서 BEAMS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BEEMS 스타일이 큰 반향을 얻어 사람들이 BEAMS 만큼이나 BEEMS를 좋아해 그들의 매출이 치솟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럴 일은 일어나지 않을까요? 일단 가정해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지금 오픈AI가 열어젖힌 AI 시대가 보여준 가능성이기도 하기 때문에 말이죠.
오픈AI를 통해서 여러 스타일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지만, 당장 유료 구독자만 생성할 수 있는 이 지브리 스타일로 구독자 증가세가 아주 커졌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GPU가 녹아내리고 있다"라고 CEO가 소셜미디어 포스팅에 쓴 표현만 봐도 이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치열한 AI 경쟁에서의 내러티브 선점을 더 강화한 것입니다. 그들이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서의 가치를 더 키우고, 시장에서 받는 실질적인 가치 평가도 키운 것이죠.
근데 이렇게 오픈AI가 그들의 이익을 키우는 동안, 지브리는 무엇을 얻었을까요?
무형의 가치나 마케팅 차원의 이익을 얻었다고도 당연히 할 수 없습니다. 지브리에 대한 관심으로 지브리의 새로운 오리지널 필름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갈까요?
다른 표현으로 강조하지만, 수십 년의 노력이 들어간 창작물로 미래 수익의 과실을 누가 가져가는지가 이번 사례의 핵심입니다. 소비되고 소비된 '지브리'의 원작물로 만들어진 스타일에도 가치가 분명히 매겨져야 합니다.
이건 일각에서 경계하듯이 지브리의 '예술'이 침해되었다고 보는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콘텐츠의 값어치를 제대로 매기고, 지급하고 사용하는지의 문제입니다.
오늘은 주말 사이 전 세계를 열광 시킨 오픈AI의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생성이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짚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콘텐츠의 의미가 달라지듯,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용되는 콘텐츠의 의미와 가치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인 이야기입니다. '가치'에 방점을 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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