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스톰 만드는 AI 버블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36화. 터지지 않는 버블은 버블이 아니다

2025년 8월 29일 금요일
AI 버블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은 버블이 터지지 않고 계속 커지기만 하는 현상을 보면서 이제는 "터지지 않으면 버블이 아니다"라는 말을 되뇌이고 있습니다. 버블의 신호는 지금 크고 명확하지만 그 끝이 올 듯 안 올 듯 하는 모습 때문에 시장의 모두를 헷갈리게 하고 있죠. 

의아합니다. 수많은 정보가 오고가는 2025년에도 버블을 과연 잡아낼 수 없는걸까요? 진짜 버블이 아닐 수 있는걸까요? 

하지만 이 말은 버블은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다라고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버블'이라고 정의가 되었다면 터질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다만 반복해서 전해드렸듯이 그 시점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일찍 터질수록 이 혁신 기술을 둘러싼 산업과 시장이 장기적으로 회복하는 데 좋지만, 지금은 거대한 버블이 마치 '퍼펙트 스톰'을 만들고 있는 모습으로도 보입니다. 

오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올 기술은 피할 수 없는 버블의 이유를 전해드립니다. 지금 산업과 시장에서 나타나는 가장 핵심인 징후들을 현대 버블의 역사와 함께 짚으면서요.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 #36화 #커피팟롱폼
퍼펙트 스톰 만드는 AI 버블
터지지 않는 버블은 버블이 아니다
AI 버블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한 지 최소 1년째다. 작년 7월의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인 혁신과 거품에 대한 반복 학습의 필요는 엔비디아 주가를 중심으로 AI 붐이 버블로 진입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진단을 한 적이 있다.

올해 초에도 역시 AI 버블에 대한 우려가 한번 터져 나왔다. 그리고 지난 주, 다른 사람도 아닌 오픈AI의 샘 알트먼이 버블 가능성을 언급했다. 

터지지 않으면 버블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모든 사람이 현재의 가격에 거품이 끼어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거품이 꺼지지 않는 한 그 숫자가 공정한 가격이라는 말이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가지 대명제가 움직이는 시장에서는, 아무리 비싸더라도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한 가격은 계속 높게 유지되거나 심지어 더 올라간다. (작년 7월 이후 1년 동안 엔비디아의 주가는 약 50% 가까이 추가 상승했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실제로 시장이 버블이냐 아니냐를 진단하거나 예측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터지지 않으면 버블이 아니다.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거의 반년 주기로 버블론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고 있고, 심지어 버블의 최고 수혜자인 업계 당사자들도 버블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버블론의 근거는 무엇일까?

챗GPT를 선두로 하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이 모든 면에서 인간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것이라는 예상에는 그 누구도 크게 반박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히 기술 낙관론자들일 수록) 그로 인해 발생할 엄청난 비용의 영향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쟁점은 "얼마나 싸게" 그리고 "얼마나 빨리"이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이 두 가지 물음에 대한 대답은 썩 긍정적이지 않다. 

작년에 버블론이 나온 후에도 엔비디아의 주가는 잠시 하락하다가 올랐다를 반복하다가 다시 오르고 올랐다. 
AI가 빨아들이고 버리는 돈  
지난주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가 발표한 한 보고서에 시장은 경기를 일으켰다. AI 붐의 대표주자인 엔비디아(현재 시총 4조 달러)의 주가는 3.5% 하락했고, 빅데이터 기업인 팔란티어 역시 9% 폭락했다.

MIT 보고서에 따르면 수많은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수십억~수백억 달러를 투자해가며 AI를 도입했으나, 이들 기업 중 95%가 수익률 제로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MIT의 연구자들의 조사 대상이었던 150명의 기업 리더와 350명의 직원들은 "생성형 AI 시범 사업의 5%만이 겨우 수백만 달러의 가치를 창출해낸 반면, 나머지 대다수는 측정 가능한 손익을 전혀 만들어내지 못하고 멈춰 있는 상태"라고 대답했다. 

2022년 챗GPT 출시 이후 실리콘밸리는 AI 챗봇이 인간을 대체하며 막대한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와 경제를 혁신할 것이라고 장담해 왔다. 그러나 MIT 보고서는 이러한 혁신이 (적어도 현시점에서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이기도 한데, AI가 엄청난 생산성 향상을 가져줄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싸고 쉽게 가능하냐는 완전히 다른 이슈이기 때문이다.

AI는 인간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일을 대신해주는 존재가 아니다. AI를 각 기업의 쓸모에 맞게 기존 시스템에 병합시키거나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그 후에도 주기적으로 점검 및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결코 싸지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또한 각 기업의 상황에 따라 어디까지 AI에게 맡길지, AI가 담당하는 업무의 책임을 누가 질지에 대해서도 (사실 모든 AI 이슈에서 가장 큰 핵심이다)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반면 AI와 관련 기업이 빨아들이는 돈의 액수와 그 속도는 멀미가 날 지경이다. AI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건설은 일반적인 투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올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는 3500억 달러(약 485조 5900억 원) 이상에 더해 내년에는 4000억 달러(약 554조 96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최근까지 빅테크 기업들은 보유 현금으로 이 비용을 충당해 왔지만, 이제는 쏟아부어야 하는 돈의 액수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뛰어넘었기 때문에 차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에 3조 달러(약 4162조 원)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지출은 절반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투자와 차입으로 나머지 반을 메꿔야 한다. 그런데 최근 차입 쪽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여기저기 일단 지어지기 시작했고, 지어질 부지도 만들어지고 있고, 지어질 예정인 데이터센터도 너무 많다. (이미지: Virginia Mercury)
지금 짓는 데이터센터를 계속 쓸까? 
빅테크 기업들은 AI가 수년 내에 폭발적인 경제 혁신을 촉발하고 그로 인해 기업들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믿음, 혹은 희망으로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도 그만큼 빠르다. 수조 달러를 들여서 데이터센터를 건설했는데 그만큼 수요가 나오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그 사이에 기술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해서 순식간에 수조 달러짜리 '노후 자산'이 되어버리는 것은 더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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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안젤라의 한글 이름은 박누리이다. 한국과 일본의 최대 인터넷 기업에서 IPO, M&A, 지분 투자 등의 업무를 담당한 후, 현재는 한국의 콘텐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서 글로벌 IT 기업과 자본 시장, 거시경제 관련 기사를 큐레이션하여, 페이스북에 소개하고 있다. <중국필패>, <재닛 옐런>, <우크라이나에서 온 메시지> 등 여러 책도 우리 말로 번역한 바 있다.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은 급변하는 거시경제 환경과 그에 따라 영향을 받고 변화하는 각 산업의 이야기를 전하는 롱폼 아티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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