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16일. 아디다스는 반격할 수 있을까

1. 힘겨운 1년 뒤, 2. 트레이딩 실적의 의미, 3. 누구의 승리?
2021년 3월 16일 화요일

오늘은 힘겨운 1년을 보낸 아디다스가 내놓은 새로운 전략과 석유 메이저들이 트레이딩 실적을 왜 공개했는지 그리고 호주에서 뉴스 코프와 뉴스 사용 계약을 맺은페이스북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볼게요. 

[리테일] #스포츠웨어 #새로운전략
1. 아디다스는 반격할 수 있을까
아디다스는 나이키가 일찍이 준비되었던 D2C(Direct-to-Consumer) 전략을 확대하며 팬데믹을 돌파해 온데 반해 2020년 2분기 이후 실적이 계속 하락해 왔어요. 4분기 들어서 D2C와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매출 하락은 5%로 막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데요.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장기 전략을 발표하면서 눈길을 끌었어요.

새롭지만 오리지널한 전략은 아니에요.
나이키가 플레이북을 실행하는 동안
나이키는 팬데믹 초반, 오프라인 매출이 큰 타격을 입기 시작하자 이커머스 성장 전략을 남들보다 한발 빠르게 당기며 위기를 극복해 나갔어요. 이는 나이키의 '코로나19 플레이북'으로도 불리며 많은 주목을 받았죠. 이들은 팬데믹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사용할 이 플레이북을 4단계로 구분했는데요. 1단계는 봉쇄 조치 속 '온라인 판매 증대', 2단계는 '오프라인 매장 재오픈', 3단계는 '오프라인 판매 정상화', 그리고 4단계는 '계획대로 성장 모드'로 구성했었고, 모든 단계를 돌파하며 결국 성장하는 한 해를 만들어냈어요. 3분기 연속 디지털 매출이 80% 이상 성장했고, 그동안 더뎠던 D2C 전환과 이커머스를 재편하는 계획도 크게 앞당기는 계기도 되었죠.

관망하다 뒤늦게 회복 시작한 한 해
반면 아디다스는 특별한 대응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오히려 위기를 헤쳐나갈 별다른 전략을 보여주지 않고, 팬데믹 초기 독일 정부의 금융지원부터 받기로 해 투자자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도 많은 비판을 받았죠. 최근 발표한 4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 하락했지만, 이커머스 사업이 궤도에 올랐고, 상대적으로 빨리 선점한 재활용 재료 제품의 판매가 증가하기도 했는데요. 결과적으로 (손을 놓고 있던) 작년 2, 3분기에 크게 하락한 매출을 만회하지 못했고, 2020년 매출은 2019년 대비 16%나 하락했죠. 홈 피트니스 시장의 전체적인 성장과 관련 스포츠웨어 판매 증가로 이커머스 매출이 연간 기준으로 53% 성장했지만 실적 하락을 만회하기엔 부족했어요.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질 뻔 했고
아디다스는 지난 2015년에 'Creating the New(새로움을 창조하다)’라는 기치의 5개년 전략을 발표한 이후 브랜드를 재정비하고 레트로 붐에 맞춘 제품 라인업을 성공시키는 등 10%에 가까운 성장을 2018년과 2019년에 연속으로 이어왔어요. 애슬레저 룩과 여성 제품 등의 주요 부문에서 나이키와 세계적인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었고요. 하지만 5개년의 마지막 해인 2020년, 갑작스레 닥친 위기 속에 기존 전략을 수정하는 순발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전략을 빠르게 피봇(pivot)해 성장한 나이키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되었죠. 뒤늦게나마 만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D2C와 이커머스 흐름을 다시 탔지만, 위기 상황에서 세계 2대 스포츠 브랜드가 보인 모습은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따랐어요.

이제 새로운 전략을 들고나왔는데
아디다스는 이번 실적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5개년 계획을 들고나왔어요. 'Own the Game(게임을 지배하라)’로 명명된 이번 장기 전략의 포커스는 세 가지에요. D2C, 이커머스, 그리고 여성인데요. 앞서가는 라이벌인 나이키와 자신의 영역을 만들면서 성장하는 룰루레몬 등 역시 잘 나가는 이들과 마찬가지의 포커스이죠. 향후 5년간 성장의 80%는 D2C에서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반에 10억 유로(약 1조 35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고요. 새롭지만 '오리지널'한 전략은 아니고, 이미 형성된 방향을 빠르게 따라잡겠다는 것이에요.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아디다스가 그동안 6개 도시(뉴욕, LA, 파리, 런던, 도쿄, 상해)에 국한한 (패션 트렌드의 파급력이 커 마케팅과 성장을 집중하는) 메가시티 전략을 12개 도시로 확대했다는 것인데요. 추가 6개 도시에는 서울, 북경, 베를린, 두바이, 모스크바, 멕시코 시티가 포함되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기존의 6개 도시에서 일으키는 노이즈와 유행만으로는 파급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한 전략적 변화에요. 이는 D2C를 비롯한 이커머스 성장을 당기는데도 전략적 시사점이 있고요. 이들이 각 시장에서 전략을 어떻게 실행해 가는지, 빠른 시일 내 성장 곡선을 그리는 결과를 만들어낼지 지켜봐야겠죠.
☕️ 인수했던 리복 매각은 진행
2005년에 인수했던 리복의 매각은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에요. 결과적으로 회생을 시키지 못한 리복에 더는 미련을 가지지 않고 아디다스라는 브랜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에요. (38억 달러(약 4조 3060억 원)에 인수했지만) 예상되는 15~20억 달러의 매각 대금을 투자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고요.

[빅오일] #재생에너지전환을하면서
2. 트레이딩 사업이 중요한 이유
그동안 BP와 로열더치쉘 등의 빅오일은 석유 및 가스 트레이딩 사업으로 버는 수익을 공개해 오지 않았어요. 보통 석유 및 가스 생산/정제 관련 수익에 포함되었죠. 하지만, 석유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힘겨운 한 해를 보낸 이들은 떨어진 수익을 트레이딩 사업을 통해 큰 부분 만회했는데요. 안 하던 트레이딩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재생에너지 트레이딩도 해야하죠.
떨어진 실적의 단기적인 희망
BP는 작년에만 203억 달러(약 22조 9590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기록했어요. 2019년의 40억 달러(약 4조 5330억 원)가 넘는 순이익에 비해 크게 떨어진 실적이죠. 쉘은 2020년에 48억 5000만 달러(약 5조 4970억 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역시 2019년 순이익 165억 달러(약 18조 6960억원)에 비해 크게 떨어졌어요. 

하지만, BP는 석유와 가스 트레이딩으로만 번 돈이 40억 달러 가까이 될 것으로 로이터가 확보한 내부 자료에 명시되어 있었다고 하고요. 쉘은 석유 트레이딩으로 번 수익이 26억 달러(약 2조 9460억 원)에 이르렀다고 공개했어요. 천연가스 사업의 트레이딩도 이와 비슷한 실적을 냈을 것으로 예상돼요. 그렇다면 쉘은 2020년 전체 순이익을 넘는 52억 달러(약 5조 8920억 원)를 트레이딩으로 벌어들인 것이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공개한 이유
전체적인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이들의 이런 실적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직접 일부를 공개한 이유는 급격한 사업 전환 와중에도 실적을 유지할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예요. 보통 트레이딩 실적은 가격이 계속 변하는 시장에서 그 출렁임이 클 수밖에 없고, 리스크도 크기에 안정적인 실적원으로 보지 않아요. 그래서 빅오일 같은 메이저 기업들의 기업 가치에는 중요한 요소로 반영되지 않죠. 하지만, 점차 석유 및 가스 투자와 생산을 줄여가면서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해가는 기간(a.k.a 실적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간) 동안 시장의 제품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이들의 트레이딩 실력은 회사 실적을 뒷받침하는 중요 요소가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크게 늘려나갈 수 없고
BP는 빅오일로 통칭되는 에너지 메이저 중에서도 2020년 초에 가장 빠르게, 그리고 가장 급격한 사업 전환을 선언했어요. 당장 2030년까지 현재 석유 생산량의 40%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20배 이상으로 증가 시키겠다고 했죠. 쉘은 BP만큼 급격하지는 않지만 2030년까지 전체 기업 운영 과정의 총 탄소 집약도를 20%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어요. 이 과정에서 빅오일 중 가장 큰 주유소 사업을 전기 차량을 위한 리테일 스테이션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고요.

BP는 아직 트레이딩 물량이 배출하는 탄소량을 소위 자신들의 스코프 3*에 추후 포함할지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급격한 전환 계획을 발표한 와중에 트레이딩 물량을 크게 늘려나갈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돼요. 쉘도 기업 운영 전반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건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서 줄인다는 의미가 되기에 트레이딩 물량을 크게 늘려나갈 수 없는 처지이고요. 그리고 이들은 이미 각자의 하루 생산량을 합친 물량을 훨씬 뛰어넘는 2000만 톤 이상의 석유와 가스 제품을 하루에 움직이고 있어요.
* 기업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흔히 회사가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시설 등에서의 직접 배출, 전기 이용 등의 간접 배출, 그리고 물류/협력사/고객사 등의 외부 배출로 나누어 각각 소위 스코프(Scope) 1, 2, 3으로 명명하는데요. 기업별로 스코프의 범위가 조금씩 달라요. 예를 들어, 자원을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최종적으로 연료를 사용하는 엔드 유저(End-user)도 스코프 3에 포함해야 하죠. 반면, 트레이더는 (중간상으로) 판매한 분을 스코프 3에 포함하지 않으려 하고요.

장기적인 역량을 쌓는 방향이 되어야
이번에 처음 수익이 공개된 트레이딩 사업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버틸 힘이 되어줄 것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주었어요. 하지만,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죠. BP는 앞으로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의 트레이딩도 늘려나가면서 재생에너지 사업 투자를 뒷받침할 거라고 했는데요. 이들이 트레이딩 사업을 확대한다면 앞으로 계속 커질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중점으로 늘려나가야겠죠. 
☕️ (참고) 트레이딩에는 좋았던 2020년
석유의 선물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가격의 급격한 하락과 상승을 오가는 시장은 오히려 트레이딩을 하기에 리스크가 적은 시장으로 보는데요. 그 이유는 트레이더 입장에서 급격히 떨어진 가격에 물량을 잡고, 추후 (다른 때보다 상대적으로 쉽게) 이보다 높은 가격에 물량을 판매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BP는 이 전략으로 작년 2분기에만 17억 달러(약 1조 9270억 원)의 수익을 올렸던 것이에요.

[빅테크] #뉴스공유금지그이후
3. 페이스북과 뉴스 코프의 합의
지난 2월에 호주에서 페이스북이 뉴스 공유를 막았던 소식 기억하시나요? 한참 난리가 난 이후 페이스북은 호주 정부와 협상을 재개해 (표면적으로는) 만족할 합의를 맺었고, 각 미디어사와 콘텐츠 비용 지급 계약 논의를 이어가고 있었는데요. 최근 법안을 주도했던 루퍼트 머독의 뉴스 코프(News Corp)와 호주에서 첫 합의를 맺었어요.

요즘 분위기가 영 좋지 않아요.
일단 업데이트를 하자면요
호주 정부와 페이스북의 조정을 거쳐 수정된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었고, 페이스북은 다시 뉴스가 공유될 수 있도록 했는데요. 페이스북은 호주의 뉴스 사업자들과 콘텐츠 비용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고, 호주 정부는 페이스북이 그동안 쟁점으로 삼았던 '플랫폼과 뉴스 공급자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시 콘텐츠 비용을 제3자의 중재로 정한다'는 조항이 적용되기 전 플랫폼과 미디어사의 협상 기간을 늘리는 등 원안을 일부 수정하기로 했어요. (강제 중재를 통한 가격 결정은 최후의 방안이 되었죠) 이후 페이스북은 사업자들과 논의를 재개했고, 이 법안은 수정안이 결국 통과되었고요. 

이 결말 무슨 의미가 있나요?
호주에서의 사태는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었죠. 결과적으로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플랫폼들이 뉴스 공급자에게 비용을 지급하는 법을 제정하게 됐지만, 페이스북이 뉴스 공급에 있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다시금 확인해주기도 했어요. 페이스북의 조치로 지난달에 뉴스 공유가 중단된 5일간, 호주 사이트의 페이스북을 통한 페이지뷰가 90% 가까이 하락했는데요. 이는 페이스북이 각 정부와 상대할 수 있는 큰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상기 시켜주었어요. 표면적으로는 호주 정부와 페이스북 양측 모두 잃는 것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호주 정부가 강하게 밀어붙인 법안을 조금 양보할 수밖에 없었죠.

뉴스 코프 계약의 의미는요?
페이스북이 뉴스 코프와 맺은 계약은 기간이 3년이라는 것 외 구체적인 비용 조건에 대해서는 공개가 되지 않았어요. 뉴스 코프는 2019년에 미국에서도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자사 미디어가 페이스북의 뉴스탭에 뉴스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대가를 받는 계약을 맺었는데요(페이스북은 이미 뉴스탭 기능을 론칭한 미국과 영국 등에서 많은 언론사에 비용을 지급하고 있죠)호주에서는 일찍이 구글과도 계약을 맺었고, 이번 페이스북과의 계약 합의로 또 한 번의 승리를 얻었어요. (뉴스 코프는 자신들이 강력하게 로비한 이번 법안을 통해 실속있게 이익을 챙기고 있어요)

이번 계약은 페이스북이 지난달 호주 정부와 합의를 맺은 이후 첫 대형 결과이기에 주목을 받았는데요. 앞으로 페이스북과 구글이 호주의 다른 뉴스 공급자들과 어떻게 계약을 맺어가는지도 지켜봐야 해요. 비슷한 법안을 준비 중인 캐나다와 영국 등에서도 이어질 협상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요. 페이스북과 구글의 입장에서는 마지노선을 지키는 결과가 나왔지만, 어쨌든 이제 이들 플랫폼이 뉴스에 어떤 형태로든 비용을 지급하는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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