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과 빅테크의 상관관계

[키티의 빅테크 읽기] 35화. 바뀐 후보 카멀라 해리스의 테크 정책과 방향 예측

2024년 8월 25일 일요일
미국 대선은 이제야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큰 충격을 준 대형 이슈들에 이어 각 당의 전당 대회까지 마무리된 이번 주부터는 정책 공약 등에 대한 세부 검증도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는 미디어를 통해 중요한 쟁점이 되는 분야에 대해서 각 후보들의 입장이 어떠한지, 어떤 정책들이 구체적으로 세워졌는지 전해질 것으로 보이고요. 

경제 부분에서도 따로 떼어놓고 크게 주목받을 이슈는 역시나 '테크'입니다. 테크 관련해서는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와 관련 정책을 필두로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슈가 될 AI부터 암호화폐까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주제가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로서는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소송과 관련한 규제에 대해서는 두 당이 모두 한 마음인 것으로도 보입니다. 민주당 후보가 된 현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와 공화당의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모두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인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후원금을 받고 있지만, 테크 업계가 브레이크 장치 없이 계속 크도록 둘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이제 어떤 정도의 규제와 정책이 도입되느냐가 문제일 뿐이죠.

흥미로운 사실은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임명된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장의 활동을 높게 보면서, 정권이 바뀐다면 그가 유임될 가능성도 점치게 하고 있죠. 반면 카멀라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리나 칸의 유임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공화당이 집권하게 된다면 반독점 정책 방향이 어떨지에 대한 예상은 지난 [키티의 빅테크 읽기] 쿠팡도 잡는 미 연방거래위원회의 쓰임에서도 소개를 했는데요. 이번 [키티의 빅테크 읽기]는 민주당의 바뀐 후보 카멀라 해리스의 테크 정책과 방향을 예측해보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그 사이에 민주당 후보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판도도 달라진 상황이죠)

단순히 한 후보의 정책과 방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대선과 빅테크의 상관관계를 펼쳐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정책과 공약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캘리포니아 이력의 후보가 걸어온 길과 네트워크가 어떻게 정책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키티의 빅테크 읽기]
미국 대선과 빅테크의 상관관계
바뀐 후보 카멀라 해리스의 테크 정책과 방향 예측

미국은 지난 7월의 RNC(공화당 전당대회)와 최근의 DNC(민주당 전당대회)까지 치뤄지면서, 이제 더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공약들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8월 셋째 주가 지난 현재 여론조사 기준으로 전국 지지율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근소한 차이(약 2%p)로 앞서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11월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테크 정책의 방향성은 어떻게 될까?

일단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고 샌프란시스코 검사장,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캘리포니아 상원 의원을 지낸 카멀라 해리스가 바이든 정책을 그대로 승계할지, 아니면 변화할지에 대해서는 테크 업계의 이목이 특히나 쏠리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독점, 불공정 경쟁, 가격 담합 등 대기업 권력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왔다. 특히 애플, 메타,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에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연방거래위원회(FTC)를 통해 인수합병을 막아왔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이나 조나단 칸터 법무부 반독점국장이 그 선봉에 서 있다는 이야기는 지난 [키티의 빅테크 읽기]를 통해서 꾸준히 전해왔다.

그러나 해리스가 테크 정책에 대해 바이든 기조를 이어갈지는 확실하지 않다. 현재까지 해리스의 정책이 아직 나와 있지 않아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보통 대통령 후보의 정책은 수개월 동안 다듬어 발표한다. 7월 말 바이든이 대통령 후보에서 사퇴한 후 급하게 대선후보로 확정된 해리스가 단 몇 주 안에 방대한 정책 내용을 확정하기란 어렵다. 게다가 테크 정책은 경제, 이민, 임신중단, 외교이슈 등 이번 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슈에서는 거리가 멀다. 

다만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테크 규제가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물론 위에서도 언급한 해리스의 배경 때문이다. 해리스의 과거 경력과 대선 후보 확정 후 유세 상황을 통해 카멀라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는 경우 테크 정책 방향성을 지금까지 그의 행적을 통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단 가장 중요한 현안
: FTC의 리나 칸은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해리스 부통령은 노조로부터 잇단 지지 선언을 받으며 '친노동자', '중소기업' 방향성을 선명하게 하려 한다. 단 이런 성향이 테크 정책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해리스의 빅테크 정책 기조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19년에 뉴욕타임스가 당시 민주당 경선 후보인 해리스에게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기업이 해체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해리스는 직접적인 답변을 하는 대신 대화를 개인정보 보호 규정으로 논점을 틀었다. 단, CNN에는 메타(구 페이스북)의 해체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캘리포니아 출신인 그는 실리콘밸리 인맥도 풍부하다. 해리스를 꾸준히 후원한 사람이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창업자다. 캘리포니아에서 모든 정치 이력을 만든 해리스는 대선후보가 되자마자 호프먼을 비롯해 실리콘밸리로부터 정치 기부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해리스와 오랜 친분이 있는 호프먼이 주최한 모금 행사에서는 무려 1400만 달러(약 190억 원)를 모금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전반적으로 민주당세가 강한 실리콘밸리지만 최근 트럼프가 일론 머스크, 마크 앤드리슨, 데이빗 색스, 벤 호로위츠 등을 비롯해 '우향우'로 돌아선 거물 테크 기업인들로부터 정치자금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기업인들로부터의 정치자금 수령은 훗날 분명한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리드 호프먼은 방송에 나와서 해리스 캠페인에 대한 기부 소식을 전하며 "리나 칸은 해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프먼은 빅테크를 공격하고 있는 리나 칸이 "혁신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호프먼만의 생각은 아니다. 배리 딜러(Barry Diller) IAC 회장(피플지를 비롯한 미디어, 쇼핑 사이트, 정보 사이트 등 기술기업 지분 보유 지주회사), 배리 스턴릭트(Barry Sternlicht) 스타우드 캐피털 회장 등 민주당 기부 억만장자들의 공개적인 요구 사항이기도 하다.

호프먼이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리나 칸 해고'를 논한 것은 미 진보성향 단체들의 반발을 샀다. 일부 칸 반대론자들은 오히려 이렇게 호프먼이 공개적으로 칸을 비판했기 때문에 진보세력이 반발하고 이 이슈에 주목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실제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리나 칸의 전 직장(오픈마켓연구소) 동료이자 반독점 정책 연구가인 맷 스톨러(Matt Stoller)는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해리스의 테크 정책이 불투명한 가운데 바이든 정부의 반독점 기조를 해리스가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해리스의 제부(여동생의 남편)인 토니 웨스트(Tony West)란 인물의 존재 때문. 토니 웨스트는 해리스의 최측근 자문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법무부 고위 관리로 일한 후 현재 우버의 정책담당 총괄로서 해리스가 대선 후보가 된 이후 우버에 잠시 휴직계를 제출하고 해리스의 선거를 돕고 있다. 

참고로 오바마 정부는 테크 산업의 부흥을 내다보면서 테크 기업들에 우호적인 정책을 폈고, 현재의 테크 산업이 꽃피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글과 페이스북, 이커머스의 아마존, 그리고 애플 등이 본격적으로 더 큰 '빅테크'로 성장해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산업 시대를 열어젖히고, 우버를 비롯해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경제 산업이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이다.

카멀라 해리스는 실리콘밸리와 테크 산업이 디지털 혁신을 이루어가면서 성장의 절정을 지나온 시대에 경력의 전부를 샌프란시스코와 캘리포니아에서 지낸 것이다. 
링크드인 창업자 리드 호프먼(왼쪽)과 앤드리센 호로위츠의 마크 앤드리센은 같은 페이팔 마피아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현재 해리스가 할 수 있는 것
: '모호한' 답변으로 이슈를 피하는 것

해리스 자신이 반독점 이슈에 대한 질문을 받거나 칸의 향방에 대한 답변을 한 적은 없다. 단 해리스와 친하다고 알려진 웨스 무어(Wes Moore) 메릴랜드주 주지사의 발언을 참고할 만하다. 무어 주지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호프먼의 문제 제기("리나 칸을 해고하라")와 함께 해리스 정부가 반독점 정책 방향을 새로 잡아야 할지에 대한 질문에 "아마 그래야 할 것"이라고 애매하게 답변했다.

앞으로 해리스가 TV 토론이나 인터뷰를 하게 되면 반독점 정책 방향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 국민들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할 것" 수준의 애매한 답변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유세 등을 통해 해리스 캠프가 발표한 경제정책 핵심이 바로 '대기업 가격 폭리' 규제이기 때문이다. '빅 파마(Big Pharma, 대형 제약회사)'가 약값을 마구 올리는 행위, 대형 슈퍼마켓 체인 등의 가격 폭리 제한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신포퓰리즘적인 내용이다.

참고로 가격 폭리를 통해 물가를 잡는다는 정책은 실현 자체가 어렵다. 워싱턴포스트나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소위 대표적인 주류 미디어의 '진보적인' 목소리도 국가가 민간 상품의 가격을 규제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비판한다. FTC는 빅테크 규제 뿐 아니라 제약회사의 반독점 행위도 규제하고 있다.

이런 경제 정책을(이치에 맞든 그렇지 않든) 핵심으로 내세운 상황에서 빅테크 규제뿐 아니라 제약회사의 반독점 행위도 가열차게 규제해 온 FTC의 수장을 교체할 가능성을 선거 캠페인 중에 내세우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게다가 JD 밴스가 "리나 칸은 일을 잘 한다"라고 칭찬한 상황에서는 더더군다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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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를 소개합니다.
키티의 한글 이름은 홍윤희이다. 대표적인 이커머스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리드했고, 소셜임팩트를 담당했다. 딸의 장애를 계기로 장애를 무의미하게 하자는 취지의 협동조합 무의(Muui)를 운영하며 2021년 초 카카오임팩트 펠로우로 선정됐다. IT, 미국 정치, 장애, 다양성, 커뮤니케이션 등의 주제를 넘나들며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글을 쓴다.

한국일보와 이투데이에 정기 기고 중이며, 장애-유니버설 디자인-ESG-사회혁신 등의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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