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반스앤노블은 미국 전역에 올해에만 총 58개의 새로운 매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전체 매장 수가 600개를 넘긴 상황인데요. 이들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가히 한 때 존재감을 완전히 잃어버렸던 책방의 재발견이자, 서점 체인 사업의 부활이라고도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들의 부활은 2019년에 행동주의 투자로 유명한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인수와 영국의 유명 인디 서점 체인인 던트 북스(Daunt Books)의 창업자이자 대형 서점 체인인 워터스톤스(Waterstones)를 역시 부활로 이끌었던 제임스 던트를 CEO로 앉히면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2011년에 던트가 맡아 부활시킨 워터스톤스를 2018년에 인수했고, 이후 그를 반스앤노블의 책임자로 임명한 것입니다.

이렇게 야심찬 인수와 영입은 곧 다가올 팬데믹에 의해 (다른 모든 오프라인 리테일 사업과 마찬가지로) 큰 위기를 다시 맞기도 했지만, 이미 이 사업은 내리막의 끝에 다가간 상황이었습니다. 팬데믹 국면이 지나간 이후 오히려 오프라인 사업 특히 '책방'이라는 향수에 이끌리는 고객들의 사랑을 더 크게 받게 되었죠. 그리고 아마존이 그 가치를 거의 없애버렸던 서점 체인의 사업은 책이라는 재화를 재발견할 수 있는 분위기의 '오프라인 공간'을 성공 시킨 인물에게 총괄 작업을 맡기면서 완전히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마존은 책을 더 싸고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었지만, 책을 음미하고 편안하게 고르는 과정을 제공해 주지는 못하죠. 반스앤노블의 '재성공'은 바로 이 '틈새'를 다시금 발견하고, 집요하게 이 장점을 널리 알린데에 있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근데 책이 잘 안 팔린다는 시대에 어떻게 반등을 이루어낼 수 있었을까요? 반스앤노블은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부가적인 상품이나 공간 그 자체를 판매했기에 다시 수익을 내는 사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요?

아닙니다. 서점은 본질인 책의 판매를 다시 높이는 공간이 되어야만 새로운 가치를 사람들이 알아보고, 추가적인 수익이 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일 텐데요. 반스앤노블은 이 작업에 충실했습니다. 

반스앤노블이 책부터 잘 팔고 있다는 증거는 반품율입니다. 책방 사업의 반품율은 서점이 출판사들에게 다시 돌려보내는 안 팔린 책의 비율을 말합니다. 반스앤노블의 반품율은 2019년 당시 25%에 이르렀는데, 2023년에 이 비율은 9%로 줄었고,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중입니다. 제임스 던트는 워터스톤스의 반품율도 20%에서 3.5%로 줄이면서 사업을 건전하게 만든 이력이 있고요. 

반품율을 낮추기 위해, 그리고 매장별 재고 관리를 타이트하게 가져간다는 점은 출판사들로 하여금 "(이 서점) 책 구매량이 적어지는거 아니야?"라는 의문을 들게도 했지만, 반스앤노블의 각 지점은 책 종류와 재고를 모두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지점별로 그 편차가 있지만,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어야 할 뉴욕과 같은 대도시의 주요 지점들은 책방의 전성기 시절과도 비교해도 훨씬 많은 책을 담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책 판매가 늘어난 것은 '로컬화'에 있다고도 제임스 던트는 그 비결의 힌트를 현장에서 보여줍니다. 일례로 지점이 있는 해당 지역에서 자란 '로컬' 직원에게 매장의 운영에 대한 권한을 주면서 그 지역에서 잘 팔릴 수 있는 책이 사람들의 눈에 더 잘 띄는 곳에 디스플레이되기 시작되었고, 이전에는 한 달에 1권을 팔기도 어려웠던 책이 20권씩 팔리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유대계가 많이 사는 뉴욕의 어퍼 웨스트사이드 지점에 (일반적인 베스트셀러보다) 유대계 역사를 담은 소설을 1층 잘 보이는 곳에 비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두고 제임스 던트는 각각의 지점이 하나의 독립 서점처럼 기능하게 하는 것이라고도 했죠. 

이는 하나의 사례이지만, 지점별로 디테일하게 작은 변화를 가해도 기존의 오프라인 공간이 그 공간에 늘 들르는 사람들에게도 다시 새로운 효용을 주는 공간으로 거듭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물론 이보다는 더 정교한 관리 시스템의 도입이 이루어졌을 테지만, 이는 '현장'에서 찾은 결정적 힌트였다고 강조하는 것이죠. 

결국 반스앤노블은 한 때 동네 곳곳의 소중한 독립 서점을 죽이는 대형 체인 사업으로도 악명이 높은 때가 있었지만, 그 역시 새롭게 일어난 거대한 흐름에 혁신을 당하면서 같은 처지가 되었던 이래 다시 심기일전해 무엇보다 책을 사려는 고객들을 오게 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를 론칭한 레거시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곧 매스미디어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인정했습니다. 수많은 콘텐츠를 가진 입장에서 라이센싱 수익도 주머니를 채워줬고, 기존의 케이블 티비 산업이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죠. 

하지만 넷플릭스는 이들의 변하지 않는 '사업 방식'에 지쳐있던 소비자들을 정확하게 찾아냈습니다. "돈을 내고서라도 구독을 해서 전편을 광고 없이 몰아보겠다"라는 심리를 명중한 것이죠. 그럼에도 이를 찻잔 속의 태풍이라 여겼던 이들은 넷플리스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저 흐름이 커질 것이다"라고 외쳤을지언정 그 흐름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는 예상하지 못했죠. 

반스앤노블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마존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죠. 그리고 그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한 번 크게 일어나는 흐름은 순식간에 모든 것을 바꿔놓습니다. 돌아보면 그 큰 흐름이 일어나는 데는 십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고도 다시 인식을 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만들어진 건 그보다 몇 년 앞서서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준비는 이미 한참 전에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고요.

지금 시장에서 그나마 유의미하게 살아남을 레거시 기업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디즈니 플러스라고 예상되는 것도 디즈니가 구축해 놓았던 압도적인 콘텐츠 라이브러리 덕분입니다.

뉴스 미디어 산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시대에 뉴욕타임스는 이제 자신들의 힘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콘텐츠의 영향력을 더 키우는 플랫폼을 구축해 나가고 있지만, 미디어 산업을 통틀어서 이 작업을 제대로 하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디지털로 모든 것이 옮겨가는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것을 어떻게 타야 하는지는 레거시 조직의 DNA를 거슬러서 깨우쳐야 하는 영역입니다. 뉴욕타임스처럼 너무 늦지 않게 그런 정도의 자본 투입과 역량 집중이 되어야만 성공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죠.

글쓴이: 커피팟을 운영하는 오세훈입니다. 미디어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커피팟 뉴스 아티클을 씁니다. 평소에 페이스북과 스레드 그리고 링크드인에도 커피팟 콘텐츠와 운영에 대한 생각을 올리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