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이 멈추는 곳, 계속되는 곳

1. 아마존 구조조정, 2. 스트리밍 콘텐츠 평가, 3. 공룡의 배터리 투자
오늘은 아마존도 내놓은 구조조정 계획을 우선 살펴보고요. 개별 콘텐츠가 스트리밍 서비스에 얼만큼의 수익 기여를 하는지 측정하는 시스템이 새로 개발되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화석 연료 기반 기업의 배터리 공장 투자 소식을 간략하게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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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 추가 이야기는 계속 발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금리 인상 기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차트를 통해 곱씹어 보는 이야기도 전해드렸고요. 이번 주에는 계속 새로운 이야기가 드러나는 FTX 사태가 어디까지 미치는지, 거시경제 측면에서 암호화폐와 크립토 업계 전체가 마주한 현실은 무엇인지에 대해 [안젤라의 매크로 시선]을 통해 전해드릴 예정이에요.

[빅테크] #구조조정 #고금리

1. 아마존의 구조조정이 의미하는 것

아마존이 최대 1만 명에 이르는 직원을 해고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어요. 전 세계 직원이 150만 명에 이르는 아마존으로서는 전체 인력의 1%이지만, 기업 본부와 테크 인력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이 될 것으로 예상돼요. 관련 인력으로 따지면 약 3%에 해당하는 인원입니다.

일단 아마존은 한꺼번에 해고를 단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주부터 팀별로 인원 계획을 확정하면서 점진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근 테크 업계에서 계속 이어지는 대형 구조조정 소식에 아마존까지 동참하게 되면서 테크 업계에 안 좋은 소식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알렉사와 관련 다비이스를 담당하는 사업이 구조조정의 핵심 대상일 것으로 예상돼요. 관련 제품은 수억 대가 팔렸지만, 수익을 내는 사업부는 아니었죠.

이미 진행 중이었던 구조조정

테크 기업들은 현재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 향후 더 악화할 수 있음을 감지하면서, 더 늦기 전에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전체 인력의 50% 이상과 계약직 직원들의 80% 이상을 합쳐 8000명이 넘는 인력을 해고한 트위터의 상황은 새로운 CEO와 함께 특수한 측면도 있지만, 메타도 1만 1000명의 인력을 해고하기로 하는 등 대형 구조조정이 업계 전반에서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

지난 10월 말에 발표된 3분기 실적은 (애플을 제외한) 빅테크 모두 부진했다는 결과가 나왔죠. 아마존은 이미 이전 2개 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일정 부분 비용 절감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3분기 실적은 어느 정도 회복한 모습을 보였지만, 기업 본부와 테크 인력의 고용을 멈추면서 비용 절감을 위한 작업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되었고, 아마존 케어를 비롯해 실적을 내지 못하는 작은 프로젝트와 사업들을 정리하고 있었죠. 이미 전체 인력은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거의 8만 명이 줄어든 상황이었어요. 

타겟은 투자 자본이 가는 곳
아마존의 이번 구조조정은 인공지능 기반 디바이스인 알렉사(Alexa)를 중심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어요. 아마존의 투자 자본 상당 부분은 알렉사와 관련 디바이스를 개발하는 데 투입되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는데요. (알렉사 관련 인력만 1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알렉사는 앞으로도 집중할 미래 사업 중 하나이지만,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계속해서 손실이 나는 사업부에 자원을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에요.

아마존의 핵심인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리테일을 포함한 리테일 분야도 기존의 확장 계획을 멈춘 상황이에요. 팬데믹 이후에 폭발적으로 성장을 해온터이고,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수요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우선 조심하겠다는 의도로 읽혀요. 이커머스 영역에 대한 자본 투자도 2021년과 비교해 100억 달러(약 13조 1100억 원) 가량을 줄여 앞으로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뜻을 (투자자들에게) 분명히 했어요.

물론 미국의 고용지표가 강세를 띠고 있고,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의 분야들은 아직 이상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해요. 아마존도 (신규 인력 채용은 진작에 멈추었지만) 이번 구조조정에서 이커머스 사업과 관련 물류 사업의 인력 등은 크게 포함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4분기 성장세가 2%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앞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마주할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성장은 기대할 수 없고
테크 업계에서 계속 이어지는 해고는 거인들인 빅테크가 팬데믹으로 인한 큰 성장을 멈추고, 팬데믹 이전의 성장 페이스로 돌아오거나 그 이하를 기록하게 되리라는 예상을 낳고 있어요. 아마존이 밝힌 계획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그동안 실험적으로 이어온,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신규 사업 프로젝트는 테크 영역 전반에서 일정 기간 멈출 것으로 예상되고요. 

5개의 빅테크 기업(애플,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의 매출을 합친 성장률은 2020년에 19% 그리고 2021년에 28%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9%가 될 것이라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이 나오고 있는데요. 파이낸셜타임스의 대표적인 칼럼니스트인 리처드 워터스는 최근 칼럼에서 이를 소개하면서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짚었어요. 그리고 거칠 것이 없던 빅테크가 팬데믹으로 인한 각종 테크의 큰 성장이 멈출 시기를 너무 늦게 깨달았음을 지적했죠. 

물론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오고 새로운 프로젝트에 성장이 달린 이들이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계속 큰 투자를 하고, 고급 엔지니어링 인력을 경쟁사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채용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보는데요. 금리 인상 기조는 순식간에 상황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제는 완전히 달라진 상황 속에서 핵심 사업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보여집니다.

여러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테크 기업들에게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한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지난 10월 말에 전해드렸는데요. 메타에 이은 아마존의 구조조정 소식은 이 한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는 데 확신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 아마존에 대해 더 깊게 보고 싶다면
아마존에게도 힘든 시기가 왔지만, 아마존의 확장은 물론 쉽게 멈추진 않을 것으로 예상돼요. 아마존의 사업이 어떻게 확장해 가고 있고, 그에 따라 이들의 지배력을 경계하는 움직임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키티의 빅테크 읽기] '아마존 리퍼블릭'은 지속될까?도 참고해 보세요.

[미디어] #스트리밍 #가치평가시스템

2. 콘텐츠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을까?

패럿 애널리틱스(Parrot Analytics)는 스트리밍 콘텐츠에 대한 전 세계 시청 수요를 조사해 분석하는 기업인데요. 얼마 전, 개별 콘텐츠가 그들이 속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재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그동안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콘텐츠가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도에 관한 데이터의 많은 부분을 공개하지 않았기에, 패럿의 시스템이 스트리밍 산업과 그 콘텐츠의 성과 분석 투명성을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오징어 게임>이나 <기묘한 이야기> 같은 시리즈가 큰 수익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파악은 되었지만, 플랫폼에 얼만큼의 수익을 가져다 주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었죠. 이제 각 콘텐츠가 얼만큼의 수익을 가져다줄지 예측하는 시스템도 발전하는 중이에요. 

프렌즈 vs. 기묘한 이야기
재무적으로 더 가치 있는 콘텐츠는?

지난 몇 년간 패럿은 소셜 미디어, 연구 활동, 콘텐츠 소비 데이터 등 여러가지 지표를 결합한 자신들만의 평가 시스템으로 스트리밍 콘텐츠의 시청률을 예상해왔어요. 하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간의 경쟁이 심화됐고, 높은 시청률만으로 구독자와 수익 성장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죠. 더 다양하고 포괄적인 신호를 이용해 소비자의 요구를 수집해야만 효과적으로 콘텐츠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는 생각에 새로운 평가 시스템을 개발한 거예요. 

새로운 콘텐츠 가치 측정 시스템은 스트리밍 서비스 수익 대비 각 콘텐츠의 시청률을 분기별로 분석한 다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추이를 살펴보면서 특정 콘텐츠의 '고객 평생 가치(Lifetime Value)'를 예측해요. 한 명의 고객이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안 발생시킬 총이익을 예측해 제작비 대비 고객 평생 가치가 높다면 서비스에 더 큰 재무적 가치가 있는 콘텐츠로 분류되죠. 

콘텐츠의 고객 평생 가치를 높이기 위한 핵심은 시간이 지나도 그 콘텐츠를 보는 시청자가 꾸준히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프렌즈(Friends)>나 <오피스(Office)>처럼 오랜 시간 사랑받는 코미디 또는 시트콤은 서비스 재방문을 강하게 일으킬 수 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대규모 제작비를 들인 <더 크라운(The Crown)>이나 <기묘한 이야기>보다 고객 평생 가치를 높이는 콘텐츠로 평가될 수 있어요.

여름휴가나 크리스마스처럼 사람들이 연휴에 가볍게 보도록 만들어진 영화나 하이틴 영화도 고객 평생 가치가 높은 콘텐츠로 분류될 수 있어요. 제작비는 상대적으로 적게 들지만, 사람들이 반복해서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이처럼 새로운 평가 시스템은 콘텐츠를 보고자 하는 사용자의 의도를 지금까지 없었던 방식으로 기업의 수익과 연결해요.

콘텐츠 제작 과정에 영향도

패럿은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아래의 내용 등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해요

  • 각 플랫폼이 수익을 내는데 각 시장에서 개별 콘텐츠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측정할 수 있어요. 또, 해당 수익의 몇 %가 각각 신규 가입자 추가(Acquisition), 기존 가입자 유지(Retention)로 인해 창출되었는지 알 수 있고요. 
  • 새로운 프로덕션, 새로운 시즌, 플랫폼이 가진 콘텐츠 등이 앞으로 얼마만큼의 신규 구독자를 데려오거나 재방문을 끌어낼 수 있는지, 즉 수익을 낼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어요. 
  • 특정 콘텐츠의 고객 평생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가장 알맞은 플랫폼을 결정하는 모델링을 제공해요. 
  • 특정 콘텐츠가 영화관에서 먼저 상영되는 것과 스트리밍 서비스에 바로 배포되는 것 중에 어디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측정해요. 

패럿이 악시오스(Axios)에 제공한 첫 번째 분석에 따르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두 시리즈를 더 추가할 경우 넷플릭스의 가장 가치 있는 타이틀이 될 수 있어요. 2027년까지 20억 달러(약 2조 6200억 원)의 누적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예상되기 때문인데요. <오징어 게임> 시즌 1은 제작비가 2140만 달러(약 280억 원)로 다른 오리지널 콘텐츠에 비해 훨씬 더 적은 돈을 투자해 큰돈을 벌어들인 콘텐츠죠. 

반면, 각각 약 2억 달러(약 2620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레드 노티스(Red Notice)>나 <그레이맨(The Gray Man)>은 향후 6년간 약 8000만 달러(약 1050억 원)의 누적 수익만을 낼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이는 많은 비용을 들여 만든 오리지널 영화가 훨씬 더 저렴한 제작비로 만들어진, 빈지워칭에 적합한 콘텐츠보다 더 적은 고객 평생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요. 

그간 대부분의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콘텐츠 시청에 관한 다양하고 세분화된 데이터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제작사와 같은 파트너에게 공유하지 않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사는 자신의 결과물이 전 세계적으로 어떤 성적을 내고 있는지, 또는 속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알 방법이 없었죠. 이는 곧 스트리밍 기업과 콘텐츠 제작 기업 간의 정보 격차에 따른 힘의 불균형을 불러일으켰고요. 

하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제작사도 콘텐츠의 고객 평생 가치를 예측할 수 있어요. 이 데이터를 이용한다면 제작사는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협상을 유리한 쪽으로 끌어낼 수도 있죠. 더 나아가 제작사와 감독이 그들의 창작물을 보여주는 방식이나 플랫폼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고요.

결과적으로 새로운 평가 시스템은 글로벌 콘텐츠가 제작되는 모든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요. 

당연히 한계가 있지만
새로운 평가 시스템이 '성공'했다고 정의된 작품과 각 스트리밍 서비스가 성공했다고 정의하는 작품이 반드시 같지 않을 수 있어요. 패럿은 넷플릭스에서 <레드 노티스>가 <그레이 아나토미>보다 고객 평생 가치가 낮다고 판단했어요. 하지만 레드 노티스와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계속 나와야만 사람들은 넷플릭스를 계속 구독할 가치를 느끼겠죠. 새로운 유입자도 늘어날 테고요. 실제로 넷플릭스도 레드 노티스를 회사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 수를 기록한 영화라고 발표하며 성공 작품으로 정의했어요. 

각각의 스트리밍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다른 것도 콘텐츠 투자 기준을 패럿의 평가 시스템에만 기댈 수 없는 이유로 꼽혀요. 지금까지 넷플릭스는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 유료 구독자를 데려올 수 있는지에 관한 지표를 집중적으로 살펴왔어요. 반면 광고가 포함되었던 훌루(Hulu)는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광고를 얼마나 더 많이 보는지에 대한 지표를 집중적으로 봐왔죠. 이는 곧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가 훌루와는 다른 측면에서 이뤄진다고 볼 수 있어요. 

<피키 블라인더스(Peaky Blinders)>와 <코스비 쇼(The Cosby Show)> 등을 제작한 유명 프로듀서인 캐린 맨다바흐(Caryn Mandabach)도 새로운 시스템이 산업에 투명성을 가져다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콘텐츠의 성공을 이해하는 유일한 지표가 되면 안될 것이라고 악시오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말했어요. 예로, 코스비 쇼와 같은 프로그램의 성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프로그램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기간에 갈등을 개선하는데 미친 사회문화적인 영향 같은 점도 살펴봐야 한다고 언급했죠. 

그럼에도 새로운 평가 시스템에 주목하는 이유는 "막대한 금액의 콘텐츠 투자가 수익으로 전환되는지"에 대한 기준과 확신이 없기 때문이에요. 이 작품을 만들지 말지, 어디에서 릴리즈해야 할지, 영화 상영관을 만들어야 할지, 향후 몇 년간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이 작품의 가치는 얼마나 될지를 계산하는 시스템은 스트리밍 서비스와 제작사 모두에게 투자 대비 높은 수익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힌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By 핀핀

* 미디어와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요.

☕️ 손실 쌓는 디즈니+
디즈니+는 지난 3분기에 신규 구독자 1200만 명을 추가하면서 총구독자가 1억 6420만 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는데요. 비용도 크게 증가해 디즈니+의 손실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나 증가한 14억 7000만 달러(약 1조 9270억 원)에 이르렀어요.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3년간 약 80억 달러(약 10조 4880억 원)의 손실을 냈고요. 

2024년에는 흑자 전환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 더 크게 투자한) 콘텐츠와 마케팅에 쏟은 비용을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보고 있어요. 현재 많은 테크 기업들이 그러하듯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에너지] #코크인더스트리즈 #단신

3. 발빠르게 배터리 키우는 공룡

미국의 대표적인 화석 연료 기업인 코크(Koch) 인더스트리가 발 빠르게 배터리 업계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어요. 비상장 기업이고 소위 재생에너지 혹은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던 코크 인더스트리즈는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늘리며 기존의 공룡 기업들이 보여주지 못하는 민첩함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배터리 스타트업과 함께하는 이번 투자는 이들을 미국에서 가장 큰 배터리 셀 생산 업체 중 하나로 만드는 움직임이 됩니다.

코크 인더스트리즈와 합작을 하는 프레이어 배터리는 2018년에 설립되었고 작년에 스팩(SPAC)을 통해 상장했어요. 

테슬라 다음으로 큰 공장 계획
코크 인더스트리즈가 노르웨이의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스타트업인 프레이어(Freyr) 배터리와 합작해 세울 계획인 공장은 두 단계로 나누어 26억 달러(약 3조 4000억 원)가 투입될 예정인데요. 1단계만으로도 연간 총 34 기가와트시(GW.h)의 배터리 셀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세울 계획이에요. 특이점은 전기차를 위한 베터리가 아닌 에너지 저장을 위한 배터리 프로젝트라는 것이에요. 미국은 현재 새로운 풍력과 태양 에너지 프로젝트들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된 전력을 안정적으로 저장하고 꾸준히 전송할 시스템의 증가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2021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에서 가장 큰 배터리 공장은 연간 총 39기가와트시의 생산 캐파를 가진 테슬라와 파나소닉이 합작한 네바다의 기가 팩토리인데요. 1단계 완공으로 이 공장 다음 규모의 시설이 됩니다. (2021년 말 기준 세계에서 가장 큰 배터리 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의 중국 난징 공장으로 총 40기가와트시 규모입니다)

바로 투자 늘리는 이유, IRA
코크 인더스트리즈의 CEO인 찰스 코크는 본래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단체들을 지원하고, 환경 규제와 보조금에 반대를 해 온 상징적인 인물이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가장 큰 규모로 미국이 전력망을 뒷받침할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세우기로 한 것이죠. 코크 인더스트리즈가 이렇게 늦지 않게 새로운 영역인 배터리 관련 산업에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바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의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IRA는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급망을 증대하기 위한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배터리 셀 공급자들은 생산하는 배터리 셀 용량 1기가와트시(GW.h)당 3500만 달러(약 459억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코크와 프레이어의 공장은 이 기준대로라면 1단계 완공 이후 생산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연간 10억 달러(약 1조 3100억 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어요.

이미 공격적으로 투자를 해옴
코크 인더스트리즈는 이번에 합작을 함께하는 프레이어의 지분을 10% 보유하고 있고, 미국 내 배터리 허브를 만들기 위한 합작사도 함께 세웠어요. 올해 1월을 기준으로 전기 배터리 및 태양 에너지 인프라 관련 투자에 총 17억 달러(약 2조 2280억 원)를 투입했고, 이는 자동차 회사가 아닌 기업으로서는 최대 규모의 투자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큰 펀딩이 절실했던 미국 내 주요 배터리 스타트업들에 투자하면서 미국 내 배터리 산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기 위한 움직임을 이미 보이고 있었죠.

80년 넘게 사업을 이어오면서 (2020년 기준) 연간 1150억 달러(약 150조 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는 수십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인 이들의 움직임은 아직 새로운 영역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는 기업들에게도 '넛지'를 줄 것으로 기대되었는데요. 이들이 이번에 보여준 대로 IRA의 인센티브 역시 이 움직임을 (그 의도대로) 더 가속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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