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의 차트피셜] 사상 최고의 상승을 보인 시장의 의미 멈출 수 없는 AI 경쟁을 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에 푼 자금은 독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당분간 시장은 계속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풀리는 자금과 시설 투자를 감당할 수요가 따라오지 못할 현실은 자명해 보이기에, 과연 "언제 음악이 멈출까? (When will the music stop?)"라고 자문하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연초부터 많은 경제학자들과 투자자들 그리고 기관들의 침체 예측을 모두 돌파하고 질주하는 시장입니다. 과연 이런 질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요?
버블은 늘 큰 힌트 뒤에 터지지 않았고, 미처 알아채지 못한 균열이 가기 시작할 때 이미 터지기 시작한 것이라는 교훈을 다시 되새겨야 할 때입니다.
"버블이 터질 것이다"라는 주장은 역사적으로도 인기가 없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그 신호를 발견하면 이야기를 꼭 해야 하죠. 이번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그 균열은 무엇이며, 현재 시장에서 보내는 더 강한 신호는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
[부엉이의 차트피셜] #34화. 곧 버블이 터질까? |
7월 주식시장은 새로운 고점을 경신했다.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4월 저점 이후 25%가 오른 S&P500 랠리는 지난 50년 간 지수 3개월 수익률의 99번째 백분위수 이상에 해당한다. 20년 만에 경기 침체기 이외에 가장 가파른 상승이었다. 이러한 지수의 단기 급등은 통상적으로 경제가 침체의 골을 지나 증시가 바닥에서 반등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특히나 경기침체를 동반하지 않은 증시의 25% 상승은 예외적이다. 미국 뿐 아니라 일본, 독일, 한국 등 주요국 증시 모두 바닥에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회사채 등 다른 위험자산 가격도 가파르게 반등했다. 미국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는 3~4월 확대되었다가, 다시 역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하게 축소됐다. 신흥시장 기업의 차입비용도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가 매력을 잃으면서 고신용 신흥시장 정부와 기업의 채권에 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렸다.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없는 국가(특히 미국)와 달리 기업은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이자를 지연하거나 최악의 경우 파산할 수도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회사채에 투자할 때 국채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부도 위험에 대해 역사상 가장 낮은 보상(수익률)을 요구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그만큼 위험 선호 심리가 극단에 이르렀다는 방증이다. |
미국, 한국, 독일, 일본 주가지수 추이 (데이터: 블룸버그) 2023년 1월 초 주가지수를 100으로 재조정했다. 주요국 증시는 4월 저점 이후 가파르게 반등하여 전고점을 수준에 도달했거나, 고점을 돌파했다. |
위험 자산은 어째서 이렇게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관세 부과로 인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혹은 둘 다)을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2025년 2분기 경제는 침체를 피했고 물가 상승세도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의 [부엉이의 차트피셜] 사라진 경기침체론은 노벨 경제학자도 관세 부과로 민간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아직까지 설비투자 집행은 견조하게 유지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한 달 뒤 발표된 빅테크의 실적은 인공지능 관련 설비투자 흐름이 오히려 강화되었음을 보여주었다.
대다수의 최고 경영자, 투자자,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강행한다면 달러를 강세로 만들고 스태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예상은 대부분 틀렸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관세가 무역 적자를 축소시켜 달러를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달러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경기침체도 오지 않았고, 관세가 소비자 물가에 전이되는 모습도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
록펠러 인터내셔널의 회장인 루치르 샤르마는 인공지능에 대한 열광과 정부 부양책이 관세의 부정적인 경제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에 따르면 1월 이후,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올해 지출할 금액 추정치는 600억 달러(약 83조 2200억 원) 증가하여 3500억 달러(약 485조 45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관세 불확실성이 설비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폴 크루그먼 등 주류 경제학자들의 경고와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기업들은 경기 침체 우려보다 AI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더 큰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투자를 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AI 주도의 증시 강세로 금융 상황(Financial Condition)이 완화됐다. 증시 강세가 아니었다면, 비교적 높은 미국 기준금리(4.50%)는 경제 성장을 제약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주식 시장도 주로 AI 주식 덕분에 계속 상승했다.
이번주 화요일의 커피팟 빅테크가 만드는 버블에서도 앞서 짚었지만 벤처 투자자이자 칼럼니스트인 폴 케드로스키(Paul Kedrosky)는 AI 데이터센터 지출이 미국에서 거대한 민간 경기 부양 프로그램처럼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지난 두 분기 동안 AI에 대한 자본 지출이 모든 소비자 지출보다 미국 경제 성장에 더 많이 기여했다.
현재 AI 데이터 센터 지출은 닷컴 시대의 통신 인프라 지출의 정점(GDP 대비)보다 크며, 19세기 철도 인프라 지출(GDP 대비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투자)과 견줄만한 수준이다. 그에 따르면 AI 데이터 센터 투자가 없었다면, 1분기 GDP 위축은 -2.1%에 가까웠을 것이다. |
너무나도 강한 모습을 보이는 현재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또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
대형 성장주에 집중된 지나친 쏠림 현상과 위험자산의 전반적인 고평가에 대한 경고는 이미 커피팟에서 수 차례 다뤘다. 연초부터 하워드 막스, 루치르 샤르마, 리처드 번스타인 같은 투자 구루들이 시장이 지나치게 인공지능 및 대형 성장주 등 특정 부분에 쏠려있으며, 과도한 밸류에이션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이 다시금 과열 상태에 이르자 몇몇 구루들은 다시 경고 발언을 이어간다.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RBA)의 설립자인 리처드 번스타인은 자신의 40년 투자 경력에서 지금처럼 투기가 만연하고 시장이 과열된 버블 시기는 기술주 버블(2000년)과 주택 버블(2008년) 단 두 번뿐이었다고 지적한다. 현재 환경은 그 두 시기와 매우 유사해 보이며, 어쩌면 더 클 수도 있다고 다시 경고한다.
그는 시장의 극심한 투기와 버블 상태를 가리키는 10가지 징후를 제시했다. 이 징후들은 무엇이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펴봤다. |
개인 투자자 보유 상위 10위와 20위 종목의 S&P500 대비 1년 베타 추이 (자료: Richard Bernstein Advisors) |
1.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식의 베타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 6월 말 기준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베타는 상위 10개 종목에 대해 1.5, 상위 20개 종목에 대해 1.2를 기록했다. : 주식의 베타는 특정 주식이 전체 주식 시장의 움직임에 비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베타 값이 1이면 시장과 거의 동일하게 움직이며, 1보다 크면 시장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인다. 개인 투자자들은 금융위기 이후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여 베타를 1배 미만으로 유지했으나, 최근에는 변동성 큰 주식 위주로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2. 펀드매니저의 위험 선호는 지난 3개월 동안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매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 수준은 증시 상승과 더불어 가파르게 상승했다
3. 7월 28일 기준으로, 증시 일일 평균 거래량의 35%가 현재 5달러 미만 가격의 주식에서 발생하고 있다.
4. 암호화폐와 밈 코인은 대부분 어떤 경제적 목적도 갖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자금이 유입된다
: 최근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 사용을 촉진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금융시장에서 가상화폐의 기반이 확장되었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도 자연스럽게 오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무런 사용가치가 없는 대다수의 밈 코인 가격 상승은 분명 투기적 현상이다.
5.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기본 사업 모델을 포기하고 암호화폐를 비축하고 있다. 이런 비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차입에 의존하는 것이 용인되고 있다. :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 약 50여 개의 회사가 이러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어떠한 현금흐름도 창출하지 않으며, 본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지속적인 차입 혹은 유상증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는 본질적으로 폰지 사기와 다르지 않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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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부엉이. 다양한 금융기관에서 채권 관련 업무에 종사했다. 현재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채권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가치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워런 버핏의 열렬한 추종자로 버크셔 헤서웨이 주주총회를 2차례 방문하고 다수의 관련 기고도 했다. [부엉이의 차트피셜]은 매월 1회 찾아옵니다. 친숙하지만은 않은, 하지만 누구에게나 중요한 금리와 채권 시장을 비롯한 금융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요 지표와 차트를 기반으로 풀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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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의 베타는 특정 주식이 전체 주식 시장의 움직임에 비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베타 값이 1이면 시장과 거의 동일하게 움직이며, 1보다 크면 시장보다 더 큰 변동성을 보인다. 개인 투자자들은 금융위기 이후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여 베타를 1배 미만으로 유지했으나, 최근에는 변동성 큰 주식 위주로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 약 50여 개의 회사가 이러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어떠한 현금흐름도 창출하지 않으며, 본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한다면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지속적인 차입 혹은 유상증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는 본질적으로 폰지 사기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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