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복 서약서에 빠른 서명

1. 오픈AI의 연전연승, 2. 넷플릭스의 오디션 프로그램
발행일: 2024년 6월 1일 토요일
✏️ DRAFT. 항복 서약서에 빠른 서명
오늘은 두 가지 소식을 업데이트해 드리고자 해요. 

이번 주 수요일에는 불투명한 길을 선택한 미디어라는 이야기를 통해 현재 오픈AI가 얼마나 빠르게 미디어들의 콘텐츠를 훈련용 데이터로 확보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해 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바로 다음 날 오랜 역사의 디애틀란틱과 대표적인 디지털 미디어 그룹인 복스(Vox) 미디어도 오픈AI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이어서 넷플릭스가 자체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만든다는 소식은 무슨 의미인지도 짚어봅니다. 스트리밍 경쟁을 끝내고 시장을 지배 중인 넷플릭스는 이제 유튜브를 비롯한 무료 콘텐츠 플랫폼과 '시간' 점유 경쟁을 더 키울 예정입니다.

+ 앞으로도 드래프트는 (처음에 전해드렸던 기획 의도대로!) 기존 아티클들의 줄기에서 이어져 업데이트해 드릴 내용이나, 눈여겨볼 현상에 대해 살펴보면 좋을 이야기를 빠르게 전해드리도록 할게요. 곧 새로운 아티클로 찾아오고요.

[미디어] #항복서약서에빠른서명
1. 오픈AI의 이어지는 연전연승
디애틀란틱과 복스(Vox) 미디어도 오픈AI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과거 아카이브와 앞으로 발행될 텍스트에 대한 권리가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요. 물론 오픈AI의 AI 기술에 접근해 향후 관련 콘텐츠와 기능의 개발을 함께 해나간다는 (형식적인) 이야기도 포함되었습니다. 하지만 금액 등 상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죠.

이 두 미디어 역시 대표적인 미디어 브랜드입니다. 디애틀란틱의 경우 1857년부터 퍼블리싱을 해 온 매거진이고, 복스는 뉴미디어 시대 이후 진정 성장할 방법을 찾은 몇 안 되는 디지털 미디어이죠. 복스뿐만 아니라 대표 테크 매체인 더버지(TheVerge)와 뉴욕매거진까지 총 12개 매체를 소유하고 있고요.

AP와 악셀 스프링거, 닷대시 메러디스, 파이낸셜타임스, 그리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의 뉴스코프까지 연속적으로 대표적인 미디어 그룹들이 오픈AI와 콘텐츠 공급을 체결해 나가는 와중에 이제 AI 기업들이 원하는 '고품질' 훈련용 데이터를 가진 미디어는 몇 개 남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괜찮을 걸까요? 앞으로 무엇을 지켜봐야 할까요?
AI 기업들의 파트너십 트래커를 캡처한 이미지입니다. 최근에 연속으로 계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픈AI가 계약한 총액 규모는 현재까지 3억 5000만 달러(약 4850억 원)가 넘는데, 이를 퍼블리케이션 수와 연별로 나누어 계산해 보면 그리 큰 금액이 아닙니다. 특히나 미디어 시장 입장에서 바라보면요.
콘텐츠 가치의 근거와 마지노선
일단 현재 가장 중요하게 살펴야 할 점은 각 미디어가 콘텐츠 가치를 매길 제대로 된 산식도 없이 서둘러 오픈AI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모바일 시대의 구글과 페이스북이 그러했듯이, AI 플랫폼이 자리 잡아 갈 현실에서 각 미디어는 자신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의 가치에 대해 어떤 근거와 마지노선을 설정해야 하는데 그것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현재 계약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주도권은 오픈AI가 쥔 채로 체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디어 기업들은 나름대로의 협상 플랜을 준비했겠지만, 이미 중요한 계약을 차례로 따낸 오픈AI로서는 기존보다 확연히 더 나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이유도 없고, 서두를 필요도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결국 이렇게 연속적으로 계약이 되고 있는 것은 오픈AI가 (투자자들의 돈이 두둑한) 지갑을 들고 다니면서, 각 미디어에 서명을 받으러 다니는 것과 다름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아니면 계약 조건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점을 미디어들은 인지하고 있죠. 시간이 지날수록 앞선 미디어들의 콘텐츠를 계속 더해 훈련을 하며 발전한 AI 모델들에게 기존 콘텐츠의 가치는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스터디도 제대로 안 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각 미디어의 모습은 조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미래를 위한 콘텐츠 가치보다는 AI 산업의 물결에 휩쓸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앞서 우선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을 빠르게 확보하자라는 기조인 듯 보인다는 것입니다. 

미디어 콘텐츠와 그 텍스트에 대한 가치는 저널리즘 연구 일각에서 들여다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중요하게 나온 것이 없습니다. 아카이브와 앞으로 발행될 오리지널 콘텐츠의 글자 수를 기준으로 기계적인 산식을 매길 근거도 없으며, 오리지널하게 만든 스토리에 포함된 텍스트가 어떻게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스터디가 더 필요한 상황이죠. 

하지만 이런 스터디는 빠르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계산할 수 있는 근거와 무형적인 이익도 고려하면서요. 물론 현재로서는 이런 산출 결과가 나온다 해도 소용이 없어진 상황이기도 하지만, 산업 전체의 레퍼런스가 될 산식은 꼭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도 생산될 텍스트와 콘텐츠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매길 기회가 생기겠죠. 

제대로 된 선례가 남아야 하는 상황
갑자기 뚝은 무너졌고 오픈AI는 결국 막대한 자본을 이용해 레버리지를 키우고, 그 막대한 자본 중 극히 작은 파이의 돈으로 소중한 자산을 얻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른 빅테크들이 또 따라 할 모델일 것으로 보이고요.

이전 이야기에서도 짚었듯이, 이제 중요하게 지켜볼 일은 뉴욕타임스가 오픈AI에 건 소송이라고 짚었는데요. 예상보다 빠르게 각 미디어가 계약을 체결하는 모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역사를 기록해 온 퍼블리케이션이 어떤 가치를 받을 수 있는지 더욱 중요한 케이스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뉴욕타임스가 현재 주장하는 대로 콘텐츠의 무단 사용과 저작권 침해에 대한 수십억 달러의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만들어질 새로운 텍스트와 그 가치를 위해서도 참고할 케이스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미디어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이기도 합니다.

[콘텐츠] #지배자가된이후
2. 오디션 프로도 만드는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이제 음악 경연 대회도 자체적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한국에서도 그 포맷이 방영되었던 <더 보이스>와 같은 프로그램을 생각하면 되는데요. 이제 넷플릭스는 티비에서 성공했던 새로운 포맷을 계속 들여오는 중입니다.

 스트리밍 경쟁을 끝낸 이들은 사람들의 '시간'을 가져올 콘텐츠를 통해 지금까지 늘 생각해 오던 미래를 차근히 그려가는 중입니다.
어쨌든 티비 '채널' 버튼은 하나만 필요하도록 만들고 있는 넷플릭스입니다.   
계속 들여올 새로운 포맷과 콘텐츠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빌딩 더 밴드(Building the Band)>라는 가제로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을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밴드의 멤버들이 서로를 보지 못한 채 리허설을 하고, 마지막 경연 때 합치는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요. 이뿐만 아니라 기존 방송사인 NBC에서 시도를 했다가 결국 성공시키지 못한 작곡 경연 대회 포맷도 가져와 내년에 공개할 예정입니다. 

넷플릭스로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포맷들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존 케이블과 티비에서 볼 수 있던 포맷을 넷플릭스는 계속 들여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스포츠로는 그 영역을 지속 넓혀가는 중입니다. 우선 올해 초에는 프로레슬링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인 WWE RAW의 방영권을 확보했고, 올해 7월에는 마이크 타이슨과 제이크 폴이 벌이는 복싱 대결을 라이브로 진행하고, (미국에서 최고 인기인) 미국풋볼리그의 다음 시즌 경기도 유치하는 등 외연을 차근히 확장하는 중입니다.

넷플릭스의 현황을 다룬 지난 아티클을 통해서는 넷플릭스가 경쟁이 끝난 (케이블 티비+스트리밍) 시장을 지배하는 중이라고 짚었는데요. 결국 넷플릭스는 이제 '티비'가 하던 모든 종류의 포맷도 담은 서비스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유튜브와 틱톡이 이제 경쟁자일까?
얼마 전 콘텐츠를 담당하는 공동 CEO인 테드 사란도스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하면서 유튜브와 같은 '공짜' 콘텐츠와 경쟁하는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요. 평이해 보일 수 있지만 중요한 답을 했습니다. 

"(넷플릭스는) 돈을 주고 볼만한 가치가 늘 있어야 한다"라고 하면서, 구독자들이 꼭 봐야 할 프로그램을 늘려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습니다. 일단은 지금까지 넷플릭스에 없었던 콘텐츠와 새로운 포맷을 계속 늘려가면서, 다른 경쟁자들을 모두 대체하는 하나의 '채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은퇴한 미국풋볼리그의 스타 쿼터백 톰 브래디를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 토크쇼는 새로운 포맷을 기반으로 생중계 방영했고, 이 쇼는 화제가 되어 한동안 미국 인터넷을 점령했습니다. 유료 플랫폼 안의 콘텐츠이지만 유튜브나 틱톡에서의 바이럴을 넘어서는 화제를 만들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구독자를 계속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죠.

그동안 유튜브와 틱톡 혹은 인스타그램과 같이 영상 기반 플랫폼과 소셜미디어가 넷플릭스의 경쟁자이다라는 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부각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존 티비와 스트리밍 시장을 정리한 넷플릭스가 넓힐 시장은 '시간'을 유튜브에서 보내는 사람들입니다. 

결국 영상 스트리밍은 '시간'을 점유하는 플랫폼 간의 경쟁인데, 넷플릭스는 이 '시간'을 차지하는 데 중점이 되는 콘텐츠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곧 또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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